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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커 서재

양판소 작가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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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베르커
작품등록일 :
2014.06.01 14:24
최근연재일 :
2014.06.08 17: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61,633
추천수 :
1,998
글자수 :
28,136

작성
14.06.06 16:00
조회
4,513
추천
137
글자
6쪽

8화

DUMMY

“으아악!”

“용사님, 부디 진정하시길!”

장의 만류에도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성을 질렀다.

“이 세계는 그야말로 개막장이야! 거기에다 제대로 풀리는 일도 하나 없는데 내 어찌 진정할 수 있단 말이야! 아, 열통 터져 미치겠네! 으아악!!”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성을 지르는 중이었다.

때는 어제 오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악적(알고 보니 의적)들의 산채를 막 털었을 때였다.

둥! 둥! 둥!

북치는 소리 들리더니 우렁찬 함성 소리가 산채는 물론 산속에 진동했다.

“시발…… 이건 또 뭐야?”

난데없는 임꺽정의 등장과 전격적인 사망에 이미 엄청난 쇼크를 먹은 나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산 중턱을 내려다봤다.

웬 쥐새끼같이 생긴 녀석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임꺽정(Forest double worry)은 귀 후비고 잘 들어라! 그래, 나 서림(Western Forest)이다! 나 서림이 너희 산채의 설계도와 지휘 체계를 현재 토벌군의 총대장이신 블라디미르 남작님께 상세히 알려 드렸다. 따라서 산채의 비밀 통로는 모조리 차단당했으며, 너희는 현재 남작님의 100만 대군에 완벽히 포위당해 있다! 자비로운 남작님께서 말하시길, 저항하면 죽을 것이고, 투항하면 죽일 것이라 말씀하신다! 그러니 맘대로들 해라!!”

“대체 뭐하는 새끼야, 저거……?”

나는 허탈하게 중얼거린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보니 아녀자들이 겁을 집어먹고 군데군데 숨어 있었다.

장이 다가와 속삭였다.

“적이 너무 많습니다, 용사님.”

장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우리 둘만 튀자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장, 아녀자들만 남겨두고 떠나는 것은 바람직한 용사의 태도가 아니다.”

“아녀자들만 남게 만든 당사자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시끄럽다! 장, 돌격이다!”

“예? 정면 승부입니까?”

“나는 용사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나는 산채를 나섰다.

100만 군대를 향해 용감히 돌진했다.

내가 달리는 속도에 맞춰서 수만 명은 됨직한 1열의 창병들이 창을 일제히 앞으로 내려 겨눴다.

“지진(Earthquake)!”

군대가 포진한 쪽의 땅이 두부처럼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아귀가 입을 벌리듯 쩍쩍 갈라졌다.

“으아악!”

10만 명의 창병이 땅속으로 사라졌다.

적진 끝에서 벌떡 일어나는 인간이 보였다.

아까부터 서림 옆에서 거들먹거리고 있던 놈이다.

십중팔구 블라디미르 남작일 것이다.

“벼락(Lightening)!”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블라디미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블라디미르가 고꾸라졌다.

“남작님이 돌아가셨다!”

더없이 친절하며 목청이 백만 대군의 함성보다 큰 서림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덕분에 병사들의 동요가 극에 달했다.

바로 이때다.

애검에 검기를 주입해 휘둘렀다.

“으악!”

“으흑!”

“아아악!”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병력이 1만 명씩 쓰러졌다.

90번 휘두르니 90만 대군이 모조리 쓰러졌다.

그중에 서림도 있었다.

나는 서림의 머리를 발로 툭툭 차며 중얼거렸다.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더니 의외로 싱거운 놈이네.”

주위를 둘러보니 피바다였다.

순간 너무 많이 죽였나 싶었다.

그래도 힘없는 아녀자들을 구했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장, 그럼 이만 떠나자!”

걷고 또 걸어도 마을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걸었다.

일주일 만에 찾은 마을에 환호를 지르며 진입했을 때였다.

“마, 마왕이다! 마왕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식겁하고 소리를 지르고 다니고 있었다.

“응? 숲에 처박혀 있다는 마왕이 벌써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는 건가?”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낮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마왕은 단독으로도 최소한 100억 대군을 박살낼 수 있는 놈.

다짜고짜 덤빌 수 없는 노릇이다.

“우선 낯짝이나 봐둘까.”

나는 조심스레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왕을 찾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마왕은 보이지 않고, 나만 보면 주민들이 경기를 일으키며 도망가는 것이었다.

“설마?”

도망가는 청년 하나를 붙잡았다.

청년은 아주 자지러질 기세였다.

“마, 마왕! 아니, 마왕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순간 머릿속이 아찔했다.

청년에게 물었다.

“어째서 내가 마왕이냐?”

청년은 손가락으로 마을 입구를 가리켰다.

두 번 가리켰다.

청년을 내던져버리고 입구로 갔다.

수배자 게시판에 내 얼굴이 정밀히 묘사된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살육의 마왕 도날드]

[금화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닢]

현상금 숫자는 1경까지 세다가 포기했다.

아래 뭔가 더 써져 있었다.

[공주와의 결혼은 옵션]

맨 아래 깨알 같은 글씨로 뭐라고 써져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극악한 도적 임꺽정의 소환에 응하여 청석골(Blue stone valley)에 강림한 마왕으로, 악적을 토벌하고 왕실의 권위를 바로 세우기 위해 북방에서 내려오신 블라디미르 남작과 그의 100만 대군을 전멸시켰음. 당신이 만약 용사라 해도 간덩이가 푸아그라용 거위보다 크지 않다면 만나자마자 도망갈 것. 본인도 이미 해외로 망명했음. 국왕 백>

“이런, 시발……!”

단숨에 전단지를 찢어발겼다.

장이 다가왔다.

“용사님, 임꺽정의 의로움은 협소한 지역에 국한되어 알려져 있었나 봐요. 반면에 블라디미르 남작은 두루두루 평가가 좋았나 보네요. 그래서 이런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나 봅니다.”

“아오, 이놈의 작가 새끼……!!”

나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분노의 일갈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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