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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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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15 1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4,036
추천수 :
1,210
글자수 :
205,310

작성
24.05.14 23:30
조회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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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2쪽

10. 지금 가장 맛있는 것

DUMMY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


괴물 같은 막내 사제가 주먹으로 융단폭격을 날릴 때는 그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 말도 못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지금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릿속에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대사형, 이게 맞아? 아무리 강하다지만 막내가 무슨 사형들 보고 이래라 저래라야."

"그니까!"


남궁강은 그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삼대제자들을 차가운 눈으로 직시했다.


"불만이 있으면 그 녀석 앞에서 직접 해라, 내 앞이 아니라."

"그건···."


삼대제자들의 눈빛이 시꺼멓게 죽었다.


남궁강도 못하는 걸 그들이 뭘 어쩌겠는가.


이렇게 뒤편에서 은근히 여론을 만들 용기는 있어도, 괴물 같은 막내 사제 앞에 설 용기는 없었다.


대사형이 이러니 은근슬쩍 시선이 옆에 서있는 남궁룡에게로 향했다.


"나도 대사형과 같은 생각이다. 불만이 있으면 직접 그 녀석한테 가서 전달해."


남궁룡 또한 지극히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에 삼대제자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둘이 원래 이렇게 의견합치가 잘 됐었나?


전혀 그렇지 않다.


평소엔 일부러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게 티가 날 정도였다.


그랬던 그들이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가.


한없이 냉막한 두 얼굴.


뭔가 인위적인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설마 이 사람들··· 단청 앞에 서는 게 무서워서 지금 이렇게 빡친 척하고 있는 것일까.


"······너희들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 지는 알아."


남궁강이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이 내일 진시에 우리를 집합시켜놓고 허튼 짓거리를 한다면 나는 그날로 상부에 보고할 거다."

"대사형, 정확히 허튼짓거리가 뭐죠?"

"···오늘 신고식 때, 우리가 그 녀석한테 하려던 짓이겠지."

"아···."


옷 벗기고 목검으로 때리기.


단번에 이해된 삼대제자는 짤막한 신음을 흘렸다.


"그때가서 녀석에게 제동을 걸어도 늦지 않아. 그러니 그렇게 알고 돌아가라."


남궁강이 그렇게 결론 짓자 몇몇 삼대제자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당장 그들 중엔 아침 늦잠이 일상인 자들도 있었다.


그 꿀잠을 포기하고 연무장에 집합하라고?


심지어 다른 누구도 아닌, 막내 사제의 지시 때문에?


어처구니없겠지.


남궁강도 너무나 어처구니없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고민하게 되는 일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대사형인 그가 갓 신입으로 들어온 막내한테 처맞고 다니는 상황이···.


'이 녀석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그의 시선이 슬쩍 옆에 복잡한 표정으로 서있는 남궁룡에게 향했다.


"사제는 어떻게 생각하지?"

"글쎄요, 저도 기본적으로 대사형과 같은 입장이긴 합니다. 녀석이 허튼짓을 하면 바로 가주님께 보고할 겁니다."

"그렇군···."

"그리고··· 내심 궁금하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녀석의 실력은 진짜였습니다."

"진짜였지."

"저보다 4살이나 어린 주제에 그만한 실력을 갖고 있는 자가 무엇을 할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남궁룡의 눈빛엔 순수한 호기심이 일렁였다.


남궁강은 그런 그의 반응이 의외였다.


"사제가 이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직계로서의 자존심이 있을 텐데."


막내 방계한테 얻어 맞은 후 집합 명령을 받는 직계라니.


그가 생각하기에도 모양새가 그다지 보기 좋지 않았다.


"대사형은 어떻습니까?"

"······."


남궁룡의 되물음에 남궁강이 입을 다물었다.


직계로서의 자존심만큼이나, 대사형으로서의 자존심도 많이 금이 갔다.


"후후···. 웬 미친놈이 다 있나 싶었지만, 전부 다 '공평'하게 맞다보니 별 생각이 안들더군요. 제 머리가 어떻게 되었나 봅니다."

"······."


남궁강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과연 그 괴물 같은 사제가 이 같은 상황을 노리고 주먹을 휘둘렀겠는가.


그랬다면 녀석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회한 고수와 다를 바 없었다.


"진 사제한테 들은 게 있습니다. 일 년 전부터 녀석한테 훈련을 받아서 실력이 크게 성장했다고 하더군요. 과연 거짓말은 아니었습니다. 까딱하다간 따라잡힐 것 같았으니까요."

"···그런 것이 가능하나?"


남궁강의 눈에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남궁룡의 실력은 잘 알고 있는 바다.


조건이 다를 진대, 나이 어린 방계가 어떻게 직계를 따라올 수 있을 것인가.


"훈련이 상당히 힘들다고 하더군요. 지금껏 했던 훈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흥···. 그거야, 그 녀석의 기준일 테고."

"저도 그렇게 힘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둘은 이 작디작은 남궁가 삼대제자 사이에서 제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유를 갖고 씨익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열심히 막내 사제의 훈련을 잘 받아서 당장 저 옆 녀석과의 실력차를 확실히 벌린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깟 자존심, 얼마든지 내려놓을 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ㅡ!"


남궁룡과 남궁강은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비명을 질렀다.


그 정도로 비명을 질러대지 않으면 허벅지가 타오르는 고통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았기에.


"사형들, 처음에 자신만만한 표정은 어디로 갔지?"

"크으으읍ㅡ! 끄아아아아아악ㅡ!"

"어디서 힘든 척이야, 이 정도론 힘들다고도 할 수 없어!"

"빌··· 어먹을···!"


둘은 진심으로 후회가 되었다.


훈련이고 뭐고 간에 무조건 위에다 일러바쳤어야 했다.


어젯밤 사제들이 기특하게도 알아서 그런 자리를 만들어줬을 때 움직였어야 했다!


"끄읍, 크아아아악ㅡ!"


곳곳에서 삼대제자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온다.


그것은 일 년 동안 먼저 훈련을 받아왔던 남궁명, 혁, 진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쉬우면 그게 훈련이냐고, 가벼운 운동이지."


저 괴물은 각자의 수행 능력을 귀신 같이 알아서 쉽게 훈련하는 꼬라지를 절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으니까.


'너··· 너희들은 이렇게 해서 강해진 거냐, 무려 1년 동안···?'


남궁룡의 떨리는 초점이 남궁명, 혁, 진을 찾는다.


어떻게 이걸 1년을 버텼지?


퍼억ㅡ!


남궁룡의 몸이 어느 순간 연무장의 바닥에 처박혀있었다.


"사형, 정신줄 놓을 거야?"


'아··· 살기 위해 버틴 거구나.'


남궁룡은 몸소 그 비법을 체득했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실시, 3··· 2·· 1·"


새끼야, 끝에 갈수록 숫자 빠르게 세지 말라고!


오히려 바닥에 처박혔기에 한결 편해졌던 남궁룡은 눈물을 흩뿌리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마보 자세를 취했다.


퍼억ㅡ!


뒤이어 남궁강이 바닥에 처박혔다.


여지없이 숫자를 끝에 가서 빠르게 세는 단청.


남궁강은 눈에 불을 뿜으며 황급히 돌아와 마보 자세를 취했다.


두 대빵이 그러고 있으니, 나머지 삼대제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훈련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 녀석은 도대체···.'


단청은 어느덧 제 몸보다 큰 바위를 등에 들쳐매고서 마보 자세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저 괴물에게도 쉽지 않아보였다.


온몸이 비오듯 땀에 젖고, 힘줄이 울긋불긋 돋아나있으며, 두 다리가 간헐적으로 후들거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단청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림없이 그들의 훈련을 봐주고 있었다.


저 괴물 녀석도 저렇게 힘들게 훈련하는데!


삼대제자들 머릿속으로 피어오른 공통적인 생각.


우리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는가!


허나 그 기특한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인간의 몸은 솔직한 법.


"끄흐으읍ㅡ! 그으윽- 으아아아아아ㅡ!"


기특한 생각으로 훈련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다.


오직 증오와 분노로 훈련을 이어나간다.


"사형들, 겨우 이 정도로 포기하는 거야? 세상 저어어엉말 많이 편해졌다. 나때는 안그랬는데, 나때는!"


나때 같은 소리하고 있네.

어떻게든 강해져서 네 녀석을 꼭 짓밟는다, 이 새끼야아악!


두 시진 후.


단청은 마보 자세, 단 하나만으로 만든 지옥도를 훈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진시(7시)부터 시작해서 사시(11시)까지 이어진 마보 훈련.


"······."

"······."


연무장엔 그윽한 땀 냄새가 한가득이었고, 더 이상 비명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럴 힘조차 없었으니까.


누구 하나 가릴 것없이 삼대제자들은 초주검이 된 상태였다.


"자, 마보 훈련은 끝!"


···목소리에 힘 넘치는 것 봐라. 저 새끼는 지치지도 않나.


털써어억ㅡ!


꿈처럼 느껴지는 단청의 말에,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요란히 났다.


"사형들, 지금 뭐하는 거지? 이렇게 몸이 힘들 때 바로 심법 훈련을 해야 하는 거야. 몸이 고달플수록 순도 높은 대자연의 진기가 쫘악쫘악 몸에 가장 맛있게 흡수된다고!"

"······."

"······."


···새끼야, 지금 가장 맛있는 건 일단 당장 바닥에 대(大)자로 쳐눕는 거다


바닥에 널브러진 삼대제자들의 시꺼멓게 죽은 동태눈깔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허나,


삼대제자들은 결국 뜻하던 바를 이뤄낼 수 없었다.


슬프게도.



*



'······?'


일대제자이자, 삼대제자들의 무공교관인 남궁각은 처음 보는 삼대제자들의 상태에 의문을 표했다.


이들의 눈빛이 총명하다 할 순 없어도, 적어도 동태눈깔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저 새끼가 그랬어요.


스윽.


삼대제자들의 동태눈깔이 일제히 멀쩡한 단청에게 향했지만, 그 진실된 의미를 남궁각이 과연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인가.


"흐음···. 오늘도 마찬가지로 '무애검법(無涯劍法)'을 익힐 것이다. 일(一)초인 낙천(落天)부터."


검문을 표방하는 남궁가의 기초이자, 근본인 '무애검법'.


검법의 일초답게 흔하디 흔한 천단세(天斷勢),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것.


일초, 낙천이 남궁각의 손에서 펼쳐졌다.


'역시···.'


남궁천이 펼쳤던 낙천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었다.


두 검수의 실력이 비교할 대상이 아님을 고려하더라도, 초식의 진의가 달라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예상은 했다만···.'


일개 검수가 펼친 것이라면 의심하는 것에 그칠 수 있었다.


허나, 다른 누구도 아닌 무공교관이 펼쳐낸 것으로, 그 초식은 검문이 대체적으로 추구해야 할 기본형에 가까워야 했다.


단청은 거의 확신했다.


남궁천의 죽음 이전, 이후로 무언가의 문제가 발생하여 무공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음을.


무애검법은 총 십이(十二)초로 구성된 것으로, 시작인 일초가 저러니 나머지 초식은 더 볼 것도 없었다.


대부분 초식이 가진 진의에서 한두치 벗어나있었다.


힐끗ㅡ


한편, 삼대제자들은 간헐적으로 단청에게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저 새끼 왜 지금은 가만히 있지?


당장 일대제자 무공교관 뚝배기 깨버릴 줄 알았는데.


왜 안그러고 있는지 궁금했다.


진짜로.



*



단청이 입관하여 지옥에 가까운 훈련을 시작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놀랍게도 저녁에도 훈련 일정이 있었고, 아침엔 마보를 하는 것이었다면 저녁엔 뛰는 것이었다.


단청의 훈련 방식은 고달픔 그 자체였다.


인간의 한계에 어떻게든 계속 부딪히게 만들어 극한을 맛보게 해준다.


그리고, 그 극한의 경계에 아슬하게 걸친 채 긴 시간 동안 줄다리기를 한다.


더 이상 비명소리도 못지를 정도로 딱 가부좌 정도의 자세만 취할 여력이 있을 때, 눕게 하지도 못하고 운기조식을 취하게 한다.


정말 끔찍한 녀석이다.


"단청··· 그 놈이 삼대제자 전원을 이런 식으로 휘어잡고 있다고?"

"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허ㅡ!"


창천무관주 남궁도는 기가 막힌 듯 탄식을 흘렸다.


삼대제자 아이들이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것일까.


이건 그저 몸을 상하게 할 훈련법에 지나지 않는다.


기초 및 체력 훈련을 강조하는 가문 교육 풍토를 바꾸기 위해 가주와 한바탕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가는 꼴을 볼 수는 없지.


"단청, 그 버릇없는 놈을 조만간 봐야겠구나."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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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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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4.06.13.(목) 연재분 휴재입니다. 내용 無 24.06.13 41 0 -
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888 0 -
38 38. 부동(不動) NEW +6 18시간 전 542 25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4 24.06.13 973 23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5 24.06.11 1,028 27 12쪽
35 35. 이어짐 +4 24.06.10 1,242 27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178 21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304 25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383 29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457 25 11쪽
30 30. 약자(弱者) +5 24.06.04 1,496 25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491 29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527 31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580 29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618 29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1,709 31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1,815 30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4 24.05.27 1,796 30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1,790 33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1,875 29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4 24.05.24 1,893 32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003 32 12쪽
18 18. 구애 +4 24.05.22 1,999 31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1,977 31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1,965 32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025 32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070 34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2 24.05.17 2,095 32 12쪽
12 12.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2 24.05.16 2,150 35 12쪽
11 11.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2 24.05.15 2,121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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