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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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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8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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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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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DUMMY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안은 생각보다 훨씬 깨끗했다.

백색 조명이 너무 창백하게 깔려 무슨 영안실처럼 느껴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이겠지만,

실제 깊이로만 보면 지하 3층 아래일 텐데도 전혀 그렇게나 밑까지 내려왔다는 인상이 없었다.


‘아니, 도박장이 더러워서 그런가. 이곳이 훨씬 더 생활하긴 편할 것 같은데.’


누가 봐도 이곳이 이 건물의 진짜 활용 공간이고 도박장이 위장 시설이었다.

말하자면 ‘불법’이라는 뜻이고.

떳떳하지 못한 더러운 일들을 위해 숨겨진 장소라는 뜻이겠지.

이곳으로 들어오는 계단 입구부터, 층마다 잠겨 있던 문들,

그리고 여차하면 이곳을 폐쇄할 용도로 보이는 방화 셔터까지 그 사실을 보란 듯이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하나.


“넌 여기 어떻게 들어온 거야?”


이우람은 어떻게 이곳을 안 걸까?

그는 지금까지 있던 모든 문을 고작 한 번에 터치로 뚫어낸 마스터키 카드를 흔들며 답했다.


“그러니까 넌 이 형님만 믿고 따라오면 되는 거야.”


이어서 그는 다시 한번 문을 열었다.


삑-


이 지하의 끝인 것처럼 느껴지는 커다란 공간, 거기엔 이 도박장의 주인이 앉아있었다.


“아, 오셨군요.”


그는 인섹터들 중에서도 흔치 않게 ‘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저는 이곳 산란장의 주인입니다.”


말 그대로 게의 등껍질 같은 것이 꼭 망토가 달린 투구처럼 길게 늘어져 어깨를 감싸고 있었고 여럿 달린 다리, 아니 팔 역시 길고 가늘어 꼭 거미 같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산란장이라는 공간은, 마치 그가 살고 있는 듯 바닷가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여럿 모아 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하수도 시설과 합쳐 지은 것인지 축축하고 습했으며, 거미의 발과 같은 주인장의 손이 닿는 곳곳마다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만큼 깊고 어두운 틈이 있었다.


“야, 이게 다 뭔데?”

“있어봐 새끼야.”


이우람은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선 카드키를 반납하고 그의 앞에 있던 작은 브리프 케이스를 챙겼다.


“이 물건을 잘 전달만 해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돈은?”

“위에서 받아서 가시면 될 겁니다. 제가 연로해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윗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딱 봐도, 불법.

게다가 인색터 중에 저런 게딱지를 갖고 있는 놈들은 흔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벌레들과는 달리 아주 오래 살아왔다고 들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차올랐다.

이우람이 어떻게 이런 놈과 어울리고 있는 거지?


“그럼,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잠깐, 이 멍청한 놈한테 한 얘기 나한테도 설명 좀 해 주지.”

“예? 거기 인간 분께선 이분의 호위라고만 들었습니다만.”


나는 이우람을 한번 째려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은 뭐고, 이 산란장이라는 건 뭐고, 우리가 전달한다는 그 물건은 뭔데?”


주인장은 가로로 벌어지는 입을 딱딱거리며 답했다.


“이런, 너무 많은 질문이라······ 한 가지만 먼저 답해드리겠습니다.”

“그러시던가.”

“오시면서 보셨기 때문에 아시겠지만, 2구역에 사는 인섹터들과 다른 이계인들은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저는 그 위험에서 그들을 지키기 위해 약간의 대가를 주고 있는 것이죠.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산란장, 말 그대로 인섹터들이 알을 낳아 기르는 공간이었다.

이곳의 주인은 바위틈으로 그 팔을 넣어 손바닥만 한 알을 꺼내 주머니에 담았다.


“저희는 인간과 달리 알에서 태어납니다. 적합한 환경이 유지되지 않으면 아이를 가질 수 없죠. 이 시설도 그중 하나고요. 여러분의 관리 덕에 이렇게나마 종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내가 하는 일이 관리라는 말을 듣자 기분이 더러웠지만.

우리가 관리하는 곳에서 받은 물건을 따로 넘긴다?

아무쪼록 이우람이 말한 ‘큰 거 한 방’이라는 이 일은 이우람의 선에서 진행된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이 멍청한 놈을 꼬드겼다는 게 되겠지.’


이건 반장에게서 받은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우리끼리 따로 일을 진행한다는 뜻이었다.


“뒤탈은 없어. 그리고 저 늙은이 앞에서 할 얘기도 아니니 나가서 천천히 말해 줄게.”

“확실한 거야?”

“아이 시발 그렇다니까! 자자, 가자. 이따가 맛있는 거 먹을 때 다 말해 줄게.”


찝찝했다.

이 공간의 습한 기운처럼 아주 더럽게 찝찝했지만, 산란장이 위험할까 벌벌 떠는 주인의 모습을 보니 지금은 확실히 이우람에게 따로 설명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위로 향하기, 전에.


“또 잠깐.”


나는 도박장의 주인에게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 물었다.


“여기 위에 있는 머신들 당신이 만든 거야?”

“네, 그렇죠.”


같은 종족의 새끼를 팔고 있는 미친놈이 주인장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위협에서 보호하기는 개뿔.


#


칙- 치칙-


“후우······ 그래서 뭐야?”


도박장을 나오자마자 골목길로 더 들어가 둘만 있을 때, 이우람에게 물었다.


“이거 무슨 상황이냐고.”

“넌 형님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니까.”

“제대로 설명을 해야지. 이 도박장 아래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불법 같은데.”

“불법은 맞을 걸? 그래도 여기 건물 우리가 지은 거야. 적송 본사에서.”


적송 본사에서 승인했다는 말인가?

아니, 관리를 한다는 건가?

뭔가를 물어볼수록 왜 더 질문만 늘어가는지 짜증이 났다.


“제대로 말 안 하면 난 빠진다. 반장한테도 바로 말할 거고.”


물론 일전에 유 팀장님이 말한 것처럼 반장으로부터 받은 일이 아니라 바로 빠질 생각이긴 했지만.


“아이 씨! 네가 더 빨리 위로 올라가고 싶다며!”


더 빨리 위로 갈 수 있는 일이란 소리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의 침묵이 그림자 아래로 흘렀다.

이우람은 담배꽁초를 비벼 끄고 드디어 제대로 된 설명을 이었다.


“어젯밤에 상납금 받으러 돌아다니고 있을 때, 여기 왔었거든.”

“그래서?”

“나도 반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뒷돈 챙길 생각은 없었는데, 여기 주인장이 그러더라. ‘그분’이 혹시 우리가 오면 물건은 우리 손에 들려 보내라 했다고.”

“그분?”


이우람은 브리프 케이스를 툭툭 쳤다.


“어, 그분이 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 말이야. 우리가 어제 친 사고를 듣고, 꽤 좋은 인상을 받으신 거지. 그래서 우리도 끼게 하려는 거고. 이거 잘만 하면 우리도 라인 탈 수 있다니까.”

“그분이 누군데?”

“놀라지나 말아라, 새끼야. 이 형님이 ‘적송 본사에서 온 분’을 오늘 소개시켜 줄 테니까.”


정리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이 밑에 정보를 모으는 주인장이 어제 우리가 친 사고를 듣고 적송 본사에서 나온 ‘그분’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 그분이라는 자식은 이우람을 꼬셔다 이 ‘물건’이라는 걸 자신에게 옮기도록 시켰다?


“흠······.”


찝찝했다.

더럽게 찝찝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큰일이 있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주.

만약 그 일과 이 물건이 연관되어 있다면?


“이 물건이라는 게 뭔데?”


이우람은 그제야 피식 또 웃었다.


“가서 들어 새끼야.”


그렇게 그는 골목길을 따라 나를 이끌었다.

그때, 귀신같이 핸드폰이 울렸다.

반장이었고 잠시 고민했지만, 당연히, 받지는 않았다.


#


이우람이 이끈 곳은 누가 봐도 고급진 음식점이었다.

으리으리하게 기와로 받쳐 둔 건물이었는데 정확히 삼거리 중앙에 위치한 곳이었다.


‘이런 식당이 여기 있을 수 있나?’


아무리 2구역이 크다지만, 바로 옆에 그 빈민촌 같은 향락가가 붙어 있는데 이런 큰 장사가 되긴 할까 싶어서였다.

물론 이 터 안으로 들어오기 전엔 무슨 웨딩홀 그런 거인 줄로만 알았을 지경이었고.


“어?”


그런 중에, 난 여기 이런 곳이 있는 이유를 들어오자마자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거 경찰 아니냐?”

“왜, 우리가 뭐 죄지었냐?”


이곳엔 내가 면접장에서 봤던 경찰, 그것도 대강당 끝줄에서 앉아 후보생들을 지켜보던 꽤 높으신 분들이 있었다.

물론 날 알아볼 위협 따윈 없었지만, TV에 나오던 국회의원이나, 이계인 사업가나, 오크들도 여럿 보였다.


“야, 도대체 뭔 일을 받은 거길래 이런 데를······.”

“됐고, 가자.”


이우람은 그렇게 미리 전달받은 대로 날 2층으로 데려갔다.

이곳의 커다란 중앙 계단을 밟고 올라, 왼쪽 끝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래요.”


드르륵-


안에서 들리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종업원이 문을 열어 주고.

이우람이 말했던 그분이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적송 임해찬 부장이라 합니다.”


쉰은 되어 보이는 인상, 하지만 장난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진중한 변호사 느낌.

내가 임해찬 부장을 보고 처음 했던 생각은 ‘얽히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부류의 인간’이었다.


“들어오시죠.”


나는 영화에서나 봤던 고급 음식점,

그것도 십전대보탕인지 뭔지를 담는 요상한 접시 앞에 앉았다.


“물건은 가져왔습니까?”

“아, 예.”


이우람은 잔뜩 긴장한 채 물건을 상 옆에 두고 물까지 돌아서 마셨다.

물론 나는 아니었지만.


“이 새끼가 말하길 여기 오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또 저 물건은 대체 뭔지 들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뭐 되게 더러운 일인 것 같기는 한데.”

“야, 이 미친놈아.”


내 말에 이우람은 정색했고, 임해찬 부장은 슬며시 입만 웃은 채 술잔을 들어 마신 뒤 말을 이었다.


“두 분이 사고 친 얘기는 곧장 들었습니다. 그 친구 턱이 완전히 박살 나서 호스를 통해서만 식사할 수 있다더군요.”

“그래서요?”

“치료 명목이다, 영업 방해다. 게다가 건설 현장에서 트롤이 일으킨 사건까지 얹어서 수습에 꽤 많은 돈이 들어가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맘에 들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임해찬은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한 정확한 답을 곧장 내놓았다.


“서승범 과장, 아니지. 반장이 두 분을 직원으로 고용했다는 말을 듣고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힘 좀 쓰는 인재가 필요한 큰일이 있어서······.”


3주 뒤의 큰일.


경찰에서 깡패까지 얽힌 그 일을 진행하는 건 바로 내 눈앞에 있는 임해찬이란 인물이었다.


“그 일이라는 게, 뭡니까?”

“그래요, 궁금할 수 있죠. 하지만 일에 대해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묻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옆에 있던 서류 몇 장을 상 옆에 놓아두었다.

나는 그걸 보고 이우람 마냥 굳었다.


“경찰 시험은 왜 본 겁니까?”


내 경찰 시험 응시서, 그리고 노가다 판에서 썼던 이력서였다.

그는 서류를 쳐다보지도 않고 다시 물었다.


“왜 하필이면, 퇴역인 반장을 돕고 있는 겁니까?”


제기랄, 갑자기 정신이 멍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나는 임해찬 부장을 보고 답했다.


“나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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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언 쓰는 잠입 경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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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혈석 (3) 24.08.01 57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0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4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8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3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4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8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4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3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7 5 11쪽
4 4. 스카우트 (3) 24.07.18 193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2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3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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