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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73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21 18:00
조회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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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DUMMY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반장의 말을 듣고 우리가 거리로 나가 처음으로 할 일을 정할 때.

나나 이우람이나 ‘다른 쪽 가게에 깽판 치기’를 가장 먼저 하고 싶다는 것엔 이견이 없었다.

물론 이우람이야 당연히 몸이 달아올라 그런 것이겠지만, 나는 그 이유는 아니었다.


‘난 경찰이야.’


떳떳하지 않은 일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랬다.

뭐랄까,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잘 이루고 사는 다른 소시민들에게 상납금이든 자릿세든 받고 하는 것보다야 다른 나쁜 놈들에게 시비를 거는 게 맘이 편했달까.


“여기 사장 나오라 해!”


물론 그게 더 쉽고 내가 잘하는 일이니까.

아니면, 나도 그냥 몸이 좀 달아오른 것일 수도 있고?


“뭐야?”

“뭐긴 뭐야, 놀러 온 손님이지.”


카운터에 있던 인간 기도는 가볍게 밀고 다른 눈들에 참 잘 보이고 귀에도 잘 들릴 중앙 테이블에 떡하니 앉았다.

막상 진상 짓을 시작하려니 뭐부터 해야 하는 거지 싶었다.


‘막 침 뱉고 그러면 되려나······.’


“아, 저 두 분이실까요?”


웨이터는 짐짓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피곤하고 귀찮다는 티를 팍팍 낼 줄 알았는데, 약간 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긴 얘가 무슨 잘못일까.


“네, 우선 메뉴판을······.”

“여기 사장 나오라고 했어, 안 했어?”

“응?”


그렇게 내가 어영부영 일을 못 하자 이우람이 나섰다.


“못 들었어? 그럼 저기 문 막고 있던 멀대한테 가서 다시 잘 듣고 와.”

“아, 그······.”

“너랑은 얘기 나눌 게 없으니까요. 다시 가시고 사장 불러오라고요.”


허, 표정 보소. 누구 하나 잡히기만 해봐라 하는 것 같네.

게다가 웨이터가 쭈뼛대며 사라지자 바로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우람은 이런 짓에 재능이 있었다.


“잘하네, 현장에서 시비 터는 진상 짓.”

“야이 병신아! 우리 여기 일하러 온 거야, 일!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가야지.”

“프로페셔널한 양아치 짓?”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웨이터는 아무 상관 없더라도 우리가 하려는 일은 깽판을 놓는 거니까.

상대가 일반인이어도, 친절하고 상냥하더라도, 우리는 일만 하면 될 것이다.

나는 내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나 역시 이우람의 담배를 하나 들려고 하는데.

이 새끼가 쳐 돌아서 라이터를 내게 던졌다.


“풋!”


게다가 저 기고만장한 표정, 몹시 언짢아져서 꼬투리를 잡고 싶어졌다.


“그래, 네가 흙밥 먹고 다니느라 걸어서 깽판 치는 걸 프로페셔널하게 한다 치자. 그런데 다짜고짜 사장을 나오라고 하면 어떡하냐? 아마추어처럼.”

“뭘 미친놈아, 여기 문 열고 보낸 사인이 사장 불러오라는 거였고 너도 좋다고 했잖아.”

“아니, 그거야 영화에서 보면 그렇게 시작들 하니까 그런 거고 안에 들어왔으면 상황을 좀 지켜보고 해야지. 저 젊은 웨이터가 뭘 안다고······.”


내 말에 이우람은 담배를 맛있게 하나 다 피우고 비릿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냥 모르겠다 싶으면 형님이 하는 거나 봐, 새끼야. 백 프로 사장은 안 나오니까.”

“응?”


그리고 그때, 정말로 이우람의 말처럼 덩치들 여럿이 우리 테이블을 둘러쌌다.

당연히 사장은 없었다.


“실례지만, 손님. 실내 흡연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까 그 웨이터와는 달리 피곤하고, 짜증 났다는 기색이 가득 담겨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인간이었는데, 우리와 같은 ‘유니폼’을 입은 상태였다.

이우람은 그들을 보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에이 씨, 사장 나오라고 했더니만 무슨 남정네들을 이렇게 불렀어.”

“손님, 어디서 오신 겁니까?”

“저기 옆 동네 건설 현장에서 왔다, 왜?”


순간, 덩치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들은 우리가 혹시 반장과 이어진 것은 아닐까 싶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시비를 걸어 버리니까, 긴가민가했겠지.

그리고 이제 이우람이 반장과 상관없이 왔다고 했으니.

‘시작’할 터였다.


“다른 손님들께 방해되지 않도록 해.”


덩치들 중 그나마 높은 급으로 보이는 놈이 똥 밟았다는 표정으로 다른 덩치들에게 명령했다.

그렇게 자신을 포함한 넷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른 테이블 쪽으로 향해 길을 틀어막았다.


“저희 사장님은 왜 찾으시는 겁니까?”

“그냥, 일하느라 좆같은데 사장이 따르는 술 좀 먹고 싶어서.”


호오, 그러면 되는 거였구나.

어차피 깽판이라고 해 봤자 영업 방해 정도.

당연히 사장을 왜 찾는 것인지 따위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확실히 재능이 있네. 앞으로 이런 일은 이우람한테 맡기는 게 좋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대 역시 사장을 왜 부르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따라오시죠. 아래 스테이지 뒤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덩치들 대장은 눈짓을 몇 번 하더니 중앙 스테이지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나 역시 이우람과 눈빛을 교환했다.

알고 있다.

지금 저리 가는 건 스테이지 뒤쪽에 있는 통로를 통해 사장이 있는 곳까지 우리를 모시려는 게 아니라,

스테이지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비상구를 통해 실외로 나가 우리를 두들겨 패기 위해서라는 걸.


“어쩔 거야? 형님 하는 거 보고 따라 하려고 하는데.”

“지금 이 정도도 충분하긴 하지. 그냥 밖으로 나가서 몇 대 맞아주고 끝내면 될 거야.”


그렇게 우린 테이블에서 일어나 덩치들을 고분고분 따라나섰다.

그래, 이대로 나가도 충분히 영업 방해인 건 맞고 깽판을 친 것도 맞다.

게다가 오늘은 이곳 거리를 관리하기로 한 첫날.

여기서 더 일을 키우는 건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반장과의 일에서 트러블을 조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놀러 온 건 아니니까.”


스테이지를 내려다봤다.

지하까지 뻥 뚫려 무슨 클럽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유독 이 거리엔 이런 건물이 많았다.

아마 대통합의 계절에 싸그리 파괴된 건물 잔해들을 급하게 재건하느라 이런 ‘굴’ 형식의 구조가 생긴 것이고,

이런 구조이다 보니 저절로 유흥 업소들이 판을 치게 된 거지.

어둡고, 또한 깊다.

그런 와중에 이계인들과 인간이 어우러져 춤을 추고 있었다.


턱-


“뭐야, 왜 멈춰?”

“너 여기서 이런 거나 관리하면서 끝나고 싶진 않지?”

“뭐야 갑자기 이 새끼야. 빨리 따라오기나 해.”

“난 그럴 생각 없거든? 이렇게 바닥이나 기는 것보다 높이 올라가야만 해.”

“뭐?”


이딴 양아치 짓에 어울려 익숙해지고 잘하게 될 이유도, 또 시간도 없다.

그렇게 나는 이우람을 밀치고 앞서 걸었다.


“이 형님이 하는 거나 잘 봐라.”


그리고선 앞선 덩치의 벨트와 목 카라를 잡아, 스테이지 아래로 집어 던졌다.


“이게 제일 빠른 길이니까!”


#


“왜 이런 길바닥 출신들을 자꾸 모으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한적한 반장의 사무실, 누군가가 반장의 자리에서 서류를 검토하며 중얼거렸다.

이에 반장은 회의용 의자에 앉아 답했다.


“왜, 젊고 패기 있고. 금마들 둘 다 꼴통이다.”


그는 피식 웃었다.

뭐가 그리 재밌다는 건지, 반장의 자리에 앉아있던 인간은 화가 났다.


“이렇게 출신도 제대로 모으는 놈들 모아다 현장에 던지는 거야, 본사에서도 승인한 일이지만. 삼거리 관리하는 거 실적 안 나오면 어떻게 될지 아실 텐데요?”

“왜, 그 인간 새끼들 조직이 요새 심상치 않으니, 삼거리 쪽에서 정보라도 모으는 건가, 본사는?”

“공식적으로 우리 적송과 연관이 없는 당신께 말해 줄 의무는 없습니다.”


그의 말에 순간, 반장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기대어 앉아 이마를 긁었다.


“너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러는 거냐?”

“잘 알죠. 쓸모가 다해 유배당한 퇴역 아닙니까.”


휙- 쨍그랑!


반장이 던진 재떨이가 산산이 조각나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인간 주제에 하나도 겁먹지 않은 것인지 그는 오히려 더 차분하게 말했다.


“삼거리는 우리 본사에서도 중요 거점으로 생각하는 곳입니다. 당신에게 그 한쪽 거리를 맡긴 건, 잘하라고 하는 게 아녜요. 이 정도로 만족하고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거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트 단추를 잠갔다.

그리고선 인력 사무소 문을 열고 그 길로 나섰다.


“당신 이름값이 필요한 거지, 당신 세를 키우라고 여기 박은 게 아니란 말이야.”

“야, 임해찬이.”


그, 아니 본사에서 나온 임해찬은 뒤를 돌아 반장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예전에 당신 밑에서 똥이나 닦던 임해찬 아니고, 임해찬 부장입니다. 서승범 과장.”

“허 이 새끼 봐라.”

“조만간 본격적으로 일 시작할 때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삼거리 건, 잘 단속하고 있으세요.”


쾅-


임해찬이 나가자 반장은 그가 남겨둔 서류들을 살폈고, 다시 이마를 긁었다.


“하, 이 시발놈이 진짜······.”


반장은 피곤한 듯 서류는 치우고 담배를 물었다.

그러다 또 피식 웃었다.


“하, 그래.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 이 꼴통들아.”


#


시끄러운 음악 소리.

그리고 화려하다 못해 천박한 불빛.

그것들이 더럽게 비벼져 나는 땀 냄새가 시큰한 스테이지 위로 춤을 추는 사람들.


쾅!!!!!


그 사이로 인간이 하나 떨어졌다.


끼야아아악!!!


날카롭게 찢어지는 비명보다도 더 날카롭게, 떨어진 덩치에 의해 스테이지 바닥이 깨졌다.

파편이 튀어 살들이 찢어졌다.

산산이 조각난 바닥을 보며 이우람이 내게 물었다.


“뭐 한 거야 미친놈아?”


정말 미안하지만, 사실 하나도 미안하진 않았고,

딱히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우람이 잘하는 걸 한 것처럼, 나 역시 잘하는 걸 하기로 한 것뿐이니까.

그러니 그 대답 대신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했다.


“넌 앞쪽, 난 뒤쪽.”


명령을.


“막아.”


우아아아아!!!


“야 이 개새끼야!”


당연히 지하에서 위로 쳐 올라오는 놈들은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계단으로 올라오니, 잘 틀어막고 버티기만 하면 이우람 혼자서도 충분할 것이다.


“사고를 치더라도 말해 주고 해야 할 것 아니야? 이런 시발!”

“뭐, 말해 줬으면 또 잘 따랐겠다? 어! 시끄럽고 잘 막기나 해, 나 바빠!”

“야이 씨······!”


그렇게 이우람은 몰려오는 덩치들을 그 커다란 발로 밀쳐 떨어뜨렸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안 올 거야?”


아까 덩치 대장이 흩뿌려 놓은 놈들 정리하고 퇴로를 만드는 것뿐.


‘대충 20명 남짓, 경찰 시험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건 ‘제압할 필요가 없는’ 일이니까.’


나는 비싸 보이는 술병 하나를 잡아 테이블에 부딪히고 깨뜨렸다.


쨍그랑!


제압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죽이려는 건 아니었지만.


“안 오면 내가 가고.”


날카롭기는 해도 제대로 힘을 주지 않으면 살상력은 낮다.

게다가 병이 미끄러워 놓치기도 십상이고.

그러니 딱 ‘내가 위험한 놈이라는 걸 알릴’ 이 정도.


“간다.”


아무쪼록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곧장 내 바로 앞에 있는 놈을 향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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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언 쓰는 잠입 경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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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혈석 (3) 24.08.01 57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0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8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3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4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9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5 4 12쪽
»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4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7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2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4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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