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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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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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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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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예선(5)

DUMMY

※※※



“조금만 비켜주시오!”


왁자지껄한 소음이 울렸다. 무연봉의 위, 대회장의 바로 바깥.


커다란 나무판에 종이가 여러장 붙어 있었다. 그 위로는 문파와 세가, 그리고 그곳에 속한 무인들의 이름들이 차례차례 새겨져 있는 모습이다.


전부 비무제전 예선의 첫날 치뤄질 경기의 목록이었다. 미시 초(未時:오후 한시)에 시작하는 개막 대진부터, 술시 초(戌時:오후 일곱시)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이름들이 한가득이다. 행여나 중간에 지연되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이어지는 비무제전의 첫날.


충분히 그럴법 했다. 수백명이 모여드는 예선인데, 한번에 서넛씩 동시에 경기를 진행함에도 모두가 최소 두 번은 대전을 치뤄야 한다. 당연히 빡빡하게 시간을 운용할 수 밖에 없다.


예선이 이뤄지는 기간은 일주일. 일주일간의 예선을 통해 이곳에 구름처럼 몰려든 정파 무인들 중 일백 스물 여덟명 만이 남게 될 것이다.


물론 실력이 뛰어난 자들이야 당연히 올라갈 터이나, 세상에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사람보다 아닌 사람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예선 대진은 당연히 모든 무인들의 관심사였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딱 두번만 꺾으면 본선에 올라갈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적당한 실력으로도 본선에 입성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무연봉의 대진표 앞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있는 까닭이기도 했다.


“다 본 사람들은 어서 나오면 될 것인데.”

“아니, 사람이 이리 많아서 어디 대진표 구경이라도 하겠는가......”

“이러다가 대회 시작 전까지도 이러고 있겠군.”


이어지는 불평불만과 그들을 통솔해 하나씩 순서를 순환시키려는 무당파 무인들의 노력에도 좀처럼 무인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외려 한번 대진표를 보고도 흥미 가득 섞인 목소리로 논평을 하고 있을 뿐.


“어디, 첫날 대진에 유명한 사람좀 나오나?”

“유명한 사람이라 하면, 암화? 내 눈에는 안보이는데.”

“이런. 암화의 경기는 꼭 보고 싶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들려오는 별호는 단연코 암화였다. 섬서와 천주산, 두번에 이은 화려한 행적과 이번에 무당산에 도달한 그를 대하는 칠룡의 태도 등등.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지극히 많았다. 검룡 이후 가장 최근에 등장한 신성(新星)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 출신마저도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딱 좋다.


과거 강성했으나 이제는 쇠락해 대부분이 이름도 잘 모르는 문파. 그런 이들의 사이에서 툭 튀어나온 천부적인 재능의 어린 소년.


그에 대해 질시와 불신의 눈길을 던지는 이들도 많았으나, 그보다는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는 이들이 더욱 많았다.


그렇게 첫날 암화의 대진을 기대했던 이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그 뒤를 이어 흘러나오는 이름들이 몇몇이 있었다.


“오오, 해남파(海南派)의 헌위는 오늘 대전을 치르는군. 심지어 첫 경기라니.”

“일전 대회때 본선 예순 네명 안에 들었던 무인 아닌가.”

“하필이면 마지막 상대가 독룡이었던 것이 운이 안 좋았지. 이번에는 본선은 물론이고 그보다 위도 노려봄직해.”


이전 비무제전때 호성적을 내었고, 이번에도 조건에 부합해 참여한 무인들. 그런 이들이 꽤 존재하는 것이다.


“공손세가(公孫世家)의 공손월도 오늘이다. 뇌룡과 겨뤘던 지난번이 인상적이었는데.”

“뇌룡의 일방적인 압살 아니었나?”

“그만큼 버틴 사람도 별로 없었으니 말이다. 기본적인 무위가 뛰어나......”


드문드문 들려오는 이름들이 많았다. 언뜻 들리는 이야기에서 무위가 꽤나 높은 이들이라는 것도 짐작해볼법 했다.


만만한 상대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예선이라고 해도 구파와 오대세가의 무인들에 필적하는 낭중지추(囊中之錐)들은 간간히 튀어나오기 마련이니.


“잠깐만, 송엽도 있는데?”

“무어라? 형산파(衡山派)의 기재가? 첫날부터 쟁쟁하기 그지없는걸.”

“묘가, 언가, 황산파......박터지는군. 본선에 어디가 가장 많이 올라갈지 궁금할 정도야.”


제각기 서로의 대진을 확인하고, 이야기와 의견을 나눈다. 백연은 그런 목소리들을 한귀로 흘리며 무연봉의 끝자락에 걸터앉아 있었다.


“오늘 내 대진은 없나보네.”


무연봉의 한켠.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였다. 운결을 제외한 곤륜파의 무인들이 다같이 모여 있었는데, 제각기 사람들의 말을 흥미롭게 듣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러게. 백연이는 편하겠다. 대진 보러갈 필요도 없이 듣고만 있어도 다 알겠는데?”


연비가 생글거리며 말하자 곁에 서 있던 연청이 중얼거렸다.


“동생아, 부러우면 너도 유명해져라.”

“오라버니보단 유명해질 예정이니까 걱정하지마. 혹시 알아? 비무제전이 끝나면 나도 별호 하나 생겼을지.”

“우리 동생이 꿈이 비대하구나. 응원한단다.”


나누는 어조가 가벼웠으나 연비는 자꾸만 손끝을 매만지는 행색이다. 긴장이라도 한 듯이. 반면 연청은 언제나와 같이 유들유들하게 나무에 기대어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사형과 사저들은 제각각의 반응을 하고는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퍽 재밌었다.


연비와 선아, 그리고 이결과 도현처럼 긴장감을 얼굴에 드러내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쪽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무진과 단휘처럼 신경줄이 굵은 사람도 있었다. 물론 후자는 그간 겪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겠지만.


그리고 설향과 청율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두 사람도 있었다.


“백연, 구결을 이렇게 적용해도 괜찮을까?”

“나쁘지 않아. 자령안은 감각의 무공이라 설향 사저한테 가장 들어맞는 방향으로 새기는게 좋을거야.”

“고마워.”


대진표를 보려 기다리는 와중에도 수많은 사람의 인파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무공을 다듬는 설향도 상당했지만, 더 재밌는 것은 청율이었다.


“사숙, 그러고도 글이 써져요?”

“물론이랍니다. 백연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길거리를 돌아다닌 세월이 얼마인데요.”


바위에 대강 펼쳐놓은 종이를 따라 먹물이 들불처럼 번져갔다. 글씨의 정갈함이 목판으로 찍어낸 것과 진배 없음에도 하나하나 손으로 써내려가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비급 필사는 해도해도 시간이 부족하니깐요. 무궁각에 필사본을 적어도 세 권씩은 채워넣어 놓으려면 열심히 해놔야죠.”

“제가 거들면 좀......”

“백연.”


청율이 웃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백연과 시선을 맞춘 사숙의 입가에는 언제나와 같은 싱그러운 미소가 달려 있었으나, 그 눈에는 나직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비급은 제게 맡겨도 괜찮아요.”

“그래, 막내야. 필사는 멀리하자.”


그의 머리를 꾹 누르는 연청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백연은 조용히 입술을 비죽였다.


글씨 좀 못쓸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이리 구박하다니.


그때였다.


“확인하고 왔어, 대진.”


후욱.


유령같은 기척이 백연의 곁에 내려앉았다. 그에 저편에서 졸고 있던 무진과 단휘가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다.


“우리는, 오늘 네명.”


소홍이었다. 모두가 같이 움직이면 복잡하다고 혼자 자진해서 대진표를 확인하러 다녀온 것이었다. 본래는 백연 자신이 확인하고 오려 했으나 다른 사람들이 극구 만류한 탓도 있었다. 암화가 나타나면 사람들의 이목이 확 끌린다고.


그 와중에 소홍이 어떻게 저 인파 사이를 헤치고 대진표를 확인하고 왔는지는 궁금할 지경이었다. 백연도 저런 인해(人海) 속을 소홍만큼 소리소문 없이 빠르게 다녀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넷이라. 백연이가 오늘이 아닌건 이미 알고.”


단휘의 말에 소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가락를 하나하나 펴며 짧게 중얼거렸다.


“단휘, 도현, 설향, 그리고.”


소홍이 백연을 돌아보았다. 담담한 어투로 그가 내뱉었다.


“나야.”


언제나와 같은 조용한 목소리. 긴장했다 보이지는 않았다.


단휘도 마찬가지였다. 직전까지 졸고 있던 사람같지 않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가 몸을 쭉 펴고는 검을 어깨에 걸쳤다.


“좋아, 그럼 몸좀 풀어보실까.”

“단휘, 두번째. 신시 초(申時:오후 3시)야.”

“고맙다.”

“......그럼 나는?”


뒤이은 것은 도현의 물음이었다.


“도현, 세번째.”

“그래도 처음은 아니구나.”


내심 안도한 듯한 표정을 짓는 도현이었다.


“혹시 상대도 알아?”

“설산파(雪山派) 사람.”

“설산파라. 거긴 또 무슨 무공을 쓰려나.”

“그리고, 설향 사매. 네번째야.”


소홍의 시선이 설향을 향했다. 무표정한 두 무인의 눈이 마주쳤다.


“상대는 형산파 송엽.”

“고마워요. 소홍 사형.”


태연한 음성으로 대화하는 두 사람. 곁에서 듣던 백연은 그 이름을 알아들었다. 아까 전 무인들이 이야기하던 형산파의 송엽이 설향의 첫 대전 상대로 결정된 모양. 운이 나쁜 대진이었으나 동시에 백연은 설향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이것도 못 이기면 애초에 뇌룡의 근처에도 가지 못할테니까. 그와 더불어 설향은 재능이 있었고, 노력도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을만큼 했기에 걱정을 쏟을 이유도 없었다.


대신 백연은 소홍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럼 사형이......”

“응, 내가 처음.”

“상대는 보고 왔어? 대진 시간도?”


소홍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헌위라는 사람. 그리고 시간은......”


소홍이 하늘을 힐끗 가늠했다. 이제 막 정오를 향해 점차 올라가는 태양이었다. 대회의 시작 시간까지 반시진 조금 넘게 남은 상황.


“개막전이야.”



※※※



반시진 뒤.


무연봉의 꼭대기에 사람이 가득 들어찼다. 개회식을 할때보다 상석은 조금 더 비어있었으나, 객석은 더욱 빈틈없이 꽉꽉 채워졌다.


놀라운 일이었다. 예선임에도 사람들의 이목이 이리 많이 끌린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비무제전에 모인 눈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객석에는 비무제전에 참가하는 무인들 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올라온 평범한 민초들도 많았다.


상인들, 호사가들, 즐거움을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무림 정세에 대해 언제나 기감을 곤두세우고 살피는 이들까지.


강호 무림에 있어 비무제전은 그만큼 거대한 파도였다. 다음 비무제전까지 정파 무림의 흐름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행사였으니.


독룡과 검룡이 언급했던 무정검귀의 경우도 그러했다. 한순간에 안휘성에서 단리세가의 입지를 막대하게 끌어올린것도 모자라, 단리세가 근처의 상권이 살아나는 등 갖가지 것에 영향을 미쳤으니까.


그런 이들에게, 이번에는 대회 시작 전부터 커다란 기대감이 감도는 소문까지 있었다.


“......암화는 오늘 안나오는가?”

“그 무위의 실체가 궁금하구나.”

“소문이 확인만 되면 청해까지 상행을 개척할 용의도 있소이다.”

“칠룡이 인정했다 들었네. 거짓일 가능성이 낮아.”


대략 반년 전부터 예고도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이 나타난 소년. 암화 백연이 비무제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은 강호 무림의 소문과 후기지수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모르기가 어려웠다.


그에 덩달아 곤륜파의 이름도 들어본 사람들이 적지 않게 되었다. 개중 몇몇은 기억과 기록을 뒤적여 곤륜파가 과거 육파일방이던 시절, 육파의 일좌를 차지하던 문파였다는 사실까지 알아낸 것이었다.


“투자 가치가 없지 않다.”


암화 하나의 소문만 사실이라 해도 그러한데, 곤륜파 자체도 과거에 성세를 이뤘었다는 사실이 덧붙여졌다. 물론 현재의 곤륜이 문파 자체로써 힘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나, 미래의 투자처를 찾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존재했다.


자고로 뛰어난 거상(巨商)들은 다가올 미래의 가능성을 사고 파는 이들이었기에.


하지만.


“곤륜파? 첫 경기에 곤륜파도 있단 말인가?”

“해남파의 헌위와 맞붙는다 하던데. 그런데 중요한건 곤륜파에선 암화가 나오는게 아닐세.”

“......흐음. 암화가 아니라면 크게 볼 것이 있나?”

“뭐 그래도 문파의 구색 정도는 확인할 수 있겠지 않겠나.”


그런 이들조차도 당장은 암화 외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암화, 암화. 어딜가나 곤륜파에 대해 들리는 소리는 마찬가지였다.


바로 지금.


경기장 아래에서 숨을 고르는 소홍의 귓가에도 끊임없이 틀어박힐 정도로.


“하아.”


옅은 숨결을 모아 한번에 뱉은 소홍이 얇은 눈꺼풀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삽시간에 주변의 소음이 먹먹해지고 가라앉으며 정신이 안으로 침잠했다.


‘백연.’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많이 느꼈다. 세간의 시선은 곤륜파에 대해 관심이 없다. 언제나 자신의 사제만을 끊임없이 찾아댈 뿐. 그만큼 백연이 쌓아온 행적이 거대했기에.


허나, 소홍은 그런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맴도는 목소리는 한가지였다.


‘천하제일(天下第一) 문파. 한번 해보자고.’


여름날 시원스레 말하던 사제의 모습이 참 터무니없더랬다. 그때만 해도 그리 생각했다. 자신감이 넘쳐 좋다고.


그 뒤로 많은 일이 일어났고.


더 이상 소홍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허나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백연은 그 성장세의 끝을 모를 정도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으나, 그만큼 홀로 감당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섬서에서, 천주산에서, 신강에서......


강적을 상대로 한계까지 목숨을 내던지고, 모두를 지켜낸다.


지금의 백연은 곤륜파의 기둥이었다. 자신의 어린 사제가 모든것을 버텨내고 위에 천장을 드리워주고 있기에 그들이 이정도까지 올 수 있었음을 소홍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고마운 동시에, 소홍은 그것이 싫었다.


사제를 지켜주지 못하는 스스로의 무력함이 한없이 안타까웠기에.


“지금 올라가셔도 됩니다.”


소홍이 눈을 떴다. 무당파의 무인이 피곤한 안색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가벼이 고개를 끄덕인 소홍은 계단을 걸어 경기장의 위로 향했다.


[개막전은 세개의 경기가 동시에 진행되겠소. 우선은......]


우우웅.


사방을 채우는 무당검선의 육합전성. 그 위를 해일처럼 뒤덮는 객석의 목소리들. 대지를 울리는 진동. 파도처럼 밀려오는 소음 속에서 소홍은 생각했다.


‘혼자는 안되니까.’


백연의 앞에서 지켜주진 못해도 옆에 바짝 따라붙어 설 수는 있도록.


“같이 가자. 사제.”


소홍이 속삭이듯 말했다. 소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고개를 들어올린 그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저편에서 검을 차고 올라오는 청년이 보였다. 해남파의 헌위라 했던가. 이전 비무제전때 꽤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독룡 당소하와 붙어 패배했다고.


강적이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홍의 뇌리에서 그런것은 이미 지워진 상태였다. 애초에 신경에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해남파의 헌위라 하오. 잘 부탁드리겠소.”

“곤륜파의 소홍. 한수 부탁해.”

“두분, 다시 한번 일러드리겠습니다. 승리 조건은 상대의 승복 또는 사망. 만약 한쪽이 승복하지 않은 상태로 전투 불능에 빠졌다고 판단되면 제 자의적인 판단으로 승자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가운데에 선 무당파의 중년 무인이 말하고, 헌위와 소홍이 각자 자리를 잡고 섰다.


반대편 끝에서 검을 뽑아든 청년을 보며 소홍이 아직 뽑지 않은 검파를 매만졌다.


“천하제일문파.”


소홍이 뇌까렸다. 동시에 상석의 앞에 선 무당검선이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개막전을 시작하도록 하겠소.]


삐이이-!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는 순간.


“오늘부터 시작이야.”


중얼거린 소홍이 그대로 대지를 박찼다. 한순간에 그의 신형이 바람을 휘감은 채로 경기장 위를 갈랐다. 정석적으로 탐색에 들어가려던 헌위가 극히 당황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쾌속한 보법.


직후 선수를 빼앗기지 않고자 재빠르게 반응한 헌위가 해남파 천강검(天强劍)의 강맹한 초식을 종격으로 크게 내치는 순간.


화아악-!


산들바람같은 기파가 소홍의 발치를 휘감았고, 종격으로 떨어지던 천강검의 코앞에서 소홍의 신형이 유령처럼 흩어졌다.


“저 무슨!”


객석에서 터져나오는 경악성도 잠깐. 미끄러지듯 헌위의 옆구리로 굴러들어간 소홍이 그대로 빛살같은 발검(拔劍)을 펼쳐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수직을 그리며 내쳐진 검격이 섬전마냥 허공을 갈랐고.


쩌엉!


강렬한 쇳소리가 울렸다. 직후, 한자루의 검이 허공을 날아 경기장의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헌위의 발치로 붉은 자국이 투둑 떨어져 내렸다. 손아귀가 찢어져 흐르는 피였다.


“......무슨 무공이오?”

“화신풍. 삼원검.”

“곤륜파 무공은 불꽃을 다루는 적화검류가 유명하다 들었는데.”


헌위를 향해 천천히 돌아선 소홍이 검을 늘어뜨린채로 여상히 말했다. 호흡 한 점 흐트러지지 않은채였다.


“꺼내게 만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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