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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수
작품등록일 :
2009.08.21 21:17
최근연재일 :
2009.08.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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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29

작성
08.06.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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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스건국사(009) - 유민 이주(02)

DUMMY

캐로틴 후작이 영지의 귀족들과 기사들이 모인 회의석상에서 캐니언 왕국의 유민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캐니언 왕국에서 그들의 귀환을 받아들일 것 같다는 언급을 하였다.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방향으로든 해결을 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사실은 그렇게 될 거라는 식으로 소문이 되어 영지민들에게 전해졌다. 일반 영지민들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리는 사소한 이야기였지만 캐니언 왕국을 탈출하여 캐로틴 영지에 정착한 유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캐니언 왕국은 전형적인 농업국가로 평야가 발달되어 있었다. 초기에는 드넓은 평야로 인해 인구의 증가를 감당할 수가 있었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인구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개간이 가능한 토지는 모두 개간이 되어 버렸다.

전쟁이라도 나면 인구가 자연적으로 감소할 것이지만 최근 대륙이 안정되어 있기에 전쟁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토지가 부족한 캐니언 왕국의 사정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라르고 산맥 너머에 있는 라트란백작령도 경작할 토지가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유민이 되어 떠돌다가 라르고 산맥 기슭에 자리 잡아 화전을 일구어 살기 시작하였다. 초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라트란 백작은 화전민이 일구어놓은 토지를 욕심내기 시작하였고 기사와 병사들을 동원하여 점령한 후에 토지를 압수하고 유민들을 농노로 만들어 버렸다. 끊임없는 수탈을 당하자 유민들은 살지 못하고 험준한 라르고 산맥을 넘어 캐로틴 영지로 몰려들었다.

만일 캐니언 왕국의 유민들이 귀환을 당하게 된다면 그들은 왕국을 탈출한 죄로 엄중한 벌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죽지는 않는다고 해도 인구가 많아 먹을 것이 부족한 캐니언 왕국에서 그들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소식이 정말인가?”

“그렇다고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알트만 계곡이 첫 번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돕니다. 더구나 우리를 귀환 시킨 후에 인접한 프렌 남작이 이곳을 1만 골드를 내고 양도받기로 약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캐니언 왕국의 유민들이 정착을 시작한 알트만 지역은 캐로틴 영지의 어느 지역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잘 개발이 되어 있었고 종종 알트만 계곡지역이 캐로틴 영지의 예속영지인 프렌 남작령으로 편입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캐니언 왕국의 유민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아직까지 영주의 직할지로 남아 있었고 어정쩡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정도의 자치를 누리고 있었다.

“가끔 그런 이야기가 돌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영주인 캐로틴 후작이 직접 언급하였다니 걱정이군.”

캐니언 왕국의 유민들을 이끌고 있는 사르만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6000명이 넘는 인원을 거느리고 1000명이 넘는 자경단을 통해 치안을 유지하면서 지금 정도라도 살고 있는 것은 30여개 마을의 촌장들이 하나가 되어 치안을 유지하면서 영지의 행정관들에게 협조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항상 그들이 사는 지역을 노리는 귀족들은 많았고 그 결과 언제 모든 것을 빼앗기고 오지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것도 현실이었다.

“우리야 아무런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곳을 개간한 것이고 영주가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처지입니다. 귀환을 시키려고 한다면 저항이야 하겠지만 압도적인 군사들을 동원하여 강제로 추진을 한다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만일 귀환을 당하지 않는 조건으로 개간되지 않은 곳으로 가라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로니언은 캐니언 왕국 출신의 유민들 중에 그나마 교육을 받은 인물로 자경단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아울러 대외적으로 영지의 행정관들을 접촉하면서 유민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알트만 지역의 총수인 사르만의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갈튼 행정관은 뭐라고 하더냐?”

갈튼 행정관은 영지의 경비대와 같이 파견되어 알트만 지역을 관리하는 행정관으로 알트만 지역에서 영주대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알트만의 특수성 때문에 공식적으로 세금을 걷지 않는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상당한 금액을 여러 가지 명목으로 거두어가는 실정이었다.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다른 때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찾으셨습니까?”

사르만은 갈튼 행정관이 부른다는 말에 경비대의 건물로 갔다. 아무리 알트만 지역의 대표인 사르만이지만 영주의 대리자인 갈튼 행정관에게는 캐니언 왕국에서 도망쳐온 부랑자 이상의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앉지.”

사르만과 동행한 로니언을 보았지만 평소와 달리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앉을 자리만 가리키면서 지시를 내렸다.

“난 지난 10년간 알트만을 담당하는 행정관으로 그대들을 위해 일을 하였네. 그간 서운한 일도 많았겠지만 그 모든 것이 그대들을 해롭게 하려고 한 것은 없다고 자부하네.”

갈튼은 말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찔렸지만 이미 책임을 진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캐니언으로 귀환을 해야 합니까?”

로니언은 분위기가 이상해서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순간 들어올 때 경비대 초소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일단 내가 하는 말을 먼저 듣고 궁금한 것을 묻도록 하게.”

갈튼은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로니언의 말을 잘랐다. 앞으로 해야 할 이야기는 그들에게 좋은 이야기가 아니었고 질문을 받다보면 자칫 좋지 않은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일단 귀환을 협의 중이고 귀환을 당할지 아니면 다른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그러나 귀환을 한다면 이곳이 가장 먼저 귀환을 할 것이고 어떤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가장 먼저 조치가 이루어질 것 같다.”

“다른 조치라니 귀환 말고 다른 것도 있습니까?”

“사실 우리는 캐니언 왕국에 그대들의 귀환을 줄기차게 요구하였지만 언제나 우리 제국으로 넘어온 유민들은 없다는 대답만을 들었다. 그 결과 그대들의 처리를 조정에 물을 수밖에 없었고 조정에서는 영지민이나 제국의 국민이 아닌 이상 타국의 유민은 전쟁의 포로와 다름이 없다는 의견을 송달받았다. 만일 캐니언 왕국이 이번에도 귀환을 거절하면 그렇게 처리가 될 것이다.”

갈튼 행정관의 말이 떨어지자 사르만과 로니언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하고 말았다. 듣기 좋게 포로와 다름이 없다는 말이지 쉽게 말하면 노예로 팔아버리겠다는 말이었다. 전쟁포로의 처리는 노예로 팔아버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노예로 삼아 부리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 부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에 노예로 파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왜 우리가 제일 먼저 대상이 되는 것입니까?”

로니언은 억울한 생각이 들어 항변을 하고 말았다.

“그 이유를 정말 모르는가?”

갈튼의 말에 그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들이 사는 알트만이 유민이 사는 곳 중에 가장 좋은 곳이었다. 즉 가장 좋은 토지가 가장 먼저 팔릴 것은 자명했다. 그런 사실은 입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난 그 말을 듣자 이곳 알트만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고 얼마 전에는 영주성으로 찾아가기도 했지만 변경백의 영지인 영지의 사정상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못한다는 말만 듣고 말았네.”

갈튼은 유민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종종 하였고 그런 와중에 항상 변경백인 영지의 사정을 말하면서 적국의 유민을 이 정도라도 대접해주는 것에 감사하라는 말을 들었기에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뭔가 길이 없을까 모색을 하였고 한 가지 길을 찾을 수가 있었네.”

“길이라니요?”

뭔가 끔직한 일이 닥친 것을 직감하면서 사르만은 물었다. 아마도 지금 제시하는 길을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기에 갈튼이 잔뜩 분위기를 잡는 것 같았다.

“이 영지가 아닌 다른 영지로 이주를 하면 어떤가 하는 것이네. 변경백인 영지가 아니라면 적국의 인물일지라도 영지에 사는 것이 크게 문제가 아니며 신분도 노예가 아닌 농노나 자유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네.”

“결국 집단 이주라는 말입니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귀환되거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네. 기존의 500의 경비병 외에도 3000의 경비병이 곳곳에 배치가 되었으니 다른 생각을 품지는 말게.”

갈튼의 말은 협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플로린이네. 3일 후부터 한 마을씩 출발할 것이네. 그렇게 알고 이 순서대로 준비를 하게.”

갈튼이 내민 서류를 받아든 로니언은 문서를 읽어가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듣기 좋은 말로 표현이 되어 있지만 유민을 다른 영지에 팔아넘기는 것이고 그들의 토지를 뺏고 내쫓는 강제 이주였다. 갖고 가는 것도 그저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전부였고 형식적인 보상만을 받고 힘들게 일구어놓은 터전을 넘겨야 했다.

“플로린 영지는 몬스터가 많지만 최근 가장 살기가 괜찮은 영지로 알려진 곳이니 이곳에 비해 훨씬 나은 생활을 할 수가 있을 것이네. 서류에도 나와 있지만 영지의 병사로 5년을 근무하면 가족들 전부가 평민이 될 수가 있다고 하니 이곳보다 훨씬 좋은 곳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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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 로렌스, 마법을 배우다.(1) +1 09.08.21 5,779 22 6쪽
11 서장 +9 09.02.21 6,220 21 1쪽
10 출판 일정, 출판 삭제, 이벤트 결과 +17 08.10.15 5,639 6 1쪽
» 아로스건국사(009) - 유민 이주(02) +15 08.06.27 20,153 27 10쪽
8 아로스건국사(008) - 유민 이주(01) +12 08.06.27 20,292 22 10쪽
7 아로스건국사(007) - 사고 영지 플로린 남작령(04) +24 08.06.26 20,606 20 11쪽
6 아로스건국사(006) - 사고 영지 플로린 남작령(03) +21 08.06.26 20,702 21 11쪽
5 아로스건국사(005) - 사고 영지 플로린 남작령(02) +22 08.06.25 21,788 17 9쪽
4 아로스건국사(004) - 사고 영지 플로린 남작령(01) +14 08.06.25 25,083 2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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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로스건국사(002) - 서장(02) +37 08.06.25 31,364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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