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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83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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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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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2. 한 명의 죽음 (2)

DUMMY

12. 한 명의 죽음 (2)


청두파.

푸를 청에 머리 두자 써서 청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사실 그 계보를 쭉 올라가면 인천 바닥을 접수한 깡패 이름이 ‘청두’였기 때문일 뿐이라고 공공연하게 알려진.

대통합의 계절 이전, 그러니까 이 거리에 높은 빌딩 숲이 이 바닥에 하나도 없을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역사와 전통의 조폭.

그게 청두파의 실체였다.


“형님, 삼거리 쪽 클럽에서 소동이 있었답니다.”

“······.”


청두파의 보스.

그러니까 지금 이 부두 근처 횟집의 소박한 야상, 그것도 가장 바다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는 대가리는 당연히 이 가문의 인간이고 형제 없이 단 한 명.

그 앞자리에 지금 머리를 숙이고 있는 이인자가 하나 있을 뿐 그 외엔 경찰 내부에서도 정확한 규모나 인원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밤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렸다.


“그런 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거야?”

“아무래도 앞으로 있을 일에 밑에 애들이 필요하다 보니 미리 말씀드려야······.”


콰직-!


술잔에 머리를 맞은 이인자는 끔뻑도 하지 않은 채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러자 청두파의 대가리는 맛있게 회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을 뿐이었다.


“알아서 해. 흠, 일 얘기 밥상머리에서 듣기 싫으니까.”


그와 상에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건 오직 이인자뿐이었다.


“예, 형님. 그럼 또 비슷한 애들 좀 긁어서 끌어 보겠습니다.”


경찰이 그들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청두파의 대가리, 그리고 이인자.


“이 바닥에 그런 애들은 널렸으니까요.”


그 외에는 권력을 나눠놓지 않았다.

오로지 이 둘이 실질적인 조직의 대 간부로서 아랫것들은 필요할 때만 그 아래에 알아서 모여 움직일 따름이었으니까.

이를테면 점조직이었고 용역이자, 기간제 아르바이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그 하나하나가 스스로 세를 키워, 증명해야만 했다.


“셋이었으니, 둘은 남았네.”

“예, 형님.”


그리고 그 증명을 거친 셋이 바로 말단 간부로 있었던 놈들이었으며.

그 셋 중의 하나를 지금 적송에서 퇴역으로 있는 오크가 거둔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단신으로 박살 낸 상태였다.


“제가 한번 다른 둘에게 가보겠습니다.”

“어디 먼저 가게?”

“먼저 항구 쪽 공장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지금, 남은 둘 중의 하나마저 박살 나기 일보 직전이었으니.


#


청두파.

이 거리를 더럽히는 깡패 자식들을 쓸어버리는 거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점조직, 용역, 흔히들 말하는 길거리 양아치 집단.


‘체계가 하나도 없단 말이지.’


본디 단체라고 한다면 그 조직의 구성도가 선으로 이루어져 있어야 할 텐데,

반장에게 들은 청두파는 아무런 상관없는 음식들을 마구 올린 밥상 느낌이었다.

그저 지가 청두파라고 하면 청두파인 것이고, 그들 중 실력 있는 자들만 대가리에게 젓가락질을 받는다.


“이딴 식으로 운영되는 게 신기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꼬리 자르기엔 이만큼 편한 조직 체계도 없긴 하니까.”


그들이 이런 체계를 유지한다는 건 그만큼 더러운 일을 한다는 소리였고.

그들이 활개 치는 이상 이 거리는 깨끗해질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청두파라고 하는 놈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이 바닥에서 치워버리면 그만이지.”


자, 청소 시간이다.

그나마 이 청두파에서 세를 키운 놈들을 다리라 치고, 그걸 부러뜨린다.

그렇게 상다리가 휘어지다 쓰러지면.

결국 상 위에서 젓가락 든 놈도 바닥까지 내려와야 할 터.


‘우선은 말단 간부 세 놈부터.’


“아, 두 놈이긴 하지. 그리고······.”


나는 망을 보던 곳에서 일어나 미리 봐뒀던 옆길 쪽으로 걸었다.


“오늘 이후론 한 놈만 남게 될 거고.”


흙길을 걸으며 어떻게 그 ‘가장 수하가 많은 놈’을 칠지 생각했다.

저번처럼 독고다이로 갈 필요는 전혀 없고 그렇게 할 수 있지도 않다.

아까 생각했던 것처럼 이 공장용지 안에 있는, 대충 봐도 500명은 넘어가는 인부 모두가 날 막으면 답이 없으니까.


‘그러니 이곳에서의 포인트는 내가 얼마나 빨리 그놈에게 뚫고 닿느냐.’


나는 철조망에 있는 공장 안내도를 확인했다.

마지막 공장에 표시된 사장실, 이곳으로 쥐를 몰아야 했다.


“쥐를 몰려면 일단 불을 피워야지.”


그렇게 철조망을 오르기 위해 위를 봤다.


“야, 하늘만 본다고 뭐 답이 나오냐?”


그리고 그때, 때맞춰 이우람이 왔다.


“늦은 놈이 왜 지가 성질이야? 차는 잘 대놨어?”

“공장 뒤에다 잘 댔다. 화장실로 돌아가느라 늦었어. 아이 씨 오줌이 존나게 마려워 가지고.”

“닥치고, 가자.”

“미안.”


미친놈이 실실대는 꼬락서니를 보니 화는 더 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반장님이 뭐라 하시지 않든?”

“뭘 뭐라 해. 치기로 마음먹었으면 확실히 하라는 거지. 아, 그냥 위험하면 빠지라는 것도.”

“아니, 너 경찰 시험 본 거 새끼야.”

“아, 잘하면 다른 쪽으로 만날 수도 있었겠다, 하던데.”

“그렇긴 하네.”


한번 경찰인 걸 들킬 위기(?) 비슷하게 있었다 보니, 정신이 바짝 차려지긴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어물쩍거리다 의심받지 말고 깡패 짓, 제대로 하기로.


“가자.”


그렇게 우리 둘은 철조망을 넘었다.


#


물론 철조망 하나 넘었다고 공장들이 모여 있는 곳까지 갈 수는 없었다.

마치 군부대처럼 철조망 안뜰에 또 담장이 있어 저것 역시 넘거나 아니면 정문을 이용해야 했다.

또 당연히, 주변 CCTV가 우리가 넘어오는 걸 찍고 있었고 내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이제부턴 시간이 금이다.


“야, 오크 땅딸보.”

“한 번만 더 그렇게 부르면······.”

“시끄럽고 저기 담장 보이지? 저 안까지는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 둘 다 저쪽으로 가면 바로 몰릴 거야.”

“그래서?”


나는 정장을 툭툭 털며 앞서 나갔다.


“그러니까, 우린 정문으로 가야지.”

“어? 그러면 사람이 더 몰리지 새끼야.”

“그걸 노리는 거다, 이 병신아.”


이우람은 설명이 더 필요한 느낌이긴 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어차피 머리 쓰면서 일할 생각은 없는 놈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에선 녀석도 머리를 장식으로만 둬선 안 된다.


“정문으로 가서, 뚫어. 싸우지 마. 그냥 뚫기만 하면 돼.”

“그래서?”

“그때부터 양동작전이야. 넌 보이는 놈들 한 대씩 후려치고, 난 공장 안으로 들어가서 기계든 뭐든 부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소란이 일어난다.

미친놈들이 왔다고 경비가 들러붙을 거고, 인부들 역시 청두파에서 나오는 콩고물이나 얻어먹을 심산으로 우릴 잡으려 들겠지.


“그러면 여기 관리하는 놈은 사장실에 틀어박힐 거고, 넌 밖으로 나가. 난 사장실로 바로 가서 면담이나 할라니까.”


말하자면 치고 빠지기. 당연히 시간이 금이었다.


“잠깐.”


그리고 그때 이우람이 날 세웠다. 아이, 시간이 금이라니까 왜 또?


“다 좋은데. 내가 공장 안으로 가는 걸로 해.”

“뭐?”

“내가 들어가겠다고. 깽판 치고 나가는 건 네가 하고.”


뭔가 생각하고 말한 건 아니고 자신이 이 일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은 모양이었다.


“시발 그러던지.”


기계 부품 고장을 어떻게 할지는 알고 저러나.

생각해 줘도 지랄이야, 라고, 구시렁거리는 나와 이우람은 검문소처럼 생긴 정문에 도착했다.

사설 경비인지, 우리를 보고 무전을 넣는 게 보였다.


‘경찰은 부르지 못해. 그렇다고 총도 없지. 기껏해야 인간 조직, 충분해.’


“저기······ 아, 여기 사장 어디 있습니까?”


내가 큰소리로 외치자 검문소 안에 있던 놈이 나왔다.

전기충격기 정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막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아직 안 들어갔는데.”

“실례지만 어디서······.”


팍!


이우람은 경비의 머리통을 쳐 한방에 쓰러뜨리고 날 봤다.


“지금 이 일 시간이 생명인 거 아니야?”

“아, 금이긴 한데. 잘했어.”


나는 피식 웃으며 전기충격기를 챙겨 정문을 넘어 들어갔다.

우루루, 역시나 2인 1조였는지 한 놈만 팼는데도 그걸 보고 있던 놈이 순식간에 경비를 부른 모양이었다.

험악하게 생긴 놈들이, 진압봉을 든 채 득달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건물은 총 다섯, 제일 끝에 건물에서 만나는 거다.”

“야, 자신 있냐?”

“자신은 무슨, 그냥 일하는 거지.”


정지!!!!!


이런, 사설 경비 중에 가스총을 가지고 있는 녀석도 꽤 보였다.

대충 봐도 서른 명은 넘는데, 아무쪼록 우리를 포위하기 전에 쳐야 하니.


“시간이 금인 거지!”


달렸다.

일대 다수, 아니 이대 다수의 상황이지만 딱히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상대를 제압하는 게 목표가 아니니까.


“쏴!”


가스총은 사거리가 나오질 않는다.

오히려 뭉쳐있을 땐 피하는 편이 좋지.

게다가 이런 상황이라면 약간만 방향을 틀어도 동료도 범위 안에 들어오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하.”


하지만 고작 사설 경비 업체라 그런지, 어째 깡패보다 오합지졸인 느낌이었다.


“컥!”


물론 가스총에 맞아 컥컥거리는 이우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아무튼.


“병신 저거.”


텁-


“큭?”


무릎으로 찍어 쓰러뜨릴 수도 있지만,

이때는 그저 상대 어깨를 짚고 도움닫기를 하는 쪽이 더 좋다.

그래야 잠시의 틈도 없이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퍽-!


“게다가 발로 차기도 좋고!”


그렇게 곧장 포위를 뚫어냈다.


“나 먼저 간다!”

“이 시발!”


그래도 내 생각만큼 바보는 아닌지 다른 경비마저 불러 묶이지 않게 워크라이는 쓰지 않았지만,

이우람은 저 포위를 뚫으려면 조금 더 걸릴 것 같았다.


“제길!”


이렇게 되면 내가 공장 쪽에 먼저 들어가는 편이 좋겠지.


다다닥-!


서둘러 뛰어 열려 있는 커다란 입구로 들어갔다.


다다다-


반장의 말대로 물건을 만들어 컨베이어 벨트에 쭉 싣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허, 참. 좆같은 풍경이네.”


그리고 전부 ‘이계인’이었다.

여기서 일하고 있는 자들은.

전부 ‘수인’으로 보이긴 했는데, 종도 덩치도 다 제각각이라 어디서 끌려와 일하는 꼴이었다.


“······.”


그들은 ‘목줄’을 차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들이 이 공장의 기계 ‘부품’이었다는 말이다.

뭣도 모르고 잡혀 온 외국인 노동자,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계인이긴 했지만,

아무쪼록 불법 체류자들을 감금, 협박, 싼값에 갈아 넣고 있는 모양이었다.


“기계 부품 고장은 힘들겠는데!”


나는 그대로 컨베이어 벨트로 뛰어올랐다.

날 잡기 위해 반대쪽에서 오던 경비 한 놈을 쓰러지듯 발로 차 넘어뜨리고 다시 컨베이어 벨트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거기엔, 이제 본격적으로 놈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넌 뭐냐?”


청두파 인간 놈들이었다.


“하.”


수인도 아니고 고작 인간.

내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간 없으니까 내가 갈게!”


그대로 뛰어.


퍽!


발로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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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혈석 (3) 24.08.01 57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1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8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4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4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9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5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4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8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3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4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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