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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72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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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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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DUMMY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그는, 아니 유지혁 팀장님은 나를 이 거리의 끝자락 쯤에 있는 허름한 포차로 데려갔다.

건물도 허름하긴 했지만, 노상으로 차려 둔 주홍색 천막에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고 보니 더 초라했다.


“팀장님은 여기 거리 기웃거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밖에선 팀장님이라고 안 하셔야······ 아니, 생각해 보니 이 허름한 곳까지 온 게 눈들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편한 대로 부르십시오.”


유지혁 팀장님은 능숙하게 주문을 하고 먼저 나온 소주를 마셨다.


“브로커가 준 일은 어떻습니까? 할만하던가요?”

“여기 거리 관리하고 하는 게 아직은 전부였습니다.”


그는 내 말에 피식 웃고 들고 있던 가방을 건넸다.


“브로커와 닿았으니,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일에 앞서 준비가 더 필요할 것 같아서 한번 찾아왔습니다. 앞으로의 원활한 보고를 위해, 혹시 발각됐을 경우 저는 일반 행정 공무원으로 스킬 사용자인 정우 씨를 관찰하러 가끔 오는 사람인 걸로 하죠.”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가방을 열어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유지혁 팀장님이 말한 대로 ‘스킬 사용증’이나 ‘관련 등급 분류표’ 같은 게 들어있을 게 분명했다.

물론, 내가 이미 다 갖고 있는 것들이었지만.


“스킬 사용에 필요한 증서 저 다 있습니다.”

“예, 그 내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이러는 건데요? 제가 깡패짓 하며 스킬 쓸까 봐 걱정이라도 된 겁니까?”

“······.”


유지혁 팀장님은 내게 소주를 건넸다.

그리고서 다시 자신의 잔에 따라 마셨다.


“제가 반갑지 않은 건 알고 있습니다. 아직 적송 조직 내부까지 들어가지 못했으니, 약속했던 것들을 하나도 드리지 못했으니까요.”

“내가 그런 걸로 서운할까요?”


억하심정에 나도 술을 마셨다.

아니, 솔직히 불안함이 컸다.

유지혁 팀장님이 아니라면, 지금 내가 경찰에 속한 걸 아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이러다 내가 조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더 높은 곳으로 가지 못해 유지혁 팀장님이 날 버리는 카드로 쓴다면?


그때는 거리에서 돌아갈 길이 없을 테니까.


“제가 진짜 깡패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오늘은 어땠나, 나는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옳은 일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어두운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유지혁 팀장님은 내가 원하는 답을 주지 못했다.


“솔직히 앞으로는 이렇게 제가 직접 찾아오는 것도 어려울 겁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잦은 만남은 피하는 게 더 좋을 테니까요.”

“그럼 뭐 어쩌라고요?”

“정우 씨가 만약 저와의 관계를 끊으신다면 제가 더 할 말은 없겠죠.”


그는 이 말을 하며 싸늘한 눈빛을 지었다.

내가 만약 경찰의 편이 아니게 된다면, 나는 아마 유 팀장님의 관리 대상 1호일 게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은 절대로, 깡패들의 손에 넘어가선 안 되는 부류의 것이었으니까.

유 팀장님도 분명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다시 소주를 마시고 툭, 말을 던졌다.


“지금부터 아주 잘 들으셔야 합니다.”


그는 내 쪽으로 다가와 훨씬 더 조용한 소리로 말했다.


“조만간 큰일이, 이 삼거리에서 일어날 겁니다.”

“무슨······.”

“그게 정우 씨가 본사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될 거고요. 우리 경찰도 투입될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반드시, 실적을 쌓아 신임을 얻으세요.”

“여기서 뭘 더······.”

“거리만 관리하는 일이여도 좋습니다. 오늘처럼 사고를 쳐도 돼요.”


유 팀장님은 방금 있었던 일도 모두 알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가 날 뭐라고 할 수조차 없더라도 난 그의 손바닥 위에 있긴 했다는 뜻이다.


“다만, 또 반드시, 반장의 곁에 있어야 합니다. 그게 가장 옳은 방법이고 저는 정우 씨가 그 길을 갈 거라 믿으니까요.”

“······.”


유 팀장님은 내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주고 있었다.

반장의 곁에서 그의 신뢰를 얻는 것.

바로 그 ‘큰일’ 전까지.


“조만간이라는 게 언제인데요?”


내 물음에 유 팀장님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탁, 탁, 탁. 잔을 세 번 탁자에 친 뒤 말을 이었다.


“저 여기 단골입니다.”

“예?”

“단골집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렇게 사라졌다.

나는 그 뒤를 붙잡지도 않았다.


‘3주 뒤에 큰일이 시작된다.’


술을 더 마시고 또 마셨다.

그러다 유 팀장님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처음 준 가방을 열어봤다.


“하.”


거기엔 내 스킬이나 신원에 관한 것들이 아닌, 내가 머물 이 근처 집 주소와 그 열쇠가 들어있었다.

빌어먹을,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행정 공무원 따위가 공무 집행을 위해 지원받은 느낌은 아니었다.


“믿는다라.”


신뢰, 그것 말고는 이걸 어찌 표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어느샌가 비가 그쳐 있었다.


#


유지혁 팀장님을 만나고, 다음날.

다시 사무실로 출근했을 때 이우람은 보이지 않았다.

잠깐 사무실 앞에서 담배를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제는 너무 오바했다.


‘열이 너무 올라서 그런가.’


내가 선택한 일이었고, 후회까진 하지도 않았다.

다만, 싸움질이나 하고 보니 앞으로 내가 이런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어 괜히 유 팀장에게 투정을 부린 꼴이었다.


“쪽팔리게.”


그래, 앞으로는 좀 더 집중하자.

어차피 이 거리에서 쓰레기들 처리하는 거야 나쁜 짓도 아니고, 내가 경찰이라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일이야, 일. 그러니까 일이나 하자.”


그렇게 나는 깡패짓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더커버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각오를 다지고 다시 한번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곳에도 이우람은 없었다.

그리고 왜 그 새끼가 오늘 출근 안 한 건지는 바로 깨달았다.


“야, 꼴통. 첫날부터 사고를 치면 어쩌자는 거야?”


반장은 날 보자마자 골이 아프다는 듯 이마를 문질렀다.

당연히 분위기는 아주 좋지 않았다.

이래서 이우람이 출근 안 하고 바로 현장으로 나간 거였다.

하지만 방금 전에 다짐하지 않았던가?


“사고라고 생각 안 했습니다.”

“뭐?”

“반장님이 시키신 일이라 확실히 한 것뿐이니까. 제가 말씀드린 거 잊으셨습니까? 저 돈 많이 벌 겁니다.”


남은 3주.

착실하게 신뢰를 쌓는다.


“그러려면 확실히 일하고, 더 높이까지 가야죠.”


쾅-!


반장은 책상을 내리쳤다. 솔직히 철이 아니었다면 부서졌을 것 같았다.


“야이 미친놈아,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돈 많이 벌고 하는 거 다 좋다. 그런데 너 어제 위험했던 건 알아?”

“위험이요?”

“거기 새끼들이 안 모여 있어서 망정이지 어디 하나 잘리고서야······.”

“팔다리 다 멀쩡하지 않습니까.”

“이 새끼가······.”


반장은 나를 노려봤다.

화가 치밀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표정이 조금 묘했다.

묘하게, 걱정이 섞였다고 해야 하나?


“걱정하지 마세요. 어제도 안전했고 두 발로 잘 걸어 나왔습니다. 거기 새끼들이 뭐 하는 놈들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공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반장이 나를 신뢰할 거고 3주 뒤 그 ‘큰일’이라는 거에 쓸 테니까.


큰 거 한 방.


딱 그 한 번이면 제대로 된 언더커버로서 유 팀장님의 신뢰에 보답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반장은 내가 원하던 답을 해 주지 않았다.


“너 같이 사고 치는 놈을 다시 거리로 풀겠냐? 넌 앞으로 이우람이랑 같이 낮에만 다녀라. 다른 쪽은 얼씬도 말고.”

“하지만······.”

“그냥 하는 소리 아니다. 얼씬거리다 걸리면 그 자리에서 다리를 분지를 테니까. 어디 하나 잘리는 것보다야 부러뜨리는 게 낫겠지.”


이어서 반장은 서랍에서 서류 봉투를 하나 꺼내 내 쪽으로 던졌다.

만져보니 서류는 아니었다.

아니, 이건 분명.


“그래도 수고했다.”


돈과 핸드폰이었다.


“앞으로 위험할 것 같으면 그냥 나한테 바로 전화해.”


빌어먹을, 역시나 이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니까!

신뢰, 그것 말고는 이걸 어찌 표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어떤 일이든 해낸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나는 그 각오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하아, 높이 가고 싶으면······.”


그때, 반장이 내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


사무실을 나와 핸드폰을 확인했다.

다른 어플 같은 건 전혀 깔려 있지 않았고, 연락처 역시 반장과 이우람뿐이었다.

나는 곧장 이우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골목길에 있는 도박장.”

“갈게.”

“그나저나 너 괜찮냐? 반장님이 너 보면 죽이려고······.”


그렇게 전화를 끊고 곧장 이우람이 말한 도박장을 찾아 돌아다녔다.

밤에 봤던 것과는 달리 지나치게 한산한 느낌이었고 인간은 보이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이계인들 뿐이라는 소리였다.


“여기가 경찰 구분 구역 중에는 가장 범죄율이 높다는 2구역인 이유가 이런 거겠지.”


제대로 생활을 잡지 못한 이계인들이 각종 더러운 일을 하며 조금씩이나마 모인 곳이 바로 우리의 현장, 3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각종 범죄가 들끓었다.

이계인들만의 독특한 마약 제조, 도박, 투기장 등. 어제 갔던 굴과 같은 유흥주점과 사창가 역시도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인간 경찰은 이들을 전부 관리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우리 반장과 같은 놈들이 이 구역을 관리하기 시작한 거겠지.


“다 왔네.”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고 도박장 내부로 들어왔다.

당연히 지하에 있긴 했는데, 인색터가 이 대낮부터 들끓고 있었다.

그들은 인간과 비슷한 크기에 팔이 여럿 더 달린 꼴이었는데,

얼굴은 모두 곤충의 것과 같았다.

게다가 썩은 고기가 주식이다 보니 이계인들 중에서도 가장 대우가 좋지 않는 종족 중 하나였다.


“어, 여기야.”

“팔자 좋네.”


이우람은 거기 있던 머신 하나를 잡고 담배나 피우며 노닥거리는 중이었다.


“뭐 하는 건데?”

“아, 이거? 인섹터 알 뽑기.”


이우람이 버튼을 누르자 인형 뽑기처럼 갈고리가 내려와 알을 하나 집었다.


콰직-


그리고 잘못 잡은 것인지 떨어뜨려 곧장 깨졌다.


“이거 더럽게 안 되네.”


아마 저 알을 뽑아서 가져가면 칩으로 교환하고 그런 것 같았는데, 자기 알로 도박장을 차린 여기 주인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일이나 하자.”

“뭔 일?”

“여기, 상납금 걷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말에 ‘언제는 하기 싫은 척 존나 하더니.’라는 표정으로 이우람은 혀를 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선 또 피식 웃었다.


“이 형님이 다 걷었다. 이따 좋은 고기나 먹으러 가자.”

“좋은 고기?”


그는 내 어깨를 감고 은밀히 말했다.


“잘하면 큰 건 하나 잡을 수 있을 것 같거든.”

“큰 건?”


내가 신경질적으로 어깨동무를 풀며 다시 묻자 이우람은 자기만 따라오라는 듯 손짓했다.


“큰 거 한 방 제대로 터뜨리고 올라가야지!”


그는 이 도박장보다 더 아래, 지하로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내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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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혈석 (3) 24.08.01 57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0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8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3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4 2 11쪽
»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9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5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3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7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2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4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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