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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커 서재

양판소 작가 죽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베르커
작품등록일 :
2014.06.01 14:24
최근연재일 :
2014.06.08 17: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61,631
추천수 :
1,998
글자수 :
28,136

작성
14.06.08 13:51
조회
4,694
추천
141
글자
9쪽

최종화

DUMMY

빛을 등지고 허리 펴고 올곧게 선 인간의 모습이 어른어른 보였다.

“누구냐, 나를 부른 자는.”

종말론자 수장이 한달음에 그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마왕님! 그것은 바로 소인…… 꽥!”

수장은 목이 잘려 단번에 목숨을 잃었다.

마왕이 검을 휘두른 것이다.

마왕의 권태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꿀잠을 자고 있었건만. 귀찮게 한 죄, 죽음으로 갚아라.”

나머지 종말론자들은 경기를 일으키며 도망쳤다.

“거, 걸음아, 날 살려라!”

실로 어색한 대사…… 어쨌든 그들의 걸음은 그들을 살려줬다.

그런데 어차피 마왕이 강림하면 저들을 죽이고 이 세계를 파괴할 줄 몰랐나?

정말 답이 없는 녀석들이다.

어쨌든 방에는 나와 장, 그리고 마왕만 남았다.

“오랜만이구나, 도날드.”

“서, 설마?”

빛이 사라졌다.

마왕의 얼굴이 확연히 보였다.

나는 부들부들 떨었다.

어쩐지 목소리가 낯익다 했더니 참으로 익숙한 노인의 얼굴.

그는 바로 내 스승이었다.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검을 내리쳤다.

스승은 능숙하게 막았다.

나는 어금니를 부득부득 갈며 물었다.

“이 새끼…… 세라는 어디 있어?”

“죽었다.”

“뭐, 뭐라고?”

검끼리 대치한 상황에서 스승은 힘 줘 나를 밀쳐냈다.

나는 힘없이 자빠졌다.

스승은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말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래서 내가 사실 진짜 마왕이라고 고백했지. 말하자마자 심장마비로 죽더군.”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스승이 말했다.

“도날드, 긴말 할 것 없다. 덤벼라. 선수는 양보하마.”

“음…….”

검을 지지대 삼아 일어서는 그 순간, 스승의 검이 광풍을 휘날리며 내리 찍혔다.

나는 황급히 검을 들어 간신히 막았다.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큭…… 선수를 양보한다고…….”

“허허, 도날드야. 누누이 말하지 않았더냐. 기만은 모든 싸움의 기본이다.”

“우오오오!”

나는 그대로 스승을 밀어내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검을 내리치고 옆으로 휘갈기며 압박했다.

분노를 가득 담아 스승에게 쉴 틈도 주지 않고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스승은 여유만만이었다.

전부 막아냈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완력만은 늘었구나. 하지만 나머진 그대로다.”

스승의 눈이 순간 빛나는가 싶었다.

“용사 가르기!”

스승의 검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스승과 함께 나를 관통해 지나갔다.

순간 내 가슴에서 피가 봇물 터지듯 뿜어져 나왔다.

“컥!”

나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힘겹게 물었다.

“왜 이런 엄청난 기술을…… 전수해주지 않았지?”

“그럼 네가 나만큼 강해지니까.”

“세계 최강이 됐느니 뭐니…… 전부 립서비스였던 거냐.”

“세상살이 다 그런 거 아니겠느냐.”

“제길…….”

나는 검을 놓고 힘겹게 가부좌를 틀며 앉아 눈을 감았다.

스승이 물었다.

“살기를 포기한 거냐?”

“아니다. 나는 깨닫고 만 것이다.”

“무엇을 말이냐?”

“진짜 마왕은 네가 아니다. 진짜 마왕은 바로 내 마음속에 있는 분노, 초조함, 불안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인 것이다!! 따라서 난 마음을 다스려 마왕을 제거하고 해피엔딩을…… 으억!”

나는 다시 고꾸라졌다.

아마도 느낌상 스승이 검의 손잡이 끝으로 내 뒷목을 때린 것 같다.

골이 띵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스승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죽어라 가르쳐 놨더니 겨우 한다는 소리가 그딴 개풀 뜯어먹는 소리냐. 너에게는 정말 실망했다. 도날드, 그만 죽어라!”

파공음이 들렸다.

아…… 죽을 때가 되니 기억이 나는구나.

작가 놈이 분명 그랬지.

이 작품은 용사가 마왕 이기려고 용쓰다가 결국 죽는 작품이라고.

왜 그 중요한 사실을 잊었던 걸까?

왜 마왕을 열심히 찾아다녔을까?

죽고 싶어 환장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나는 정말 바보였다.

바보라서 이렇게 죽는구나.

그때였다.

머릿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일어나라, 도날드!’

갑자기 몸이 가뿐해지며 나는 검을 들어 스승의 검을 막았다.

벌떡 일어서며 그 검을 곧바로 쳐냈다.

스승은 쭉 밀려났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다 죽어가던 놈에게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내 옆에 반투명한 사내가 서 있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외모였다.

내가 물었다.

“너는 누구냐?”

“작가다.”

“아?”

“전혀 몰랐나 보군. 잘 생각해 보아라. 이 작품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니라 주인공 시점이다. 따라서 네 의식의 극히 일부는 작가인 내 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네가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평원이나 소설의 시점 등을 자연스럽게 언급할 수 있었던 이유도 네 의식에 내 의식의 일부가 녹아들었기 때문인 것이다.”

“음, 과연……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왜 나타난 거냐? 내가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흠, 마음이 변했다. 내 분신과도 같은 네가 죽는다는 것은 역시 껄끄럽군.”

“양판소…… 작가답군.”

“자자, 잔말 말고,”

작가의 힘주어 말했다.

“가라, 도날드! 마왕을 무찔러라!”

물론 나는 주인이 던진 원반 추적하는 개새끼마냥 튀어나가지 않았다.

“작가야. 나는 치명상을 입은 몸이다. 평소에도 나보다 10배는 강한 저 스승이자 마왕을 물리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해!”

작가의 일부는 태연히 말했다.

“장은 네 유일한 동료임에도 지금껏 전투에 단 한 번도 개입한 적이 없지.”

“응?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

“하는 역할이 뭘까?”

“음…… 말동무?”

“멍청하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장도 작가인 나의 일부다. 따라서 장과 너는 합체할 수 있고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로 인해 초(超)용사가 될 수 있지. 합체만 한다면 네 힘은 현재의 1,000,000,000,000배는 강해질 것이다!”

“그, 그럴 수가!!”

장이 다가왔다.

“용사님, 그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한다.”

장이 이티처럼 검지를 내었다.

나도 수줍게 검지를 맞댔다.

거기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용암 속에 가라앉아 몸이 녹아버리는 느낌이었다.

얼마 후 정신을 차렸다.

몸은 그대로였다.

장만 사라졌다.

설마 실패한 건가?

‘용사님!’

아니, 이 목소리는!

그 순간 머릿속에 소설 속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과 스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모든 능력치가 상향 조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

진정한 마스터, 진정한 먼치킨이 된 것이다.

“이 어마어마한 힘은 대체……!”

스승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가자, 장!”

‘네, 용사님!’

“체인지(Change)!”

내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자그마치 마왕이 순간적으로 양손으로 앞을 가리며 몸을 움츠리며 비명을 질렀다.

잠시 후.

“음…….”

스승은 자기 몸을 훑어보더니 껄껄 웃었다.

“안타깝게도 마법은 불발이었나 보구나.”

“아니, 성공이다.”

“뭐라?”

“용사 가르기!”

마왕은 가슴에 치명상을 입으며 무릎을 꿇었다.

“대, 대체 무슨…….”

한때나마 스승이었던 자 아닌가.

승기를 잡고 나자, 정중한 말씨가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마왕씩이나 되면서 몰랐나 보군요. 스승님, 체인지는 외형을 바꾸는 폴리모프(Polymorph)와 달리 대상의 클래스를 바꿉니다. 그런 이유로 방금 당신의 클래스는 마왕에서 용사로 변했고, 저는 용사 가르기를 박아 넣을 수 있었죠.”

스승은 울컥 피를 토했다.

“후, 훌륭하다……. 도날드, 역시 넌 내 최고의 제자다…….”

그리고서 맥없이 쓰러졌다.

숨이 끊어진 것이다.

나는 싸늘한 주검이 된 스승이자 마왕을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애초에 제자 자체가 한 명이잖아, 이 양반아.”

그리고는 눈길을 창밖으로 돌렸다.

“하늘이 참 푸르군.”

‘모험 떠나기 좋은 날씨입니다, 용사님.’

“하하하,”

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전에 한 몸이 된 기념으로 한잔 어때?”

‘저야 좋죠! 다만 절대 잊지 마세요. 저는 언제나 파전에 동동주입니다.’

“아…… 서로 취향 맞추려면 시간 꽤나 걸리겠는데…….”

나는 중얼중얼하며 황제의 방을 나섰다.



-끝-


작가의말

아쉽게도(?) 여기까지가 완결입니다.

한담에 산들바람님의 추천 글... 최종화를 거의 다  쓸 때쯤 쓰다가 봤습니다.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후기 및 사연은 에필로그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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