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렌스, 마법을 배우다.(6)
조셉은 로렌스를 보면서 안타까웠다. 자신이 마법을 제대로 알면 큰 도움이 될 텐데 그도 아는 것이 없어 혼자 독학으로 배워야 하니 진도가 아주 느렸다.
마침 일이 있어 세바스찬 영지를 떠나 8일 거리에 있는 아르가스 백작령에 당도했다. 떠돌이 사제가 포교를 하더라도 1년에 한 번 정도 자신의 활동을 교단에 보고해야 했다. 만일 정해진 시간 안에 보고를 하지 않으면 변을 당한 것으로 간주하여 수색을 시작했다.
수행 사제라도 나이를 먹으면 한 곳에 정착하여 포교를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인정이 되었다. 세바스찬 영지에서 가장 가까운 신전이 아르가스 백작령에 있었다.
물론 상인에게 부탁하여 보고서를 제출하게 할 수도 있지만 특별히 시간을 내서 방문을 한 이유는 바로 로렌스에게 도움이 될 서적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어서 오십시오.”
평소 책을 구하기 위해 들리던 서점의 주인이 조셉을 알아보고 맞이하였다.
“책이 더 많아 진 것 같군.”
“책이 많아졌지만 나가는 책은 그대로이니 걱정입니다.”
에르난은 약간 엄살 섞인 투정을 했다.
“다른 때처럼 새로 들어온 책을 보실 것입니까?”
“이번에는 다른 책을 볼까 합니다. 마법에 관한 책이 혹시 있습니까?”
“마법이요? 사제님과 마법은 상극이 아닙니까?”
“음, 마나와 신성력은 서로 상극이지만 그 원리는 서로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참고할까 해서 살펴보려는 것입니다.”
사제들의 신성력을 이용한 치유력을 달리 신성마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것처럼 신성력을 운용하는 것은 마법과 상당히 유사하기도 했다. 조셉은 로렌스이 존재를 알리고 쉽지 않아 자기가 참고할 것이라는 말로 둘러대었다.
“음, 그러면 몇 가지 마법에 관련된 서적이 있습니다. 뭐, 대부분 마법사들이라면 다 가지고 있는 것들입니다. 일단 살펴보십시오.”
그러면서 한쪽에 있는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 상자 세 개를 차례로 들고 왔다. 귀하거나 함부로 보이기 곤란한 서적을 두는 곳으로 철저히 통제를 하는 것이었다.
상자를 열자 10여권의 서적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모두 필사본들입니다. 보통 5실버는 받아야 하지만 사제님이시기에 한권에 2실버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골라보시지요.”
2실버라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 물론 조셉은 치료를 해주고 받은 돈을 모아 놓았기에 제법 많은 돈이 있었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이것이 전부입니까?”
총 35권으로 그 정도라면 전부를 살 능력이 되었다.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그것들은 알려지면 조금 곤란합니다. 1골드만 내시면 이 책 전부에 중요한 책 다섯 권을 더 드리겠습니다.”
가게 안에 아무도 없지만 아주 낮게 속삭이듯이 말을 했다.
“그렇게 합시다.”
조셉은 이왕에 돈을 쓰기로 한 것이니 그 정도는 지불하기로 했다.
“그러면 이것들을 어떻게 가져갈 것입니까?”
“이대로 상자에 담아 아르난 여관에 가져갑시다. 3일 후에 마침 클라망 상단이 상행을 떠난다고 하니 같이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아, 클라망 상단이 상행을 떠난다고 들었는데 세바스찬 영지로 갑니까?”
“원래는 네이론 자작령까지만 간다고 했는데 특별히 부탁을 해서 세바스찬 영지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네이론 자작령은 세바스찬 영지와 이웃한 영지였다. 다행히 평소에 안면이 있던 상단주가 조셉의 안전을 위해 상행을 연장했다. 물론 세바스찬 영지를 들린다고 해서 크게 손해는 아니기에 선심도 쓰면서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혹시 룬어에 관련된 책도 있습니까?”
마법서적 중에 룬어에 대해 설명한 것이 있었지만 아주 간단한 것만 다루고 있기에 보다 전문적인 서적을 원했다.
“흠, 룬어에 대한 서적은 상당히 드뭅니다. 물론 찾는 사람도 거의 없기에 잘 다루지도 않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들어온 책 중에 룬어사전이라는 책이 있어 필사를 했지만 팔리지 않아 가지고 있던 것이 있습니다. 그건 덤으로 드리지요.”
에르난은 나가지도 않은 책이기에 그저 인심을 쓰듯이 상당히 두툼한 책을 한 권 서가에서 빼오고 창고에서 다섯 권의 책을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 와서 제목만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원래 있던 책들 사이에 끼워 넣었다. 아마 조금이라도 감추려는 의도로 보였다.
조셉은 거의 한달 만에 돌아왔다. 돌아오자 급한 환자가 10여 명이나 있어 정신없이 치료를 해야 했다. 틈이 나는 대로 만들어둔 약을 로렌스에게 주어 환자를 돌보게 하였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아주 수고가 많았구나.”
로렌스는 치료소를 찾아온 환자에 대하여 그 처치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적어 놓았다. 고작 4년간 심부름을 하면서 배웠는데 환자의 상세를 거의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대로 처치를 했다. 치료를 하지 못한 환자도 응급처치를 하면서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해서 버티게 해놓았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10명 중에 절반은 죽었을 상황이었다.
“수고한 것은 별로 없지만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정말 두려웠어요. 다시는 혼자 하고 싶지가 않아요.”
로렌스는 눈물을 글썽였다. 순간 조셉은 너무나 어린 아이에게 너무 큰 짐을 맡긴 것 같아 아차 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나마 큰 사고가 없어 안도를 했다.
“치료는 정말 힘든 일이란다. 그리고 정말 두려운 일이지. 그러나 아예 치료를 하지 않으면 나을 기회자체를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사 실패하여 환자가 죽는다고 해도 두려움에 피해서는 안 되는 것이란다.”
조셉사제는 로렌스가 치료사로서, 치료마법사로 살아갈 생각을 한다면 결코 피해서는 안 되기에 낮지만 단호한 어조로 타일렀다. 여기서 두려움에 피한다면 끝이기 때문이었다.
“잘 했다. 너는 치료사라고 해도 충분할 정도로 훌륭하게 치료했다. 일반적인 치료사보다 훨씬 잘했다. 남은 환자는 치료사가 치료할 수 없는 환자이다. 사제나 마법사가 있어야 치료가 가능한 환자였다. 그 중에 둘은 고위사제나 고위마법사가 있어야 치료가 가능했다. 너도 마법을 배웠으니 시간이 흐르면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조셉은 로렌스를 다독였다. 고작 열네 살의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약학은 치료사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익혀야 한다. 이번 기회에 약학에 대하여 가르쳐 줄 것이니 배워보도록 하자.”
로렌스가 관심을 보이던 것을 말하여 두려움이나 주저함을 잊게 하고 싶었다. 마법서적을 말하고 싶었지만 먼저 자신이 한 번 읽어보고 판단을 해서 전달할 생각이라 언급하지 않았다.
“약학에 대해서요?”
“그간 약초에 대해 공부를 했으니 약을 만드는 법을 배우도록 하자. 쉽지는 않겠지만 하나하나 배우다 보면 실력이 늘 것이다.”
로렌스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곧 의기소침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았다.
“약학은 약초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약학을 배우더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약으로 사용하는 것은 약초만이 아니라 동물이나 심지어는 독극물도 있으니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조셉은 방심하지 않도록 엄한 어조로 말을 했다. 마법사가 되더라도 마법시약을 다루는 법은 배워야 했고 그 과정은 약을 제조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열심히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환자들의 처치내역은 앞으로 네가 먼저 정리하도록 해라. 그 후에 내가 검토를 하여 필요한 것은 추가로 기입할 것이다.”
“네, 그렇게 하죠.”
로렌스는 자신에게 더 많은 일을 시켰지만 그만큼 자신을 인정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물론 잘못 적기도 하겠지만 검토하여 추가로 기입을 한다고 하니 크게 적정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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