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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커 서재

내 일상


[내 일상] 무료 연재라면 작가나 독자나 마찬가지입니다.

  금전이 오가지 않는 온라인 연재에서는 작가나 독자나 대동소이합니다.

  둘 다 취미 생활을 위해 문피아에 접속합니다. 작가는 취미로 글을 쓰고 독자는 취미로 글을 읽습니다. 거창한 이유 없습니다. 그뿐입니다.

  목적도 같습니다. 어느 쪽이나 즐거움 추구입니다. 즐겁다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더라도, 아무튼, 즐거워서 쓰고, 즐거워서 읽죠. 상사 때문에 억지로 끌려 나온 골프처럼 일의 연장선이 아닌 이상, 취미의 본질은 즐거움이니까요. 여기까지는 대부분 동의하실 겁니다.

  하지만 상당수 분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그 즐거움 안에 고통도 있다는 겁니다. 작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어떤 작품이든 쓰다 보면 형식이나 내용이나 고민하며 스트레스 받는 일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니까요.

  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즐겨 읽는 작품 중에 맞춤법이 자주 틀리는 작품이 있습니다. 솔직히 거슬리죠. 아니면 전개가 느린 작품이 있습니다. 답답하죠. 혹은 특정 인물이 짜증을 유발합니다. 또는 지저분한 문장에 피로가 누적됩니다. 다 고통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작가가 어떤 작품을 계속 쓰고, 여전히 많은 독자가 어떤 작품을 계속 읽는 이유는, 그 어떤 작품이 주는 즐거움이 고통을 넘어서는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독자의 입장입니다. 취향에 딱 맞고 필력도 좋은 작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맞춤법이 자주 틀리거나, 전개가 느리거나, 특정 인물이 짜증납니다. 그래도 계속 봅니다. 아직까지는 즐거움이 고통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하차한다는 경우가 분명히 있죠. 드디어 읽는 고통이 읽는 즐거움을 넘어선 것입니다.

  이번에는 작가... 작가는 작품을 쓰는 데 시간과 체력, 정신력을 투자합니다. 그리고 선작, 추천, 댓글, 조회수로 보상받습니다. 물론 글 쓰는 과정에도 즐거움이 있으나, 연재의 본질은 독자의 반응을 보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노고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만큼의 보상이 없습니다. 혹은 악플이 자꾸 달립니다. 고통이 즐거움을 넘어서고 연중으로 이어집니다. 의외로 간단하죠. 즐거움보다 고통이 커진 것이 전부입니다.  독자의 선삭이나 작가의 연중이나 본질은 같다고 하겠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작가는 쓰는 고통이 쓰는 즐거움을 넘어섰다는 정도.

  그러니 만약 정말 볼만한 작품을 찾았고 연중을 바라지 않는다면, 작가의 책임감이나 작품에 대한 애착에 의존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독자는 그전에 응원을 해주면 됩니다. 

  선작이든, 추천이든, 댓글이든, 작가의 쓰는 즐거움이 고통을 앞서는 상태가 계속 되게끔 해주면 되는 겁니다. 악플이 달려서 힘들다는 뉘앙스의 공지나 후기가 있으면,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면 되겠죠.

  작가의 연중에 독자의 책임이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작가든 독자든 둘 다 책임 없습니다. 선삭한다고 욕하는 사람 없듯이, 연중한다고 욕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완결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연중한다면 도의적 책임은 있겠습니다.


  정리하면 즐거움보다 큰 고통을 감내하면서 취미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또한 작가냐, 독자냐에 따른 입장 차이만이 있을 뿐, 양쪽 다 감정과 이성이 공존하는 인간이란 점은 같으니, 이 점을 유념하면 거기에 공존이 있을 겁니다.


  P.S: 쓰다 보니 연중 이야기로 흘러갔군요. 앞선 한담 글들의 영향을 받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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