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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61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25 18:00
조회
79
추천
2
글자
11쪽

11. 한 명의 죽음 (1)

DUMMY

11. 한 명의 죽음 (1)


“경찰 시험은 왜 본 겁니까?”


싸늘하다.


“왜 하필이면, 퇴역인 반장을 돕고 있는 겁니까?”


고기 굽는 소리 하나 없이 침묵이 이어진다.

이렇게 침묵만 늘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이 푸짐한 상다리에 말을 한 번 뱉고 나면 절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랬다.


‘만약 내 이력이 의심스러웠어도 이런 곳까지 부를 필요는 없었어.’


“야, 너 이거 뭐야? 경찰 되려고 했었어?”


날카로운 칼이 목 끝에 닿은 기분.

하지만 기분 하나로 그르칠 일은 아니다.

‘언더커버로 의심하기엔 난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니까.’


“야! 이 새끼야, 이거 뭐냐고!”

“후우.”


아무것도 아닌 인간.

나는 한숨을 크게 쉬고 답했다.


“돈 벌려고 했습니다.”


사실 고르고 골라 한 말이긴 했지만 이것 말고 그럴싸한 핑계가 내 안에 없었다.

반장에게 잘 보이려고 할 때도 그랬지만 이것만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사실에서 자라난 거짓은 꽤 값싸게 먹힌다.


“그게 대답입니까?”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여기서 침묵을 이을 순 없다.

그러니 사실에서 자라난 거짓이 그 사실 자체를 다 가리도록, 다음 대화로 계속 이어야 한다.


‘생각해라······! 아무것도 아닌 인간인 나를 조사한 이유를!’


“지금도 밥 주고 일 준다니까 따라온 거긴 한데······.”


아.

경찰까지 연관된 그 3주 뒤의 큰일.

이놈도 거기 연관되어 있고, 그렇다면 3주 뒤의 일을 위해 경찰 쪽을 파다가 내 정보가 나온 것은 아닐까?

아니, 지금은 헷갈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3주 뒤 일인 것과 연관되어 날 조사한 게 확실하고 내가 언더커버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조사한 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오히려 세게 나가는 게 정답이라는 거지.’


“일 시킬 거 있으면 빨리 말씀하세요. 괜히 수저도 안 줄 거면서 이런 곳에 잡아 두지 말고.”

“이 새끼, 아 죄, 죄송합니다 부장님! 이 녀석이 아직 뭘 모르는 놈이라······.”

“하긴 그렇긴 하죠.”


임해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마셨다.

아무쪼록 세게 나가는 게 또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더 이어야 해.’


여기까지 생각이 치밀었을 때, 불현듯 광고 하나가 떠올랐다.


“이계인들 도와주라고 뽑는 공무원 있었잖아요. 쉽다길래 지원했는데, 결국 안 됐습니다. 돈 벌려고 원래 일했던 노가다 판에 다시 갔고 그게 끝.”


여기서 미끼를 던진다.


“시험장에 높으신 분들 있긴 했는데, 뭐 제대로 보지도 않더만······.”

“그 시험장에서 혹시 다른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까?”


됐다.


‘역시 이놈은 3주 뒤 그 일 때문에 경찰 동향을 파악하는 것뿐이야······!’


“뭐, 그냥 떨어졌으니까 돌려보내던데요.”


탁-


임해찬 부장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것뿐이라, 좋습니다. 경찰이 급하게 인원을 뽑는 이유는 당신에게 듣진 못하겠군요.”


‘지리는 줄 알았다, 이 새끼.’


왜 반장의 일을 돕고 있는 것인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터였다.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딱 이 정도가 ‘아무것도 아닌 인간’에겐 잘 어울리는 포지션이니까.

아무쪼록 내가 생각해도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간 것 같았다.


“그래요. 그럼 일 얘기 해보죠.”


내가 빠져나갔다고 생각하자마자 임해찬 부장은 특유의 매서운 눈을 들어 내게 말했다.


“3주 뒤, 본사에서 꽤 큰일을 준비하고 있고 그건 이 삼거리를 장악한 인간 폭력 조직 ‘청두파’를 치는 거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곳이라고 해봐야 당신 밑이라 이거지?’


우리 둘의 신원이 확인되자마자 그는 자기의 아래에 우리 둘을 둔 것처럼 굴었다.


“청두파 말단 간부 중 셋이 이번 일과 연관이 있었는데 그중 한 놈을 네가 박살 낸 거지.”

“아, 그럼 진짜 칭찬하려고 부르신 거구나?”

“이제부터 말은 나만 할 테니까, 들어.”


탁-


“너희 둘이 힘 좀 쓴다는 건 알겠다. 그러니 한 놈 치고 남은 둘, 청두파 말단 간부 둘을 더 쳐라.”


임해찬 부장은 이우람과 내 잔에 모두 술을 따르며 설명을 이었다.


“너희는 그쪽에 얼굴이 알려져 있지도 않고, 우리 쪽에서도 퇴역 밑에서 구르는 잡부 정도야. 그런 놈들이 사고를 치는 정도로만 하면, 뒤탈이 생겨도 본사는 타격을 받지 않겠지.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예, 감사합니다.”


이우람이 술을 마시고, 나도 마시고, 그대로 내려둔 뒤 말했다.


“그건 알겠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니까요? 우리가 둘 제끼다가 사고라도 당하면 무슨 일하다 다친 건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순간, 살모사 같은 눈이 나와 마주쳤다. 나 같은 거의 목숨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무미건조한 표정.

하지만 이내, 임해찬 부장은 힘을 풀며 한숨을 쉬고 답했다.


“청두파 쪽 물건을 우리 적송이 가로챈다. 딱 그 정도만 알고 있으면 돼. 너흰 그거로 충분해.”


그리고 그는 사진 하나를 품에서 꺼내 식탁 아래로 내려놨다.


“그놈이 청두파 운반책이다. 원래는 그놈을 ‘지우려고’ 했지. 그런데 때맞춰 너희가 나타났고 다른 수가 생겨, 내가 직접 이용하는 것뿐이야.”


말은 그저 설명한다고 뱉은 것이었지만 그의 말 속에 있는 뜻은 역시나 칼이 되어 날카롭게 겨눠지고 있었다.


“너희가 간부를 칠지, 운반책을 죽일지 뭘 하든 상관없지만······.”


‘선택하라는 건가.’


인간 조직 말단 간부 셋을 정리하거나, 아니면 사진 속 인섹터 하나를 죽이거나.

셋의 싸움, 아니면 한 명의 죽음.


“증명해.”


임해찬 부장은 우리 둘에게 선택권을 준 뒤 자리를 나섰다.

나와 이우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


당연히 음식은 먹지도 못하고 바로 나왔다.

거리를 걷다 익숙한 골목으로 다시 들어갔을 때, 이우람이 내 멱살을 잡아 올렸다.


“야 이 병신 새끼야!”

“닥쳐라, 오크 땅딸보. 진짜 죽여버리기 전에.”


적송이 인간 조직폭력배를 쓸어버리려고 한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손을 치운 뒤 담배를 하나 꺼냈다.


칙- 치칙-


“네가 말한 빨리 가는 방법이 저거냐?”

“들었잖아, 증명하기만 하면 돼.”

“그건 지금 우리가 있는 반장 쪽도 마찬가지야.”


방금 만났던 임해찬의 말을 보면, 적송은 파벌이 나눠진 상태고 본사로 닿을 두 길이 있다.

이게 내 결론이었다.


“저거 잡으면 반장이랑 틀어진다는 건 알지?”


그리고 그 둘은 왜인지 서로를 견재한다.

그것을, 이우람이 모르고 있진 않았다.


“나도 알아. 지금보다 더 빨리 가려는 것뿐이고.”

“남은 둘을 치거나 하나를 죽여야 한다잖아?”

“시발, 못 할 게 뭔데?”


하긴, 이우람의 말처럼 지금 임해찬이 제시한 길이 훨씬 더 빠르긴 할 터였다.

3주 뒤 있을 큰일, 그 물건을 빼돌린다는 일에 어떻게든 발을 붙이면.


‘조직에 큰 실적 하나 쌓은 게 되긴 하니까.’


“후우······.”


하필이면 이우람 이놈은 이딴 줄을 가져와서, 머리가 복잡해지자 피로가 쌓이고 또 기분이 더러웠다.

하지만, 역시나 기분 때문에 그르칠 일은 아니지.


“그 남은 청두파 간부라는 둘, 뭔지 알아?”

“전에 들어서 알지.”

“그래.”


나는 운반책 사진을 꺼내 다시 한번 본 뒤 이우람의 앞에 던지며 말했다.


“일은 받는다. 하지만 반장에게 바로 말할 거야.”

“뭐?”

“너 피해 안 가게 할 테니까 일단 들어.”


나는 휴대폰을 꺼내 반장에게 전화를 걸며 말을 이었다.


“빨리 가더라도 계단은 차례차례 밟아 올라가는 거야.”


삑-


“예, 반장. 긴히 드릴 얘기가 있습니다. 예, 사무실로 갈게요, 그러면.”


삑-


“야, 뭐 어떻게 하려고?”

“어차피 그 청두파라는 거 우리 쪽이 아니라 반장이 말한 ‘다른 쪽’이라는 거지? 그럼 차례차례······.”


꽁초를 버리고 발로 비벼 껐다.


“아래부터 확실히 밟아 무너뜨리지 뭐.”


난 그렇게 사무실로 향했다.


“······.”


때문에 이우람이 운반책의 사진을 챙기는 건 보지 못했다.


#


일주일이 지났다.


“후우······.”


반장에게 청두파 말단 간부 놈들 둘을 정리한다고 말했을 때 반장은 기어코 내가 미쳤나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임해찬 부장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그 역시 무턱대고 날 말릴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본사가 직접 청두파를 치려고 하는 중이고, 나는 부장의 편이다.

어차피 충돌은 피할 수 없지만 부장은 임해찬의 말 그대로 ‘퇴역’이니 전반에 나설 수 없는 일이고.

그렇다면.

나라는 말로 대신 움직여야 할 터.


‘그래, 해봐라. 어차피 칠 거라면 일단 그 새끼가 시킨 일 하면서 간을 봐. 큰일이라는 게 뭔지, 물건은 또 뭔지 알아내서 우리가 어쩔지 정하는 거지. 청두파 놈들에 대해선 내가 말해 줄 테니까. 그 대신······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연락하고.’


하여간 걱정은.

이어진 반장의 말에 난 피식 웃고 말았다.


‘이제부터 네가 내 사냥개다.’


“후우, 그런데 이 새끼는 왜 안 오는 거야?”


그렇게 지금까지 청두파 놈들을 파악하며 보낸 일주일,

왜인지 이우람이 연락도 없이 사라지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뭐, 지 말론 상납금을 자기 혼자 다 걷느라 바쁘다나?


“그러면 할 말은 없지.”


쳇, 아무쪼록 그럼 오늘 일도 나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 건데. 예상보다 인원이 많이 있어 조금 걱정이었다.


“항구 근처 공장이다 보니 누가 누군지를 모르겠네. 인간이면 청두파고 이계인이면 노동자인 건가?”


청두파의 말단 간부 셋. 그중 저번 유흥주점에서 정리한 그 딱딱한 놈은, 속칭 셋 중 ‘가장 잘 치는 놈’이라 삼거리 근처에 터를 잡은 상태였으나.

지금 내가 다음 타겟으로 잡은 놈은 ‘가장 수하가 많은 놈’이었다.


“수하가 많다는 건 그냥 밑에 놈들이 많은 줄 알았더니만, 청두파에서 하는 사업 하나를 통째로 가지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거대한 공장용지에 바글바글, 이 새벽부터 일을 시작하는 녀석들이 가득했다.

반장이 알려 준 바로는 이곳에서 각종 생필품이나 옷가지들을 중국 쪽에서 위탁받아 만든다는데,

세금을 피하기 위해 원자재를 밀반입하고 직접 여기 공장에서 찍어내는.

말하자면 원자재가 어디서 들여왔건 국내에서 만들었으니 국산품이다, 하는 거랄까.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밀수 작업? 지랄을 한다, 지랄을 해.’


그렇지만 확실히 혼자 정면에서 뚫고 들어가기엔 그 규모에서 바로 무리가 있어 보였다.


“에이 시발.”


그래도 뭐, 일해야지.


“임해찬이 시킨 일 중에, 반장의 말대로 청두파가 가졌다는 물건이 뭔지, 그걸로 하는 큰일이 뭔지 알아내서 어쩔지 간을 본다. 그리고 그런 중에 다시 경찰로서, 후우······.”


조직을 차근차근 무너뜨리고 그걸 계단 삼아 올라간다.

물론 그 첫 발판이 될 놈들은.


“가볼까?”


청두파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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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혈석 (3) 24.08.01 57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0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7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7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3 2 11쪽
»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3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8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4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3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7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2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2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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