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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88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7.18 18:00
조회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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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4. 스카우트 (3)

DUMMY

4. 스카우트 (3)


“그런데, 유 팀장님. 그 브로커가 왜 위층에 있는 겁니까?”

“예?”

“아니 통칭 ‘반장’이라면서요. 대부분 인력 관리하는 사무소 반장은 현장으로까지 나오진 않으니까.”


내 말에 유 팀장님은 그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


“아, 사실 저희가 파악한 바로, 그의 적송 내부 진짜 직급은 과장입니다.”

“인력 사무소들 관리하는 반장이 아니라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과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현장에 출근한다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겠죠. 보통의 경우라면 지하에 있는 관리실이나 현장 근처 사무실에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놈은 좀 다릅니다.”


기이잉-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제 이곳을 빠져나가면 내일부턴 현장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그 반장이란 놈의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을 생각으로 물었다.


“뭐가 다르다는 겁니까?”

“그놈을 만난다면 딱 아시겠지만! 조금 설명을 드리자면······ 그는 적송을 세운 입지전적인 인물 중 하나로, 행동대장 격 인물이었습니다. 뭐, 지금은 나이도 있고, 공식적으로는 적송에 속한 상태도 아니다 보니. 아무튼 그래서 그가 브로커 역할을 맡은 거겠죠.”

“건설 현장에서요?”

“예, 오크들의 조직이긴 하지만 대외적인 일 처리나 아니면 단순 던지기 용 인원을 공사판에서 줍는 겁니다. 물론 법조계나, 금융계나 간혹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는 인간 역시 간부까지 오르기도 합니다만······ 지금 우리로선 이 루트가 가장 안전할 겁니다.”


건설 현장에서 굴러다니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거냐고.

언더커버를 무슨 노가다 판에서 하냐고.

내가 어디에 들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거냐고 물었을 때조차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일단 조직에 들어가고 나서야 내가 할 일이나 상대에 관한 정보를 풀 수 있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래선 내 안전 하나 보장받지 못한 것이 아닌가?


“그래도 오크들 사이에서 눈치가 많이 보일 것 같은데요? 텃새도 심할 것 같고. 그러다 싸움이라도 나면 어떡합니까?”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마지막으로 물었고, 유 팀장님은 또 생긋 웃으며 답했다.


“반장이 있으면 사고도 없을 겁니다. 그는 현장에서 그런 존재거든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뭐라는, 그러면 그놈이 무슨 스킬이라도 쓰는 겁니까!”


이게 내가 현장으로 오기 전 들었던 마지막 대화였다.


“야! 너 스킬 같은 거 없어?”


하프 오크 놈도 당황한 채 소리를 질러댔다.


“쿠아아아아!!!”


명백한 악의를 가진 거대한 놈이 온다.

여차하면 죽겠지.

하지만 내겐 스킬이 있다.

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반드시 제압할 수 있는 스킬이.

하지만.


“좆까!!!”


그런 스킬을 쓸 순 없다.

그러자고 시작한 언더커버고 이 개 같은 현장 일을 내 몸뚱이 하나로 버틴 것 아니었던가.


“이 시발놈이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되지, 하여간 입에 걸레를 문 건지!”

“그래, 이 개 같은 네 놈도 다 그래서 버틴 거라고!”

“뭔 개 소리야!!!”


그때, 트롤은 나보다 좀 더 가까운 하프 오크를 향해 긴 팔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이런 시발!!!”


쾅!!!!!


피할 틈도 없이 쳐맞은 하프 오크는 말 그대로 저 멀리까지 날아가 벽에 박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하지만 그걸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쿠에에에엑!!!”


방금 휘둘렀던 팔을 제 목 뒤까지 감았다가 다시 휘두르는 트롤 때문이었다.


“시발!”


저건 막아선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팔다리가 찢어질 것처럼 힘들어 피할 수조차 없다.

아니, 평상시 컨디션이었다고 해도 피하긴 어려웠으리라.

트롤의 힘은 인간의 세 배가량.

거기에 더해 그들이 무서운 점은 리치가 길다는 것에 있었으니까.


슥-


하지만 피했죠?


‘종합 체력 검사 상위 1등! 인적성 1등! 이계인 특수 적합도 1등! 마침 저희 쪽에 이렇게 좋은 인재를 쓸 일이 있거든요.’


유 팀장님의 말처럼, 나는 경찰 시험 ‘이계인 특수 적합도 1등’을 차지할 정도로 그들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났다.


‘트롤은 긴 팔을 휘두르느라 횡 방향으로만 공격한다.’


주먹질을 하다 바닥이나 천장에 막히지 않도록, 그들의 긴 팔을 활용한 신체 구조 때문에 생긴 습관.

나는 그런 것들을, 아주 오래, 공부했고 익히 알고 있으니.


“후!”


그래서 곧장 피곤에 몸을 맡기고 쓰러지듯 자세를 숙인 것이다.


“그리고 다음 행동까지 걸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지!”


트롤은 내가 공격을 피했다는 것에 화가 난 듯 뻗었던 팔을 위로 올려 두 손깍지를 낀 채 이번엔 반드시 맞출 각오로 내려찍으려 했다.

이미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


“거봐, 느리잖아.”


깡-!!!


근처에 있던 파이프들이 흘러내리듯 쏟아진 것 중에 하나를 잡아, 뒤를 돌아 쓰러지는 힘으로 트롤의 팔을 쳐냈다.


“끄흑!”


하지만 힘이 부족한 탓인지 손을 부러뜨리진 못한 것 같았다.


“퀘에엑!”


겨우 이 정도론 데미지도 없는 건가.

트롤은 바짝 약이 올라 다시 주먹질을 했다.


‘이건 못 피할 것 같은데······!’


뼈가 부러지더라도 살 수는 있도록 철근을 바로 들어 올려 막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빨리, 하프 오크가 트롤에게 어깨를 들이받았다.


쾅!


무슨 덤프트럭이 쇠에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트롤은 자세가 흐트러지며 1M가량 밀렸다.


“반장님 오실 때까지만 버텨!”


아까 맞은 것 때문에 코피를 흘리고 있었는데도 꼴에 오크 피라고 꽤 당당했다.

게다가.


“끄아아아아!!!”


함성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그의 몸이 진짜 오크처럼 부풀어 올랐다.


워 크라이.


사용자의 힘을 늘려준다는 심플한 효과를 가진 스킬.

꼴에 하프 오크라고, 오크들만 가지고 있다는 스킬을 물려받은 모양이었다.


“이 개 씹새끼가!”


하프 오크는 트롤을 어깨에 받친 채 그대로 밀어버리려 했다.


“뒈져!!!”


하지만, 그 준비 과정이 너무 오래 걸렸다.

아무리 느린 트롤이라고 해도 이미 두 손을 위로 든 상태였다는 소리다.


“이런······!”


쾅!!!!!


“도움도 안 되는 새끼!”


나는 곧장 파이프를 꽉 쥐었다.

어차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

피하고, 때리는 것뿐.


‘팔이 아래로 가 있을 때를 노려서······!’


하프 오크 놈이 병신같이 벌어 준 시간을, 그 자세를 놓칠 순 없다.

곧장 마지막 힘을 쥐어짜듯 달려 자재 더미를 담아 둔 용적 크레인 위로 올랐다.


“크르······!”


제길, 눈치챘다.

하지만 여기서 떨어져서 쳐맞고 나가떨어지나 공격이라도 해보고 떨어지나 똑같으리라.


“공중에선 피할 수 없더라도······!”


그렇게, 뛰었다.


부웅-


“크아아아아!”


모든 게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었다.

트롤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이제 어쩔 도리가 없다.

팔을 올리기 전에만 내가 공격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잠깐의 틈만 생긴다면!


“인간 새끼한테 기대려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줄 아나······!”


순간, 내가 뛰어오른 것에 맞춘 것인지 하프 오크가 트롤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마치 미리 합이라도 맞춘 것처럼, 하프 오크가 다리를 붙잡고, 인간인 내가 위를 잡아.


“야간 잔업 끝났다, 이 트롤 새끼야!”


깡!!!!!


트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커헉!”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다시 움직이기는커녕 손을 뻗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었다.


“하아, 하아······ 이런 젠장!”

“그르르.”


하지만 상대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고도 쓰러지지 않은 상태였다.

끝이다.

이제 어쩔 수 없다.


“아······.”


죽음이 나를 내려다보는 것을 느끼자마자 나도 모르게 ‘스킬’을 쓰기 위해 입을 벌렸다.

그리고 입을 벌린 건 트롤도 마찬가지였다.


“미, 미안해······.”

“뭐?”

“저, 정신이 나갔었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트롤이 정신을 차렸다.

다행히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고서 광폭화가 풀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직, 뭔가 이상했다.


“하아, 제기랄. 이게 뭔 개짓거리야?”

“미안, 더는 소란을 피워선 안 돼. 여기서 쫓겨날 거야······.”

“내가 잘못했어! 너도 알잖아? 우리 같은 일용직들은 몸이 재산이야. 몸이 아프면 계속 쉬어야 하고, 너희는 지금 아파. 나는 벌점을 받고, 그러면 난 돈을 벌지 못해.”


지금 저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분명 그 광폭화라는 건 풀린 것 같았는데, 아직도 그의 눈은 새빨갰다.


“나, 난 트롤이라 써주는 곳도 별로 없단 말이야, 이 인간 새끼야······.”


그는 이제 울고 있었다. 날 거의 죽일 것처럼 굴어 놓고도 억울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반장님이 오시기 전에 너희를 처리해야 해. 미안해!!!”


‘이 개 미친 새끼가······!’


트롤은 미쳐서 우릴 죽이려는 게 아니라 이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죽이려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아까처럼 무턱대고 공격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는 하프 오크의 목을 한 손으로 잡고 올려 들은 뒤, 다른 손을 천천히 들었다.


까드득-!


“이, 이 시발······! 살려줘!!!”


하프 오크는 마치 방금 잡은 생선처럼 버둥거렸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혹은 두려운 건지 오줌까지 지렸다.


“야, 살려달라고······.”


제기랄, 이제는 답이 없다.

나한테 시비를 걸던 하프 오크더라도, 일단은 구한다.

그게 설령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스킬이라고 할지라도.

언더커버를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낸다 하더라도······.


“멈-.”


그때였다.


콰아앙-!!!!!


트롤 위로 무언가 떨어졌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피어난 먼지가 가라앉고 ‘그’가 보였다.


“약쟁이 새끼가 하나 끼어있었네.”


다름 아닌 ‘반장’이었다.

하프 오크가 워크라이를 쓴 것이 꼭 아이처럼 보일 정도로, 그는 내가 봤던 그 어떤 오크보다 컸고 또한 강했다.

나보다 배는 큰 트롤을 한 손으로 집어 저 멀리 장난감 다루듯 던졌으니까.


쾅!


“음?”


그런 그가 나를 본다.

아까보다도 훨씬 더 크고 강한 죽음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거, 처리를 어찌해야 하나······.”


마치 귀찮은 벌레를 보듯 하는 그의 곁으로, 더 많은 오크들이 점차 모이기 시작했다.


“뭐, 뭐 하자는 거야?”

“그러게 조금 귀찮은 일이 생겼다, 그치? 얘들아! 어서 와서 이 꼴통들 치우자.”

“가, 가까이 오지 마!!!”


붉은 피부들이 내게 다가왔고, 그림자가 나를 덮쳤다.

나는 저항조차 하지 못했고.


“시발······.”


이게, 오크들 사이에 둘러싸인 내 마지막 말이었다.


#


“킁, 킁······.”


속 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시고 씁쓸한 위액 냄새, 혹은 피비린내 같은 것이 아닌 달콤 짭짜름한 냄새에 눈을 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느 삼겹살집 식당 불판 앞에 엎어져 있는 상태였다.


“배고프지?”


반장은 그 커다란 손으로 고기를 뒤집으며 물었다.


치이이-


“이런 시발?”


이게, 오크들 사이에 둘러싸인, 아니지.

오크들의 전통 방식으로 진행되는 회식 자리에서 내가 처음 한 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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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혈석 (3) 24.08.01 58 1 11쪽
17 17. 혈석 (2) 24.07.31 61 0 12쪽
16 16. 혈석 (1) 24.07.30 65 1 12쪽
15 15. 한 명의 죽음 (5) 24.07.29 68 1 11쪽
14 14. 한 명의 죽음 (4) 24.07.28 68 1 11쪽
13 13. 한 명의 죽음 (3) 24.07.27 70 2 11쪽
12 12. 한 명의 죽음 (2) 24.07.26 74 2 11쪽
11 11. 한 명의 죽음 (1) 24.07.25 80 2 11쪽
10 10. 경찰에서 깡패까지 (5) 24.07.24 84 2 11쪽
9 9. 경찰에서 깡패까지 (4) 24.07.23 89 4 12쪽
8 8. 경찰에서 깡패까지 (3) 24.07.22 95 4 12쪽
7 7. 경찰에서 깡패까지 (2) 24.07.21 124 5 11쪽
6 6. 경찰에서 깡패까지 (1) 24.07.20 151 4 11쪽
5 5. 식구 24.07.19 158 5 11쪽
» 4. 스카우트 (3) 24.07.18 194 5 12쪽
3 3. 스카우트 (2) 24.07.17 223 6 11쪽
2 2. 스카우트 (1) 24.07.17 364 7 11쪽
1 1. 시시한 이야기 24.07.17 75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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