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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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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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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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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7)

DUMMY

백연은 두 번 보았다.


첫번째는 검왕의 심상에서, 검귀의 몸으로 엮어냈던 검로.


만전의 검귀가 펼쳐낸 검법이었다. 더욱이 검왕과 합을 나누며 극도로 고양된 상태에서 오지 않은 가능성을 내보였던 일이다. 재현할 수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


두번째는 백연 자신의 심상에서였다.


청휘의 비급을 보고 태청신공을 만들기 위해 하령의 술법무공으로 심상에 진입했었다.


그 속에서 반으로 갈라진 세상 속, 적양공이 상징하던 화염의 대지 위에 느릿하게 고개를 쳐들던 하얀 불꽃.


적양공과 적화검류의 끝에 다다랐을때 어떤 경지에 이를지 막연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었는데, 백연은 그 역시 손아귀에 쥐지 않았다.


반대편으로 흐르던 현음공의 검은 바다로 드러나던 가능성도 마찬가지.


대신 백연은 둘을 합일시켰고, 그로써 태청신공이라는 뇌광을 손에 쥐었다.


“나는 가능성을 마주했고, 선택을 했어. 지금도 백화를 엮어내고자 정진하면 나아가지 못할 일은 아니지만......”


그러고자 하지 않았다. 백연은 그것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저는 자질이 있어.”


설향이 미간을 좁힌다. 납검한 그녀가 백연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모르겠어. 어째서 나야?”

“어째서냐고 묻는다면, 이런 의미지.”


백연이 검을 치켜들었다. 순간적으로 그가 몸에 두르고 있던 흰 뇌광이 삽시간에 붉은 화염으로 뒤바뀌었다. 동시에 소년의 신형이 전진하며 번개같은 검로가 허공에 피어올랐다.


한없이 붉은 열기가 허공을 짙게 물들인다. 불꽃을 휘감은 검이 일곱번에 달하는 연격을 동시에 펼쳐내었다. 단 한번에 상대를 꿰뚫어 난도질 할듯한 전진 검로가 대기를 따라 새겨졌다.


직후 멈춰선 백연이 설향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허공에 잔존하는 검로의 잔영 사이로 소년의 눈매가 휘어졌다.


“이거, 방금 사저가 펼쳤던 검법 초식이야.”


설향이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저런 검법을 펼쳤다고? 처음보는 초식이다. 그 형태가 적화검류의 검로를 응용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기억 안나?”

“......응.”

“아직은 감각에 의존하는구나. 여튼 좋아. 사저는 적화검류의 초식을 해체해 새로운 검로를 엮어냈고, 그건 전적으로 사저의 감각에 따른 결과물이야.”


다시말해. 백연이 덧붙였다.


“사저는 적화검류의 초식을 새로이 만들어냈다는 말.”


이례적인 재능이다.


검법 초식은 수없이 많고, 변형도 다양하다. 허나 이미 정형화된 초식을 변형해 펼치는 것과, 새로운 초식을 엮어내는 것은 별개의 일. 방금 전 화화구벽에 이어 기습적으로 전진하는 검로는 백연이 엮어낸 적 없는 새로운 것이었다.


온전한 설향의 검로.


간극 속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이어낸 모양이다. 그 결과로 백연은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이건 다른 자질이야. 단순히 강하고, 잘 싸운다고 해서 이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


초식의 개변(改變).


세상에 수많은 무인들이 있지만 무공 그 자체를 파고들어 손을 대는 이들은 적다. 강해지는 자질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에 대한 감각과, 이미 존재하는 초식을 해체해 새로 엮어낼만큼 자유분방한 사고방식, 그리고 하나를 깊이 파고드는 탐구심과 인내심 등......


각종 요소가 필요하다. 설향은 그것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말해주는 거야. 백화(白火)의 가능성을.”


사형들중 누군가가 하얀 불꽃에 닿을 수 있다면 백연은 그것이 설향이리라고 생각했으니까.


설향이 손목을 매만졌다. 백연의 말을 듣고서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하얀 불꽃이라는거지.”

“맞아.”

“아직은 잘 모르겠어. 지금까지 나는 네가 가르쳐준 것을 배웠고, 다른 길로 나아간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으니까.”


스스로 엮어나가야 하는 상황을 상정해본 적이 없다. 그럴 생각도 본래 없었다. 백연이 말하기 전까지는 그런 행위를 하고 있는줄도 몰랐으니까.


허나.


“그래도, 너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지?”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고갯짓. 태연한 표정의 사제를 보며 설향은 그가 진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되는거야?”

“어떻게란 없어. 검로를 파고들고, 더 나은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 속에서 이 초식보다는 이렇게 하면 낫지 않을까? 이렇게 휘두르면 파괴력이 배가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전부 발전의 일환이니까.”

“......”

“그래도 막막할테니 무언가를 알려주자면.”


백연이 씩 웃었다.


“우선은 비급에서 시작해. 적화검류의 비급에 있는 모든 구결과 의념. 온전히 사저의 것이라 생각될 정도가 되면 그때부터 무언가가 보일거야.”

“알겠어. 시도해볼게.”

“청율 사숙에게 달라고 하면 될거고.”


설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재차 무언가가 생각난 듯 물었다.


“간극은 대체 뭐야?”


간극에 대해서 묻는다. 백연이 말한 간극이 무엇인지 설향은 어렴풋한 느낌으로 알았지만,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었다.


그에 백연이 답했다.


“말한대로야. 간극은 다음 경지로 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계. 무공을 익히고 투로에 익숙해져 검을 휘두르며 사고하는 것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사람은 저도 모르게 생각이 점점 빨라지게 되지.”


싸움이란 그렇다. 아주 미세한 찰나에 수십가지 대응책과 상대의 행동을 생각해 수싸움을 하는 것이 그 본질.


내공을 몸에 담은 자들은 그런 상황의 반복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고를 가속시킨다. 아주 미미하게나마 조금씩 빨라지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 행동이 생각을 앞서. 이건 사저도 전에 이미 경험해봤을거고.”

“맞아.”


설향이 동의했다. 그 상태는 이미 겪어보았다.


백연과의 끊임없는 대련. 그 속에서 백연은 언제나 설향이 아슬아슬하게 반응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공격했다. 그것을 막아내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속도에 익숙해졌다 싶을때가 되면 다시 백연은 속도를 올렸다.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다, 어느 순간 설향은 자신이 백연의 공격을 보기 전에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이 행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경.


몸에 새겨진 감각이 반사적으로 싸움을 이끈다.


“그게 바로 간극에 진입하기 직전의 상태야. 끊임없는 훈련으로 감각과 육체가 고양되어 생각하지 않아도 투로를 이끌 수 있는 지경. 하지만 그것으론 상대를 쉬이 이길 수는 없어.”


많은 무인들이 가장 괴리감을 느끼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고와 반응의 괴리. 그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맞추지 못하거나, 너무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물면 드물지만 주화입마가 오기도 한다.


허나 그 괴리감을 넘어서, 사고와 반응을 합일시킬 수 있다면.


“앞서나간 육체의 반응에 사고가 일치하게 되는 순간, 찰나를 수십, 수백으로 쪼개어 살게 되는거야. 그걸 바로 간극이라고 부르고.”

“반응에 사고가 일치한다라......”

“주변의 모든게 느려지고 가속된 시간 속에서 상대와 공방을 겨루게 되지. 이름 좀 있는 무인들이 대부분 다다르게 되는 위치. 칠룡은 물론이고 구파와 오대세가에서도 재능 있는 후기지수들은 이미 간극에 닿았을거야.”


백연이 말했다.


“그것으로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기도 하지. 같은 간극에 이르렀다고 해도 사저가 아직 뇌룡과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는 못하니까.”


아예 빛살로 인지되던 움직임이 이제 눈으로 좇을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설향이 간극에 도달한 나이가 압도적으로 빠르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무공 수련 기간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재능이라 봐도 좋았다.


그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 설향이 되물었다.


“사형들도 간극에 닿았어?”

“무진, 단휘, 소홍 사형은 이미 닿았어.”

“그랬구나.”

“청율 사숙도 마찬가지고.”


싸움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청율은 조금 이례적인 경우지만.


미간을 좁힌 백연이 중얼거렸다.


“특히 단휘 사형은......사고가 앞서고 몸이 따라가던데.”

“그게 무슨 말이야?”

“반응이 먼저가 아니었어. 몸은 못따라가는데 간극을 먼저 익혀버려서 억지로 몸을 움직여 속도를 맞추는 지경이었거든.”


백연이 고개를 저었다.


용봉지회때의 단휘였다. 금원방주를 만나고 저도 모르게 간극의 재능을 깨우쳤다고. 나중에 말한 바로는 금원방주가 그때 바로 단휘를 죽여버리겠다 다짐했다고 했다. 그만큼 위험성을 느끼게 만든 것이다.


백연 또한 그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기에.


‘상단전 영성이 뛰어난 것인지.’


독특한 사형이었다.


“여하간 간극에 닿지 못했으면 뇌룡을 상대로 버티기는 힘들었을거야. 그렇지만 이제는 조금 가능성이 보이네.”

“열합을 버틸 수 있을까?”

“열합이라.”


백연이 웃었다. 미묘한 표정이 섞여들어있는 웃음에 설향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왜? 안되는거야?”

“아니......목표가 소박하다 싶어서.”


처음에는 어렵다 생각했다. 하지만 설향의 발전 속도는 지나치게 빨랐다. 백연 자신도 이제 뇌룡과 설향이 붙었을때의 결과를 쉬이 예측하지 못할만큼.


어쩌면 언제 붙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지도 몰랐다. 본선 첫주차가 아니라, 꽤 올라간 위치에서 붙는다면. 설향에게 일주일에서 이주 정도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암천은 확실히 이끌어 낼지도.’


뇌룡은 백연 자신이나 검룡을 상대하기 위해 아껴놓고 있다 했지만, 과연 끝까지 그럴 수 있을까.


“사저는 잘 할 수 있을거야.”

“고마워.”


설향이 희미하게 웃었다.


“우선 오늘은 많이 무리했으니 운기요상부터 하고.”

“그렇게 할게. 저녁에는 적화검류의 비급을 좀 봐야겠네.”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자신이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은 전부 해주었다. 설향은 간극의 벽을 돌파하는 것에 성공했고, 적화검류의 가능성도 인지했다.


아직은 간극에 자유자재로 진입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번 벽의 틈을 비집고 넘어선 이상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 정말로 뇌룡과 맞붙을 수 있는 시작점에 선 것이다. 이제부터 어디까지 나아가느냐는 설향 본인의 손에 달려 있다.


정말로 백화라는 별호를 손에 거머쥐고 뇌룡과의 승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가능할거야.’


백연은 그리 믿었다.



※※※



이튿날이었다.


예선은 전날 저녁에 이미 전부 끝난 시점. 본선이 시작되는 날은 다음날부터이니, 오늘은 모두의 휴일이라 할 수 있을법 했다.


언제나 북적거리던 무당파 경내도 조금쯤은 한가해진 상황이다. 예선에 떨어진 무인들 중, 이곳에 남아 견문을 쌓고자 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집이나 각자의 문파로 향하는 이들이 꽤 있었으니.


남은 이들에게는 회복의 시간이었다. 제각기 가진 무공을 다듬거나 휴식을 취하며 본선을 바라볼 시점.


본래라면 아침부터 수련을 하느라 시끄러웠을 곤륜파의 전각도 조용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휴일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왔어?”

“아직이다.”

“오래 걸리네.”


단휘와 무진의 대화.


무당파 경내가 아니었다. 예선 경기가 열리던 무연봉 위. 모여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예선에서 보았던 얼굴들인데, 간간히 구파와 오대세가의 인물들도 끼어 있었다.


“사람, 많으니까.”


소홍이 조용히 답했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하나같이 일정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대회장의 바로 바깥. 예선 기간 내내 매일 아침마다 그날의 대진을 공표하던 거대한 나무판 앞에 모여든 인파가 구름같았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나무판 위는 아직 텅텅 비어있었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힐끔거리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막내야, 규칙이 뭐라고 했지?”


연청이 물었다. 바위에 걸터앉아 꾸벅꾸벅 졸던 백연의 귓가에 확 틀어박히는 목소리였다.


“......으음? 뭐?”

“졸리면 가서 자라. 피곤해 보이는데.”

“하암, 아니야.”


도현의 말에 백연이 고개를 저었다.


“대진은 보고 가야지.”

“네가 안봐도 알려줄텐데.”

“그럼 재미가 없잖아.”


씩 웃은 백연이 졸린 눈매를 매만지고 연청을 돌아보았다.


“대진 규칙? 간단해. 예선을 통과한 무인은 총 일백 스물 여덟명. 그리고 본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구파와 오대세가의 무인들의 총합은 일백 스무명 언저리.”


그들을 전부 모아 하나의 대진을 만든다. 일대일 대진을 통해 끝없이 위로 올라가는 구조. 그 사이에서 처음에 있는 규칙은 단 한가지였다.


“예선을 통과한 이들은 자기들끼리 맞붙을 수 없다. 즉 사형들을 비롯한 모든 예선 통과자의 본선 첫 상대는......”


그때였다. 사람들의 인파 사이로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무당파의 무인 몇이 커다란 종이를 들고 나무판 앞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구파와, 오대세가의 무인들 중 하나라는 소리.”

“......나왔다.”


긴장이 서린듯한 도현의 목소리에 백연이 웃음을 흘렸다.


“그럼, 보러 갈까?”

“다녀와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청율을 뒤에 남겨둔 소년 소녀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무당파의 무인들이 나무판 위에 붙인 대진표 위로는 문파와 세가, 그리고 무인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예선 기간동안은 당일 아침에 일정이 나왔지만, 본선은 달랐다. 경기가 있기 전날에 미리 대진이 공표되고 경기가 치뤄지는 방식. 사이사이 휴일을 두고 며칠 간격으로 경기를 치루는 본선 특성상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대진이 발표되는 첫날이 바로 오늘.


“칠룡만 안만나면 좋겠군.”

“암화도 안만나야......음? 저기 암화인가? 대진을 보러 왔나본데.”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많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자 대진표의 이름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형들 사이에서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음, 나는 종남파인가.”


무진이었다. 뒤이어 단휘도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다.


“나는 제갈세가군. 직계는 아닌가본데.”

“세상에, 청율 사숙은 소림의 이대제자랑 만나는데? 저 이름 들어봤어. 금강(金剛) 각정!”


연비의 놀라움이 섞인 목소리에 백연이 눈을 깜빡였다.


‘운이 안좋네.’


결과가 예측하기 어려웠다. 소림사에서 이름이 있는 이대제자. 청율로써도 쉬이 맞서기 어려울 상대이다. 하고많은 구파와 오대세가의 무인들 중에서도 뛰어나다 평할 수준의 무인.


‘재밌는데.’


백연이 씩 웃었다. 본격적으로 강력한 상대들과 맞붙기 시작했다는 실감이 났다.


뒤이어 나오는 이름들도 약하지가 않았다. 조금쯤은 수월할 상대들을 만난 사형들도 있었지만, 반대급부로 어려운 대진에 걸린 사람들도 있었다.


“......악예성이야. 이런.”


이결이 중얼거렸다. 미묘한 표정이었다. 그의 말에 다른 이들이 한마디씩 보태었다.


“산동창협(山東槍俠)? 뇌룡만큼은 아니지만 동 나이대에는 적수가 없다던데.”

“악가의 삼남. 너보다 어리지 않나? 가서 연장자의 힘을 보여주라고.”

“도현이 너나 잘해.”

“하핫.”


각정을 만난 청율, 악예성을 만난 이결을 비롯해, 설향과 소홍또한 쉽지 않은 적수를 맞이했다.


“화산파.”


설향이 중얼거렸다. 언제나와 같은 시선으로 적혀있는 이름을 바라보는 얼굴이 무표정했다.


“이대제자 진려.”

“설중매(雪中梅) 진려로군.”


답하는 무진의 목소리에 걱정이 섞여들었다. 그가 설향을 힐끗 응시했다.


“괜찮겠냐? 검룡 이전부터 화산파의 재능으로 이름을 날린 무인이다. 강해.”

“상관 없어요. 누구를 만나던.”


그 말에 무진이 어깨를 으쓱이고, 뒤이어 소홍도 나직히 말했다.


“익숙한 얼굴.”


그의 말대로였다. 소홍의 상대는 청성파 이대제자 청하검(靑霞劍) 단미랑.


적운검(赤雲劍) 단향목과 더불어 청성파를 이끌어나갈 인재라고 평가 받는 무인이니만큼 그 이름이 드높았다. 백연 또한 일전에 만났을때의 그녀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단향목과 함께 뛰어난 기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눈길이 빠르게 대진을 훑었다.


속삭이는 목소리 사이 자주 이목을 끄는 이름들도 있었다. 칠룡을 비롯해 뛰어난 이대제자들의 이름. 별호.


그러나 그 중 단연코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름은 하나였다.


“......백연아. 이거.”


백연이 사형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대진표를 응시했다. 곳곳에서 속삭이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컸다. 자신의 이름과 별호가 메아리처럼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 상대가 될 사람의 이름도 함께.


“으음.”


백연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 사이. 본선 첫번째 대진의 가장 큰 화제가 될 두 이름이 나란히 올라 있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천당가의 당진천.”


당가주 천독의 첫째 아들이자 당소하의 배다른 형제. 세간에서 비화(飛花)라는 별호로 불리는 당가의 무인.


본래라면 적법한 소가주가 되었어야 할 인물의 이름이, 백연과 함께 나란히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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