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6.15 18:10
연재수 :
288 회
조회수 :
1,507,346
추천수 :
30,254
글자수 :
2,199,617

작성
24.01.31 18:10
조회
2,756
추천
72
글자
17쪽

성장(3)

DUMMY

※※※



쌉싸름한 약향을 맡으며 백연이 벽에 기대 눈을 감았다.


‘평화롭네.’


마음이 잔잔한 호수의 표면처럼 가라앉는다. 근래 항시 바쁘게 움직였는지. 간만에 모든 소리가 잦아들고 조용히 가라앉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들려오는 것은 사기(沙器)그릇을 달그락거리는 제갈명의 움직임과, 건물 바깥 어딘가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망치 소리 뿐.


‘하룻밤의 여유인가.’


예선이 일찍 끝났고, 운현에 내려와 처리할 일도 마무리 지었다. 이대로 하룻밤 머물고 올라가도 본선의 시작까지는 조금 남았다.


내일 오후부터는 사형들의 막바지 수련을 봐주느라 또 바쁘겠지만,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아무 일도 없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평범한 고민이 소년의 머리에 깃들었다.


‘뭐 먹지.’


그런 생각을 하던 백연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쓸데없는 고민이지만, 그래서 좋았다.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운현에는 수많은 주루와 객잔이 존재하고, 일류 숙수들도 가득 있다. 진귀한 요리와 술이 가득한 도시이니 조금씩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 당장 그에게 돈은 문제가 되질 않으니까.


제갈명의 진찰이 끝나고 나면 선아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리 생각한 백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흰 천으로 살풋 싸매진 그의 오른팔. 직전 제갈명이 칼로 살짝 찔러 피를 조금 받아낸 자리였다. 뒤이어 무슨 약초를 빻아 만든 연고를 발라주었는데, 아픔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각을 차단시키는 약초인 모양.


“이 약초는 뭡니까?”


백연이 물었다.


조금쯤 받아놓는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강력한 감각 차단 효과가 있다면,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법도 하다.


“효과가 좋은데.”

“독초와 약초를 적절히 배합한겁니다. 자상에 효능이 좋은 약초와, 신경을 차단시키는 독을 섞어서 만든 것이지요.”

“독초의 종류가 궁금합니다.”

“필요하시다면 한움큼 드리겠습니다. 과다복용 하지는 마시고요. 구강으로 섭취시 하루간은 냄새와 맛을 느끼지 못하고, 그 양이 과다할 경우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겁니다. 대신 고통도 느끼지 못하게 되지요.”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갈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실때 챙겨 드리지요. 그리고......”


제갈명이 백연을 응시했다. 묘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깃들어 있었다.


“일차적인 조사가 끝났습니다.”


백연의 피를 가지고 한동안 무언가를 하더니, 다 끝난 모양이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그의 피를 뽑아간 것 부터 신기했다. 본래 의원이 몸을 진찰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맥을 짚거나, 체온을 따지거나, 아니면 숨소리를 듣거나......만약 내가기공에 조예가 있는 의원이라면 신체 경혈을 살피기도 한다.


그러나 백연은 피를 받아내 그것을 가지고 무언가를 살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중독되었을때 피의 색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은 있다지만.


“무언가 알아낸 게 있습니까?”

“예. 헌데......”


그가 머뭇거리듯 중얼거렸다. 이윽고 제갈명이 머리를 긁적이곤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저는 사람에 대해 여러 연구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아낸 것중에 하나가 사람의 피는 함부로 섞이면 안된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누군가가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때, 피를 너무 흘리면 타인의 피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원들은 그것을 수혈(輸血)이라고 하지요.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이야기였다. 피를 과하게 흘리면 죽음에 이른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 그것을 건강한 이의 피로 채워서 죽음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 훌륭한 의술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죽는 환자들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사람의 피를 뽑고 섞으며 연구를 거듭했고, 섞여도 되는 피가 있고 안되는 피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죠.”

“그건 무슨......?”

“피에도 성질이 있다는 겁니다. 내경(內經)에 따르면 오행을 기반으로 사람의 모든것을 나눌 수 있다 합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사람의 피도 그러한 방식으로 나뉜다는 사실이고요. 같은 성질끼리는 합(合)이 가능하나 다른 성질끼리는 불가합니다. 수(水)의 성질을 지닌 피가 화(火)의 성질을 지닌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어찌 되겠습니까.”


간단한 예시를 들어 말한다. 답이 바로 나오는 문제였다.


“수극화가 되겠군요. 화기가 먹힙니다.”

“맞습니다. 때문에 피는 함부로 섞여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제가 알아낸 원칙일진데......”


제갈명이 말끝을 흐리며 백연을 쳐다보았다. 마치 신기한 생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어쩌면 미지의 것을 발견한 호기심일 수도 있었다.


“당신의 피는, 그 어느것에도 먹히지 않습니다.”

“......예?”

“상리를 벗어났습니다. 다른 어떤 피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섞여도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양 태연히 받아들입니다. 홀로 법칙에 구애받지 않는 양.”


백연은 눈을 깜빡였다. 어째서일까. 약선객의 말대로라면 자신의 피는 비정상적이다.


무공을 익힌 영향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뒤이은 제갈명의 말이 그랬다.


“무공과의 관계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능성이 낮습니다. 초월자라 해도 육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는 변하지 않으니까요.”

“이유를 잘 모르겠군요.”

“알아봐야 하겠지요.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피에 관한 것은 더 살펴봐야겠다고 덧붙인다. 백연은 동의했다. 당장 모든것을 알아내기는 어렵겠지.


뒤이은 것은 그의 신체 경혈을 살피는 과정이었다.


“기운을 잘 다루시는군요?”

“이것 하나는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나이가 두자리가 되기 전까지만 무공을 배운게 다라던 제갈명은 의외로 섬세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엎드린 백연의 명문혈에 손을 올리고 자연스레 내공을 뻗는 기술이 뛰어났다.


내공의 양은 적었으나, 환자의 몸을 살피는 정도로는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정도. 그렇게 한참동안 백연의 기맥을 살핀 제갈명이 마침내 손을 떼었을때, 그의 표정은 처음보다도 더 묘해져 있었다.


“백연 당신, 인간이 아닙니까?”


자리에서 막 일어나는 백연을 향해 헛웃음을 지은 그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온몸 신체 경혈이 막힘없이 뚫려 있는데......이건 본인도 알고 계시겠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라도 되는지.”

“본래 사람은.”


제갈명이 그를 보며 말했다.


“천무지체(天武之體)가 아닌 이상 타고난 경혈이 그리 완벽하게 뚫려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경지에 오른 이들은 혈도에 막힘이 없지 않습니까? 불가능할 정도인지.”

“막힘이 없는 것과, 아무런 방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다져진 흙길과 돌로 깔린 관도의 차이겠군요.”


덧붙이는 설명이 빨랐다. 백연 자신은 지금 혈맥에 아무런 찌꺼기도, 방해가 될만한 무엇도 없다고. 티없이 깨끗하기에 오히려 인외의 것이라는 소리다.


“천무지체는 아니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애시당초 존재하는 것 조차 확실하지 않은 체질이니......”

“그건 아닙니다.”

“허면 환골탈태를 한번 겪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전에도 이랬습니까?”

“예.”

“제 의학적 지식을 완전히 박살내는 사람이군요. 당신은.”


말하며 고개를 젓는 모습. 그러나 제갈명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짧은 사이 그가 백연의 몸에서 확인한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혈맥은 제쳐두고, 당신의 몸에서는 성장의 징후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노화순청의 경지에라도 이른겁니까?”

“그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나타나야할 성장 징후가 없습니다. 이건 더 시간 간격을 두고 봐야 확실하겠지만요.”

“제 몸에 무슨 문제가 많군요.”

“그리고 눈 색은 원래 그랬습니까?”


연이은 질문의 공세가 많았다. 백연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눈 색이라뇨?”

“거울을 좀 보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제갈명이 거울을 들이댔다. 은빛 표면에 비치는 그의 얼굴을 본 백연이 천천히 미간을 좁혔다.


‘눈 색이 원래 어땠더라.’


적어도 지금 거울에 비치는 소년의 것과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 만큼은 확실했다. 아마 그가 기억하기로는 검은색이었는데. 지금 거울에 담긴 소년의 투명한 시선은 짙은 암자색이었다.


“자안은 자연적으로 쉬이 발현되지 않습니다. 저는 평생 본적이 없는데 말이지요.”

“......원래 검은색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혹시 안법 때문에 눈 색이 바뀌기도 합니까?”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날 리가 있겠습니까.”


백연이 머리를 긁적였다. 자령안 때문도 아니라는 소리. 하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자령안을 쓴다고 눈의 본래 색이 자색으로 바뀌면 다른 안법 무공들도 눈 색이 바뀌어야 맞겠지.


어느모로 보아도 그의 체질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 만큼은 확실했다.


“물론 평범하게 반응하는 것들도 많지만......이질적인 것도 꽤 있습니다.”


제갈명이 말했다.


“당장에 전부 확인할 수는 없는터라, 앞으로 주기적으로 당신의 몸을 진찰해도 괜찮을지 묻고 싶군요.”


크게 거부할 이유는 없는 소리였다. 백연 스스로도 자신의 몸이 평범한 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 쯤은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시간만 난다면 물론입니다.”

“좋습니다.”


주변을 정리하는 제갈명. 그 모습을 보며 백연은 문득 생각했다.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는데.’


검귀 유백연이 죽고 백연이 처음 눈을 뜨던 날. 그날부터 그의 몸 상태가 특이하다는 것은 눈치챘다. 온몸 경혈이 막힘없이 뚫려있고 사방의 자연지기가 그를 향해 과다하게 몰려드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던 일.


하지만 그 연원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의 몸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기원을 지니고 있는지.


‘아니, 애초에 아는게 별로 없어.’


청해 산기슭의 작은 오두막에서 깨어난 백연. 여휘의 손잡이에 새겨진 백연이라는 이름 말고는 이 몸의 과거와 이어져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백연이라는 이름과, 정체 불명의 백발 노인이 말해주었던 내용 뿐.


‘그때 뭐라고 했지?’


-놀라지 말고 듣게나. 자네 가문은 몰살당했네. 자네는 크게 다쳐 보름간 정신을 잃고 있었고.


깨어나자마자 만난 신선같은 외양의 노인이 말해주었던 것.


백연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다. 노인의 말같은 일은 사마외도의 땅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니까. 하지만 제 나름대로 찾아본 일이 없지는 않았다.


한창 하오문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을 때쯤, 그 근방에서 일어난 학살이나 사고가 있는지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 많아서 특정이 불가능했지.’


그랬기에 더 파고들지 못했다. 백연은 매우 바빴고, 곤룬파를 키워내는 것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그랬는데.


‘신강에서 사형들이 만난 노인.’


백연은 설명만 들었지만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사형들이 만난 사람은 그를 구해줬던 노인이다. 용모도 그랬지만, 그 질답을 나눈 사람은 노인밖에 없었으니까.


-다시 만나면, 자네를 뭐라고 불러야 하겠나?

-......백연. 백연이라고 불러주시지요.

-좋은 이름이로군.


그때 노인은 어째서인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더랬다.


노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원하고 그에게 접근한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백연은 몇가지는 확신하고 있었다.


‘무림인이야.’


처음 봤을때는 그가 무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몸에서 느껴지는 내공 기파도 없었거니와, 여러가지 면에서 무림인과는 동떨어진 인상이었기에.


하지만 신강에 단신으로 이르러, 무덤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말 하나로 노인은 무공을 익혔음이 거의 백이면 백 확실했다. 그렇다는 소리는 그가 짐작도 하지 못할만큼 높은 경지에 닿은 사람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또 하나는.


‘아마도 백여년 전에도 살아 있었던 사람. 혹시 검귀를 만난적이 있나?’


그렇지 않고서야 무덤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을수가 없다. 그런것에 기반해 보았을때, 아마 처음 노인이 이야기 해준것도 전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정체불명의 수상한 인물.


애시당초 그를 구해준 것이 맞는지도 이제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백연은 노인의 뒤를 쫓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노인은 방관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고 있었고, 그만한 고수가 적절히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면 그의 자취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즉 그의 과거와의 연결점이 되어줄 수 없다는 소리.


하지만.


‘만금장은 다르다.’


용봉지회에서 만났던 만금장의 무인. 그의 과거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알다마다. 근데 너. 죽었어야 했을텐데?


그의 과거, 그러니까 이 몸의 과거에 대해 노인과 함께 남아있는 유이한 단서.


‘만금장이 내 과거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다.’


가장 확실했고, 동시에 가장 찾기 쉬운 거대한 흔적이다.


결국 무언가 알기 위해서는 만금장을 들쑤셔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백연이 한숨을 들이켰다.


그 사이 주변의 정리를 마친 제갈명이 백연을 돌아보았다.


“근심거리라도 있으십니까?”

“잊고 있었던 것들이 생각나서 말입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백연의 몸이 특이한 체질이라곤 하나,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겁니다. 해가 된다거나 하는 점은 없어 보이니 말이죠. 외려 장점이라면 모를까.”


말한 제갈명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약선객의 소견입니다.”

“아하하. 믿음이 가는군요. 고맙습니다.”

“아까 부탁한 독초는 여기 있습니다. 필요하면 잎 한장을 꺼내어 씹으면 됩니다.”


백연은 작은 주머니를 받아 챙겼다. 안에는 잘 말린 잎사귀 몇장이 들어 있었는데, 알싸한 향이 코를 찔렀다.


“진찰은 어느 정도 주기로 받으면 되는겁니까?”

“그리 자주 할 필요는 없고, 보름에서 한달 정도 간격 정도면 적당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갈명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백연이 방을 빠져나왔다. 팔 부근에 난 상처는 어느새 피가 멎어 붉게 아물어 있었다. 제갈명의 말대로면 흉도 남지 않을거라고.


그 사이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늦은 오후였다. 집을 돌아 일전 화덕이 있던 뒤편으로 돌아가니 경쾌한 망치 소리가 귀를 울렸다.


깡! 까앙!


쉼없이 흐르는 소리가 두 사람이 동시에 작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석 야장과 탁 노인 두 사람의 손이 번갈아가며 아래로 떨어진다.


전에 보았을때도 느꼈지만, 확실히 경지에 오른 두 사람이었다. 야장으로써의 실력은 전 중원 무림에서도 일류 그 이상. 명장(名匠)이라 부를 수 있을 수준이겠지.


하지만 저런 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선아였다. 재미있는 점이다. 물론 백연은 선아의 실력이 두 야장보다도 높다고 확신하고 있었기에 크게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배분이라는 것은 무시할 요소는 못되니까.


그때 팔짱을 끼고 그들을 지켜보던 선아가 백연의 기척을 느낀듯 이쪽을 쳐다보았다.


“다 끝났어?”


밝게 웃으며 묻는다. 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알려드릴건 다 알려드렸어. 당장 내가 말해준걸 구현하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걸. 우선은 망치를 내리칠때 열양지기를 정확하게 담는것 부터인데.”


화악-!


허공을 가르는 열기가 짙었다. 이제 막 열양지기에 처음으로 손을 대고 있는 모양인지 야장들의 얼굴이 땀으로 번들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백연은 생각했다.


‘한참 걸리겠군.’


잠시동안 그들의 망치질을 응시한 백연이 시선을 돌렸다.


“려려는?”

“자러 갔어. 왠지 엄청 피곤해 하던데?”

“아하. 그럴만도 하지.”


백연이 웃었다. 아마 석려려는 무공을 과하게 연습한 여파로 체력을 전부 소진한 모양. 아직 미진한 외공 수련과 부족한 내공의 양 때문이리라.


“그럼 할일은 다 마친건가.”


백연이 중얼거렸다. 이제 이곳에서 따로 볼 일은 남아있지 않았다. 탁 노인의 집에서 자고 가는것도 방법이지만, 그렇게 폐를 끼칠 생각은 없었다.


선아를 보자 그녀의 눈이 한껏 반짝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피식 웃은 백연이 말했다.


“그럼, 갈까? 저녁 먹으러.”

“좋아!”


생글거리는 선아를 이끌고 백연은 조용히 탁 노인의 집을 벗어났다. 그렇게 걷기를 잠깐.


“와아아......”

“꽤 화려한걸.”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다채롭게 빛나는 운현의 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2 본선(10) +7 24.03.02 2,487 73 16쪽
201 본선(9) +6 24.03.01 2,288 69 16쪽
200 본선(8) +14 24.02.29 2,319 73 15쪽
199 본선(7) +9 24.02.28 2,282 70 15쪽
198 본선(6) +6 24.02.27 2,342 78 17쪽
197 본선(5) +7 24.02.26 2,353 72 14쪽
196 본선(4) +7 24.02.24 2,435 73 14쪽
195 본선(3) +6 24.02.23 2,478 74 15쪽
194 본선(2) +5 24.02.22 2,390 64 16쪽
193 본선 +5 24.02.21 2,415 73 16쪽
192 창염(蒼炎)(2) +6 24.02.20 2,420 72 16쪽
191 창염(蒼炎) +7 24.02.19 2,418 74 16쪽
190 만천(滿天)(4) +6 24.02.17 2,555 79 19쪽
189 만천(滿天)(3) +9 24.02.16 2,476 76 19쪽
188 만천(滿天)(2) +8 24.02.14 2,492 76 15쪽
187 만천(滿天) +6 24.02.13 2,474 71 15쪽
186 성장(13) +6 24.02.12 2,465 70 21쪽
185 성장(12) +6 24.02.10 2,594 73 21쪽
184 성장(11) +7 24.02.09 2,488 69 19쪽
183 성장(10) +6 24.02.08 2,457 72 15쪽
182 성장(9) +5 24.02.07 2,495 69 17쪽
181 성장(8) +7 24.02.06 2,591 69 16쪽
180 성장(7) +6 24.02.05 2,570 68 17쪽
179 성장(6) +6 24.02.03 2,687 71 16쪽
178 성장(5) +6 24.02.02 2,671 71 16쪽
177 성장(4) +4 24.02.01 2,759 67 15쪽
» 성장(3) +7 24.01.31 2,757 72 17쪽
175 성장(2) +4 24.01.30 2,689 72 17쪽
174 성장 +7 24.01.29 2,725 72 17쪽
173 음모(3) +5 24.01.27 2,785 77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