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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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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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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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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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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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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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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DUMMY

삼대제자들의 오전 훈련이 끝나고, 점심 먹기 전.


꽤나 수려한 용모의 사내가 단청에게 다가왔다.


남궁룡이었다.


매번 훈련 직후나 훈련 중에 망가진 모습만 보여서 그렇지, 씻고 나서 태를 정갈히 한다면 여자 여럿 울릴 법한 풍채였다.


'남궁천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군.'


그를 보며 그리운 사람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른다.


허나,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


"사형, 무슨 일이야? 이 귀중한 휴식 시간에 굳이 날 찾으러 온 걸 보면··· 혹시 훈련이 덜 됐나?"

"···사제, 그건 지극히 사양할게."


이게 미쳤나?


여기서 단청식으로 훈련을 더하면 정말 사람 죽는다.


삼대제자들 사이에선, 무공교관 남궁각의 훈련 시간이 쉬는 시간으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였다.


물론 단청의 훈련 방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여태껏 해온 훈련이, 사실은 '훈련'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너는 어떻게 이런 식의 훈련을···'


"그럼 무슨 일로 왔어?"

"관주님이 널 찾고있다. 이유는···."

"뭐, 알 것 같아."

"그다지 놀라는 눈치가 아니네?"

"놀라야 해 그럼?"

"······."


이 빌어먹을 사제의 정신 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있는 걸까.


보통의 삼대제자라면 장로의 부름에 놀라든, 걱정하든, 의도를 헤아리든 온갖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그 속이야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지나가는 동네 아저씨가 불렀을 때의 반응이다.


남궁룡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심해라, 관주님은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호오, 사형 지금 날 걱정해주는 거야?"

"······."


단청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사형이 날 걱정하기엔 아직 백 년은 이르다고."

"······."


그래 이 새끼야, 너 잘났다.


···그런데 왜일까.


남궁룡은 여유로운 단청을 보며 문득 말도 안되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 왜, 오히려 관주님이 더 걱정되지?'


듣기로 관주님이 단청을 부른 것은 좋은 의도가 아닐 것이다.


장로가 권위를 앞세우면 삼대제자는 허리를 굽히는 것이 일반적인 예다.


그런데 저 단청이라는 규격 외의 신입을 대입하니 전혀 다른 상황이 그려질 것만 같았다.


'언제 부르나 했네.'


이미 첫날부터 누군가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당장 쫓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럴 이유가 없어 움직이지 않았다.


단청의 발걸음이 거침없이 관주실로 향했다.


"단청입니다."

"···들어오거라."


안에서 들려오는 답에, 단청은 문을 열어젖혔다.


냉막한 인상의 남궁도가 서있었다.


'여전하군.'


뭔가 삐딱한 자세. 그렇다고 선을 또 넘은 것은 아니고.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다.


"최근에 삼대제자 전원을 무리한 훈련으로 굴리고 있다면서?"

"관주님,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면 안될까요? 오전 내내 훈련하느라 힘들어서요."

"······앉지."


관주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억눌렀다.


"대답해보거라."


'성격이 폭급하군. 그 녀석 동생을 보는 것 같아.'


단청은 문득 그런 상상을 하게 되었다.


신고식을 치른 광경이 저 노인네의 귀에 들어갔으면 과연,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말이다.


"음···. 일단 무리한 훈련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한 적이 없다?"

"네."

"오전에 2시진, 오후에 2시진씩이나 체력 훈련을 하는 게 무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냐!"


남궁도의 옷깃이 거칠게 펄럭였다.


기를 방출하여 단청에게 압박을 주려고 했다.


'이걸···?'


남궁도는 아무렇지 않은 듯, 오히려 보란듯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있는 단청을 볼 수 있었다.


저건 견딘 수준이 아니다.


흘려낸 것이라 보는 게 맞았다.


"당초, 저는 입관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사형들이 제 말을 과연 들을까요?"

"이미 전부 다 파악했으니 같잖은 말장난은 그만두거라."

"에이, 말장난이라뇨. 그 훈련이 관주님 말씀대로 허튼 짓거리였다면 과연 사형들이 따랐겠냐는 겁니다."

"······."


단청의 눈빛이 어느 순간 깊어지고 진중해졌다.


오싹-


'내가? 저 쬐끄마한 녀석한테?'


남궁도의 눈이 부릅 떠졌다.


방금 느낀 감정을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까 기의 방출을 녀석이 흘려낸 것 이상으로 말이다.


그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저 말같지도 않은 꼬맹이에게 무언가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일단 이 새파랗게 어린놈은 그를 상대로 기세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하하···. 어처구니가 없군."

"제가 좀 그런 소리를 많이 듣긴 합니다."

"······그래서, 계속 그런 식의 훈련을 하겠다는 건가?"

"솔직히 관주님의 저의를 잘 모르겠습니다. 애당초 아침, 저녁 훈련은 관도들의 자율 시간 아닙니까?"


명분은 단청에게 있었다.


남궁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남궁도가 관주라는 지위와 고강한 무공으로 단청을 찍어누르려 했으나,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훈련은 비효율적이다."

"비효율적이라고요?"

"그렇다."

"과거, 초대 가주 창천검존께서는 기초 훈련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겼던 것으로 압니다. 특히 무학이 정립되지 않은 삼대제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혹시 그걸 부정하시는 겁니까?"

"······."


남궁도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이게 고작 12살 아이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말을 함부로 했다간 그 자체로 기사멸조나 다름없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과거, 가주와 원로원이 모여 이야기를 끝맺음했다. 과거 삼대제자들을 대상으로 오전에 기초 훈련 시간이 있었으나 몸에 무리를 준다고 판단하여 빼버린 것이지."

"가주님은 그에 어떤 입장이셨습니까."

"가주는 반대했으나 결국 원로원의 뜻에 설득되었지."


'그렇게 된 것이었군.'


단청은 남궁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약해진 이유의 단편을 방금 볼 수 있었다.


직계와 방계와의 갈등이 도를 넘어섰다.


어느 정도의 갈등은 필요하다.


갈등이 있어야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법이니.


허나 가문의 이익을 앞에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란 그저 제 살을 깎아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남궁천, 도대체 뒷수습을 어떻게 하고 갔길래 가문이 이 모양이냐.'


ㅡ형님, 기왕 남궁가에 환생했으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핫!


아니 이 새끼가?


녀석이 살아있었으면 정말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단청이 난데없이 갑자기 주먹을 쥐자, 남궁도의 몸이 순간 뒤로 움찔했다.


"그러면 너도 그렇게 알아들은 것으로 하고 무리하게 아침, 저녁 훈련은 하지 않는···"


남궁도는 움찔했다는 것을 숨길 겸 자연스레 말문을 열었으나,


"아니요."


단청이 말을 잘랐다.


"저는 관주님의 뜻에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뭐라?"


남궁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관주님의 훈련 방식이 정확히 뭐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초에 충실한 훈련 방식이 더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뭐 이런 녀석이ㅡ"

"동의하지 못하시겠다면 저와 내기를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내기···?"

"관주님이 키워낸 제자와 제가 비무를 하는 겁니다."

"네가 비무에서 진다면?"

"관주님 마음대로 하시지요, 제 팔다리를 자르셔도 좋습니다. 대신 제가 이긴다면···"


단청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살짝 올라갔다.


"훈련에 있어서는, 사심없이 최대한 저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세요."

"······."


남궁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 어린 녀석은 제정신이 아니다.


도대체 무얼 믿고 이런 조건의 비무를 신청한단 말인가?


남궁도는 알고 있었다.


깊게 따져보지 않아도 그가 심한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늦잠 자거나 놀아도 될 자율 시간에 기초 훈련을 무리하게 한 것이 과연 질책 받을 일이던가.


어떻게 보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만 사사로운 감정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을 권위로 찍어누르려고 했던 것이고,


크게 보면 가주와 원로원의 갈등이 삼대제자들의 훈련에까지 미친 것에 지나지 않는 다.


"···네가 기어이 판을 키우는구나."


권위에 엎드리고 넘어갔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을 것을.


담이 얼마나 크면 이럴 수 있을까.


아까 기의 방출로 녀석의 내장이 적게나마 손상되었을 터.


그럼에도 그걸 꿋꿋이 버티는 것인가.


놈의 그런 부분은 무인으로서 높게 평가해줄 만했다.


"판을 키우는 게 제 특기라서요."

"······아마, 그 버릇없는 주둥아리로 미욱한 삼대제자들을 홀려서 그런 식의 훈련을 했던 것이겠지."

"음···?"


뭔가 착각이 일어나고 있다.


주둥아리로 홀린 적 없는데.


주먹으로 홀렸지.


"너는 방금 아주 크나큰 실수를 했다. 내가 키운 제자와 비무를 한다고? 내가 키운 제자가 누구겠느냐. 그 중엔 지금 무공교관인 일대제자도 포함된다. 갓 입관한 네 녀석이 그들과 맞붙어 이기기라도 한단 말이냐."


이기고도 남을 것 같은데?


단청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상황이 유리해질 것 같아 일단 가만히 있었다.


"네 녀석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으나, 가문의 어른으로서 어찌 어린 아이에게 자비심을 베풀지 않겠느냐. 적어도 네가 상대할 녀석으로 삼대제자로 골라주겠다."


확실한 건, 신고식에 대한 정보가 관주에게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


"맹랑한 녀석, 네 팔다리를 자르겠다고? 겁대가리를 아주 상실했느냐. 네가 비무에서 패배한다면 근신 처분 1년을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 짓겠다."


남궁도는 확언을 하듯 말하고 있었다.


그의 말엔 단청과 싸울 삼대제자가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관주님, 그래서 제 상대가 삼대제자 중에 누구입니까."


단청은 웃음을 꾹 눌러참고 물었다.


"대사형인 남궁강이다. 녀석은 내게서 몇 번 가르침을 받기도 했었지."

"그렇군요."

"후후, 지금에라도 관두고 싶으면 관둬도 된다. 맹랑한 녀석."

"관주님···."

"응?"


단청은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제가 대사형을 상대로 비무에서 이긴다면, 훈련에 있어서 최대한 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약속,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



남궁강은 단청의 악마 같은 훈련에 점차 동화되며 동태눈깔에서 서서히 벗어나려던 중이었다.


조금 덜한 동태눈깔로 말이다.


허나, 지금 남궁강의 눈빛은 동태눈깔 그 이상으로 썩어들고 있었다.


"···관주님 그러니까ㅡ"

"괘씸한 놈이지만 그 용기는 가상하다. 원래 같았으면 팔다리 정도는 부러트리고 싶었지만, 너무 과한 것 같으니 적당히 해주거라."


그런 용기가 있으니 그런 삐딱한 자세가 나오는 것 아닌가.


하지만 대책 없는 용기는 그저 만용일 뿐.


방계의 어른으로서 그 부분을 확실히 가르쳐 줄 필요가 있었다.


'관주님은 완전히 모르시는군···.'


남궁강, 그가 단청에게 단 주먹 한 대에 쓰러졌다는 것을.


"그런데 네 녀석은 어쩌다, 그런 무식한 훈련 방식에 어울려준 것이냐. 쯔쯧, 대사형이란 건 말이다. 아니다 싶은 것엔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알겠느냐? 이래 가지고는 남궁룡, 그 녀석한테 나중에 밀릴 수도 있다."

"아, 예······."

"그런데, 남궁룡이는 왜 가만히 있었던 거지? 혹시 이유를 아느냐."

"글쎄요······?"

"허허,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하여간, 그 놈의 주둥아리가 참 현란하긴 했지. 꼭 노회한 늙은이와 설전(舌戰)을 하는 것 같았으니."


주둥아리만 현란했을까요?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남궁도는 잔뜩 굳은 남궁강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관주실로 향했다.


그러면서 뒤에 남기는 말.


"녀석, 신입이랑 싸우는 게 그렇게 체면 구기는 일이더냐? 표정이 완전히 죽상이구나. 세상물정 모르는 놈 가르쳐준다고 생각하고 비무에 임하거라."

"아, 예······."


썩은 동태눈깔의 안구에서 습기가 차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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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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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4.06.13.(목) 연재분 휴재입니다. 내용 無 24.06.13 41 0 -
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892 0 -
38 38. 부동(不動) NEW +6 20시간 전 570 25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4 24.06.13 988 23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5 24.06.11 1,037 27 12쪽
35 35. 이어짐 +4 24.06.10 1,252 27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188 21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311 25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390 29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462 25 11쪽
30 30. 약자(弱者) +5 24.06.04 1,502 25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497 29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534 31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587 29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625 29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1,715 31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1,822 30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4 24.05.27 1,802 30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1,795 33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1,880 29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4 24.05.24 1,898 32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011 32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007 31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1,985 31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1,973 32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034 32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079 34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2 24.05.17 2,104 32 12쪽
12 12.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2 24.05.16 2,160 35 12쪽
» 11.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2 24.05.15 2,134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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