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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69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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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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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DUMMY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이우람은 자신을 향해 물밀듯이 밀려오는 덩치들을 보고 생각했다.


‘도대체 내 뒤에 있는 인간 새끼는 뭘 믿고 이 사단을 낸 것일까?’


현장에서 시비를 털 때부터 보통 깡다구가 아닌 건 알고 있긴 했다.

그리고 트롤을 함께 제압할 땐 그런 깡다구를 가질 만한 실력 정도는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래도 인간일 뿐인데.

하프 오크인 자신에게 겁도 없이 밀려오는 이 인간들이랑 하등 다를 게 없는데.


“형님은 지랄······.”


제일 빨리, 높이 가는 길이라고?

비릿한 웃음이 위에서부터 올라온다.


“나이든 뭐든, 높이 가는 건 내가 너보다 먼저다, 이 새끼야!!!”


이우람은 큰 소리와 함께 주먹을 휘둘렀다.


#


이우람이 워크라이를 쓴 것과 동시에 나 역시 뛰었다.


“너, 너 이 새끼 뭐야?”


상대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다만, 최소한의 방어만 할 수 있을 따름일 테니.


‘우선 한 놈.’


예상대로, 내가 다가가자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가볍게 숙여 피하는 것과 동시에 깨진 병을 그대로 상대의 허벅다리에 찔렀다.


“큭!”


자연스럽게, 뻗은 주먹에 의해 몸이 더 감긴다.

즉, 턱이 내려왔다는 것.


“흡!”


깨진 병에서 손을 놓고 드는 것만으로 상대의 턱을 올려 갈겼다.


툭-


“후우······.”


당연히 이걸로 끝이다.

이우람이나 반장이었다면 뒤로 꺾일 정도이겠지만, 그저 턱에 강한 충격을 받아 기절하듯 무릎을 꿇고 내게 기대 쓰러지는 정도.

하지만 인간이기에, 이 정도면 충분했다.


“야, 야 이 새끼들아 뭐해!”


상대에게 공포를 심는다.

딱, 이 정도.

내게 쓰러진 한 놈을 둘러업듯이 있던 자세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에 맞춰 천천히 쓰러지는 놈의 피가 내 온몸에 묻었다.

허벅다리에 박힌 깨진 병을 뽑는다.

피가 더 튀고, 내 얼굴까지 묻는다.


“이번에도 내가 가?”


공포는 학습된다.

그리고 그건 인간이기에 가능하다.


“그래, 내가 갈게.”


경찰 시험을 준비할 때 했던 모의 전투 실습에서, 나는 한 가지 불만이 있었다.

바로 맨손 전투만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인간을 효율적으로 제압하는 건 힘이 아니야.’


어린 시절부터 밑바닥을 구르며 깨달은 진리, 그걸 사용하면 훨씬 더 효율적일 텐데 왜 이런 의미 없는 짓을 하고 있지?

병나발을 쥐고 생각했다.


꽉-


인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압하는 건 힘이 아니다.


‘바로, 힘에서 오는 공포지.’


지금 들어오면 반드시 다칠 거라는 공포.

그걸 심어주기만 하면 일대 다수도 쉽게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딱 이 정도.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를 새끼가······.”


인간이라 학습하는 공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인간쓰레기’라면 이쯤 튀어나올 것이 분명했다.


“야, 넌 바로 우리 쪽 사무실에 전화하고, 넌 다른 애들 데려다가 손님들 빼고 오늘 영업 접어라. 여기랑 무대 바닥 쓸고 있는 다친 놈들은······ 애효 저 병신 새끼들.”


하, 내가 던져서 저 바닥에 처박혀 굴러다니는 놈이 대장인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덩치가 하나 튀어나왔다.


“야 너 돈은 좀 있냐?”

“······.”

“그래, 뭐 없겠지. 옘병 오늘 재수 다 털렸네.”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이 자식은 그저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니까.


“오늘 상납금은 네 몸뚱이 이리저리 찢으면 대충 계산이 맞긴 하겠다.”

“인간쓰레기 새끼.”

“뭐?”


상대는 날 내려다보며 웃었다.


“야, 네가 사람 던지고 찌르고 이런 건 괜찮고 영업 손실 메꿀 거 어떻게든 용쓰고 해결하려는 건 쓰레기야?”


놈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그의 손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계산은 확실하게 해야지?”


인간이기에 공포를 학습한다.

다만, 이 놈처럼 스킬을 가진 녀석들은 공포에 둔감했다.

자신의 힘을 믿으니까.

그리고 그 힘을 통해 그 어떤 더러운 일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1세대지?”

“아, 뭐 그렇지! 너도 뭐 깔 패 있으면 다 까.”


1세대.

나처럼 태어날 때부터 이계 인자가 발현된 2세대의 경우가 아닌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스킬을 얻은 경우.

눈의 흰자위가 붉어진다.


“자, 깔 거 없으면 슬슬 시작하자.”


정부가 대통합의 계절을 선포하기 전, 그러니까 이계인들을 외계인과 비슷하게 보던 시기에.

그들의 힘을 연구하던 자들이 밝혀낸 스킬 획득 방법이 하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물론 그 방법을 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이런 후미진 거리 유흥주점 같은 곳에서나 들리는 풍문이라 나도 그 진상은 모르지만.

당연히 그 소문만 믿고 인간이라면 해선 안 될 짓들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놈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딱 하나, 그 1세대들은 뒷세계에서만 활동한다는 건 확실했다.


“내가 여기 실장으로 있으면서 너 같은 놈을 한두 명 본 줄 아냐?”

“뭐,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구만.”


떳떳하지 못해 어둠 속에 숨은 것이다.

고작 저따위, ‘저주’와 같은 힘이나 얻자고 말이다.


“난 네가 아주 잘 보이는데!”


녀석은 붉은 눈을 들어 내게 달려들었다.


‘나랑 의미 없는 대화나 하며 시간을 끈 건, 지금처럼 몸이 딱딱해질 시간을 갖기 위해서겠지. 처음엔 주먹, 그다음은 팔 전체, 아니 목 위까지 경화된 거 보면 얼굴까지 전부 이 상태로 변하는 것일 수 있다.’


“죽어!!!”


충분히 시간을 끌었고 내가 어떻게 싸우는지도 봤으니, 피할 틈을 주지 않고 거리를 붙여 크게 휘두른다.

하지만.


“시간을 끈 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크게 몸을 돌려 백덤블링을 했다.


콰직-!


물론 턱을 발로 차 노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큭! 이딴 거······!”


하지만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연히 스킬 덕에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해서였다.

그렇게 다시 밀어붙이려 한다.

자세가 낮아진 나를 죽이기 위해 두 팔을 위로 올려 맞잡은 채로.


“너 스킬이 뭔지 알았어.”


그렇게 만든, 훤히 드러난 녀석의 하체, 나는 그대로 녀석의 발에 깨진 병을 찔러 박았다.


콰드득-!


“크흑!”


확실히 데미지가 들어갔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 손을 풀지 않았고 내 등 위쪽에 그 무거운 주먹이 꽂혔다.


쾅!!!


마치 척추뼈 자체가 부러지는 것처럼 큰소리와 함께 저절로 피를 토했다.

하지만 괜찮다.


“그거······ ‘외피 경화’잖아?”


내가 시간을 끈 이유.

인간이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이계인들의 스킬을 가져왔을 경우 그 특징과 약점 등이 인간에게도 나타난다.

그러니 이 녀석의 스킬 역시 파훼법이 있다는 소리고, 내가 그걸 떠올릴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새끼가······.”

“외피 경화를 가진 ‘인섹터’들은 스킬을 사용할 때 자신의 딱딱한 껍질 부분을 사용하지만 인간은 아니니까. 주로 손을 대상으로 스킬을 발동해.”


진짜 죽을 것처럼 아팠지만 죽지 않았다.

또한 상대는 발이 묶였고 더는 꼼짝할 수조차 없는 듯 몸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인섹터의 ‘외피 강화’는 외피 안쪽에 공격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경화가 풀린다.”

“이, 이런 시발!”

“이를 인간이 사용할 경우, 경화된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를 공격하면 똑같이 마비 증상이 나타나고. 그러니까 인색터가 말썽을 피우면 대부분 이게 확실한 제압법이지.”


그러니 한 대 맞기 전에 공격을 하는 게 가장 좋은 수다.

공격을 하면 상대의 경화도 풀리고, 공격으로 받는 내 데미지도 줄어들 테니까.


“너, 너 이 새끼 경찰이야?”


시간을 끌어, 몸이 달아올랐다.

이 정도는 죽을 것같이 아파도 충분히 맞아줄 수 있는 정도가 된다는 뜻이었다.


“퉤.”


나는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깨진 병은 이 놈의 발과 짓이겨져 형체를 알기도 어려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쓰임을 다한 것이리라.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게 난 꼼짝 못 하는 놈의 얼굴에 주먹을 박아버렸다.


“커헉!”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의 코뼈가 무너지는 감각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선 안 된다.

확실하게.


콰드득-


놈의 아래턱을 잡아챈 뒤 바닥에 내다 꽂았다.


쾅!!!


덩치가 쓰러지며 큰 소리가 났다.

놈은 바닥에 널브러져 지저분하게 액체를 쏟았다.


“쓰레기들······.”


열이 바짝 올라설까, 순간 좀 더 확실하게 끝을 보고 싶은 생각이 차올랐다.

이런 놈은 이 거리를 더럽히는 오물일 뿐이다.

그러니 죽더라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 내 탈도 없겠지.

그러니 지금 바닥에 굴러다니는 유리 조각을 하나 들어 목에 박고 쓰러지다 찔린 것으로 위장한다면 다 괜찮을 것이다.

보다 확실하게.

경찰인데도, 아무쪼록 난 깡패짓은 타고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후우.”


나는 그만두었다.

나는 인간이기에 공포를 학습한다.

그리고 내가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내 안에 있는 ‘악’ 그 자체였다.


“야, 개 꼴통 새끼야, 형님 왔다.”


그리고 그때, 때맞춰 이우람이 다가왔다.

그는 내 아래 누워있는 덩치를 흘끔 보고 자신의 뒤를 돌아봤다.


“······.”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설명하고 앉아있을 시간은 없다.


“가자.”


그렇게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갔다.


#


거리를 벗어나 다시 우리의 구역으로 왔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게 꼭 오늘 내가 저지른 죄악을 씻어내는 느낌이었다.


“담배나 하나 피우자.”

“없어, 아까 거기 두고 왔거든.”

“아.”


나는 이우람을 보고 웃었다.

그 역시 나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도 가게들 가보자.”

“지금?”

“오늘 일은 마무리해야지. 사실 이쪽이 원래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돈은 받아야 할 거 아니야.”


돈을 벌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월급으로 나오긴 해도 이런 일을 하며 제대로 돈을 벌기 위해선 상납금을 걷을 때 조금씩 자기 몫을 챙겨야 할 테니까.

물론 반장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무튼 말하자면 하루 일당은 자기가 챙겨 먹어야 한다는 뜻이었고 그게 ‘우리 일’이다.


“그 난리를 겪어도 바로 나갈 생각을 하고, 너 참 이 일이 적성에 맞다.”


아무쪼록 이우람은 깡패가 적성인 듯했다.

내가 악을 행하는 것에 스스로 공포를 느끼는 나와는 달리.


“난 먼저 간다.”

“뭐?”


내가 뚫어져라 보자 이우람은 인상을 썼다.

나는 그 모습에 또 피식 웃고 말을 이었다.


“좀 봐줘라. 아까 크게 얻어맞아서 아파.”

“그럼 나 혼자 여길 다 돌라고?”


나는 그를 외면했다.


“부탁 좀 할게, 형.”


그러니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이우람이 얼마나 크게 미소 짓고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물론 보지는 못하더라도 그 큰 웃음소리 때문에 다 알긴 했지만.


“후우, 되다.”


그렇게 나는 비가 내리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걸었다.

이 일을 시작한 첫날, 나는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오늘 난 무슨 일을 한 거지?

경찰? 아니면 깡패?

그것도 아니면······.


“후우.”


갑자기 현타가 밀려왔다.

금방이라도 오늘 하루 일이든, 앞으로의 일이든, 지금까지의 일이든, 모든 다 제쳐두고 그냥 쓰러져 자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하필이면 지금 ‘그’가 날 찾아왔다.


“잘 지내셨습니까, 정우 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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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언 쓰는 잠입 경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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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혈석 (2) 24.07.31 60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8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3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4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8 4 12쪽
»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5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3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7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2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3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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