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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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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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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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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성장(2)

DUMMY

※※※



“드세요. 약차(藥茶)입니다.”


탁 야장의 집 안이었다. 한참 바쁘다는 탁 야장과 석 야장은 온데간데 없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망치 소리와 쇠 냄새로 보아 일을 하고 있는 모양.


백연은 자신이 왔다는 것을 굳이 알리지 않았다.


선아의 야장 일을 자주 지켜보아서 알고 있었다. 야금술은 섬세한 작업. 쇠를 만지는 도중에는 무인의 무아(無我)의 경지처럼 주변의 모든것을 지우고 눈앞의 쇳덩이에 집중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온다고.


그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었기에 백연은 야장들의 일을 방해하지 않고자 했다. 일이 끝나면 그때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면 되겠지.


“무슨 약입니까?”

“피를 맑게 해주는 차인데, 그냥 마셔도 향이 좋아 자주 즐깁니다.”


백연은 제갈명이 건넨 차를 가만히 홀짝였다. 그 사이 백연의 앞에 앉은 제갈명이 손을 모았다. 문사풍의 사내가 백연을 침착하게 응시했다.


“가주님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라.”


그가 중얼거렸다.


“무엇이 궁금한지 묻고 싶군요.”

“별건 아닙니다. 다만 제갈가주의 위명은 익히 들었는데, 자세한 것은 아는것이 없어서.”


백연이 답했다.


제갈가주 와룡천견(臥龍千見). 제갈세가의 가주이자 술법무공의 대가. 또한 하령이 눈깔괴물이라 칭했던 인물이다.


그의 힘이 초월을 넘어섰다는 것과, 힘의 방향성이 다른 무인들과는 다르게 매우 독특하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백연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예측하기가 어려워.’


때문에 이번 철야방 사건의 배후에 와룡천견이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제갈세가의 일원에게 와룡천견의 평판을 물어보면 뭐라도 알 수 있지 않을련지.


“가주님은......”


제갈명이 고개를 기울였다. 미간을 지그시 좁힌 그가 고민하듯 턱을 톡톡 두드렸다.


“술법무공의 대가시지요.”

“그건 익히 들었습니다.”

“저 또한 무공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 자세한 대답을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가주님은 갖가지 병장기에도 능통하십니다.”


개중에서도 검(劍)과 선(扇:부채)에 특히 능하지요-라며 덧붙이는 제갈명의 말.


백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제갈세가는 선술에 뛰어나다. 제갈세가 백운만락선(白雲滿樂扇)에 대해서는 그도 익히 들어봤을 정도니까.


그에 더해 대소(大小)로 나뉘는 천성검법(天星劍法)은 제갈세가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선법과 검법 모두 경지에 오를만큼 능통한 것은 어려우나, 충분히 가능하다. 와룡천견쯤 되는 이라면 더욱 그렇겠지.


“경지나 실력에 대해서는 크게 말씀 드릴것이 없군요. 제가 무공 실력이 미진한지라 아는 것이 없어서 말입니다.”

“술법무공은 어떻습니까? 제갈세가의 술법무공은 주로 진법을 기반으로 펼쳐진다 압니다만.”

“맞습니다. 잘 아시는군요. 본래 술법무공이라 하면 흔히 괴황지를 비롯한 매개를 이용해 펼치는 술법무공을 떠올리나, 제갈의 술법무공은 조금 다릅니다.”


제갈명이 말했다.


“법보(法寶)나 검, 부채등을 기반으로 진법을 엮고, 그를 겹쳐 발동하는 술법무공들......이질적이지요. 저는 어릴적 슬쩍 보고 바로 도망쳐서 아무것도 모릅니다만. 하하.”

“매개에 얽매이지 않는군요.”

“자잘한 것을 이용해 펼치지 않는다 봐야 옳을겁니다. 제가 어릴적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것이 있습니다. 세상을 판으로 두고 자연을 돌 삼아 대국을 엮어내는데, 잡다한 것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제갈세가의 자존심이 드러나는 말이다. 광오하다 봐도 좋을 정도였다. 하지만 백연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웃었다.


‘누가 하던 말이랑 한치도 틀림이 없군.’


제갈소백이 저런 말을 자주 했었지. 역시 가문의 피는 속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제갈가주도 마찬가지겠군요.”

“그렇긴 합니다만, 가주님의 힘은 또 다릅니다. 천견이라는 별호대로 가주님의 무공은 보는것에 특화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시선 자체가 술법무공의 일부라고.”

“그렇습니까?”

“역시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합니다. 가주님은 그리 자신에 대해서 설명해줄 만큼 친절한 분은 아니시니까요.”


제갈명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씁쓸함이 감도는 웃음이었다. 어째서일까.


“친절한 분이 아니라는 말은......”

“가주님은.”


제갈명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


“훌륭한 가주이시나, 좋은 사람은 아니십니다.”

“평판이 어떻기에.”

“말 그대로입니다. 세가를 이끄는 일은 물론이요, 양양(襄陽) 일대의 사람들에게도 평판은 좋습니다. 다만, 가주님은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십니다.”


어조에 묻어나오는 감정을 느낀 백연이 조용히 고개를 기울였다.


“당신은 독룡과 친분이 있다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당가주의 성정도 알고 계시겠죠. 그는 철저히 실력을 따지며 후계의 경쟁을 자유로이 풀어놓는 방관자. 한계를 뛰어넘어 위로 가려는 지독한 사내입니다. 그리고 가주님도 천독과 비슷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비슷한 부분이라.”

“가주께서 추구하시는 건 완전한 무결성(無缺性). 그분은 당신 스스로의 무결을 추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힘을 이을 후계도 그리 되길 원하십니다. 여태껏 그 누구도 모든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지요.”


제갈명을 지켜보던 백연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땠습니까?”

“저야 당연히 실패작입니다. 하하.”

“......그 무결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겠군요. 약선객은 뛰어난 의약사 아닙니까. 단순히 무공의 자질을 의미하는 것인지.”

“무공 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방면에서의 종합적인 면모를 일컫는 것이죠. 저도 가주님의 눈이 어디에 놓여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천견이라는 말처럼 가주님은 모든 갈래의 가능성을 보고, 판단하고, 재단합니다.”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 하지만 동시에 무슨 의미인지 알것도 같았다.


와룡천견은 천고에 둘도 없을 자질을 원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런 자질은 원한다고 나타나는 것이 아닐텐데.


백연이 그렇게 묻자 제갈명이 웃었다.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가주님도 그건 알고 계시겠지요. 그래서 몇몇 뛰어난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며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고, 그 속에 천 형님도 포함되어 있는겁니다.”

“그렇습니까.”

“예. 다만 가주님은 만일 그런 자질이 나타나면 양자(養子)로 들이실 생각까지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갈세가에서 말입니까? 가신들의 반발은......”

“가주님이 그런걸 신경쓴 적은 없습니다.”


백연이 헛웃음을 지었다.


제멋대로의 성정인 사람이다. 들은 말만 가지고 보면 독선적인 면모도 강하다. 그럼에도 저리 가감없이 말하는 제갈명의 입에서 훌륭한 가주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도 묘한 부분. 정말로 능력은 뛰어난 사람인 모양이다.


“아, 그리고 가주께선 당신을 보면 꽤 호의적으로 대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질의 이야기입니까?”

“예. 그분은 일관된 분이시니까요.”


덧붙이는 말이 가벼웠다. 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명에게서 많은 설명을 들었다. 들을수록 와룡천견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그림이 잡혀갔다. 동시에, 백연의 생각도 확고해졌다.


‘와룡천견은 아니다.’


철야방 사건의 배후에 있는 술법무공의 무인. 와룡천견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이유는 별다른게 아니었다.


‘자존심이 드높은 사람이 그리 움직일 가능성이 낮아.’


독선적이고 광오한 제갈가주. 무결을 추구한다 말할 정도이다. 그런 이가 이런 방식으로 뒷공작을 펼친다고? 쉬이 생각하기 어려웠다. 물론 그런 허점을 찔렀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술법무공의 방식 자체도 알고 있던대로 제갈세가의 것과 거리가 멀어.’


갖가지 요소를 종합해 보았을때 모산파에 무게가 훨씬 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 생각을 정리한 백연이 제갈명을 쳐다보았다.


“감사합니다. 참고가 좀 되겠군요.”

“무슨 연유로 물으신지는 모르나,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때였다. 방문이 끼익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허이고, 왔으면 말을 하지 그랬소.”


막 일을 끝마치고 곧바로 달려왔는지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노인. 탁 노인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백연을 보고 반가워하는 기색. 하지만 저 반가움의 이유는 아마 선아에게 있을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탁 노인의 이어지는 질문은 선아에 관한 것이었다.


“크흠, 그래서 장인께선 오셨소......?”

“예. 선아도 같이 왔습니다. 밖에서 려려랑 같이 있었을 것인데 못 보셨습니까?”

“그랬구먼. 대장간이 건물 뒤편에 있어서 몰랐지. 지금 바로 나가서 인사를 드려야겠소.”


재빠르게 방을 빠져나가는 행색이 급했다. 선아만을 오매불망 기다린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갈명이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선아라고 했지요? 뛰어난 야장이신가 봅니다.”

“지금은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기술의 전승자니까요. 그 실력도 그렇고 여러모로 야장들 사이에서는 귀히 대접받을 수 밖에 없겠죠.”

“저희로 치면 의선(醫仙)이군요. 하하. 그렇잖아도 이곳에 머무는 동안 백연과 더불어 이름을 많이 들어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보니 어땠습니까?”

“착하고, 활달하고, 좋은 사람이더군요. 그리고......”


제갈명이 말끝을 흐리며 백연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이 묘하게 반짝거렸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듯이.


“당신을 많이 아끼는 모양입니다. 알고 계시는가 궁금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건 다들 마찬가지인데......”

“음.”


제갈명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깃들었다.


“모르는군요.”

“예?”


알 수 없는 말에 백연이 반문하자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슨......”

“잘해주십시오. 외로움이 깊어지면 마음의 병이 납니다.”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인지하고 있는 바였다. 선아가 활기차고 건강한 소녀라곤 하나 천관의 빈자리를 완전히 지워낼 수는 없는 것이다. 주변에서 공백을 끊임없이 채워줘야겠지.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이 누군가가 또 방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석 야장이었다. 그가 백연을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간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예. 덕분에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의원님을 보내주신 뒤로 려려의 증세도 눈에 띄게 좋아져서......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이 한결 후련해 보였다. 석려려의 증세가 많이 나아진 영향도 커 보였다.


그를 잠시 지켜보던 백연이 입을 열었다.


“혹시 다른 이들이 찾아온 적은 없습니까?”

“다른 이들이라면......아니요. 없습니다. 방주께서도 자주 확인을 해주고 계십니다. 하오문도들이 주기적으로 근처를 경계해주지요. 덕분에 안심하고 있습니다.”


백연이 머리칼을 매만졌다. 약간의 고민이 일었다.


이곳, 운현에 석 야장을 끌어들이며 암약한 세력이 있다. 아직도 도시에 머무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전에 석 야장을 죽이려 달려들던 것도 그렇고, 위험한 적이 많다.


‘하오문으로 충분한가.’


무영방의 본대나 흑랑 정도가 붙어있으면 안심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철야방주 본인이 곁에 있어줄 수 있는것도 아니니.


백연은 석 야장의 목숨 자체에는 무게를 별로 두지 않았지만, 석려려의 할아버지의 목숨에는 무게를 두었다. 선아의 말대로 아이에게는 죄가 없으니까.


더불어 석려려는 물론이고 탁 노인도 피해를 봐서는 안될 일이다.


‘어쩌면 청해로 일찍 보내는게 나으려나.’


차라리 옥수에 가 있으면 오히려 안전할수도 있다. 곤륜파도 그렇고, 그곳에는 팔영을 비롯한 무영방의 무인들이 수두룩하다. 루주를 위시한 천라방 사람들도 있고.


하지만, 역시 걸리는 것은.


“약선객. 당신의 무위는......”

“아시잖습니까. 하하. 저는 두 분 야장 어르신들보다도 약합니다.”

“청해 옥수까지. 안되겠지요?”

“두분 어르신과 려려를 데리고 말입니까?”


제갈명이 반문했다. 그 말에 백연이 한숨을 뱉었다.


“안되겠군요. 네 사람이서 청해까지 가는건 역시.”

“음, 표국이나 상단에 끼어가면 괜찮을 듯 싶기도 합니다만.”

“지금은 그런 상행이 없을겁니다. 막 한창 비무제전이 진행중이니.”


너무 위험했다. 네 사람을 미리 옥수로 보내놓을 생각을 해봤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백연 자신과 곤륜파가 사천까지 향하는 길목 내내 검을 휘두르며 왔다.


난세다.


지금 운현과 무당산은 그 어느때보다도 강대한 정파의 힘이 모여있기에 체감이 되지 않을 뿐.


이런 시기에 무공을 익히지 않은 네 사람이 청해 옥수까지 가는 것은 죽을 가능성이 둘에 하나는 된다. 지나친 위험이다.


“비무제전이 끝날때까지 기다리는게 맞겠습니다. 저희 문파와 함께 이동하는게 최선이겠군요.”

“괜찮을겁니다. 철야방주께서 살펴주신다고도 했으니 말입니다. 대협께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만일을 고려해 생각해봤습니다만, 당장은 방법이 없으니까요.”


백연이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석려려의 재능이 워낙에 뛰어난 탓에 그것이 알려지면 더욱 위험해질까 생각해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허나 다시 고려해봐도 당장에 방법이 없었다. 백연 자신이 비무제전을 포기하고 움직일게 아닌 이상에야.


“올라갈때 철야방주에게 따로 한번 더 언질을 해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협.”

“그럼 비무제전에 끝날때까지 이곳에서 잘 지내주십시오.”

“예.”


고개를 숙인 석 야장이 사라지고, 제갈명이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혹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갈세가의 힘이라도 빌려볼테니 걱정 마시지요.”

“그게 되는겁니까?”

“천 형님께 말하면 한번쯤은 문제 없습니다.”


여상히 말한다. 그 어조에서 사실임을 확인한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세가의 힘. 빌릴 일이 없는게 최고지만 뒷배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일이 터지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안터지는게 낫겠지만요.”


백연이 미소지었다.


석려려의 상태도 확인했고 선아의 팔도 치료했다. 지금쯤 선아는 탁 노인에게 백철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고 있겠지.


철야방의 일도 끝냈으니 당장 이곳에 내려온 목적은 전부 완수했다. 이제 조금쯤 여유로워져도 좋을 일이다.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다시 무당산에 올라가야죠. 길이 짧지는 않으니 하루쯤은 운현에 묵고 올라가겠습니다만.”

“예선이 끝났나봅니다.”

“예. 곤륜파의 일정이 조금 일찍 마무리 된 터라.”

“허면 시간이 조금 남겠군요.”


제갈명의 질문이었다. 백연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갈명이 말했다. 그가 백연을 투명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마치 눈앞의 몸을 꿰뚫어보듯 강렬한 눈빛.


“일전 말씀 드린것을 기억하시겠지요.”

“진료 말입니까?”


백연이 말하자 제갈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번에는 진료는 아닙니다만, 백연 당신의 몸을 한번 살피고 싶습니다.”


뜬금없는 발언. 그러나 제갈명의 눈은 더없이 진지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호기심입니다. 저는 의약사인지라 사람의 몸에 언제나 관심이 많은데, 당신은......”


그가 표현을 고르듯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독특하니까요.”


백연이 잠시 제갈명의 표정을 가늠했다.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째서 이 사람이 백연 자신의 신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아마 저번에 말한 냄새에 예민하다는 말과도 관련이 있을 터.


그로써도 딱히 손해볼 것은 없는 제안이었다. 제갈명에게는 석려려의 치료로 빚을 지기도 했고, 그도 환골탈태한 자신의 몸에 대한 궁금증이 없지는 않았다. 아무리 스스로의 몸을 관조할 수 있다곤 치더라도 그것으로 전부 알 수 있는건 아니니까.


그리고 백연은 스스로의 몸이 특이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일전 신강에서 풍백이 말했던 바 있다. 그의 신체는 영물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약선객은 그의 몸에서 뭘 알아낼 수 있을까.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단, 알아낸 것을 전부 저한테 말해줘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와주시지요.”


약선객이 옆의 방 한칸으로 그를 안내했다. 약재가 가득 쌓인 작은 방은 제갈명을 위해 마련된 장소인 듯 보였다. 그곳에 들어선 그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는 무엇 하면 됩니까?”

“가만히 있으시면 됩니다. 우선은.”


스윽.


옅은 소리가 들렸다. 어느 순간 돌아선 제갈명의 손에는 작은 칼이 들려 있었다. 섬뜩한 예리함을 발하는 날붙이를 든 제갈명이 빙긋 웃음을 지었다.


“당신의 피부터 확인해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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