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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커 서재

양판소 작가 죽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베르커
작품등록일 :
2014.06.01 14:24
최근연재일 :
2014.06.08 17: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61,630
추천수 :
1,998
글자수 :
28,136

작성
14.06.01 19:22
조회
5,066
추천
154
글자
5쪽

3화

DUMMY

장이 외쳤다.

“용사님! 작가, 아니 저 마왕은 지금 현재 손의 크기가 용사님 몸뚱이 만 하고 손톱도 무척 길어요! 절대 펜을 잡고 즉흥적으로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 맘대로 설정을 바꾸지 못하고 초기 설정대로 싸워야 한다는 겁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장은 어느덧 울먹이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해서 저 마왕을 물리쳐 주세요! 부디 작가 멋대로 이랬다저랬다 설정을 번복하고 모순되는 말을 떠들다가, 독자에게 지적당하면, 이것은 판타지입니다, 한마디로 무마하고 넘어가면 끝인 이 더러운 세상을 부디 구원해 주세요!!”

“그래, 네 말이 백번 옳다!”

나는 검을 잡은 손아귀에 재차 힘을 꾹 주며 마왕을 올려다봤다.

마왕은 뭔가를 중얼대고 있었다.

얼마나 대단한 주문을 외우고 있는 걸까?

뭐, 암튼 주문을 마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릴 정도로 나는 멍청하지도, 아량이 넓지도 않다.

나는 뛰어올랐다.

단숨에 마왕의 어깨까지 비약한 후에 한 번 더 뛰었다.

목표는 바로 마왕의 뿔!

모든 양판소에서 악마의 약점은 바로 뿔이다.

하지만 보통 뿔은 그 생물의 신체 중에 가장 튼튼하고 단단하며 뛰어난 공격 및 방어 수단, 안 그런 생물은 듣도 보도 못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양판소의 악마만 뿔이 약점이다.

합리적 이유?

그딴 거 없다!

나는 마왕의 뿔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내 검의 재질이 뭔지도 모르고, 마왕의 뿔이 얼마나 단단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분명 절단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용사니까!

“우오오오!”

싹둑!

“엉?”

바보 같은 마왕의 표정 옆으로 반이나 잘려나간 뿔이 추락하고 있었다.

동시에 나도 지면으로 사뿐히 내려왔다.

“어떠냐? 이 악마야! 어어……?”

나는 이쪽으로 내리 찍히는 큼지막한 손바닥을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놈의 잘려나간 뿔이 횡으로 휘둘러지고 있었다.

응? 잘려나간 뿔?

방심하는 사이 나는 뿔에 맞고 휙 튕겨져 나갔다.

검도 놓쳤다.

웩하고 피를 한 움큼 토했다.

내장에 얼마나 대단한 치명상을 입어야 토혈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른다.

그저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덩달아 하는 것이다.

마왕은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놈의 손에는 자신의 뿔이 들려져 있었다.

무슨 둔기라도 되는 마냥 그 뿔을 쥐고 휘두른 것이다.

“이 무식한 녀석…… 뿔이 약점이 아니었나?”

“하하하, 너는 역시 멍청한 놈이다,”

마왕은 즐겁게 웃었다.

“넌 몰랐겠지만 이 소설은 용사가 마왕을 물리치는 작품이 아니다. ‘물리치려 노력하다가 결국에 실패하고 죽는 작품’이지. 그래, 섬세하지 못한 지금 이 몸으로는 설정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할 거라고? 아주 예리한 지적이다. 하지만 잠시 망각했나 보구나. 애초에 작가가 마왕이라는 것을! 작가인 나는 초기 설정 자체가 불사신이다! 무적이다! 하하하하!”

“이런 미친…….”

“나는 미치지 않았다. 내가 너 따위 피조물에게 죽어줘야 할 이유가 없으니 불사신에 무적인 거다. 하하하, 나는 최후의 승자로서 살 것이다. 살아서 공주도 차지하고 왕국도 차지할 것이다!!”

“이 녀석…… 진정 작가 자위하는 소설 말고…… 네 한 몸 희생해 걸작을 쓸 생각은…… 아예 없는 건가……?”

“푸하, 진정한 장인은 한 편의 걸작을 완성하기 위해 목숨조차 내놓는다고들 하지. 하지만 네 눈에 지금 내가 무슨 독 짓는 늙은이로 보이기라고 하느냐? 하! 나는 양판소 작가다! 쾌락 위주의 스토리 캐릭터 세계관 다 엇비슷한 글을 클론처럼 찍어내는 양판소 작가! 하하하하!”

“큭…….”

나는 마왕이 멋대로 떠드는 동안 슬그머니 일어나 검을 주워들었다.

마왕이 턱을 쓸어댔다.

“호오, 곧 죽어도 용사는 용사인가. 역시 지옥의 불(Hell fire) 한 방 정도는 먹여줘야 얌전히 죽겠군.”

“인간 하나 잡는데 지옥의 불씩이나 끌어들이다니……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과하긴 개뿔! 흠, 우선 팔다리를 부러뜨려서 움직임부터 봉해야겠구나. 그다음에 지옥의 불을 갈겨야겠어.”

친절히 자신의 계획을 설명한 마왕은 제 반쪽짜리 뿔을 쳐들었다.

그리고 두더지라도 잡듯이 나를 향해 연달아 꽝꽝 내리쳤다.

나는 부상이 회복될 때까지 요리조리 피했다.

“이놈,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작정이냐!”

“안 그래도 그만둘 생각이다!”

“뭣이?”

나는 우뚝 멈춰 섰다.

진즉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작가와 독자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일부러 서술하지 않았다.

“자, 받아라! 나의 필살기, 절멸의 섬광(Light of extinction)!”

검첨으로 차마 한 줄기라 말하기 어려운 한 줄기 거대한 섬광이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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