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베르커 서재

양판소 작가 죽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베르커
작품등록일 :
2014.06.01 14:24
최근연재일 :
2014.06.08 17: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61,626
추천수 :
1,998
글자수 :
28,136

작성
14.06.01 23:29
조회
4,729
추천
161
글자
4쪽

4화

DUMMY

눈이 멀 정도로 강렬한 빛줄기가 마왕을 집어삼켰다.

나는 무릎을 꿇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후…… 이겼다……….”

마왕은 어둠의 세력.

그리고 어둠의 세력과 광마법은 상극이다.

게다가 자그마치 용사씩이나 되는 마검사가 혼신의 힘을 짜낸 8서클 마법이 아닌가.

죽었을 것이다.

그리 믿고 싶었고, 실제로 그래야 했다.

한데 광명이 사그라진 그 자리에 뜻밖의 존재가 있었다.

“뭐야…… 이건…….”

그 존재는 세 쌍의 하얀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처, 천사……?”

“그렇다.”

“음, 천사님? 하나 묻건대 작가 새끼는 어디 갔습니까?

“내가 바로 작가다.”

“아……?”

잠시 후 나는 고개를 떨구고 고갯짓을 설레설레했다.

“크크…… 개연성 붕괴에도 정도가 있지 인간적으로 너무한 거 아니냐? 작가라고 맘대로 악마가 됐다가 천사가 됐다가 해도 되는 거냐고…….”

“후후, 애당초 대천사가 저주를 받아 마왕이 됐다는 스토리였다. 네 8서클 광마법이 저주를 풀어준 거지. 어때? 이 정도면 참신한 스토리 아닌가?”

“젠장, 글을 쓰는 작가라면 최소한 참신함과 기괴함 정도는 구분하라고…….”

나는 검도 내팽개치고 대자로 뻗었다.

“에라, 모르겠다. 죽여라, 죽여. 죽는 게 뭐 별 거냐. 어차피 가상의 인물인데. 찢어죽이든 씹어죽이든 작가 네놈 맘대로 해라.”

“내가 널 왜 죽여야 하지?”

나는 고개만 벌떡 들어 소리를 질렀다.

“야! 아까 전부터 날 죽이겠다고 계속 노래를 불렀잖아, 이 닭대가리 새끼야!”

천사의 탈을 쓴 작가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난 현재 천사다. 그리고 천사는 자비를 실천하지.”

“하…… 그래서 날 살려주겠다고?”

“그래.”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댔다.

“살려준다니 사양은 하지 않을게. 대신 하나 묻자. 설마 이게 엔딩은 아니겠지? 이딴 허접한 엔딩으론 어느 독자도 납득을 못할 텐데?”

“당연히 아니지. 너는 지금부터 진짜 마왕을 물리치러 가라.”

“진짜 마왕?”

“잘 생각해 봐. 난 원래 대천사였다고. 그럼 진짜 마왕은 따로 있지 않겠어?”

“아…….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는 데 정말 회의감이 드는데…….”

“후후, 푸념은 집어 치우고 어서 출발해. 일단 힌트를 하나 주마. 진짜 마왕은 크린 대륙의 브라 산맥의 이트 숲에 은거해 있어. 힌트는 여기까지다. 가서 열심히 찾아라. 그리고 네가 내게 썼던 그 필살기를 써. 그럼 확실히 처치할 수 있는 거야.”

“아니, 숲 속에 얌전히 숨어 있는 마왕을 왜 굳이 찾아가서 죽이려는 건데?”

“당연히 스토리 진행이지. 누군가 나서서 들쑤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아…… 좋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자. 진짜 마왕을 처단하면 설마 그다음 강적이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마왕 다음으로 마황이 나타나고 그다음엔 마신이 나타나고…… 그딴 거 아니냐고!”

“그건 작품이 인기가 있을 때가 가능한 패턴이다,”

작가는 정말이지 단호히 말했다.

“이 작품은 이미 글러 먹었어. 그러니 내 확실히 보장하지. 마왕만 처치하면 더는 귀찮게 하지 않아. 대충 열린 결말로 처리해 주마.”

“예컨대 ‘용사는 계속 모험을 떠났습니다,’ 뭐 이런 것?”

“호오,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그런지 주인공이 작가나 진배없군. 제법 많은 것을 알고 있어!”

“그딴 칭찬은 집어치워. 그럼 장, 떠나볼까?”

“아아…… 날 아직 잊지 않았구나!”

그동안 철저히 소외당했던 장이 눈물을 흘리며 기꺼이 내 옆으로 붙었다.

“아 참, 대천사야.”

“또 왜 그러는데?”

“진짜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하자,”

나는 천사를 향해 싱긋 웃었다.

“너, 내 동료가 돼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양판소 작가 죽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에필로그 +66 14.06.08 4,993 173 5쪽
11 최종화 +54 14.06.08 4,694 141 9쪽
10 108화 +28 14.06.08 5,007 147 6쪽
9 8화 +28 14.06.06 4,513 137 6쪽
8 7화 +24 14.06.05 3,996 140 5쪽
7 6화 +22 14.06.03 4,278 136 7쪽
6 5화 +34 14.06.02 5,228 149 6쪽
» 4화 +30 14.06.01 4,730 161 4쪽
4 3화 +28 14.06.01 5,066 154 5쪽
3 2화 +30 14.06.01 5,371 166 5쪽
2 1화 +26 14.06.01 5,736 167 2쪽
1 프롤로그 +46 14.06.01 6,638 217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