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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커 서재

양판소 작가 죽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베르커
작품등록일 :
2014.06.01 14:24
최근연재일 :
2014.06.08 17: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61,644
추천수 :
1,998
글자수 :
28,136

작성
14.06.08 17:38
조회
4,995
추천
173
글자
5쪽

에필로그

DUMMY

술집에서 나와 장은 결국 하나씩 원하는 걸 선택하기로 합의했다.

덕분에 초밥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셨다…….

“빌어먹을…… 맛 한 번 개같이 오묘하네.”

남들이 보면 혼잣말이겠으나 알싸하게 취한 채로 나는 장에게 물었다.

“그보다 장, 모험은 좋다만, 이제부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지? 마왕도 물리쳤겠다, 우리는 현재 목표를 잃고 부유하는 쪽배와 같은 신세야.”

“그건 걱정할 것 없다!”

또 다시 내 형상, 정확히는 내 의식의 일부이자 작가의 의식이 내 옆에 나타났다.

“음? 설마 그새 다음 스토리라도 구상해둔 건가?”

“그 설마다.”

그가 손을 한 번 둥그렇게 젓자 이공간이 열렸다.

“뭐냐, 이건?”

“차원의 문이지.”

“오호…….”

“들어가라. 새로운 모험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좋다, 가자!”

‘네, 용사님!’




“음?”

어둡고 조용한 산속이었다.

“다른 세계인가? 풍광이 상당히 다른 느낌이군.”

그때였다.

돌연 사방 수풀에서 수십 명의 인간들의 머리통이 불쑥불쑥 솟구쳐 나오더니 곧바로 사방을 둘러쌌다.

그중에 장포를 입은 꺽다리 노인이 앞으로 한 발짝 나서서 말했다.

“이 자가 틀림없는가?”

옆에 있던 중년 땅딸보가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연신 내게 손가락질을 해댔다.

“틀림없습니다! 흑월왕(黑月王)입니다!”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대꾸했다.

“사람 완전히 잘못 봤수다. 내 이름은 도날드요.”

중년 땅딸보는 목청을 드높여 꽥꽥 소리쳤다.

“이 서역의 마두야, 감히 우리 장문인 앞에서 한 치 혀를 놀려 빠져나갈 생각이거랑 꿈에도 말거라! 네가 바로 어제 이 길목에서 내 사제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나마저 참살하려다가 놓치지 않았더냐! 내 이 두 눈으로 네 얼굴을 똑똑히 봤거늘!!”

이제는 어이가 가출할 지경이었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은? 그보다 내가 어떻게 얘네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지?”

장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용사님, 잊지 마세요. 이 작품은 양판소입니다.’

“아, 깜빡할 뻔했구나. 고맙다, 장.”

그때 꺽다리 노인이 한 발 더 나서며 포권을 취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손속에 자비가 없을 것이외다. 그럼!”

꺽다리 노인이 느닷없이 내 가슴팍을 향해 양손바닥을 뻗었다.

손바닥의 주변으로 휘몰아치는 사나운 기세!

싹둑!

“허윽!”

양 손목이 잘려나간 노인은 신음을 토하며 두어 걸음 물러서다가 기어코 뒤로 나자빠졌다.

“스승님!”

다른 자들은 모조리 노인의 상태를 살피는 가운데, 땅딸보만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를 겨누며 발광했다.

“너, 너 이놈…… 장력에는 장력으로 상대하지도 않고 말도 없이 검을 뽑다니! 이 파렴치한 놈아!”

“휴…….”

한 차례 뒷머리를 긁적인 나는 새삼 앞을 향해 검을 고쳐 잡았다.

“흑월왕이라고 했지? 뭔지는 몰라도 까짓거 돼주마. 별로 내키는 타이틀은 아니다만.”

“이, 이 마교 놈이 대체 뭐라는 거야?”

“잔말 말고 덤비라는 말이다. 선수는 양보하마.”

“으음, 그렇다면야…….”

땅딸보가 허리춤의 검을 막 뽑으려는 찰나였다.

“핫!”

곧장 땅딸보의 하단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슥 복부를 베고 스쳐 나왔다.

“컥!!”

땅딸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부, 분명 선수를 양보한다고…….”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보름달이 화사한 미소로 말하고 있었다.

‘바로 그거다, 도날드. 아주 잘했다.’

나는 쓸쓸히 탄식했다.

“아, 스승님…….”

한편 출혈 과다로 죽어가는 장문인 옆의 제자 하나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곱고 애절한 음색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이때 제자 중에 누군가 외쳤다.

“모두 다 같이!”

그러자 나를 비롯해 다른 제자들도 일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가네!”

우리는 스승에 대한 공경과 그리움으로 똘똘 뭉친 채 익숙한 노래를 합창했다.

이날의 이들이 훗날 천지에 명성이 진동한 흑월교의 초대 멤버라고 전해진다.


작가의말

  ‘양판소 작가 죽이기’는 애초에 양판소를 과장된 해학으로 짧고 굵게 풍자하고자 110화(에필로그 포함)로 기획한 단편입니다. 그러므로 중후반부 들어 급격히 빨라지는 전개(인기 없는 양판소의 특징)와 ‘뜬금없는 이계 진입(인기 있는 양판소의 특징)’을 후반부에 동시에 보여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막판에 추천이 있었으나 미련 없이 끝냈습니다. 다시 한 번 산들구름 님에게 감사와 송구함을 전합니다.

 

주인공 도날드는 결국 ‘양판소 작가를 죽이기’에 실패합니다. 오히려 작가와 타협하여 양판소 스토리를 계속 진행해 나갑니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작품 안의 인물은 창조자인 작가를 죽이기는커녕 거스를 수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양판소가 정말 싫다면 작품 밖의 독자분들이 양판소를 철저히 외면함으로서 양판소 작가를 죽여야 하겠습니다.

 

추가로 평범한 클리셰를 쓴다고 양판소는 아닙니다. 평범한 클리셰를 가져왔을 때 작가의 상상력이 빈곤하고, 필력이 부족하며, 그로 인해 작품의 개연성이 부족하면, 무조건 양판소가 된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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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6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6.08 18:20
    No. 1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09 00:20
    No. 2

    으... 완결이 빨라서 좌절하셨나 보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뒹굴보노
    작성일
    14.06.08 18:24
    No. 3

    아.. 벌써 끝난다니 아쉽네요.
    아직 의미없는 분량 늘이기를 위한 뜬금없고 재미없는 일상파트가 안나왔는데.. ㅠㅠ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09 01:24
    No. 4

    일상 파트는 전무했었죠. 액기스만 죽죽...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가멸
    작성일
    14.06.08 18:41
    No. 5

    잘 봤습니다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09 00:21
    No. 6

    예, 감사합니다. 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서도란
    작성일
    14.06.08 18:48
    No. 7

    멋진 마무리네요ㅋㅋ 정말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09 01:24
    No. 8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rainstre..
    작성일
    14.06.08 19:12
    No. 9

    110화의 대장정이었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12편같은 110편..정말 엄청난 흡입력이 아닐 수 없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09 00:23
    No. 10

    110화의 대장정... 표현이 민망한데요. ㅎㅎ 아무튼 정말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Komnenos
    작성일
    14.06.08 19:30
    No. 11

    아 아쉽내요 ㅠ
    진짜 재밌었는대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09 01:25
    No. 12

    저 역시 아쉽습니다. 30분 동안 큰 틀만 짜고 주요 인물 달랑 4명 만들고 시작한 급조 소설이라... 감회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허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취록옥
    작성일
    14.06.08 20:25
    No. 13

    인기 있으면 꼭 이계로 넘어가긴 하죠.ㅋㅋㅋㅋ
    하루만에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정말 110회의 대장정 잘 마무리하고 갑니다.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09 00:25
    No. 14

    작품 이름은 언급 안 하는 센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6.08 20:51
    No. 15

    금세기 장르소설계의 최고의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을 보고 갑니다...
    소설에 대한 무한한 일침을 놓는 최고의..작품입니다........
    추천 5만개 정도 드리고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09 01:28
    No. 16

    어라, 이런 과찬이라니...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은근히 기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seeke
    작성일
    14.06.08 22:51
    No. 17

    110편이라는, 짧고도 긴 여정. 드디어 오늘 그 끝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활동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09 01:29
    No. 18

    예, 감사합니다. 이미 전부터 다른 작품들을 연재하고 있는데, 이 작품하고 그나마 비슷한 것은 전설의 슬라임하고 슬로우 마스터 두 작품입니다. 대신 둘 다 연재 주기가 불규칙합니다. 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이름좀늘려
    작성일
    14.06.09 00:09
    No. 19

    수면 선인작가님의 서버라는.작품이 생각나네요 약이 거하게 빨린 느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09 01:30
    No. 20

    저 역시 잘(?) 아는 작품입니다. 모든 댓글의 절반이 약쟁이 언급인 글이죠...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cr******
    작성일
    14.06.09 04:26
    No. 21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09 11:21
    No. 22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일
    14.06.09 14:53
    No. 23

    한담 추천글이 아니었으면 킴님이 이런 글을 연재하셨는지도 모르고 넘어갈 뻔했습니다.
    암튼, 이 독특한 발상과 빛나는 재기는... ^^b
    즐감했습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10 14:18
    No. 24

    헉, 존자님께서 귀한 발걸음을 해주셨군요. 유치찬란함에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존자님도 건필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halluc
    작성일
    14.06.10 06:20
    No. 25

    아...추천글 보고 보러 왔는데 다 내리셨네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10 14:19
    No. 26

    예, 완결입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환산
    작성일
    14.06.10 20:29
    No. 27

    ㅋㅋㅋㅋ 아.. 짧고도 명쾌한 마무리였습니다 ㅋㅋㅋ 짧아서 좋고 웃겨서 좋았네요 ㅋㅋㅋ 그럼 슬슬 작업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11 22:52
    No. 28

    감사합니다. 표지 잘 받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디소디
    작성일
    14.06.10 20:49
    No. 29

    문피아는 가끔 이런 보석들이 짧게 연재되고 사라져 가는데
    그것을 발굴해 주시는 고마우신 분들이 계시죠
    덕분에 잘 읽고 큭..쿨럭..갑니ㄷ...(사망하였습니다 내상100%)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4.06.11 22:52
    No. 30

    보석까지야... 잘 읽고 가신다니 기쁩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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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판소 작가 죽이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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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66 14.06.08 4,996 173 5쪽
11 최종화 +54 14.06.08 4,697 141 9쪽
10 108화 +28 14.06.08 5,009 147 6쪽
9 8화 +28 14.06.06 4,514 137 6쪽
8 7화 +24 14.06.05 3,997 140 5쪽
7 6화 +22 14.06.03 4,279 136 7쪽
6 5화 +34 14.06.02 5,229 149 6쪽
5 4화 +30 14.06.01 4,730 161 4쪽
4 3화 +28 14.06.01 5,068 154 5쪽
3 2화 +30 14.06.01 5,371 166 5쪽
2 1화 +26 14.06.01 5,737 167 2쪽
1 프롤로그 +46 14.06.01 6,641 21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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