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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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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수
작품등록일 :
2009.08.21 21:17
최근연재일 :
2009.08.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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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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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글자수 :
61,729

작성
08.06.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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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아로스건국사(005) - 사고 영지 플로린 남작령(02)

DUMMY

“가야해? 굳이 죽을 자리에 갈 필요가 있을까?”

레미레스는 죽을 자리에 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막으려고 하였지만 역부족이었고 동기에게 하소연하는 것이 전부였다.

“가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이다.”

서티스렌은 곤경에 처한 레미레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다른 일이라면 그가 어떻게 나서볼 수도 있겠지만 하필이면 마르가타 가문이 관여가 되어 있었다. 그냥 죽으라는 매정한 말을 하는 자신이 싫었지만 그것이 사는 길이었다.

“내가 가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해. 그냥 이 자리 때려치우고 나가면 되는 것이 아니냐?”

“때려치우고 나갈 수가 있을까? 굳이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그냥 나가. 때려치우더라도 지금은 플로린 영지로 나가야 할 때야.”

눈치가 있는 레미레스이기에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수가 없었다. 관료사회라는 것이 죽어야 할 때 죽지 않으면 그 이후에 일어날 끈질긴 보복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서티스렌은 동료 중에 가장 유능한 인물을 꼽으라면 레미레스를 꼽고 싶었다. 단지 그 성격이 느긋하고 귀찮은 것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였지만 숨겨진 재능은 부럽기 짝이 없었다.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서티스렌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레미레스가 사지에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가야하겠지?”

“그럼 가야지. 내가 뒤에서 많이 밀어줄게.”

“그래 자식아. 벼랑에 세워놓고 떠밀어라.”

레미레스는 현재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처지에 몰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간 싫은 기색 없이 도와준 고모와 고숙, 형제 같은 사촌들을 생각하자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아무런 말이 없이 학비를 대준 당숙들까지 생각하자 버틸 수가 없었다.

관직에 올랐지만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보답해줄 능력은 별로 없었고 그저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보답을 하자며 좀 더 사정이 나아지면 보답하자는 생각으로 나중을 기약하고 있었다. 그가 그만두고 나가면 당장 갈 곳도 없었고 그로 인해 주변의 인물들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만일 그가 가지 않아 크리놀 마르가타가 플로린 영지에 갈 상황이 된다면 마르가타 가문의 보복은 그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향할 것이다.

그들이야 이런 사실을 알면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가지 말라고 말릴 것 같기에 아예 알려지는 것 자체를 피하고 있기에 의논할 수도 없었다.


결국 두 달 만에 재무대신의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플로린 영지의 행정총관 임명장을 받아들게 된 레미레스 아로스 준남작은 플로린 영지에 부임을 하게 되었다. 대리영주인 행정총관의 임명은 영지청의 통상적인 업무 수행이기에 황제의 임명장이 아닌 재무성의 책임자인 재무대신이 임명장을 수여하였다.

플로린영지는 인구 12000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영지로 변경백인 대영주 캐로틴 후작령의 관할 하에 있었다. 한때 인구가 5만에 달한 경우도 있지만 몬스터의 잦은 침공을 받아 영지민이 죽거나 살아남은 영지민도 탈출하여 유민이 되는 경우가 많아 하나의 영지라고 하기에는 인구가 너무 적었다. 보통 아주 작은 남작령이 5만 정도의 인구를 가진 것에 비하면 적어도 너무나 적었다.

레미레스는 죽을 곳이 될지 모르는 곳에 자신이 뒤를 봐주던 용병인 스테인과 자유마법사 오렌을 협박하다시피 하여 대동하고 부임을 하였다. 둘 다 곤란한 상황을 당해 도움을 원할 때 친분이 있던 관계로 억울한 사정을 들어주고 다시 조사를 하도록 하여 일을 해결해 준 덕분에 그들도 마음의 빚이 있던 상황이라 내키지 않지만 결국 동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작 훈작이지만 재무성의 관리인 레미레스의 힘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죄가 없던 두 사람은 위기를 벗어날 수가 있었다. 일이 해결된 후에 레미레스의 주변을 맴돌면서 수하 아닌 수하의 노릇을 하고 있었다. 준남작 정도 되면 그런 사람을 몇 명 주변에 두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었고 레미레스도 그들의 뒤를 봐주면서 자신의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도 귀족의 후광을 이용할 수가 있기에 서로가 이득이었고 수도에는 그런 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수도에서 악명을 떨치는 자들은 관리들보다 그런 자들이 더 많았다. 고위 귀족의 후광을 받아 이권에 관여하고 온갖 못 된 짓을 일삼는 자들도 그런 부류였다.

귀족인 관리가 움직이는 것보다 그런 용병이나 견습마법사가 몸으로 다니면서 자잘한 일을 하는 것이 귀족 출신 관리의 품위를 유지하는 방도였다.

그가 부임하여 살펴본 플로린영지의 병력이라고는 몬스터 대침공에서 살아남은 기사 2명, 수련기사 2명, 병사 30명이 전부였다. 원래 5명의 기사, 15명의 수련기사, 300명이 넘는 병사가 있었지만 몬스터 침공을 막다보니 죽거나 부상당하거나 도망가서 그 정도만 남은 것이다.

모든 것이 엉망인 상황에서 당장 살기 위해 그만둔 검술을 익히기 시작하였고 도착한지 3일만에 몬스터와 생사대전을 치러 겨우 살아남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만일 다른 행정관이라면 아예 싸움에 나서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위를 하였고 그의 그런 행동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기사나 병사들에게 조금의 신임을 얻을 수가 있었다.

다행이라면 중앙에서 1만 골드의 영지재건비가 지급이 되었기에 그것으로 낙심해 있던 영지민 중에서 인부들을 고용하여 영지의 무너진 방책을 수선하면서 용병 50명을 고용할 수가 있게 되었고 병사들 100명을 어렵게 다시 징집하여 몬스터를 막을 채비를 했다.

온지 3개월이 지나는 동안 총 12번에 달하는 몬스터의 침공을 겪었다. 다행이라면 시간이 흐르자 몬스터의 침공이 줄어드는 시기가 되어 몬스터의 침입이 없어졌다. 그나마 조금 숨통이 트였고 영지를 정비할 시간이 주어졌다.

그런 잦은 침입을 막으면서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테인이 마나 사용이 능숙해져 익스퍼트 초급이 되었고 마법사 오렌이 3서클 마스터에서 4서클 익스퍼트가 되는 경이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는 점이다. 매번 몬스터가 침공해올 때마다 마나가 고갈 되어 쓰러질 정도로 힘들게 싸우다보니 그들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대리영주의 정식 관직 명칭인 플로린 영지 행정총관의 직권을 이용하여 영지의 기사로 서임시키기도 했다. 이는 그가 플로린 영지에 있을 때만 유효한 한시적인 조치이기는 했지만 그가 그 자리에 있는 동안은 기사로 대접받을 수가 있는 조치였다.

매번 몬스터들에게 침공만 당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방책을 벗어나 마침내 토벌을 하러 나가는 만용을 부려 방책 밖에 있는 계곡 하나를 점령하는 쾌거를 이루고 보다 수비가 용이한 새로운 저지선을 확보했다.

사실 몬스터 평원인 헤르비센의 초입이라고 하지만 평원으로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넘기에는 힘든 높은 라르고 산맥이 가로막고 있고 헤르비센 평원으로 가려면 몇 개의 계곡과 분지를 지나 산맥을 통과해야 헤르비센 평원에 당도할 수 있었다. 몬스터는 그 길을 따라 플로린 영지로 침공해오고 있었다. 만일 그대로 헤르비센 평원과 평원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면 그 피해는 지금의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길목을 유리한 지형에서 막는다면 보다 쉽게 막을 수가 있었다.

몬스터 토벌로 확보한 계곡은 길이가 10km 정도에 폭이 2km 정도였다. 물론 헤파린 지역 일부와 플로린 영지의 대부분에서 모여든 풍부한 계곡물이 헤르비센 평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개간을 한다면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농노 300명을 동원하여 계곡의 폭이 좁은 곳에 몬스터를 막는 방책을 만들고 편평한 지역을 골라 경지로 개간하였다. 사람을 동원하여 밀 300포대를 종자로 파종했다. 예상 외로 밀이 잘 자라 이듬해 봄에 그곳에서 4000여 포대의 밀을 수확하기도 하였다. 계곡은 상당히 기름졌고 개간한 땅은 고작 계곡의 10%도 되지 않았기에 남은 땅을 마저 개간한다면 비옥한 경작지를 확보할 것도 같았다.

파종을 한 곡물들을 수확하고 세금이 걷히자 자금 운용에 조금 여유가 생겼고 기존에 고용했던 용병 50명에 새로운 용병 200명을 더 고용하여 새롭게 확보된 저지선을 방어하였다. 크고 작은 몬스터와의 접전으로 몬스터 침공기간동안 5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다시 6개월을 버텨 피로 얼룩진 1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몬스터의 침공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영지였지만 중앙에 내는 세금이 면제되고 파종을 한 곡식을 거두자 그런대로 먹고살만한 영지가 되었다. 영지를 운영할 자금도 조금은 확보가 되었다. 레미레스가 행정관료 출신이기에 세금을 거둠에 있어서는 전임 영주보다 엄격하였지만 정해진 규정에 의거하여 집행을 하였기에 조세의 저항은 오히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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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출판 일정, 출판 삭제, 이벤트 결과 +17 08.10.15 5,639 6 1쪽
9 아로스건국사(009) - 유민 이주(02) +15 08.06.27 20,152 27 10쪽
8 아로스건국사(008) - 유민 이주(01) +12 08.06.27 20,292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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