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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커 서재

양판소 작가 죽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베르커
작품등록일 :
2014.06.01 14:24
최근연재일 :
2014.06.08 17: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61,637
추천수 :
1,998
글자수 :
28,136

작성
14.06.02 20:00
조회
5,228
추천
149
글자
6쪽

5화

DUMMY

대천사(작가)는 고개를 갸웃하며 혼잣말하듯 물었다.

“동료?”

“그래.”

“왜지?”

“그야 설정도 맘대로 바꿀 수 있는 대천사보다 강한 동료는 이 세상이 없을 테고, 그런 네가 동료라면 마왕을 무찌르기도 수월할 테니까. 난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쉽게 가는 주의거든.”

대천사는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네 부탁은 들어줄 수 없어.”

“아, 왜?”

“내가 네 동료로 합류하는 순간, 이곳부터 마왕이 있는 숲까지 이어지는 험난하고 굴곡진 네 여행길이 그대로 아우토반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지. 그럼 이 소설의 분량은 백분의 일로 줄어들 거다. 실로 끔찍한 일이지……”

대천사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날개를 부르르 떨었다.

“난 말이다, 이 소설의 전체 스토리를 구상하느라 자그마치 18분이나 투자를 했어! 이토록 심혈을 기울였는데! 분량을 늘리면 늘렸지 줄이는 일은 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마디로 분량 줄까 봐 못 도와주겠다는 거냐!”

대천사는 윙크를 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정확해.”

“후…… 그럼 좋다. 제발 부탁이니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더는 이 작품에 개입하지 마. 이 정도는 약속할 수 있나?”

“그 정도야 얼마든지 약속하지.”

나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럼 됐다. 그만 꺼져.”

“나 이제 하늘로 돌아갈래!”

빌어먹을 대천사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종적을 감췄다.

장이 다가왔다.

“용사님, 아직 동료가 저 하나뿐이라고 걱정하지 마세요. 중간부터 동료를 하나씩 얻는 것이 모험물의 묘미인 데다가 원래 동료는 후반부에 얻을수록 강하거든요.”

“그 정도는 나도 다 알아. 어디 처박혀 있는지도 모르는 마왕 찾기 귀찮아서 그런 거지. 암튼, 그럼 갈까?”

“네, 용사님!”

우리는 첫 번째 마을에 도착했고, 곧바로 술집으로 향했다.

시끌시끌한 술집에 들어가자 장은 몹시 신이 난 듯했다.

“저는 해물 파전과 동동주를 주문할래요. 용사님은요?”

“뭐야, 시발? 여긴 서양인데 파전에 동동주가 왜 있어? 그리고 넌 미성년자잖아!”

장은 미소 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양판소에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자, 그럼 용사님은 뭐로 하시겠어요?”

“아니, 그전에.”

나는 옆 테이블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한눈에 봐도 불량해 보이는 남정네 다섯이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게다가 모두 검이나 도끼 등 무기를 하나씩 소지하고 있었다.

“어이, 형씨들, 잠깐 나 좀 볼까.”

사내들이 삐딱하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넌 뭐야?”

“시간이 아까워서 말인데, 딱 보니 이 안에서 불량배 역할을 할 놈들이 니들밖에 없다. 그러니 어서 내게 예정된 시비를 걸어라.”

사내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서로 눈짓만 보내고 있었다.

답답한 녀석들.

나는 검집을 앞으로 내밀어 보여 주며 말했다.

“‘그 곱상한 얼굴에 이런 명검은 어울리지 않으니 우리가 그 검을 접수해 주마,’ 뭐 이딴 식으로 시비를 걸 작정이었잖아. 안 그래? 아니면 술에 만취해다는 핑계로 내 앞에서 여종업원에게 집적거리려고 했나?”

“뭐야, 이 녀석? 취한 거냐?”

“문답무용!”

번개 같은 솜씨로 검을 휘둘렀다.

“으악!”

“억!”

“컥!”

“캭!”

“꺅!”

다섯 명은 의자에 테이블까지 우당탕 엎으며 나동그라졌다.

그리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죽지는 않았다.

검을 검집에서 뽑지 않았으니까.

모조리 기절한 것이다.

이까짓 양아치들 처리하는데 피를 볼 필요는 없었다.

시끌벅적하던 술집에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원래 테이블로 돌아왔다.

장이 묻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

“술집에 오면 용사를 못 알아보고 겁도 없이 시비 거는 불량배들이 꼭 있잖아.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려는 참인데, 한참 마시고 있을 때 와서 시비 걸면 기분 더러우니까 미리 처리해 둔 거다.”

장의 눈동자에 존경의 빛이 스쳤다.

“미래를 내다보고 움직이다니, 역시 용사님은 굉장해요!”

“훗……. 주문이나 해라. 나는 초밥에 청주.”

“네, 알겠습니다!”

둘이서 오붓이 끽주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웬 대머리 거한이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대머리는 전신 철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넌 또 뭐야?”

“이 마을 경비 대장이오.”

“내게 무슨 볼일이지?”

“당신이 때려눕힌 자들은 내 부하들이오. 경비대원들이란 말이오.”

“아……?”

“따라서 당신을 폭행죄로 체포하겠소.”

대머리는 실로 날렵한 동작으로 내 양팔을 뒤로 틀어잡았다.

나는 엄청나게 당황하여 중얼거렸다.

“뭐, 뭐야?”

대머리가 내 손목에 뭔가를 채우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머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권리가…….”

“얏!”

나는 팔꿈치를 올려쳐 대머리의 아래턱을 훅 갈겨버렸다.

쿵!

대머리는 그대로 나무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나는 쓰라린 손목을 매만지며 기절한 대머리를 내려다봤다.

“중세 시대 배경에 미란다 원칙은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시발……. 어이, 장!”

“네?”

“튀자!”

“넵!”

우리는 그대로 마을을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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