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91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27 18:00
조회
70
추천
2
글자
11쪽

13. 한 명의 죽음 (3)

DUMMY

13. 한 명의 죽음 (3)


“하아······.”


보이는 놈들을 한 대씩 치고 나니, 계속해서 보이는 놈들이 늘어갔고.

결과적으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우람은 가스총 때문에 퉁퉁 부은 눈을 아래로 깔아, 방금 자신의 등을 때렸던 진압봉을 하나 잡았다.


“이 시발, 하프 오크여도 아프긴 마찬가진데. 이 개새끼들이 날 뭐 짐승으로 보나······.”


하프 오크는 튼튼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계인의 피가 반쯤 흐르고 있으니까.

하지만 진압봉으로 복날 개 맞듯 처맞으면 당연히 아팠고 잘못 맞으면 뼈도 부러진다.

가스총에 정신을 못 차리고 쓰러지는 것도 인간이랑 똑같다.

붉은 피를 흘린다.


“개 같은 인간들.”


하지만 이 세계는 이계인들에게 더욱 가혹하기만 했다.


“어쩌면 내가 너희보다 인간 같을 거다. 퉤!”


이우람은 가스총을 발로 차 치웠다.

그는 한껏 피가 돌아 조금 붉어진 목을 진압봉으로 두드리며 천천히,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다 멈췄다.


“시발.”


시간이 금인데 이러고 있었으니 정우가 먼저 공장 쪽에 들어갔겠지.

그렇다면 자신의 역할은 공장 외곽을 돌며 경비를 뚫는 것이리라.


“시발.”


또 뒤처진다는 느낌.


“하아, 시발······.”


그는 공장 바깥쪽으로 뛰었다.


#


“이런 시발!!!”


경비가 더 편했다.

직접 이계인을 관리하는 놈들은 청두파, 말 그대로 진짜 깡패였으니.


휙-!


‘칼’을 쓴다.


“야 뭐해! 다 들어와!”


앞에 놈이 사시미를 들고 외치자 다른 놈들 역시 칼을 꺼내 들었다.


‘아까 하나 주워 올 걸 그랬나.’


커다란 공장 출입구는 여기서 만드는 물건을 상하차하기 위해 뚫어 놓은 것이고, 그걸 제외하고도 문은 많다.

하지만 이 새끼들은 보안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듯 칼을 바로 꺼냈다.

그 의미는.


“지금 너네가 하는 짓거리를 경찰이 신경 쓰지 않았단 거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이런 공장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중인데도 보안은커녕 나 하나도 뚫고 들어오는 걸 막지 못했으니.

지금 이놈들은 법 아래 숨어 있다는 뜻일 터.


“뭐? 너 어디서 왔냐?”

“알 거 없고.”


그렇다면 나도 살살할 필요는 없겠지.


“어디서 왔냐고 이 시발놈아!!!”


휙-


달려오는 놈 잡아 넘어뜨리고.


쾅!


그다음 놈 칼 잡은 손목을 잡아 비틀어.


퍽!


“커헉!”


명치에 한방 꽂아 쓰러뜨린다.

하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적은 수가 많고 모두 칼을 들었으니 곧장 들어올 게 뻔하니까.


“죽어!”


그렇다면 일단 다시 뒤로 빠진다.


다다다-


나는 컨베이어 벨트에 다시 올라 저 멀리 천장부터 두꺼운 전선으로 내려온 스위치를 하나 봤다.

그렇게 달리려는데, 이런.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는 방향이 반대였다.


“쳇!”


아래 굴러다니고 있는 상자 하나를 주워 뒤로 던졌다.

칼을 든 놈들이 서로 거리를 벌리느라, 또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 허둥대느라.

내가 던진 상자 하나에도 위협을 느낀 것인지 뒤로 밀렸다.


“야, 이거 꺼!”

“알겠습니다!”

“그리고 올라가지 말고 아래서 움직이란 말이야!”


다다다-


저 중에도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 있는지, 조금 있으면 컨베이어 벨트가 멈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되면 저들도 날 따라오기 편해지겠지.

하지만 멈추기까지의 잠깐 생긴 틈을 나도 놓칠 생각은 없다.


다다다-


나는 다시 뛰었다. 뭔가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걸음 같긴 했지만.

저 스위치만 잡을 수 있다면!


덥썩-


“됐어!”


그렇게 난 스위치에 달린 버튼 중 ‘아래’ 표시를 눌렀다.


지이이이잉-


“내가 이걸 어디서 봤나 했지.”


이건 분명 노가다판에서 쓰던 ‘호이스트’ 스위치였다.

말 그대로 무거운 장비를 옮기는 도르레나 엘리베이터 작동 버튼이었는데, 내가 그걸 조작하자 천천히 위에서 후크가 달린 철선이 내려왔다.


지이이이잉-


“아마 여기서 만든 물건 중에 조금 무거운 게 있으면 옮길 용도로 설치한 걸 거야.”

“컨베이어 벨트 멈췄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렇게 무거운 건 안 만드는 것 같은데······.”


지이이이잉-


후크가 달린 철선이 공장 이곳저곳에 내려오는 것을 보자마자 수인들이 엎어져 벌벌 떨고 있었다.

그들은 저 용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리라.


“수인들이 죽으면 이걸로 옮겼던 거지?”


다다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 새끼야? 너 거기 있어라. 너 새끼 시체도 옮기기 쉽게 토막 내서 달아 버릴라니까!”


순간, 한 놈이 철제 책상을 올라 뛰어, 그대로 컨베이어 벨트에 올랐다.

나는 그쪽을 향해.


휘익-!


후크를 밀어 던졌다.


퍽!!!


머리가 깨진 놈은 공중에 붕 뜬 채 날았다.

그 모습을 보며, 다시 돌아온 피 묻은 후크를 잡은 나는 그걸 꼭 야구공처럼 손안에 굴렸다.

묵직하고 뜨거웠으며, 던지기 참 편한 느낌이었다.


“처음에 계획한 건 쥐를 몰려고 불만 지르는 거였는데, 너네는 안 되겠다.”

“그거 뭐 던지기라도 하려고? 지금 영화 찍냐 이 시발아!”


그래, 아무리 던지기 좋게 그립감이 좋더라도 이걸 던지고 또 잡고 하면서 계속 싸우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덥썩-


그러니 잡아서.

뛰는 수밖에.


휘이익-!


후크가 달린 철선을 밧줄처럼 잡아 그대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가장 멀리 있던 놈에게까지 날아가 면상을 발로 찼다.

보기 좋게 그대로 꼬꾸라지는 놈을 잡아 철선을 목에 감고 자세를 낮춘다.


“이, 이 새끼가!”


대부분에 사람들은 얼굴에 제대로 공격이 들어오면 칼을 놓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틀렸다.

사후경직이랄까, 의식을 잃거나 일순간 죽는 게 아니라면 오히려 손에 든 건 더 세게 쥔다.


휙! 휙! 휙!


“크흑!”


까드득-


칼을 놓치는 건 의식을 잃고 나서다.

나는 철선을 더 낮게, 아래로 잡아끌었다.


“어, 억······.”


땡그랑-


그렇게 칼을 놓친 놈이 대롱대롱 달린 채 축 늘어진 발로 바닥을 쓸었다.


“이제······.”


충분히, 공포는 학습되었다.


“또 간다.”


다른 후크를 잡아 밀치듯 모여 있는 쪽으로 던지고, 그다음 바로 제일 가까이 있는 놈에게 주먹을 꽂았다.

여기서 끝내면 안 되니 바로 그놈의 손목을 비틀어 허벅지에 칼을 꽂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얼굴에 무릎을 꽂아 버렸다.


쾅!


다시 그다음 후크를 잡아 던지고, 상대가 던진 후크를 받아 되돌려 던졌다.

이제 상대들도 알았을 것이다.

후크를 잡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무겁기만 할 뿐이지, 갈고리가 있는 상태라 그걸 붙잡기만 하면 되받아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


“흡.”


그렇게 힌트를 주면 저들이 알아서 되받아치려 할 것이다.

그럴 때 밑에 떨어져 있던 칼을 잡아 후크를 던진 쪽에 또 던지면?


푹-


“어?”


쿵-!


자기 배가 왜 뚫린 것인지 알 겨를도 없이 쓰러진다.


“후.”


이제 잔재주는 끝났다.

더는 여기서 칼이든 후크든 더 던지는 건 서로 소모전일 뿐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상대들에게 모두 공포를 심어준 상태.


“또 간다.”


혼자서도 충분했다는 뜻이다.


퍽- 휙! 퍼버벅-


“하아······.”


어느새 아까 컨베이어 벨트 옆에서 떠들다가 여럿 모인 쪽에 던진 후크에 맞아 어깨가 부러진 한 놈만 남은 상태였다.


“애, 애들이 올 거야. 너 이 개새끼야 네가 어디서 굴러먹던······.”

“왜 밑바닥 인생들은 하나같이 다들 구른다는 표현을 쓰는지 몰라?”


나는 쓰러진 놈의 옆구리에서 칼을 뽑아 지그시 누른 후, 다시 남은 놈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제 저놈도 알 것이다.

내가 자신을 ‘죽일’ 생각까진 없다는걸.


“후우.”


그러니 다시 알려줘야지.

공포를.


푹-!


“끄아아아아!”


저항도 한 번 못 해보고 손을 찔린 놈은 깨닫는다.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꽤 고통이 이어질 수도 있다.


“말해.”

“뭐, 뭐를?!”

“저 개 목걸이 같은 거 푸는 법.”


녀석은 천천히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의 안주머니를 눈빛으로 가리킨다.

나는 그 안에 손을 넣어 스위치를 꺼낸 뒤, 그나마 똑똑하게 처신한 놈의 고통을 덜어주려 칼을 뽑는 것과 동시에 턱을 후려쳤다.


퍽-


“후우.”


스위치를 살폈다.

이런, 어떻게 쓰는 건지도 물어볼 걸 그랬나?


“어, 저기. 이거 산짐승한테나 쓰는 것 같긴 한데······.”


나는 수인들 쪽을 보며 다시 물었다.


“이거 버튼 나는 안 눌러요. 그리고 오늘, 이 공장은 폐쇄입니다. 노 모어 워크.”


그렇게 벌벌 떨고 있는, 검은 털이 참 지저분하게 있는 개 수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에게 스위치를 건네며 말했다.


“노 모어 워크.”

“노 모어 워크.”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스스로 목줄을 풀었다.

떨리는 손이 참, 보기 안 좋았다.

그리고 그 손 떨림은 목줄을 풀고 나서도 잦아들지 않았다.


‘미안합니다.’


아마 이들은 여길 벗어나지도 못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법 아래를 전전하며 살았으니 다시 위로 올라가는 법을 모를 테니까.

나가 봤자, 그들은 이 세계에서 먹고 사는 방법을 모른다.


“보이는 놈들, 뚫어요.”


그러니 스위치와 함께 칼을 쥐여 주는 수밖에.

이것이 내가 이 공장에 지른 불이다.

그 의미를 깨달은 건지 수인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


그렇게 다음 공장까지 달렸다.

아마 지금쯤이면 검은 놈들이 우루루 또 모여 있을 테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저 멀리 이우람이 보였다. 그 역시 나처럼 꽤 구른 모양이었다.


“야!”

“어, 왜!”


새끼, 그래도 공장 안으로 오진 않았네.


“안에는?”

“개판이었어. 말 그대로. 너는?”

“너 새끼 때문인지 바깥에는 많이 없더라.”


이우람은 왜인지 찝찝한 표정으로 말했고 나는 그의 어깨를 한 번 친 뒤 다시 갈 길 갔다.


“마지막 공장에서 만나자. 어차피 보니까 거기가 제일 많을 것 같아. 나 혼자선 못해.”

“거기 사장실? 그래, 나도 거기까진 가서······.”


그때였다.


끼이이이익-


웬 검은 승용차 한 대가 공장용지를 나가는 길로 천천히 들어서고 있었다.


“저거 설마?”


사장실로 숨는 게 아니라 바로 나갈 생각인가?

순간 내가 뛰려고 하자, 이우람이 말렸다.


“아냐, 저거 여기 사장 놈 차 아니야. 저거······.”


차가 잠깐 멈췄다.

뒷좌석 창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우릴 봤다. 모르는 놈이다.

하지만 그놈이 누구인지 간에 그 옆에 있는 놈은 알아볼 수 있었다.

임해찬이 준 사진에 있던 인섹터였다.


“운반책.”


이우람은, 차를 향해 뛰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언 쓰는 잠입 경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18. 혈석 (3) 24.08.01 58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1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5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8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1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4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4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9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5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4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8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4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3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4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7 1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