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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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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15 1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4,404
추천수 :
1,213
글자수 :
205,310

작성
24.05.16 23:50
조회
2,158
추천
35
글자
12쪽

12.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DUMMY

'······어쩌다 이렇게 됐지?'


남궁강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끙 신음을 흘렸다.


그래, 신고식.


첫단추부터가 문제였다.


관주의 지시를 받고 신고식 아닌 신고식을 치렀다.


"그래, 신고식은 잘 치렀느냐?"

"아, 예······. 뭐, 잘 치른 것 같습니다."


막내 사제한테 역으로 전부가 두들겨 맞았다는 답을 도무지 할 수 없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차라리 그때 솔직히 답변을 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대사형, 소식 들었어요. 힘내세요."

"어쩌다, 그놈이랑······."


주변에서 남궁강에게 하나둘 위로를 건네주었다.


그 악마 같은 녀석과 일대일이라니.


그것 이상으로 끔찍한 상황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이번에 대사형이 지면··· 앞으로 그 놈이 우리를 얼마나······."


어디선가 흘러나온 말에, 순간 모두가 같은 상상을 하였다.


일주일 동안은 불법(?)적으로 삼대제자를 굴렸다면, 이제는 관주를 등에 업고 합법적으로 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대제자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사혀어엉ㅡ!


그만해애애애!


남궁강은 귀를 막고 속으로 울부짖었다.


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 그는 대사형이고, 상대는 갓 들어온 막내였다.


패배함으로서 그가 잃을 것이 너무나도 많은 비무였다.



*



단청은 머리 뒤에 두 손을 얹은 채로 느긋하게 비무장으로 향했다.


'거참, 나도 참 착해졌다, 착해졌어.'


옛날 같았으면 이런 식의 비효율적인 절차를 거쳤겠는가.


전생의 그는 뜻에 반대하는 녀석이 있으면 일단 팔다리부터 자르고 시작했다.


광견(狂犬)이라는 별호가 그에게 괜히 가장 먼저 붙은 것이 아니다.


언제나 혀보단 힘으로 상대를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었다.


'뭐, 이것도 그리 나쁘진 않아.'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던가.


단청은 어느 정도 그 말에 공감했다.


ㅡ형님도 나름, 이제 사람이 되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 새끼가?


단청은 손짓으로 남궁천의 환영을 해치우고는 비무장 위로 올라섰다.


남궁강이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서있었다.


그리고, 비무를 주관하는 창천무관주 남궁도가 단상 위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남궁가가 사파도 아니고, 무슨 제 팔다리를 잘라, 푸흡ㅡ!'


남궁도의 머릿속에 그 말이 계속 아른거렸다.


그 정도로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남궁가의 방계라고 해봤자, 이제 12살이 된 아이다.


무관에 입관하기 전까지, 집에서 완전 기초 수준의 무(武)를 익히며 평화롭게 지냈을 아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하여간 소설이 문제야, 문제.'


12살 아이가 어디서 그런 걸 보고 배웠겠는가.


온갖 허구가 가득한 소설과는 달리, 현실은 차가운 법.


'너무 세게하진 말거라, 후후······.'


자연스레 미래가 그려졌다.


갓 들어온 신입이 어떻게 대사형인 남궁강을 이기겠는가.


"자, 강아. 네가 고수이니 3수를 양보하거라."

"······."

"왜 대답이 없느냐?"

"알겠습니다······."


남궁강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느덧 등에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3수를 양보해주기는커녕, 10수를 양보 받아도 못이길 것 같은데 무슨······.


'이게 내 업보지, 업보.'


남궁강은 떨리는 눈빛으로 검을 들었다.


일단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래, 녀석도 그래봤자 이제 12살이다.


나이에 비해 비상식적인 무위를 가지고 있다고 하나, 경험이 부족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저번에는 기습적으로 공격을 허용한 부분도 있었다.


이번에 제대로 준비한다면···


"관주님, 그러면 바로 공격하면 돼요?"

"그래."


결과가 분명 다를 지도···


스아아아아악ㅡ!


파앙!


스르르륵.


'아니잇ㅡ!?'


남궁도의 눈이 부릅 떠졌다.


단 1수 만에 남궁강의 몸이 비무장 바닥 위에 널브러졌다.


'······아.'


시선 위로 샛노란 하늘이 보인다.


하늘 위의 구름이 흔들려 갯수가 많아보였다.


'······개 같은 세상.'


이 빌어먹을 세상은 너무나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다.


남궁강은 그 생각을 끝으로 기절해버렸다.



*



남궁가에 갓 들어온 막내가 대사형을 쓰러트렸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퍼졌다.


그만큼 충격적이었으니까.


방계도 아닌 직계였고, 제 아무리 직계라 한들 그 나이에 대사형을 이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청은 곧 남궁도의 호출을 받았다.


"히야, 차 맛이 참 좋네요!"

"······."


비무 이전과 이후의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단청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했다면 남궁도의 눈빛이 어느 순간 동태눈깔의 그것과 닮아가고 있었다.


'강이는 내가 나름 기대하고 있었던 아이였는데······.'


그래서 더 충격이 컸다.


남궁도는 원로원의 핵심 수뇌부로 차후, 직계를 견제할 인물로 남궁강을 점 찍어두고 있었다.


그런 아이가 저 쬐끄마한 놈한테··· 단 1수만에 가버렸다.


기습이라는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남궁강은 확실히 검을 들고 단청의 공격에 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꼴꼴꼴꼴.


찻물이 단청의 입으로 쭉쭉 들어간다.


어찌나 맛이 좋은지!


술이라면 모를까, 다도(茶度)에 그다지 조예가 없는 단청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맛있었다.


"여기 한 잔 더요!"

"······."


남궁도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단청을 힐끗 바라봤다.


'듣기로, 놈의 부모는 검대의 일개 대원이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출신인데 어떻게 저런 돌연변이가 나왔을까.


이제 보아 하니 근골도 상당히 타고난 것처럼 보였다.


아직 더 커봐야 알겠지만··· 이 정도면 숫제 괴물이지 않은가.


"크으. 관주님 그럼 약속은 확실히 지키시는 거겠죠?"


왜 이렇게 얄밉지?


"······물론이다. 앞으로 훈련 방식에 있어선, 관주로서 너를 지지하겠다."

"표현이 좀 심심한데요? '최대한', '전폭적으로' 붙이셔야죠."

"······최대한,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

"헤헤헤."


얄미운 행동을 하니까!


'그래도··· 이 녀석이면.'


남궁도는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 했다.


어차피 남궁단청도 방계다.


그 말은즉슨, 이 쬐끄마한 꼬맹이의 영향력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직계인 남궁룡을 견제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때였다.


"관주님."


천진난만하던 단청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고 진중해졌다.


'또 이 감각ㅡ'


남궁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꼬맹이의 시선에서 정체모를 서늘한 감각이 느껴진다.


이건 가주에게서도, 이미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에게서도 못느꼈던 감각이다.


'타고난 건가, 이 녀석은···.'


"말해보거라."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저는 남궁의 성씨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뭐 어쨌단 말이냐."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 놈 때문에 남궁을 좋아하게 되었다.


"······."

"방계든, 직계든 별로 그 틀에 갇히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남궁 그 자체니까요."

"······나라고 다를 것 같으냐? 나 역시···"

"다르죠, 관주님은."


단언하는 단청의 목소리에, 남궁도의 눈빛이 크게 떠졌다.


순간 그가 해왔던 일들이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갔다.


알고는 있었다.


그 길이 오직 남궁만을 위해서 한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그래도 그의 마음 한켠엔 언제나 남궁이 있었다.


그래서 반박하고 싶었다.


괘씸한 놈이다.


남궁을 위해 살아온 시간이 그보다 사분지일도 안되지 않던가.


"나는ㅡ"

"절 믿어주십시오, 관주님."

"······."

"관주님이 크게 손해보는 장사도 아닐 겁니다. 전 남궁을 다시 반석 위로 끌어올릴 것이니까요."


어느 순간, 단청의 눈빛에 장난기가 묻어나왔다.


"자아아알 생각해보십쇼. 남궁의 검수들이 강해지면, 세상은 누굴 칭송하겠습니까? 물론 역사는 그 시대 가주의 업적으로 기록합니다. 허나! 창천무관주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지요. 강호인들은 분명 관주님의 이름을 기억할 겁니다. 남궁을 강하게 만든 그 자랑스러운 이름을!"


남궁도는 단청의 현란한 혓바닥에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네놈, 그 말 자신할 수 있겠지?"


단청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물론입니다."


'언제부터였을까······.'


남궁도는 어느 순간, 잊어버린 과거의 제 모습을 단청을 보며 떠올렸다.


순수했던 그 시절은 방계도, 직계도 몰랐다.


그때는 그에게 있어서 남궁은 그저 남궁일 뿐이었다.


무인으로서 활약하여 창천(蒼天)의 남궁을 드높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현실이라는 풍파를 맞아 어느 순간 너무나도 작게 쪼그라든 남궁의 밥그릇을 쫓기에 급급해졌다.


솔직히 좀 ······추했다.


알면서 그 모습을 스스로 외면했을 뿐.


"가문의 어른이 되어, 가문만을 위하겠다는 아이의 등을 앞으로 밀어주지 못할망정, 뒤로 붙잡고 있어선 안되겠지······. 널 믿어보겠다."

"감사합니다."

"다만······. 너무 무리하진 말거라. 이건 어떠한 사심없이 말하는 것이니 꼬아 생각하지말고."

"쿡쿡, 알았어요."


차를 다 마시고.


관주실 밖으로 나오는 단청의 얼굴에 마귀 같은 미소가 걸렸다.


진짜 훈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하아, 정말 죽을 맛이네. 삭신이 쑤시지 않는 곳이 없어."


남궁혁은 아침부터 고된 훈련을 한 탓인지 정신이 아득해져 날아가버릴 것 같았다.


이놈의 훈련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난 지금이 좋다."

"어?"

"단청 그놈이 없을 때보단, 지금이 좋다고."


남궁진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단청이 없었으면 지금 우리 셋이 얼마나 약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건 맞아."


남궁명도 그 의견에 크게 공감했다.


운이라고 봐야 했다.


셋이서 1년 먼저 단청과 같이 훈련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에도 삼대제자들 사이에서 이들 셋은 확실한 실력자였다.


그 위로 남궁강과 남궁룡을 제외하면 따라올 자가 없었다.


단청도 인정하지 않았던가?


개인 자율 시간에 거의 빠짐없이 매일 자유 연무장에 나와 훈련을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만 계속 하면, '오대기전(五大記戰)'에서도 크게 활약할 수 있겠지?"


남궁명은 헤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대기전.


중원 정파를 지배하는 핵심 세력인 오대세가의 친목 도모회다.


말이야 '친목 도모회'지만 무림인이 어떠한 존재인가?


그 실상은 제 가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겨루는 자리였고, 남궁세가는 근래 삼십여년 간 꾸준히 말석의 위치에 있었다.


이제는 오대세가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돌 정도였으니, 오대기전이라는 말만 나오면 분위기가 싸해질 수밖에 없었다.


"명아······. 눈치 좀 챙기자. 오대기전이 장난도 아니고."

"삼십여 년 동안 꼴등인데,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남궁진과 남궁혁이 한마디씩 던졌다.


오랫동안 각인된 패배의 흔적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남궁세가가 오대세가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초대 가주인 남궁천이 마교와의 전쟁을 끝냈다는 그 상징성 덕분이었으니.


턱.


그때였다.


남궁진과 남궁혁 머리에 각각 얹힌 손.


누가 감히 머리에 손을 대?


둘의 고개가 자연스레 뒤로 돌아가려는데,


퍼억!


곧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사형들, 지금 오대세가를 못 이기겠다는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단청이었다.


눈빛을 붉게 번뜩이는 모습이 마치, 광견 같았다.


"아, 아니 단청아 그게ㅡ"


왜 이 새끼도 똑같이 힘들게 훈련했는데, 기운이 항상 펄펄 넘치는 걸까.


아침부터.


"우리가 훈련을 받아서 강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그래도 오대세가는 힘들지 않을ㅡ"

"와르르르르!"

"하하, 아니지! 아무렴! 창천의 남궁세가인데, 오대세가 정도는 이겨야지!"


남궁명과 남궁진은 식은 땀을 흘리며 외쳤다.


방금 진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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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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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4.06.13.(목) 연재분 휴재입니다. 내용 無 24.06.13 41 0 -
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892 0 -
38 38. 부동(不動) NEW +6 20시간 전 567 25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4 24.06.13 986 23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5 24.06.11 1,036 27 12쪽
35 35. 이어짐 +4 24.06.10 1,251 27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187 21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311 25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390 29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462 25 11쪽
30 30. 약자(弱者) +5 24.06.04 1,501 25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496 29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532 31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586 29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623 29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1,713 31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1,820 30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4 24.05.27 1,801 30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1,794 33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1,880 29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4 24.05.24 1,898 32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010 32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006 31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1,984 31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1,972 32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032 32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076 34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2 24.05.17 2,102 32 12쪽
» 12.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2 24.05.16 2,159 35 12쪽
11 11.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2 24.05.15 2,132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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