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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78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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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7. 혈석 (2)

DUMMY

17. 혈석 (2)


이계인의 시신에서 아주 드물게 채취할 수 있는 혈석을 반드시 뽑아낼 수 있는 방법?

그러니까, 이계인을 죽이면 100% 확률로 혈석을 얻을 수 있다는 건가?


“그런 게 있다면, 그건······.”

“네. 진짜 전쟁이라도 나겠죠?”


스케일이 크다.

경찰이 얽힌 게 문제가 아니라, 진짜 나라 차원의 전쟁도 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얼어붙어 있는 내게 엘리는 혈석 가방을 던졌다.


“그리고 이것 좀 들고 있어요. 이제부터 내가 오늘 반장님께 부탁받은 일을 해야 하니까.”

“뭐?”


그때였다.


쿵- 쿵- 쿵- 끼이익!


사무실 문이 열리고 반장이 들어온 것이다.


“내가 부탁받은 일은, 당신 반장님을 그 혈석으로 치료하는 거니까요.”


엘리의 말처럼 반장은 피투성이였다.

그것도 옆구리에 칼에 맞은 것인지 큰 상처가 벌어진 채로.


“일어, 났냐?”


쿵-


그리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반장!!!”


나는 그대로 의자를 넘어 반장을 잡았다.


“잘 들어라, 사냥개야. 가서 네가 청두파를 끝장내. 계단을 차례로 밟아. 마지막 간부, 잡아. 운반책이 죽었어도······.”

“피, 피가!”


피가, 피가 너무 많이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반장은 내 머리를 그 커다란 손으로 쓸며 말할 따름이었다.


“이우람이, 우리 식구고 네 형제니까······.”

“예?”


반장은 웃었다.


“싸우지 마라.”


그는 내게 가방을 하나 건넸다.


“치료를······!”


난 서둘러 가방을 받고 반장을 간이 수술대 위로 올린 뒤 엘리를 불렀다.

이미 엘리는 옛 역병의사 가면, 즉 거대한 부리를 달고 수술을 이었다.

아무래도 천족이라는 게 티가 나면 안 되니까, 저런 마스크로 조인(鳥人)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거나 수술을 할 때 쓰는 용도인 것 같았다.


“시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내 눈엔 간이 수술대에 올라 거친 숨을 쉬고 있는 반장만 보일 따름이었다.


삐- 삐- 삐-


도대체 뭐가 어찌 된 상황인지 이해할 수조차 없었지만, 엘리 역시 대답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전 그냥 반장님께 빚을 갚는 것뿐이니까요? 자, 이제 나가주세요. 감염되면 안 되니까.”


쿵-


“제길.”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사무실 밖으로 쫓겨났다.

하지만 다시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반장은 다쳤고 이우람은 배신했으며, 나는 남은 5일 안에 청두파 말단 간부 나머지 한 놈을 치면 될 따름이니까.


“후우······.”


복도에 난 조그만 창으로 누런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반대쪽엔 이우람과 함께 올라왔던 그 계단이 있었다.

나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며 생각했다.


‘혈석이라는 게 스킬을 갖게 해주는 마법의 돌 같은 거라면, 그걸 반장은 왜 내 치료에 써야 했을까? 마약이라서? 아니면 내게 스킬을 주려고?’

‘반장은 이력서가 있었으니 내가 스킬이 있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렇다면 왜?’

‘왜 반장은 내게 처음부터 혈석에 관한 걸 얘기해주지 않고 자기 혼자 날 치료하고 어디서 칼을 맞아 돌아온 거지?’


터벅-


무수히 많은 의문과 함께 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나는 가방을 열었다.

역시나, 반장은 내가 원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구해놓은 상태였다.


스스슥-


“하, 이것 때문에······.”


가방 안에 있던 서류를 넘겨 눈에 들어온 건.


#


“청두파 말단 간부 셋 중에 마지막, 통칭 ‘가장 똑똑한 놈.’이 불법 의료행위를 자행하는 인천 소지 폐병원. 여기가 ‘큰일’이 벌어질 장소입니다.”


내 말에 소주잔을 내려놓은 유지혁 팀장님은 가만히 입을 가렸다.

평소보다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반장이 내게 줬던 서류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야장 주변을 살피고 설명을 이었다.


“이곳에서 청두파가 무슨 짓을 벌이는 지는 몰라도 적송 본사에서 반장이 직접 알아 온 거니 확실할 겁니다.”

“적송 본사?”

“네, 그러다 크게 다쳤고요.”

“아······.”


유 팀장님은 큰일이 벌어질 장소를 들었을 때보다, 또 적송 본사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보다 반장이 다친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왜 그래요?”

“아니, 아닙니다.”


그는 떨리는 손을 내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선 다시 술을 마시며 말을 꺼냈다.


“이 정보는 확실히 귀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적송 내부 침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큰돈이 들어왔다는 사실 하나로 후에 있을 언더커버 활동에 오해를······.”

“알고 있어요. 돈 때문에 넘기는 정보 아니니까.”


어차피 언더커버 전에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대신 내가 이 정보를 넘기는 것을 통해 유 팀장님의 신뢰에 보답할 겸, 또 앞으로 벌어질 큰일에 도움도 받을 겸 했던 것이다.

물론 빈손으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고.


“그래서 그것 말고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제게 대답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


유 팀장님은 신중히 말을 골랐다.

그러다 툭, 또 대답을 건넸다.


“제가 아는 선에선 무엇이든지.”


경찰 내부 정보를 발설할 수는 없다는 거군.

같은 상 자리에 앉아 있어도 선을 긋는 명확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게 꽤 유 팀장님스러웠다.


“팀장님이 모르는 걸 질문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에요. 이미 청두파 쪽엔 제 얼굴이 알려졌을 거고, 반장이 칼까지 맞은 상황인데 이렇게 위험하게 돌아다니는 건······ 큰일 전에 확실히 해두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그게 뭐죠?”


그렇게 이번엔 내가 신중히 말을 골랐다.

이미 일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반장이 다친 이유, 이우람의 소재, 청두파 2인자의 배신 이유 등 물어볼 게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내가 유 팀장님에게 일부러 돈도 못 받을 고급 정보를 주면서까지 묻고 싶은 건 딱 한 가지였다.


“경찰은, 민간인의 스킬 사용을 지지하는 쪽입니까?”


‘모든 인간이 스킬을 쓰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이 일은 범국가적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걸 나 같은 일개 언더커버 하나에 맡기진 않았을 거고, 정부 고위 인사까지 개입해서 복잡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리는 지나치게 조용한 회색.

애매하게 평화로운 상태.

그렇다면 결론은 딱 하나, 경찰이 이 일을 뒤에서 봐주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혈석 제조가 연관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혈석이라는 게 마약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런데 지나치게 경찰이 조용하니까······.”

“우리 경찰 쪽에서 이 큰일에 개입해 혈석 제조법을 가로채려는 거 아닌가? 그 뜻이겠군요.”


솔직히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 일에서 경찰들의 포지션을 명확히 알고 싶긴 했다.


“대대적으로 스킬 사용 여부에 따라 경찰을 뽑는 기준까지 달라진 마당에, 만약 스킬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혈석을, 그 제조법을 경찰 쪽에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스킬 사용 가능자를 경찰 내부에 충원하려는 건 맞습니다.”

“그렇다면 맞죠? 경찰들은 이번 큰일에서 혈석 제조법을 챙기고 없애려고 하는 거 맞죠?”


스킬이라는 건 저주다.

그런 걸 만약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게 만드는 제조법이 있다면, 내가 직접 청두파를 뿌리 뽑아 그 제조법이란 걸 없애버릴 것이다.

경찰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걸, 확인받고 싶었다.


“하지만 경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스킬 사용자를 통제하는 것에 있습니다. 불법은 절대 저지르지 않을 겁니다.”


유 팀장님은 단호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내가 바라던 대답까지는 아니었어도 유 팀장님이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줄 수 있는 좋은 대답이긴 했다.


“그거면 됐습니다.”

“이제 어디 가시려고 하는 겁니까?”

“이 병원에 미리 가서 쓸어버릴 건 쓸어버리려고요. 이런 짓을 하는 놈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

“개인적인, 이유입니까?”

“······.”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유 팀장님은 또 술을 마시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반장의 스킬’을 물어보실 줄 알았습니다.”

“예?”

“그게 아니라면······ 저도 걱정은 좀 덜었네요.”


유 팀장님은 또 술을 마셨다.

의뭉스러운 말이었지만 더 묻고 싶은 생각도, 시간도 없었기에 서둘러 거리로 나섰다.


“또 비가······.”


또 거지 같은 비가 날리고 있었다.

더러운 먼지가 달라붙은 것인지 빗물이 모두 검게 고였다.


“후우······.”


담배를 피우기 위해 골목 어귀로 들어가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내가 진짜로 듣고 싶은 대답을 떠올리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궁극적으로 스킬 사용자를 이 세계에서 없애는 쪽이다.”


스킬이란, 이세계의 이주가 시작되고부터 생겨난 이 세계의 병이다.

그런 것 따위 없어지는 게 더 나았고 어떻게든 높이 올라, 떳떳하게, 그 방법을 찾고 싶었다.

돈이든 명예든, 뒷세계에 구르는 것이든.

그것을 위해서라면 뭐든 얻으리라.


칙- 치직-


“아, 그러고 보니 유 팀장님은 반장의 스킬이 뭔지 알고 있었던 건가? 후우······.”


반장은 적송 본사에서 병원의 소재를 알기 위해 다쳤다.

하지만 반장도 적송과 같은 오크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하기엔 상처가 너무 큰 것 같은데······.”


그때였다.


“야, 꼴통! 이제 어디로 가냐?”


이우람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이우람의 목소리가 있는 쪽을 바라보려고 하다.


빡!!!!!


“어?!”


뒤통수에 큰 충격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걸로 거래 완료입니다.”


어렴풋이 들리는 이우람의 목소리와 함께.

나는, 눈을 감았다.


#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난 느낌이었는데.


“후우······.”


분명 숨을 쉬고 있었다.

죽지 않았다는 걸 인식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큭!”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정말로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인지 혀가 바싹 말라 침을 삼키기가 어려웠고.

목을 움직였더니 극심한 어지럼증이 올라왔다.


“이우람 이런 병신 같은 새끼가······!!!”


분명 이우람이었다.

확실히 거리를 돌아다니면 안 되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반장이 관리하던 거리 쪽으로 온 것이긴 했지만.

이우람이라면 반장의 식구이니, 나보다 그 거리를 더 꿰고 있을 테고,

멋대로 날 쫓아 걸어도 그 거리에 있던 누구 하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고를 칠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까?


“제길!”


우선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올릴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병실 같았다.

그렇지만 만약 누군가 쓰러진 나를 보고 병원으로 급히 데려온 거라면, 그래서 겨우 살아난 거라면 누군가 주위에 있을 법했는데.


“여긴 어디야?”


병실엔 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장소 자체가 병실로써의 기능을 하나도 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바닥엔 깨진 유리가 가득했고 창문은 나무판자로 막혀있었으며 불이 들어온 기계는 하나도 없이 전력마저 끊어진 상태였으니까.


“폐병원?”


내가 눈을 뜬 곳은 분명 ‘가장 똑똑한 놈’이 있는 그 폐병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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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혈석 (3) 24.08.01 57 1 11쪽
» 17. 혈석 (2) 24.07.31 61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8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3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4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9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5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4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7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2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4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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