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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79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17 18:00
조회
222
추천
6
글자
11쪽

3. 스카우트 (2)

DUMMY

3. 스카우트 (2)


쿵-


“저것도 옮겨놔야 하는 거죠?”

“야야 살살해 살살. 일하는 거 보면 이놈 완전 우리 같다니까?”


새 빌딩을 올리는 공사판, 일은 익숙했다. 아니, 익숙했다기보다 능숙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 없이 그 전쟁 같은 시대를 보내며 안 해본 일이 없을 지경이었고.

그중에 공사판을 전전하는 게 가장 큰 돈이 되었던 터라 꽤 오래 일했었으니까.

몸을 쓰는 것이라면 그 어떤 인간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물론 ‘인간들’에게만.


“에이, 그래도 우리한테는 안 되지.”

“하하하, 그런가!”


공사판 인부 중, 인간은 거의 멸종 상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안전봉을 들고 안내하는 일이나 자격증이 필요한 건설 장비들을 운용하는 소수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오크’였다.


오크.


그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정확한 종족 명은 ‘붉은 피 야만족’이지만 인간이 보기엔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딱, 그 오크.

평균적으로 2M가 넘는 키.

근육질의 몸이 증명하듯 보통 인간보다 두 배 정도의 근력을 갖고 있으며.

피처럼 붉은 피부와 엄니가 험악한 인상을 강조하는 이계인.

이계인들은 전부 강력했다.

마법을 쓰거나 정령을 부리는 경우, 또 신체적 특성이 뛰어난 종족이 넘쳤고.

그중에서도 특히 건설 현장에서는 인간이라면 절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작업 효율을 내는 종족들이 몇 있었다.

오크가 바로 그 대표적인 종족 중 하나였다.


“힘들면 쉬어. 어차피 우리가 하는 게 더 빠르니까.”

“아, 네네.”


종종 오크보다 큰 트롤도 몇 보이긴 했지만,

아무쪼록 오크들은 자신들의 일을 내게 쉬이 맡기지 않았다.

그들 눈에는 고작 인간이니, 능률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겠지.

그렇게 함께 일을 나누지 않으니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 취급 받기 일수였고 한 달 동안, 빌어먹을 텃세도 많이 받았다.

한 달 동안, 그렇게 참고 버티며 섞여 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 잠시 흡연 좀 하고 오겠습니다!”


나는 흡연장 구석으로 가 주머니에 있던 명함을 꺼냈다.

거기엔 ‘이계인 전담팀’이라 쓰여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입질이 오겠지.”


경찰 시험에 떨어지고부터 한 달이 지났다.

그 한 달 동안 공사판을 전전하며 건실하게 몸을 쓰고 일하는, 헛둘 헛둘 H빔이든 철판이든 직접 몸으로 날라 이계인처럼 일한다고 소문이 돈 인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잔업과 야근을 도맡아,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인상을 주는, 두려움이라곤 없는 인간.

그게 지금의 나였다.

또한 그것이 내가 언더커버 요원으로 처음 받은 역할이었다.


‘우선 조직 안으로 들어가는 게 가장 우선입니다. 저희가 파악한 브로커가 그 현장에 나온다고 했으니, 그에게 신뢰를 쌓으세요!’


물론 유 팀장님이 말했던 ‘현장’이라는 게 진짜 건설 현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아무쪼록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었달까.


“후우.”


내가 인간 중에선 가장 낫다는 신뢰.

돈을 받았으면 확실하게 일한다는 신뢰.

그리고 이계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보자······ 음.”


담배를 물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품속에 있던 수첩과 펜을 꺼내 날짜 옆에 표시했다.


“좋아.”


그렇게 신뢰를 쌓기까지 걸린 한 달, 이러다 그냥 일용직에 뿌리를 내리는 게 아닌가 싶긴 했지만.

내 소문이라면 퍼질 대로 퍼져 관리자들에게까지 닿았을 테니, 이제 뭐 입질이 슬슬 오겠지.

브로커인 ‘반장’에게서.


“자, 이제 야간 잔업이나 하러 가볼까?”


그렇게 또 일하러 현장으로 나섰다.

그렇기에 위에서 누가 날 내려다보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


“저리 내버려두실 겁니까?”

“응? 뭐가.”

“어차피 우리한테 섞이지도 못할 놈. 그냥 쫓아내시죠. 저 아래에 인간 냄새가 아주 지독하다고요.”


그 말이 거슬린 건지 커다란 오크가 일어서며 말했다.


“아서라. 먹고 살라고 뒤지게 버티는 꼴통 놈,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봐야지.”


그는 다리를 절뚝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쪽은 아직도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지만.


“인간 새끼가······!”


#


그렇게 시작된 야간 잔업.


“하아······ 하아······!”


1600짜리 속이 빈 사각형 기둥 모양 철골이 6개씩 1,000묶음.


“하아!!!”


양어깨에 두 묶음씩 총 네 묶음을 30층까지 계단으로 옮기는 것이 인간이 할 짓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시발!”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긴 오크들의 현장이었으니.


쿵-!


“하아, 하아, 하아······.”


뭣 같아도 까라면 까야지.


‘오크처럼 일해야 돼. 아니, 오크보다 더 많이 일해야 해!’


말이 좋아 언더커버지, 내가 조직 내부로 들어가기 전까진 정보를 흘리고 돈을 받기는커녕, 월급도 한 푼 받지 못했다.

말하자면 여기 현장에서 버는 돈이 지금 내가 버는 돈의 전부였다는 소리다.

그러니 돈을 벌려면, 뭣 같아도 까라면 까야지.


“근데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무게는 둘째치더라도 계단을 오르기 위해선 기울여야 하는데 철이라 표면이 미끄럽다 보니 초반엔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텃세도 정도껏 부려야지, 시발 진짜.”


인간이라 서럽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이라 머리는 쓸 수 있으니까.

오르기 전에 노끈으로 케이크를 포장하듯 묶고.

그 끝에다 손잡이처럼 잡을 수 있게 매듭을 지어 놓았다.

게다가 몇 번 층계를 오르고 보니 1층에서 30층까지 다이렉트로 오르는 것보다.

15층 지점에서 한번 물을 마시고, 중앙 큰 계단으로 바꿔 오르는 게 더 쉽다는 걸 알고 곧장 루트를 수정했다.


“앞으로 한 번!”


그렇게 이제 딱 한 번만 올려놓으면 되었다.

물론 해는 이미 다 졌고, 현장에 있던 모든 인원도 집에 돌아간 시점이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아침까지는 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망할, 까라면 까 주마!”


그렇게 다시 1층에서 30층.

마지막 철골 더미를 어깨에 올려놓았다.

몇 번 부딪힌 탓인지 살이 찢어져 쓰라렸고 작업복에 핏물이 스미는 것이 느껴졌다.

내려가는 계단은 굴러 내려가고 싶을 정도였다.


“난 오크가 아니야. 인간이라고!”


하긴, 아무리 그래도 인간이 할 짓은 아니긴 했다.


“하아······.”


그렇게 다시 1층 중앙 야외 자재 하역장.


‘끝났다.’


땀이 비 오도록 흐르고 몸에선 피 때문인지 시큼한 썩은 내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또 다른 자재 더미에 기대어 앉았다.


“이걸로 또 하루.”


참고, 버텨냈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던 그때.


“인간 새끼가 아직까지 뭘 하고 있는 거지?”


웬 하프 오크 하나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크 특유의 붉은색 피부가 아닌 오히려 검은 흙빛에 가까운 피부색을 가진 그는 인간과 외형은 똑같았지만.

그 특유의 피부색 덕에 그가 인간과 오크 사이의 혼혈인 하프 오크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한 그가 요새 들어 내게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여간 느려터져서는.”

“거, 지도 하프 오크 땅딸보면서 무슨.”

“뭐라고?”

“막말로 너도 오크는 아니고, 같이 돈 받고 일하는 건데 네가 여기서 나랑 다를 게 뭐냐?”


하프 오크는 내 말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풀었다.


“다른 게 뭔지 알려 줘?”

“하아······.”


힘들어 죽겠는데 막판에 이게 무슨 개짓거리인지.

이런 놈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

트러블을 일으켜 지금까지 겨우겨우 오늘 옮긴 철근처럼 쌓은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린다면.

반장의 눈에 드는 건 전부 물거품이 될 테니까.

그러니 이세계의 신이든 뭐든 제발 저놈을 줘 패지 않고 넘어가게 해 주세요.


“아서라.”

“아서라? 너 지금 뭐 된다고 이러고 있는 거냐? 너 이름이 뭐야? 어디 업체에서 뽑았어?”

“이름은 알 건 없고, 저는 이만 가보렵니다, 하프 오크님. 불만 있으시면 인간인 날 직원으로 뽑은 그쪽 반장님한테 하시고요. 아, 그쪽도 하프 오크라 저 위쪽 현장까지는 못 들어가나?”

“야!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젠장.

생각은 분명 그냥 넘어가자고 했는데 피곤한 것인지, 아니면 저 하프 오크가 열받는 게 고소해서 그런 것인지,

말이 도무지 예쁘게 나오질 않았다.


“앞으로 계속 시비 털거면 그냥 여기서 한 대 치고 끝내든가?”

“이 개새끼가······!”


텁-


하프 오크 놈이 내 멱살을 잡자 마치 종잇장이 흔들리는 것처럼 따라갔다.

그는 명백한 악의를 품고 소리를 내 면전에다 소리를 질렀다.


“여긴 지금 CCTV도 없잖아? 내일 아침까지 오는 사람도 없을 거고, 어차피 죽지만 않으면 반장님이 알아서 처리할 거니까!”


아, 그래 쳐라. 한 대 정도면 하프 오크 정도는 맞아줄 수 있으니까.


“너 이 새끼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그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쾅-!!!!!


“어?”


하프 오크 뒤로 자재 더미가 무너졌다.


“뭐, 뭐야?”


이 하역장은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가 따로 있었는데, 무너진 쪽은 그쪽인 것 같았다.

말하자면 지금 이곳에서 다시 안으로 들어가거나 이미 잠긴 현장 출입구로 나갈 방법은 없다는 소리였다.


‘아니, 그 전에······.’


“야, 여기 아무도 없다며?”


늦은 새벽, 남아 있는 사람은 나와 내게 시비를 걸기 위해 남아 있었던 하프 오크 하나밖에 없는 게 당연했는데.


“나도 안쪽은 모르지, 시발! 하역장은 ‘트롤’들이 다니니까.”


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재를 뚫고 트롤이 나타났다.


“구오오어어!”


그는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무너진 잔해를 부수고 때렸다.

분명, 이성이 없었다.


“저거 왜 저러는 거야?”

“모, 몰라.”


한눈에 보기에도 정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 ‘붉은 눈’은 설마?!


“어?”


그리고 그 트롤은 하프 오크,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쪽을 바라봤다.


“과, 광폭화다.”

“뭐?”


트롤이 가지고 있다는 스킬 ‘광폭화.’

당연히 이계인을 공부하며 알긴 했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PTSD성 발작’ 정도라 산업 현장에서는 취업이 제한된다고 들었었다.


“트롤 중에 광폭화 스킬을 가진 놈이 현장에 왜 있어!”

“나도 몰라 시발! 그런 놈들은 반장님이 알아서 안전 심사에서 잘랐을 텐데?”


트롤은 나와 하프 오크를 향해 게거품을 흘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이런 시발······.”


쿵-


하프 오크에겐 한 대 맞아도 버틸 수 있겠지만 트롤은 다르다.


“끝날 때까지 눈에 보이는 건 닥치는 대로 부술 텐데······!”

“지금 저거 너랑 나랑 보고 있지 않아?”


말하자면 지금 이 하프 오크 새끼랑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뜻이었다.


“쿠아아아아!!!”


굴착기만 한 놈이 이성을 잃고 뛰어온다.

트롤은 다르다. 저런 것엔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

바로 그때,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나도 스킬 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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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언 쓰는 잠입 경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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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혈석 (3) 24.08.01 57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1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8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3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4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9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5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4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7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 3. 스카우트 (2) 24.07.17 223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4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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