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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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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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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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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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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성장(5)

DUMMY

한명의 검객이었다.


허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던 수십명의 무뢰배들은 무공에 조예가 깊지 않은 자들이었다. 민초들에게는 더없이 거대한 괴물들로 보일지라도, 그 검객에게는 아니었다.


희끗한 검광이 어린 소년의 시야를 여러차례 물들였다.


그 모든 검로 한번 한번이 선명한 벼락같은 풍경으로 남아 소년의 뇌리에 깃들었다.


그것은 무자비한 도륙이었으나 동시에 꿈결같이 환상적인 광경이었고.


소년의 심장이 달아오르게 하는 심상(心想)의 이정표가 되어 새겨졌다.


그렇게 검객이 피 흐르는 검을 풀잎으로 닦아 납검하고 사방이 고요해졌을때, 백연은 깨달았다.


낚시꾼을 죽인 흑의인은 이미 죽었고 그는 복수에 실패했다. 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은 낚시꾼의 단검을 뽑아 시체를 난도질 하는 것 밖에 없었다. 한참동안 발악하듯 시체를 헤집어놓은 소년이 피투성이의 몰골로 정신을 차렸을때, 검객은 근처에 걸터앉아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끝났나.

-......

-말도 못하는건가. 뭐, 알아듣긴 하겠지. 고개를 끄덕여 답해라.

-말, 할줄, 알아.

-쉬워졌군. 이놈들의 우두머리를 본 적 있나? 덩치가 크고, 날이 갈라진 검을 사용하는 자다.

-없어.

-그렇군.


그것으로 끝이었다. 검객은 무감한 시선으로 주변에 나뒹굴던 머리 몇개를 자루에 챙겨 걸음을 옮겼다. 서서히 멀어지는 검객의 등을 바라보던 소년은 홀린듯이 그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검객은 백연이 따라오는 것을 막지는 않았으나, 그에게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그렇게 기묘한 동행이 이어졌다. 어린 아이의 체력으로는 힘들었을 일이었다. 하지만 발이 부르트고 다리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고통에도 백연은 검객의 걸음에 맞춰 따라 걸었다.


소년은 그가 쉴때 쉬고, 잘때 자고, 먹을때는 주변을 살펴 나무 열매라도 주워 먹었다.


그렇게 며칠을 걷다 버티다 못해 어느날 오후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끈질기군.


정신을 차린 백연은 검객의 곁에 누워 있었다. 밤하늘 아래 타오르는 모닥불이 선명했다.


백연은 의문을 뱉었다.


-왜......


그러나 검객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모닥불 앞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손질했을 뿐.


한참동안 손을 놀리던 그는 백연에게 큼직한 고기 한조각을 건네었다. 그리고는 물었다.


-언제까지 따라올 셈이지?


답할 말이 없었다. 소년은 가만히 김이 올라오는 고기를 입에 물었다. 따스한 온기가 가슴을 가득 채웠고, 어느 순간 백연은 자신의 눈가가 축축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검객은 별다른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이 잦아들때 쯤, 그가 입을 열었다.


-숨을 쉬는 방법이 있다. 운기토납(運氣吐納), 운기조식(運氣調息)......뭐라고 불러도 좋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말뜻은 몰라도 된다. 허리를 펴고 앉아. 딱 한번만 알려줄거니까.


백연은 검객의 말대로 했다. 그의 등허리에 손을 얹은 검객이 말했다.


-삼재심법(三才心法)이라는 거다. 감각에 새겨라.


그날 백연은 처음으로 진기를 느꼈다. 날이 밝아올랐을때, 그의 하단전에는 투명한 기운이 이슬처럼 살포시 담겨 있었다.


소년이 무도(武道)에 발을 디딘 날이었다.


이어지는 동행은 비슷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여전히 검객은 말없이 앞서가고, 소년은 그를 뒤따랐다. 그러나 둘은 밤에 같은 불을 쬐었고, 소년이 주운 나무 열매와 검객이 사냥한 고기는 한끼의 식사가 되었다.


시간이 흘렀다. 삼개월의 시간동안 세 개의 도시를 거쳤고, 검객은 두번의 살육을 저질렀다. 일전과 비슷한 마도의 무뢰배들을 상대로였다.


그리 계절이 바뀔 무렵이 되었을 때.


-이제 그만 따라와라.


여태껏 보았던 가장 부유한 도시에서였다. 신강 천산북로(天山北路) 인근의 정주(庭州).


-나는 해야할 일이 있다.


그곳에서 검객은 백연에게 말했다. 처음 만났을때와 한치도 달라진 것 없는 목소리로. 백연은 가만히 그를 쳐다보았다. 다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검객의 목소리는 태연했으나, 단단했기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때문에 백연은 가만히 입을 열어 한마디만을 물었다.


-왜 구해줬어?


일전에 물었으나, 답해주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검객은 처음부터 소년의 걸음에 맞춰 준 것이었을 테다. 그렇지 않았으면 애초에 따라가지 못했을 일이니.


그 물음에 검객은 희미하게 웃었다.


-아들이 있었다. 이제는 없지.

-......


입을 다문 백연을 향해 검객은 가볍게 중얼거렸다. 여태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목소리였다.


-네겐 자질이 있다. 그러니까 잊어버리지 마라.

-무엇을?

-오래된 이야기다. 마도는 인연(人緣)을 새기고 사도는 신의(信義)를 좇으며 정도는 협의(俠義)를 기치로 삼는다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네가 앞으로 마주할 연(緣)들을 잃어버리지 말고 지켜내라는 소리다.


흐르듯 덧붙이는 음성이 옅었다.


-나와는 다르게, 네 검이라면 가능할것 같으니.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 뒤로 백연은 다시는 검객을 보지 못했다. 그가 백연에게 남기고 간 것은 삼재심법 하나와 고기를 손질하는 방법 뿐이었다.


홀로 남겨진 소년은 또다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정주는 커다란 도시였지만, 떠돌이 아이에게 마음을 써줄 만큼 여유롭고 부유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백연은 이미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낮에는 산에 가 약초와 버섯을 따내 팔았고, 조금 더 몸이 자라자 일을 하는 곳에 끼어들었다. 밤에는 언제나 운기를 하고, 머릿속으로 검로를 그렸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전부.


소년은 악착같이 정주에서 살아남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무공들을 어깨 너머로 훔쳐 배우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삼재심법으로 이미 기의 흐름에 눈을 뜬 뒤에는 모든것이 차츰차츰 보였다. 육합공, 삼재검법, 길거리를 전전하는 마도의 낭인들이 가끔씩 선보이는 검법. 나무 위에 올라타 담장 너머로 엿본 마도 문파의 검법들.


소년은 자라며 그런 검들을 엮어내고, 해체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살아남았지. 마도 무림에서.”


백연이 뒷말을 삼켰다.


이후는 검귀의 행적이었고, 그건 선아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백연은 옅은 미소로 이야기의 마무리를 갈음했다.


선아가 그를 투명한 시선으로 응시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분이......네 스승님이야?”

“검객? 아니.”


백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은 그걸 원하지 않았어. 동행하던 때에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삼재심법은 자기가 가르치지 않아도 언젠가 배울 것이었으니 자기는 가르친게 없다 했고. 실제로도 그에게선 검법 한자락도 배우지 않았으니까.”


소년이 웃음을 흘렸다.


그 검객의 말은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다. 그는 제자를 두고 싶지 않았겠지. 그의 말대로 검객은 인연을 지킬 자신이 없었기에, 또다른 인연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일테다.


어디에서나 배울 수 있는 삼재심법만을 남기고, 그의 독문무공은 알려주지 않은 것도 그런 까닭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백연은 그리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었다.


“고기 굽는 법에 한해서는 스승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하하......그게 뭐야.”

“되게 잘 구웠거든.”

“그랬구나. 나중에 나도 맛보고 싶다.”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가벼운 침묵이 흘렀다. 창틀로 흘러들어오는 빛을 등진채 백연은 선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이 일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감정이 풍부한 소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도 무림에서 온거구나.”


중얼거리는 음성. 그를 바라보는 눈길에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으레 마도 무림을 이야기할때 내보이는 그런 눈빛은 아니었다.


“험난하지 않았어? 마교가.”

“내가 있던 당시는 교의 세가 그만큼 강하지는 않았어. 교하고 마찰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때는 살아갈만 했고.”

“그래도 혼자 그렇게......”


말끝을 흐린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백연의 곁에 와 앉았다. 머뭇거리듯 한숨을 뱉은 그녀가 백연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안아봐도 될까?”

“새삼스럽게. 그런건 안 물어보고 해도......”


스륵.


소녀의 팔이 백연의 목을 따라 휘감겼다. 그 속에서는 여러가지 향이 흩어져 나왔다. 꽃향과 과일, 야장의 쇠 냄새와 불꽃의 열기. 이윽고 귓가에 가져다 대듯 중얼거리는 음성이 부드러웠다.


“고생했어.”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선아가 떨어져 나왔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귀를 붉힌채 눈을 데구르르 굴리는 모습이 우스웠다.


“웃지마......!”

“아하하.”

“그래도 이야기 들려줘서 고마웠어.”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써도 딱히 다른 이들에게 말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입 밖으로 뱉고 보니 나름의 감회가 새로웠다.


“아직 다 이야기 해준건 아닌 것 같지만.”

“맞아.”

“나중에는 다 들려주면 좋겠다. 정주에서 있었던 일들이나, 그런것도.”

“가능하면.”


백연이 답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길거리에서 사온 간식거리를 집어먹으며 차를 홀짝이는 시간이 가벼웠다.


곤륜파의 일이나, 무구에 관한 잡담. 비무제전의 향방과 결과에 대한 예측도.


“본선에선 어떻게 될 것 같아? 나는 아직 내 무위에 대한 갈피를 잘 못잡겠어서 말이야.”

“너는 심법 하나로는 이미 상위권이야. 무(武)가 뒤따르면 훨씬 높은 경지에 이르겠지. 그렇기에 당장은 정면으로 상대해주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까다로울 테고.”

“이해했어. 그럼 다른 사람들은?”

“사형들은......모두가 높이 올라가지는 못할거야. 구파와 세가의 무인들은 어릴적부터 수련에 매진한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승리와 강함은 별개의 영역이고.”


백연이 중얼거렸다.


“몇몇은 그 한계를 뚫고 높이 오르겠지.”


사선을 넘나드는 싸움을 자주 해본 이들은 흔치 않다. 그것은 큰 경험이다. 무위를 떠나서, 검 한자루를 믿고 자신의 목을 상대의 칼끝 바로 옆에 내줄 수 있는 자신감과 과감성.


“충분히 이길법 해.”

“음, 그럼 너는?”

“나?”


백연이 눈을 깜빡였다.


“나는......”

“암화의 무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 너랑 경쟁할 수 있는것도 칠룡을 비롯한 몇명 뿐 아니야?”

“이대제자들 중에서도 칠룡만큼 강한 이들이 있어. 배제할 수는 없지.”

“그래도.”


선아가 생긋 웃었다.


“안 질것 같은데.”

“믿어줘서 고마운걸.”

“그리고 내가 만든 여휘잖아. 그걸 들고 질리가 없으니깐.”

“그런 믿음이었어?”

“헤헤.”


나직한 이야기와 함께 밤이 깊어졌다. 한참을 떠들던 선아는 피곤한지 금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럴법 했다. 무구를 조사하는 것도 연일 힘든 일이었을 텐데, 운현에 내려와 철야방주와 일을 끝내고 다시 약선객을 만나 치료를 받고, 야장들을 가르치고 하는 일까지.


저녁에는 내내 놀러 다녔으니 원체 지치지 않는 그녀라 해도 피곤할 수 밖에 없었다.


침상에 잠든 선아를 눕혀주자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조용히 퍼져나갔다. 잠든 그녀를 힐끗 쳐다본 백연이 창틀에 걸터앉았다. 아직도 운현의 밤은 불빛이 가득했다.


“인연이라.”


소년이 중얼거렸다.


그는 검객의 그 말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 정사마에 관한 이야기. 과거 천마가 마도를 일궈냈던 이유라고 했다. 사람을 놓지 못했기에.


비록 시간이 흘러 그것이 변질되고 마도가 힘을 숭상하는 자들만 남았다고 해도 본질은 그러했다. 적어도 백연은 그렇게 들었고, 그렇게 믿었다. 압제하는 이들을 거부하고 사람들의 연을 지켜내려 했다고.


어느것이 명백한 진실인지 확언할 수 없었다. 정파 무림에서 이야기 하는대로 천마는 학살자이며 태조를 배신한 희대의 마인(魔人)이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백연은 검객의 말을 잊지 않고자 했고. 그랬기에 검을 좇았다.


지켜내기 위해.


‘새로운 검법. 본선에서 완성시킨다.’


그리 해야만 더 강대한 적을 상대로도 나아갈 수 있을테니.


다짐을 새긴 소년이 조용히 검파를 매만졌다.



※※※



이튿날이었다.


백연과 선아는 아침 일찍 출발했다. 새벽빛을 등지고 걸은 두 사람이 무당산에 다시 올랐을때는 정오가 채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사람이 별로 없네?”

“예선을 하고 있을테니까. 다들 구경하느라 바쁘겠지.”


곤륜파의 예선은 이미 끝났지만, 다른 이들의 예선은 오늘까지였다. 오늘로 모든 경기가 마무리되고 최후의 생존자들이 본선에 진출하겠지.


내일 아침이 되면 본선의 대진도 하나씩 발표되리라.


“이제부터가 진짜야.”


앞으로 만날 이들은 예선과는 다르다. 특히 구파의 무인들은 일찍부터 실전 경험을 쌓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장 검룡도 매화검수들과 함께 섬서를 돌며 사도 무인을 수없이 격살했고, 뇌룡은 사도 문파 하나를 통째로 박살 내버린 적도 있으니.


검룡과 뇌룡은 조금 지나친 예시일 수 있지만, 다른 이들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구파에서 가장 우선적인 기치로 삼는 것은 협행. 적어도 겉으로는 그리 내건다.


그렇기에 소림을 비롯한 문파들의 본산제자들은 어느 정도 무위가 올라왔다 판단되면 경험있는 무인들의 인솔하에 각 지역을 수호하기 위해 내려온다. 경험을 쌓는 것이다.


즉, 실전 경험이 많은 사람도 이미 있을 수 있다는 것.


물론 대부분은 목숨을 건 실전은 한두번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으나, 아예 안해본 것과는 차이가 심하다.


“나도 가서 수련해야겠다.”

“그래. 예선 경기는......”

“안볼래. 지금은 내 감각을 더 다듬어야 할 것 같고.”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긋 웃은 선아는 지체없이 무당파의 공용 수련장으로 향했다. 다른 문파의 사람들과 연습 대련을 신청할 요량이라고.


“그럼 나는.”


곤륜파의 전각 앞에 선 백연이 검파를 매만졌다. 안에서 수련을 거듭하고 있는 사형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좀 다듬어줘 볼까.”


소년이 안으로 걸음했다.


수련하고 있던 사형들은 그가 언제 운현에 내려갔다 왔냐는 듯이 자연스레 그에게 무공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모두가 의욕이 꽤나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야 본선에 왔는데 처음부터 탈락하면 안되지!”

“가장 먼저 탈락하는 놈은 뭐......”


단휘가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자기들끼리 모종의 내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두고 봐라.”

“......너무 그렇게 불타지는 마.”

“걱정 마. 너하고는 관련 없으니까. 우리들끼리 좀 이야기를 했지.”


백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사형들의 의욕이 고취되는 일이라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사형들의 수련을 봐주고 검을 휘두르기를 한참.


“사형들은 좀 쉬거나 알아서 수련하고. 당장 알려줄건 다 알려줬어. 그리고 설향 사저.”


백연이 시선을 돌렸다. 오후에 이른 햇살이 설향의 얼굴을 비스듬히 비췄다.


“응.”

“사저. 아니, 이제 백화(白花)라 불러야겠네.”

“.그, 그게 무슨?”


드물게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설향이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며 백연이 픽 웃었다.


“사저의 별호라고 하던데. 보여준 무위가 인상적이었나봐.”

“아니, 잠깐만. 나는 없냐?”

“단휘 사형은 모르겠네.”

“이건 말도 안되잖아.”


어깨를 으쓱여 단휘의 말을 넘겨버린 백연이 설향을 쳐다보았다. 언제나 평이한 태도를 유지하던 그녀도 별호를 듣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백연이 입을 열었다.


“별호는 수많은 계기로 붙기 마련이지. 하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자기 것으로 만드는지는 각자에게 달린 것이고.”

“백화라니......”

“사저는 할 수 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뇌룡이랑 대등하게 검을 맞댄다는 건 어불성설이니까.”


백연의 말에 설향의 표정이 천천히 침착해졌다. 그녀가 백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해볼게.”

“그럼 지금부터.”


스릉.


소년의 검이 허공에 풀려나왔다. 백연이 비스듬히 검파를 쥔채로 설향을 응시했다.


“사저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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