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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57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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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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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DUMMY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회식이 있고 다음날, 평소 픽업을 가는 곳까지 나왔더니 봉고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곧장 번호판을 확인하고 차에 올랐다.


드르륵- 탁!


“아이 씨 좁아 죽겠는데.”


차에는 이우람이 팔짱을 낀 채 뻐팅기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웃고 그 맞은편에 앉았다.


“인간들은 숙취가 심하지 않나? 술 냄새나는 것 같은데, 일 못할 것 같으면 그냥 퇴근해.”

“넌 지린내는 잘 빼고 말하는 거냐?”

“뭐 이 새끼야?”


그는 전날에 형제고 나발이고 했던 건 다 잊은 건지 평소처럼 시비조로 돌아갔다. 뭐, 갑자기 친절하게 구는 것보다야 그게 더 잘 어울리긴 했다.

아무쪼록 이 녀석이랑도 같이 가는 건가.


“뭘 야려? 잡종이라 신기해서?”

“아니, 너도 반장이 부른 건가 싶어서.”

“뭐?”

“너 같은 놈 먹여 살리려면 반장도 힘들겠다 싶어서 그렇지.”


나는 반장에 대한 정보나 얻을 겸 다시 물었다.


“너 같은 놈이나 나 같은 놈, 몇이나 더 있는 거냐?”

“뭔 소리야?”

“오크가 아닌 잡종이나 꼴통이 몇이나 있냐고.”


내 말에 이우람은 피식 웃었다.

그는 꼭 ‘형제가 되긴 했어도 넌 나 따라오려면 죽어도 안 돼.’라는 듯 말을 이었다.


“현장 다니면서 반장님 일에 인간을 뽑은 건 나도 처음 본다. 하긴 너 새끼가 보통 꼴통이어야지. 하프 오크도 나 하나야. 현장에서 사무실로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고.”

“뭐야, 지도 나처럼 꼴통 전형으로 뽑힌 거면서. 이 오크 땅딸보야.”

“아니 근데 이 새끼가······.”


쿵-


“뒤에 조용히 해. 거의 다 왔으니까.”

“쳇.”


그렇게 비좁고 불편하게 가길 얼마나 지났을까.

현장이 아닌 작은 건물 앞에 내렸다.


“야, 뭐하냐 안 올라가고?”

“갑니다, 가.”


뚜벅-


그렇게 이우람과 함께 계단을 올랐다.

이대로 갑자기 납치라도 당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지만 왜인지 이우람은 좀 들뜬 느낌이었다.


“너는 어떻게······ 아니지 여기서부터 이제 뭔 일을 하는 건지는 알아?”


내 물음에 그가 뒤를 돌지도 않고 답했다.


“나도 들은 건 없어. 일단 반장님 눈에 들려고 건설 현장 따라다니면서 아주 조금 귀동냥한 게 전부야.”

“그러니까 귀동냥이든 뭐든 하는 일이 뭔데?”

“그냥 뭐 거리 관리하는 데 트러블 생기면 투입되는 거지. 잔심부름도 좀 하고.”

“뭐야, 그럼 돈은 별로 받지도 못하겠네. 그런데 뭐가 좋다고 걸음이 뛸 듯이 가벼워?”

“나는 너 같은 거랑 핏줄이 다르잖냐. 드디어 제대로 된 우리 종족의 형님들과 함께 일하는 건데 기분이 좋을 수밖에!”


정식으로 깡패가 된 주제에 긴장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말투, 단순한 놈인 건 틀림 없었다.

아니,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제야 큰물로 가는 거라고!”


나는 이 멍청한 녀석과 달리 단순히 일만 하려고 여기 온 건 아니었으니까.

여기서 나를 증명하고 조직까지 이어져야 한다.

‘적송’까지.

그것이 내 언더커버 일의 진짜 제대로 된 시작일 테니까.


“야, 그러고 보니 넌 몇 살이냐?”

“왜?”

“그냥, 어차피 안에서 듣기야 하겠지만 인간 부하 하나 알아 두려고 하지.”


이우람은 ‘이계인 용역’이라고 적힌 문 앞에 서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난 서른둘이야.”


아까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친근하게 굴기는.

아무쪼록 단순한 놈인 것 같아 실소가 났다.


“서른.”

“동생이네?”

“들어가기나 해.”


내가 고갯짓하자 이우람은 ‘그럼 이 문은 형님이 친히 열어주마.’하는 표정이 되어 군말 없이 문을 열었다.


철컥-!


사무실 내부는 초라했다.

전형적인 인력 사무소, 아니면 인력 사무소로 위장한 전형적인 깡패 아지트 느낌이랄까.


“출근하셨습니까, 형님!”

“야, 나도 좀 들어가자고······!”


그렇게 겨우 입구를 막고 선 이우람을 비집고 들어갔다.

막상 들어서자 왜인지 우리 둘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뒷짐을 지고 섰다.

그런 우리 둘을 보며, 반장이 말했다.


“어서 와라, 꼴통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길고 낮은 손님용 책상 근처에 앉았다.

책상 위엔 서류와 도면 등이 놓여 있었다.


“봐, 앞으로 너희가 갈 ‘새 현장’이니까.”


아니, 잠깐. 나는 그의 옆자리에 앉기 전에 이우람에게 고갯짓했다.


“얘는 뭡니까? 저 혼자 하는 일 아니었습니까?”


내 말에 이우람은 바로 내 멱살을 잡았다.


“반장님이 앉으라고 하시잖아.”


드디어 종족의 형님을 만난다더니, 맹목적으로 충성을 다하려는 게 느껴졌다.

하긴, 느껴지긴 했어도 내 알 바는 아니지.


“저는 혼자 일하는 게 편합니다.”


이번 일을 통해 신임을 쌓고 반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조직에 닿기 위해선 아무래도 혼자가 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들키지 않으려면 일할 땐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게 편할 테니까.


“이 새끼가······!”

“워워, 앉아. 둘 다 내가 부른 게 맞고 앞으로 일 같이 해야 하는 식구니까. 꼴통들끼리 서로 좀 친하게 지내라.”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앞으로 혼자 다니긴 어려울 것 같았다.

반장이 거느리고 있는 오크들 사이에 인간 하나 붙이는 것보다야 이렇게 둘을 부리는 게 맞는 거긴 하겠지.


‘여기서도 텃세냐, 시발.’


“알겠습니다.”

“예. 저도 알겠습니다, 형님.”

“거, 인상 풀고 네가 그쪽에 앉아. 사이좋게 지내라잖아, 너희 종족 형님이.”

“넌 이따 보자.”


아, 그래. 딱 이 정도 거리는 있어야지.

렇게 나와 이우람은 반장의 양옆 의자에 앉았다.

인력 사무소에 걸맞게 더럽게도 불편했다.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철로 된 서랍장, 뭔지 모를 책들, 책상 위 시든 난초까지.

왜 반장이 이런 곳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긴 했다.

아, 물론 책상 위에 있는 싸구려 명패까지 포함해서.


“일하기 전에 제대로 소개는 해야겠지. 내 이름은 서승범, 여기 책임자다. 대외적으로는 여기 소장이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그냥 반장이라 불러라.”


그래도 조직 내에서의 진짜 직급은 과장이라고 하지 않았나?

소장이고 과장이고, 도대체 그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것인지, 또 왜 이런 곳에 우리 둘만 부른 것인지, 도대체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아까 한번 투정 부렸으니, 지금은 나도 이우람처럼 충성을 다한다는 티를 내야겠지.


“알겠습니다, 반장.”

“예, 형님.”


이우람의 형님 소리에 반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피식 웃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이 형님 소리 듣기 좋은 깡패짓이긴 한데. ‘대외적으로’ 그러면 안 되니까, 그냥 반장. 그렇게 부르라고, 알았지?”

“예! 반장님!”

“좋아, 그럼 본격적으로 깡패짓 뭐 하면 되는지 알려 주마.”


그는 이우람의 어깨를 툭툭 치고 서류를 그 큰 손으로 훑었다.

모두 ‘건물 계약서’인 것 같았다.


“자질구레한 거리 관리부터 시작이야. 노가다 판에서 길거리로 현장만 이동했다 생각하고. 너희가 잘하는 거 하면 된다.”


잘하는 거?

방금 깡패짓이라고 하지 않았나?

쳇, 나는 서류로 눈을 돌렸다.

위치를 보니 왜 이런 허름한 거리의 건물들을 관리씩이나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반장은 바로 이어 설명했다.


“말했던 것처럼 돈은 따박따박 준다. 대신 제대로 관리해야 하고. 상납금 명목으로 돈 따로 챙기진 말고. 건물주가 주는 것만 받아서 가져오기만 하면 돼. 안 주면 빼앗고. 특별한 사항 없는지 확인하고, 다른 쪽 가서 깽판도 가끔 치고.”

“다른 쪽이요?”

“인천 지역 깡패 정도로만 알아 두면 돼, 꼴통.”

“그, 그럼 저희가 깡패들 제끼면 되는 겁니까?”


이우람은 말 그대로 누구 하나 담글 생각에 흥분한 것처럼 굴었다.

내가 뭐라고 하기 전에 그 모습을 본 반장이 말했다.


“제낄 것 까지도 없고. 아직은 그렇게만 지내면 돼. 아직 우리 쪽에 인간이나 하프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좀 사리고 지내라. 기억하지? 절대 나랑 일하는 거 알리면 안 되는 거.”


아, 그래서 비밀 유지를 하라는 뜻이었나.

반장이 부리는 오크 깡패들은 이미 얼굴이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는 나와 이우람이 별동대처럼 움직여 관리비를 받고 가끔 다른 쪽이라는 곳에 시비도 걸라고 하는 거겠지.


‘그러다 쓸모가 없으면 던지기 용으로 쓰려는 거야.’


우린 오크가 아니니까.

꼬리 자르기를 위해 아무 거리에나 버려도 되는 던지기 용 스페어 인원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쓸모가 있음을 증명하면 된다.’


반장에게 잘 보여 조직까지 가는 방법은 이것뿐이리라.

반장은 담배를 하나 물었다.


칙- 치칙-!


“제가 불 드리겠습니다, 반장님!”

“오야, 고맙다. 후우······ 너희도 대충 여기 오기 전 현장에서 들어서 알겠지만, 나는 인력들 배분하고 여기 삼거리 옆 관리하고 하는 역할이야. 물론 잘하면 승진도 시키고 본사랑 닿게도 해 줄 수 있다.”


본사, 반장의 입에서 처음으로 적송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표정을 숨기지 못했는데, 그건 이우람이 더 심했다.


“왜, 본사 갈 생각하니까 좋아? 막 큰물에서 놀고 싶고?”

“아, 아닙니다!”

“새끼, 야망 있네.”


정리하자면 던지기 용, 아니면 본사까지 가기.

그 두 가지 경우만이 우리 앞에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난 경찰이라 뒷길도 하나 더 있는 것이긴 했지만.

바로 이때, 반장은 이우람보다 나를 좀 더 믿기로 결정한 것처럼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이제 일하자.”


그렇게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나와 이우람 역시 따라 일어섰다.

이에 반장은 또 피식 웃고 말할 뿐이었다.


“옷 챙겨 가라.”


옷?


#


나와 이우람, 우리는 본격적으로 일하기에 앞서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앞으로 일할 때마다 입을 옷이니, 어쩌면 ‘유니폼’이라고도 할 수 있을 터였다.


“야, 이거 좀 작은 거 같냐?”

“어두울 때 산에 가지 마라. 멧돼지인 줄 알고 총맞아 죽기 딱 좋으니까.”

“이 새끼가······.”


그렇게 이 밤거리보다 더 짙은 검은 정장을 입고, 나는 어느 건물의 문 앞에 섰다.


“가자.”


끼이익-


삼거리에 있는 작은 유흥주점, 반장이 말한 ‘다른 쪽’이 관리하는 곳이었다.


“여기 사장 나오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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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혈석 (3) 24.08.01 57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0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7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7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3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79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3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8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4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3 5 11쪽
»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7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2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2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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