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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64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28 18:00
조회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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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14. 한 명의 죽음 (4)

DUMMY

14. 한 명의 죽음 (4)


“야! 이우람!”

“저쪽은 내가 붙을 테니까 넌 여기 정리해!”


설마 죽이려는 건가?

임해찬이 시킨 일은 차례차례 청두파 말단 간부를 치거나, 아니면 운반책을 죽이는 것.

이우람은 눈앞에 스친 저 차를 둘 중 무엇으로 인식한 걸까?


“안 돼!!!”


이런 개 같은. 이우람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곧장 뛰면 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오늘 여기에서의 일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하고 끝난다.

며칠을 따라붙어 여기 사장이 나오는 날을 파악했다.

그런데 이대로 간다? 그러면 자신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이곳에는 이제 얼굴도 비추지 않겠지.

쥐를 잡기 전에 불을 거두는 셈이다.


“제길!”


지금을 놓칠 순 없다.

나는 결국 떠나는 이우람은 두고 곧장 사장실이 있는 공장으로 달렸다.


“빌어먹을 시간이 없단 말이야······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분명 공장용지 지도로 확인했을 때, 이 공장이 사장실이 위치한 곳일 텐데.

가장 커다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입구는 전부 막혀있었다.


‘소란 때문인 거면 확실히 몰아붙인 건 맞을 텐데······!’


급박했다. 우선 내부로 들어가더라도 또다시 사장실까지의 길을 뚫어야 했으니까.

그러니,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선 안 된다는 뜻이었다.


“빨리!”


그렇게 일단 보이는 외부 2층 계단을 따라 올랐다.

하지만 역시나, 순탄치는 않았다.


“이런 시발!”


2층 외부 출입구를 통해 덩치들이 쏟아졌다.

총 다섯, 이 좁은 계단에 들어올 수조차 없어 보이는 크기.

게다가 위에서 막고 있고 내가 올라가는 거라 뚫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저리 꺼져!”


하지만 역시나, 시간이 없다.

나는 계단 난간을 꽉 잡은 채, 내려오는 첫 번째 덩치의 정강이를 뒤꿈치로 걷어찼다.


“억!”


덩치가 쓰러지며 들고 있던 파이프를 내려찍었다.

아니, 내려찍으려다 넘어지는 거라 속도가 어마어마했고 저런 걸 맞았다간 말 그대로 뼈도 못 추스를 느낌이랄까.


깡-!


하지만 당연히 그걸 처맞고 있을 이유는 전혀 없었고 난간에 기대 몸을 피했다.

그리고 곧장 무릎으로 덩치의 얼굴을 가격했다.


퍽-!


“이, 이런!”


첫 번째 덩치가 쓰러지면서 계단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이 좁디좁은 계단 양쪽에 두 팔을 건 채 빨래 널듯 하는 모양새였는데,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뒤쪽 역시 우르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어어? 밀지 마 새끼들아!”


우지끈-


“끄아아아아!!!”


쏟아지는 덩치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첫 번째 덩치의 두 어깨가 뒤틀리며 꺾였다.


“안 꺼질 거면!”


다행히 그가 들고 있던 파이프는 재빨리 집은 상태였고, 덩치들은 엉겨 붙어 있었으니.

매타작을 시작해야지.


“좀 자든가!”


퍽-! 퍽-! 퍽-!


“으아아아아!”


나는 말 그대로 두 번째 놈을 두들겨 패고, 그 위로 올라 또 패고, 또 올라 다시 팼다.


“이, 이게 뭔 개짓거리야?!”


그렇게 검은 언덕을 다 오르고 보니 마지막 놈은 뒤로 빠져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 내가 더 위네?”


덩치들 위에 있다 보니 내가 더 높았다.

그리고 내가 더 높다면, 아래 있는 놈을 치는 거야 일도 아니지.


퍽-!


“후우······.”


그렇게 얼추 정리하고 안쪽을 확인하기 전에 다른 공장 먼저 확인했다.

다행히 내가 지핀 불씨가 크게 타오르는 것인지 다른 쪽 공장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개판이네.”


수인들은 지금까지 잡혀, 또 갇혀 일하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인지 눈에 보이는 인간들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다른 공장에서 있던 인원들도 모두 그쪽으로 향하는 게 두 눈으로도 보일 지경이었다.


‘여기까지 오려면 걸린다는 소리.’


그렇다면 저 분노가 활활 타오르다 재만 남아 사그라지기 전에.

빠르게 치고 빠져나간다.


“아, 그러고 보니까 차는······.”


설마 이우람 이 새끼, 운반책 쫓아간다고 차를 끌고 가진 않았겠지?

아니, 지금은 그럴 생각할 시간은 없다.

나는 곧장 2층 문을 박차고 열었다.


“뭐야?”


당연히 제일 큰 건물이니 더 큰 장비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안은 텅 비어있었다.


“야 저 새끼가 그거냐?”

“예.”

“하아, 야! 내려와 인마!”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까 본 덩치들 비슷하게 시꺼먼 놈들이 대략 30명쯤 깔려 있었다.


‘일대 삼십은 좀 무리인데.’


서둘러 지형을 살폈다.

아까처럼 호레이트가 있는 걸 보니, 확실히 그냥 비워두진 않았을 것 같은데······

바닥은 제대로 마감도 안 해놓은 흙바닥, 그것도 원형으로.

아니, 잠깐.


‘왜 핏자국이······.’


그제야 깨달았다.


“아.”


여긴 말 그대로 ‘투기장’이다.

그것도 수인들로 여는 투기장.


“왜 너도 내려와서 한판 해야지? 우리 쪽에선 한 놈만 나갈게!”


미친 인간의 광기가 내 아래로 들끓고 있는 게 보였다.


“하하, 이 시발 새끼들이 진짜.”


참 이 세상은 여러모로 망가졌구나 싶었는데, 일단 지금은 이것저것 생각하며 한탄이나 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서둘러 사장을 보고 싶다는 마음뿐.


“저 새끼 저거 쫄았나 본데요?”

“야! 어디서 나왔냐? 그 으리으리한 적송이야?”

“듣기로는 노가다 판에서 굴렀답니다.”


맘껏 낄낄거리며 파이프든 사시미든 꺼내는 놈들을 보고, 나도 난간에 섰다.

그리고 후크 철선을 잡아 물었다.


“너희 사장은 어디 있어?”

“사장님이야 사장실에 있지 새끼야, 그런데 저기 뒤로 가려면 우리 다 쓰러뜨리고 가야 하는데? 자신은 있어?”


아까부터 인상 더러운 대머리 하나가 떠들었는데, 저놈이 아마 여기 있는 놈들 중에선 그나마 대표라고 볼 수 있을 터.


“2층에서 구경하고, 1층에선 사장이 돈 놀음하고. 이계인들로 불법 투기장 연다는 건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장사가 꽤 잘 되나 보지?”

“그럼! 너도 선수로 뛸래? 보아하니 좀 치는가 보던데 잘만 하면 우리처럼 청두파 배찌를 달 수도 있고!”


그제야 왜 이곳 사장이, 여기 있는 청두파 말단 간부의 별명이 ‘가장 수하가 많은 놈’인지 알 수 있었다.

이곳엔 돈을 받고 선수들이 모인다.

그 선수들이 돈 받고 떠나게 두지 않고 이곳에 붙잡아 길을 들인다.


‘그리고 자신의 수하로 삼는다.’


그게 가장 수하가 많은 놈의 영업 방식인 모양이었다.


“여긴 투기장이 아니야.”

“뭐라고?”

“그냥 쓰레기통이지.”


곧장 줄을 잡아 뛰어들었다.


“미친놈이 지랄하네!”


당연히 타고 날아오는 나를 마치 야구 선수가 공을 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여럿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나 역시 당연히, 처맞고 있을 생각은 없다.


휙-


그대로 줄을 던지며 그 바로 앞에서 뛰어내려 굴렀다.


쿵-!


“컥!”


방금 뭐라뭐라 떠들던 대머리가 깨지며 쓰러지고.

다른 놈들이 달려드는 사이.

자세를 잡았다.


“오늘 일은 쓰레기들 상대할 시간이 없거든!”


발로 차는 건 동작이 크다.

그러니 빠르게 잽을 날리고 거리를 벌리는 척하며 종아리를 걷어차는 게 더 효율적이다.

그렇게 가장 먼저 달려드는 놈 자세가 비틀어진다 싶을 때,

다른 상대가 들어오면 목이나 턱을 노리는 게 좋다.


퍽!


“켁!”


목젖을 맞은 놈이 고꾸라진다.

하지만 이때, 내 뒤쪽에 있던 놈이 등을 노리고 발을 차 들어온다.


휙-


병신, 자기가 칼을 든 것도 잊은 모양이다.

이런 건 피할 수도 없지만 칼이 아니라면 맞을만하지.


쿵!


체중이 실린 터라 나 역시 앞으로 구른다.

이렇게 되면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던 놈의 중앙에 놓인 상태가 된다.

그리고, 내 앞에 다시 후크가 있다.


휙-


크게 돌려 던져 시야를 방해한다.

빙빙 도는 후크를 피해 다시 상대는 원형을 만들고 나는 그중 사장실 철문과 가장 가까운 쪽으로 달린다.


“다 꺼져!”


그렇게 그대로 후크를 피해 몸을 숙이던 상대를 뛰어넘어 포위를 빠져나갔다.


다다다-


날 따라 달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내가 사장실에 닿는 게 더 빨랐고.

그곳을 지키던 두 놈이 나를 잡기 위해 파이프를 던지고, 또 잡으려 든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쥐새끼는 너네 사장이지!”


휙-


그렇게 몸을 숙여 사타구니에 한 대.


퍽!


그리고 좀 더 뒤에 있던 놈에게 달려들어 철문에 그대로 받았다.


쿵!


당연히 쓰러지진 않는다.

뒤통수를 올려 턱을 후려치고 나서야 상대의 근육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풀썩!


“하아.”


그렇게 모든 놈들이 내 뒤로 바짝 다가왔을 때.


“시발!”


나는 철문 손잡이를 잡았다.


끼이익!


문을 당겨 열고, 쏟아지는 놈들이 더 달라붙기 전에 안으로 몸을 던졌다.


#


그렇게, 세이브.

안에서 걸쇠를 밀어 잠근 뒤 그 옆에 있던 캐비넷을 쓰러뜨렸다.


“이걸로 5분 정도.”


딱 그 정도의 시간만 더 벌 수 있었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너, 뭐 하는 새끼니?”


사장은 책상에 앉아 날 보고 물었다.

진짜 공장장이라도 된 것처럼 입은 꼬라지였고 쥐처럼 이가 툭 튀어나온 인상이었다.


“방금 전에 부사장님 오셨는데, 그분 따라온 거면 이미 늦었다. 운반책이랑 같이 가셨어.”

“그래?”

“그리고 나 총 있다.”


놈은 그 얇은 손으로 내게 총구를 겨눈 채였다.

경비가 말도 안 되게 허술하다 했더니, 총을 가진 채 쥐구멍에 내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나?


“하······ 쥐가 아니라 뱀 새끼였네.”

“네가 누군지는 몰라도 너도 참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그래 어이가 없겠지. 하지만 내가 소란 났다는 말에 뭘 믿고 여기로 혼자 왔겠니?”


그는 총구를 까딱거리며 내게 앉으라 지시했다.

금방이라도 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건지, 탄창을 손가락으로 굴리면서.


“고생했다. 차례차례 간부만 노리는 거 보니까, 적송 쪽도 뭐 얘길 들은 것 같은데. 여기서 이만 끝내자. 찍! 하고 죽는 쥐새끼 소리 하나 새어가지 못하고 끄읕.”


죽는다.

이대로, 어이없이.


“여긴 내가 일하는 공간이라 밖에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거든.”

“소리가 안 새어 나간다고?”


진짜로 어이가 없었다.


“너도 이 바닥 굴렀으니, 유언이라도 남길 거면 들어 줄게. 한마디 하든가?”


상대가 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여기서 나가더라도 밖에 있는 놈들 때문에 죽기밖에 할 수 없는.

여러 가지가 싹 다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중에 가장 어이가 없었던 건.


“총구 돌려서 네 다리에 쏴.”


내가 여기서 스킬을 쓸지는 정말로 예상 못 했다는 것이었다.


탕!


#


그렇게 또 한 놈 끝.

총을 든 채 공장용지를 나와, 사장의 차를 타고 운반책이 있다는 곳까지 왔다.


철컥-


작은 빌라 건물이었는데, 문은 열려 있었다.


‘이우람.’


나는 조심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엔 운반책의 시체가 있었다.

셋의 싸움, 아니면 한 명의 죽음.


“시발······.”


이우람은 그중에 후자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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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혈석 (3) 24.08.01 57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0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7 1 11쪽
»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3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3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8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4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3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7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2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2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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