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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85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8.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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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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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8. 혈석 (3)

DUMMY

18. 혈석 (3)


폐병원의 다 막아 놓은 병실 여기저기 보이는 병원의 이름.


“성동병원, 청두파 놈들이 쓰는 건물이잖아······?”


이우람이 왜 이곳에 날 처넣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 내가 왜 당한 것인지도 정녕 모르겠다.


‘매복? 골목에서 나올 때, 뒤를 맞았는데······ 그 골목엔 아무도 없었잖아?’


“몰라 씨!”


뒤통수가 얼얼해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분명 다친 건 확실한데 만져보니 이렇다 할 흉터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인색터에게 배를 찔렸을 때처럼.


“모르겠다고 시발!”


하지만 그것 역시 이해가 가질 않았다.

터무니없는 상황에 인지부조화가 올 것 같았다.


“하.”


짧다면 짧은 언더커버 생활하며 별의별 일은 다 겪었다고 자부했는데 지금의 상황은 오롯이 뿌옇게 흐리기만 했다.


“이건 또 뭐야?!”


하지만 그것보다 나를 더 미치게 하는 건 병실 서랍장에 달려 있던 의문의 ‘표’였다.


“차트?”


나는 내게 붙어있던 표를 살폈다.


[ No.2530320 ]

[ 나이 : 만 30세 ]

[ 실험 대상, 추출 예정 ]


여기 더 있다간 꼼짝없이 무슨 실험체로 쓰일 예정이었다.


“나가야 해······!”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다 탈출구를 찾았다. 창문을 막고 있는 나무판자는 부수거나 뜯기란 딱 봐도 불가능했다.


덜컥-


“제길!”


당연하게도 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다.


“쓸만한 게······ 어?”


문고리를 내리칠 만한 걸 찾다가 나무판자에 박힌 못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것처럼 드릴로 박은 게 아니라 원래 이 나무판자가 여기를 막기 전부터 박혀 있는 것 같았다.


“좋아.”


나는 내 왼 팔뚝에 칭칭 감겨있던 붕대를 풀고 못에 촘촘히 묶어 감아쥐었다.


“해보자······!”


그렇게 지렛대를 이용하는 것처럼 내 팔꿈치 뼈를 나무판자에 고정한 채 손목을 잡아당겼다.


끼익- 틱!


“하!”


깊게 박힌 못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걸 든 채 내가 누워있던 침대로 다가갔다.


“하아, 여기 이거······.”


안전바 쪽에 있는 나사를 못으로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크흑!”


하지만 더럽게 뻑뻑했다.


‘이런 개 같은······!’


끼릭- 끼릭- 끼릭-


못으로 겨우 나사를 굴릴 때마다 손 틈 사이로 생채기가 났다.

아니, 차라리 못이 살에 파묻혀 고정되기라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만큼 절박했으니까.


“여기 있을 시간 없다고!!!”


텅-


겨우 나사를 다 풀자, 안전바가 떨어져 나왔다.


“하아······ 하아······.”


빌어먹을.

아직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인지 곧 죽을 것처럼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이걸로 이 거지 같은 병실을 나설 수 있으리라.


‘지금은 이 병원을 살필 여유가 없어. 여기서 무슨 실험을 했든 간에 그딴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일단 빨리 나가야 해······!’


밖에서 잠입하는 계획이 순간 밖으로 탈출하는 계획으로 뒤바뀌었다.

그러자 뿌옇게 흐렸던 것이, 지금 안전바를 잡은 두 손에 흐르는 고통처럼 명확해졌다.

안전바를 문고리와 문 사이를 겨냥했다.


“시발!”


쾅-!


역시 한 번으로는 부족한가?


“열리라고!”


쾅-!


문고리가 떨어져 나가기 전에 내 팔이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고통은 언제나 생각을 날카롭게 벼린다.

이우람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것이든,

내 몸뚱이로 무슨 거래를 했고 또 그 결과 무슨 실험을 하게되는 것이든,

왜 반장이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었고 지금 역시 왜 뒤통수에 아무런 상처도 남지 않은 것이든.


“후우······.”


심호흡을 깊게 하고 다시 문고리를 내리찍었다.


“흡!”


콰직-!


“됐다······!”


다행히 세 번의 시도 끝에 문고리가 떨어져 나갔다.

그 문고리가 있던 자리로 먼저 박을 살폈다.


‘인기척은 없어.’


밖은 안처럼 병원으로서 아무런 기능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 말인즉, 청두파 놈들이 이곳을 사용하는 곳은 따로 있고, 병실이 있는 이 층은 실험 대상자들을 말 그대로 저장해 두는 ‘저장고’라는 뜻일 터.


‘실험 시간이 아닌 이상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단 거겠지.’


하지만 이렇게 바로 나가도 되는 걸까?

혹시 여기 실험에 대한 단서가 있지 않을까?

이계인에게서 혈석을 100%로 추출하는 제조법에 관한 단서가?


“집중해!”


날카롭게 벼려진 정신이 오히려 생각을 더 휘몰아치게 하고 있었다.

우선은 나가는 것만, 일단 다른 생각은 그것을 위해서 덮자.


‘성동병원. 내가 반장이 준 서류를 확인했을 때 처음 생각했던 침입 루트는 지하, 하지만 지금 상태로 보니 엘리베이터 같은 건 이용할 수 없을 거고. 아니지, 생각해 보니까 엘리베이터는 간부만 이용하지 않을까? 제조법이 있는 그 층으로 바로 올라오기 위해······.’


“젠장 집중하라고!”


나는 내 머리를 세게 친 뒤 떨어져 나간 문고리를 붕대로 묶어 철퇴처럼 만들었다.


‘아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건 일단 버리자. 차례차례 계단을 밟아 내려가면서 한 놈씩 상대하는 게 더 좋아.’


까드득-


“이거면, 충분해······!”


휘릭-


급조한 문고리 철퇴를 휙휙 돌려봤다.

여러 번 쓰긴 어려워도 제대로 머리를 가격한다면 상대가 아무리 튼튼하기로서니 거뜬히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끼이익-


그렇게 모든 준비는 끝, 병실 문을 열고 나섰다.


“가자.”


#


그렇게 밖으로 나오자마자 있었던 프론트는 전부 부서져 있었기에 따로 살피진 않았다.

바로 고개를 돌려 어디가 비상구와 가까운 곳인지 살폈다.


“하.”


하지만 통로라고 부를 수 있는 복도는 의자와 책상, 그리고 병실 침대 여럿을 쌓아 막아 놓은 상태였다.

도대체 여기서 뭘 했길래 이런 걸 만들어 놓은 거지?

아니, 역시나 고민할 시간 따윈 없다.

나는 서둘러 쌓인 침대 아래로 몸을 숙여 밀어 넣었다.


“큭!”


좁은 틈이었지만, 어찌어찌 움직일 수 있긴 했다.

여기서 내가 뭘 잘못 건드려 무너진다면 죽겠지.

아니, 계속 기어가다가 막혀있어도 죽을 거야.

나가더라도 누군가 날 기다리다 칼로 찌르면 죽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딴 거 알까 보냐.


“시발!!!”


쾅-!!!


“하아.”


다행히 복도의 끝까지 온 모양이었다.

병실에서 내가 있는 곳이 몇 층인지 확인하진 못했지만 우선 비상구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좋아 이대로······.”


끼익-


“어?”


순간,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문이 먼저 열렸다.

그 틈으로 인간 하나가 날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음? 넌 뭐냐?”


충혈되어 뭔가를 찾는 눈, 칼을 든 채였다.


“형님, 여기 실험체 하나······.”


콰직-


실험 시간이 됐나 보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지.


“커헉······!”


상대는 칼도 쓰지 못한 채 머리가 터져 쓰러졌다.


땡-


칼이 떨어지며 큰 소리가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서둘러 시체를 내 쪽으로 끌어당긴 뒤 칼을 챙겨 쓰러진 인간의 몸을 살폈다.


“청두파.”


청두파의 말단 간부 ‘가장 똑똑한 놈이’ 부리는 조직원이 틀림없었다.


‘실험이 시작되려고 해서 날 데리러 온 게 틀림없어.’


쿠당탕탕탕-!


그때, 밑에서 누군가 요란하게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제길······!”


상대의 칼이 들어오는 범위보다 내가 문고리 철퇴를 휘두르는 범위가 더 클 테니 칼은 일단 저 멀리로 두고.

다시 문고리 철퇴를 잡아 든 뒤 문 옆에 섰다.


“후우······.”


머리가 울린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

여기서 조직원을 상대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라고 할 수 있나?


‘실험실이 어디 있을 줄 알고? 만약 여기 제조법이 있다면, 가장 똑똑한 놈이 이 근처에 있다면 어떻게든 제압하고 나가는 게 일을 두 번 안 해도 되는 거지 않을까?’


내려가야 하나? 아니면 올라가야······.


철컥-


하지만 다짐하지 않았던가.

뭐가 되었든 간에 일단은 나가는 것만 생각하기로.


“흡!”


퍽-!


들어오는 인간 하나가 문고리 철퇴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하지만 상대 쪽도 이미 예상했던 것인지, 앞 사람이 쓰러지든 말든 칼을 밀고 하나가 더 들어왔다.


“넌 뭐야!”


끽-!


하지만 미리 문고리처럼 놓아뒀던 조직원 하나 때문에 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렇다면 칼보다 내가 리치가 더 길다.


“이, 이런 개······.”


콰직-!


#


“하아, 하아 둘이 끝이었나?”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체계적으로는 아니어도 확실히 움직이고 있다.

아래서부터 올라오고 있었으니 나 역시 아래로 내려가서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할 터.


‘다른 놈들이 오기 전에 일단 아래로 내려가서 몸을 피하자.’


이 문고리는 얼마나 더 버티지?

아니, 그 전에 내 몸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지?


‘그리고, 잠깐이라도 쉬어야 해.’


우선 이 새끼들을 안으로 넣어두고······.


끼익-


하지만, 아직 한 명이 남아 있었다.


“이런······!”


쓰러진 놈들을 안에 놓던 중이라 자세가 좋지는 않았지만, 철퇴를 아래에서 위로 제대로 긁어 문틈 사이로 휘둘렀다.


휭-


하지만 보기 좋게 허공만 가를 뿐 뭔가 부딪히지 않았다.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어서였다.


“넌 뭐냐?”


이번에 문을 열고 들어온 상대는 인간보다 훨씬 큰, 반장과 같은 붉은 피부의 오크였으니까.

검은 양복 카라 배지에 있는 소나무 문양, 적송이었다.


“넌 뭐냐?”


그런 놈이 흉악한 살기를 띠며 한 손으로 문을 열었다.


까드득-


내가 나간 뒤 문을 막으려고 대놓았던 인간 두 명이 너무나 쉽게 뭉개지며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딱 보니까, 실험체인 것 같은데. 청두파 놈들, 역시나 여기서 뒤 구린 일을 하고 있긴 했네. 우리가 살필 거라곤 생각도 안 한 건가?”


하지만 그 전에 확실히 할 건.


“···지금이.”

“응?”

“지금이 언제지?”


오래 쓰러져 있었던 것 같으니, 큰일까지 며칠 남은 걸까.

내 물음에 적송의 오크는 피식 웃었다.


“언제부터 실험당했는지도 모를 정도면 혈석을 갈아 넣었어도 스킬이 생기진 않았나 보네.”

“혈석?”


잠깐, 여기서 왜 갑자기 적송의 오크 입에서 혈석이 나오는 거지?


“너도 뭐 불쌍한 인간이긴 한데, 미안하다. ‘큰형님’께서 여기서 있었던 일은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고 하셔서.”


청두파, 그리고 적송이 이곳에서 혈석으로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유착 관계를 더 조사하고 싶긴 했지만, 아무쪼록 들을 건 다 들었다.

조사고 나발이고 일단 서둘러서 이곳을 떠야지.

그러니, 딱 한 대로 끝내야 한다.


“아, 지금은 저녁 7시······.”


콰직-!


정확하게 통로에 설치된 안전바를 밟고 뛰어 문고리 철퇴를 머리에 꽂았다.


“이런 시······.”


상대는 한 대로는 전혀 쓰러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크이지 않았던가.

이우람 같은 하프오크가 아니라.


“인간 새끼가.”


쾅!


반장과 같은 진짜, 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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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언 쓰는 잠입 경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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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혈석 (3) 24.08.01 58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1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8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4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4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9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5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4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8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3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4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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