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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81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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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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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5. 식구

DUMMY

5. 식구


지글지글, 삼겹살이 맛있게 익어갔다.

딱 봐도 현장에 있던 함바집은 아닌 것 같은데, 언제 이곳까지 오게 된 거지?


‘아니, 어떻게 오게 됐더라······?’


트롤과 한바탕 한 후, 정신을 차린 트롤이 미쳐서 우릴 묻으려 했고. 반장이 내려왔다.

그러고선 오크들에게 둘러싸여 죽는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스킬을 쓰려고 했는데, 뭔가 냄새가 났다.

미묘하게 피 냄새 같은 향이 확 올라오며 순식간에 정신을 잃은 것이다.


꿀꺽-


그리고 지금은 지글지글, 삼겹살이 맛있게 익어가는 냄새만 가득했다.


“배고프냐고.”


반장은 고기를 구우며 재차 물었다.

물론 아직 몸에 있는 피로나 고통으로 인해 속이 뒤집힐 것 같긴 했지만 배가 고픈 것은 맞았다.

하지만 나는 대답보다 먼저 되물어야만 했다.


“그 트롤은 어떻게 됐습니까?”

“호오? 네가 곤죽을 만들어 놓고 그걸 먼저 묻네? 내가 알아서 산재 처리하고 돈도 두둑하게 주고 보냈다.”


치이이-


그걸 살았다고?

아무리 트롤의 생명력이 높다고 해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반장이 있으면 사고도 없을 겁니다. 그는 현장에서 그런 존재거든요.’


“당신이 치료한 건가?”

“새끼가, 당신 아니고 반장이라 불러라.”


그는 고기를 한 점, 내 쪽 밥그릇 뚜껑에 내려놨다.


“이제부터 한 식구니까.”


식구라, 같이 밥 먹으니까 식구가 되긴 한 건가.

나는 손을 들어 젓가락을 집었다.

반장이 한 것인지 붕대가 대충 감겨있었다.

이상하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너 손이 그러니까 이번만 구워주는 거야. 이제부터 이런 건 네가 하고.”

“잘······ 먹겠습니다.”


삼겹살을 겨우 잡아 입으로 넣었다.

진짜 더럽게 맛있었다.


“꼴통, 넌 왜 우리 현장에 온 거냐? 인간이잖아?”


그는 내 앞에 몸을 숙이며 물었다.

지나치게 커다란 느낌이었다.

아니, 천천히 그의 팔이 다가올수록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실제로 다른 오크보다도 컸다.

지나치게 커서 이 식당 테이블 정도는 한 손으로 쥐고 들 수 있을 정도였다.


“왜 대답이 없어. 서로 힘쓰기 전에 말부터 나눠야 진짜 식구가 되지 않겠어?”


그의 물음에 순간 깨달았다.

이건 ‘면접’이라는 것을.


“일하러 왔는데 그런 게 중요합니까?”

“호오, 그러냐?”


반장은 그 거대한 붉은 손으로 이마를 비볐다.

아무래도 그의 오랜 버릇처럼 느껴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이마에 있는 깊은 주름이 더욱 짙어졌다.


“그러면 넌 왜 일을 하니?”

“먹고 살려고 그럽니다.”

“뭐 가족이 없어?”

“나 혼자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뭘 가족을 만들고 그러려고.”

“그래, 그건 좋다. 우리든 너네든 어차피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이긴 하니까.”


브로커, 내가 조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루트.

그게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그는 내게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하는 걸까?

아니, 어떤 사람을 원하는 거지?

또 아니, 나는 인간인데 이 오크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 수 있지?

순간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는 질문들이 여럿 있었지만 내가 뱉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할 얘기는 이게 끝입니까?”

“응?”

“시발,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나 할 거면 바빠서 이제 가겠습니다!”


그에게 잘 보이는 게 목표인 나에겐 꽤 강수를 둔 것이긴 했다.

아니, 고작 오크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인간이 뱉기엔 초강수였다.


“하, 이 꼴통 새끼가······.”


등등한 살기가 붉은 피부를 통해 발산됐다.

금방이라도 저 큰 손이 내 머리통을 잡아 바깥으로 던져버릴 것처럼 느껴졌다.


드르륵-


물론 한순간에 내게 쏠린 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던 오크들의 눈빛도 그랬다.

반장의 말 한마디면 자리에서 금방 일어나 내게 다가올 것 같았다.


치이이-


“하! 좋다! 그 정도 깡은 있어야 우리랑 일하지.”


도박의 결과는 성공이었다.


“너, 나랑 일 좀 같이 하자.”


반장은 유 팀장님과 비슷한 이야기를 내게 건넸다.

그는 마치 나를 집어삼킬 것처럼 이글거리는 두 눈을 부릅떴다.

몹시, 마음에 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돈 되게 많이 주는 일인데. 너처럼 싸가지는 없고 강단은 있는 놈이 필요하거든.”


반장이 미끼를 물었다.


“술은 좀 하냐?”

“예?”

“아니다. 속 쓰릴 텐데 나만 먹지 뭐.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줘.”


반장이 우렁찬 소리로 외치자.


두우웅-


말 그대로 주방 쪽에서 소주 한 병이 날아왔다.


“어?”


순간, 너무 피곤한 상태라 뭘 잘못 본 건가 싶었는데, 소주병과 함께 등장한 미려한 여인에 제대로 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뭐야, 신입?”


그녀는 ‘마족’이었다.


“반장이 요즘 한창 안 오길래 뭔가 했더니, 이런 꼬마나 데려오려고 했던 거야?”

“이모, 이 꼬맹이는 보통 미친놈이 아니야. 트롤 하나 잡을 뻔했다니까?”

“그래?”


이모는 특유의 매력적인 미소를 흘렸다.

칠흑같이 검고 긴 머리, 그에 맞춰 딱 달라붙는 검은 가죽 슈트.

특이한 점이라면 피부가 짙은 회색이라는 것과 두 눈의 흰자위 부분이 검고 검은자위 부분은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빛깔, 그리고 머리 위에 난 뿔까지.

이모는 악마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특출나게 잘 생기긴 했네.”


그녀는 입김을 불어 숯에 불을 더 올렸다.


화르륵-


물론 날개나 꼬리는 없었지만, 육감적인 몸매나 그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나, 불을 다루는 스킬도 딱 ‘나 지옥에서 방금 올라왔어.’ 하는 것 같았다.


“또 보자.”


그렇게 이모가 사라지고 나는 반장에게 물었다.


“여기 근처에 마족이 하는 집이 있었습니까?”

“일하다 보면 자주 오게 될 거야. 현장 근처에서 24시간 하는 고깃집은 여기뿐이거든. 일단 먹어라.”


타닥-


그렇게 다시, 고기가 맛있게 익어간다.

새벽이라 그런지 바깥의 사람은 없었고 그 소리만 조용하고 맛있게 피어올랐다.

고기 한판을 다 굽자, 반장은 소주를 연거푸 털어 마시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자, 잔들 채워라.”


반장의 그 깊고 낮은 음성에 식당에 있던 오크들 이십여 명이 단체로 맥주잔에 소주를 부었다. 나도 얼른 주변을 보고 맥주잔에 소주를 따랐다.

반장은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사고가 날 뻔한 걸 여기 작은 인간이 구했다! 또한 우리 막내를 구했다! 식구를 구했다!”


식구를!


다들 반장의 말을 따라 잔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선 쭉, 딱 반 잔만 마시고 내려놨다.


툭-


“이제 우리는 서로 형제다.”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다른 오크들과 잔을 교환했다.

그리고, 마셨다.


“원래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온 뒤에 잔치에서 하던 오크 전통 방식이다. 형제를 기리는 거지. 너도 누구 하나 잡아서 마셔라. 마시고 영혼까지 풀어라.”

“······.”


반장의 말에 쭈뼛거리기는커녕 곧장 잔을 붙잡아 들고 저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하프 오크에게 다가갔다.

그에겐 아직까지 아무도 다가오지 않은 상태였다.


“야.”


하프 오크는 왜인지 오크들 사이에 있으니 더 작아 보였다.

나처럼.


“나 정우라고 한다.”

“이우람.”


우리는 서로 잔을 교환하고 다른 오크들이 그랬던 것처럼 간단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너 마지막에 오줌 지린 거 다 봤다. 지린내가 아직도 나는 것 같은데?”

“니미 시벌.”


그는, 이우람은 피식 웃으며 나와 잔을 나눴다.


“야, 인간. 형제라는 뜻이다.”

“뭐가.”

“이렇게 잔을 나누면 형제가 되는 거라고. 우리는 원래 그러니까.”


나 역시 피식 웃었다.

오크랑, 아니 그것도 하프 오크랑 형제가 되었다는 게.

그것도 맨날 시비만 걸던 놈이 이러는 게 꽤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형제는 지랄.”

“하여간 입은 걸어요.”


그렇게 술을 벌컥벌컥 마셔서 그런가, 나는 금방에라도 쓰러져 잘 것만 같았기에 금방 반장에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이제 말해줘요. 내가 그 일이라는 거 하면 돈은 얼마나 주는 건데요?”

“뭐, 월급은 노가다 판보다 낫겠지. 왜 급전 필요하냐?”

“떳떳하게 살려면 돈이야 있어도 계속, 맨날 천날 필요하지! 계약서 하나 안 쓰는 거 보니까 그 일이라는 거 보험도 안 될 것 같은데.”

“떳떳하게 살려고 떳떳하지 않은 일 하겠다?”

“그래요, 그러니까 말하라고. 떳떳한 일이든 아니든 돈이라도 많이 안 주면 당신이랑 같이 일할 이유가 없잖아?”


내 말에 반장은 또 피식 웃으며 술을 마셨다.


“반장이다, 반장.”


그는 다시 한번 고기를 내 그릇에 올린 뒤, 말을 이었다.


“그래, 뭐 지금이랑 별다를 건 없을 거야. 대신 나랑 일한다고 누구한테도 말해선 안 돼.”


비밀 유지라, 그건 이세계 전담팀과 같았다.

아무래도 적송 역시 일단 조직에 들어가고 나서야 내가 할 일이나 조직에 관한 정보를 풀 수 있다는 거겠지.

하지만 술기운이 올라 괜히 더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끝이에요?”

“가면 다 알게 될 거다. 새 현장으로 옮기는 거라고 생각해.”


아니, 그렇게만 생각해선 안 된다.

반장의 신임을 얻었고 그의 식구가 되었으니,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하니까.

내가 이 일 하나를 위해서 지난 한 달 간, 또 어제 하루 동안 무슨 짓을 했는데.

그게 아깝고 서러워 퍽 짜증이 치밀었다.


“전에 왜 이 일을 하냐고 물었죠?”

“응?”

“저, 인정받으면서 떳떳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닥치는 대로 뭐든 해야만 해요.”


내 말에 반장의 표정에 어렴풋이 서글픈 감정이 스쳤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아직은, 알지 못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 봐요. 제가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는 겁니까? 제가 무슨 짓을 해야만 하는 건데요!”

“아서라, 이런 맛있는 고깃집에서 큰소리로 할 수 있는 소리는 아니니까.”


다짜고짜 그는 내게 술을 따라 건넸다.

그것도 자신이 먹다 남긴 그 반 잔을.

나는 그 자리에서 소주잔을 털고 소주병을 가로채 벌컥벌컥 마셨다.


“하.”

“크흐! 자 됐죠? 배도 다 찼고 이제 말해봐요.”


타닥-


고기가 타들어 간다.

바깥에선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인지 타닥거리는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맛있는 냄새, 혹은 피곤해서 더 달콤한 소주처럼.

반장은 내게 말했다.


“간단한 일부터 시작하는 거야. 내일 평소 픽업하는 곳에서 12시까지 기다리고 있어라.”


그게 꼭 진짜 악마가 하는 속삭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반장.”


#


한 달 뒤..

간단했던 일이 너무 꼬여버렸다.


“시발······.”


어떻게 이렇게까지 지랄 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고 좆같은 비만 내렸다.

바닥에 쓰러진 이우람은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상대들은 내 쪽을 향해 사시미 칼을 들고 무겁게 걸어왔다. 정말 이대로 끝인 건가?

고작 언더커버 생활의 첫 시작에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로.

이대로 죽는다고?


‘죽는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멈춰.”


난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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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언 쓰는 잠입 경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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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혈석 (3) 24.08.01 57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1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8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3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4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9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5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4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 5. 식구 24.07.19 158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3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4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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