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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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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678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10.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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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자운의 목소리가 너무 작다고 생각한 전신이, 심장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은, 그녀의 미세한 입김의 감촉이 금방이라도 그의 앞에서 흩어져 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에 빠져들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는 느껴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조바심에, 그의 온 몸으로는 한기마저 차오르고 있었다.


순간, 그가 자신도 모르게 자운의 허리를 와락 안으며 놓지 않았다.


“운아, 구중천의 생은 우리가 놓지 않는 이상, 지루할 만큼 길게 살 수 있어! 내 삶은 지금까지도 지루했고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지루할지 모르겠지만, 네가 기다리라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난 지루해도 상관없을 거 같다!”


마치 엄마의 허리에 달라붙어 떼를 쓰는 아이의 손길을 다독이듯, 자운이 허리에 감긴 그의 두 팔을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그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전신, 당신을 보면 항상 가슴이 뛰어요. 당신이 아끼는 존재가 정말 내가 맞을까 하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설레고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당신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못나 보이지나 않을지 항상 신경이 쓰이죠.

하지만, 그를 보면 ... 내 모습은 상관 없이 온통 그의 모습만 내 눈에 가득 차요,

그냥 그에게 달려가 매달리고 싶고. 안보이면 숨이 막힐 만큼 보고 싶고 걱정이 되죠...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심검의 피할 수 없는 운명 때문인 걸까. 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무엇보다 지금... 마존 곁에 머무르고 있는 지금이, 누군가가 그리워서 미칠것같은 마음이 들지 않아도 되니까, 너무 평안하고 행복해요.”


자운의 얼굴에 열감이 오르며, 맺혀진 눈물은 아직 그녀의 앞에 머무르고 있는 전신의 굵은 두 손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열감 때문인지 눈물이 뜨겁게 느껴졌다.


할 말을 잃은 전신이 한 손을 들어 그녀의 작은 얼굴 위를 타고 흐르는 눈물 자국을 정성껏 닦아주었다.


“자운, 지금은 많은 생각 하지 말고 몸부터 추스르자. 생각과 마음은 네 운명의 흐름을 따라 언제나 움직이는 거니까, 지금의 생각이 온전할 것이라고 여길 필요는 없어. ”


할 말을 잃은 건, 자운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이나 멈칫하던 전신이 자운을 향해 부드럽게 다가가, 그녀의 작은 이마위에 따스한 입술자국을 남기고 일어섰다.


“자운, 어쩌면 우리가 바로... 함께 해야 할 운명일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야. 네가 아직 느끼지 못할 뿐이지. 쉬고 있어... 나중에 올게.”


돌아서는 전신에게 잘 가라는 인사도 내뱉지 못한 자운이, 입술만 깨물며 다시 쏟아지려는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이 너무 지치고 슬퍼 보였다.


전신이 문 앞을 돌아나가자, 마존이 굳어진 얼굴로 약물을 든 채 서 있었다.


지독한 연적이 되어 마주친 그들의 눈빛에서 다시 사나운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 같았지만, 그들의 입술의 윤곽은 무거워 보였다.


고요함 속에 그들이 마주한 짧은 시간이 지나고, 어떤 말을 해야 할 듯이 멈칫거리던 전신이 의외로 말없이 머리를 저으며 다시 몇 걸음을 앞서 걸은 후, 하얀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마존의 입가에 욕심스럽지만 행복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자운..."



****



며칠이 지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구중천의 모든 곳도 이제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은 듯 했다.


마존의 노력 속에 빨리 회복이 된 자운도 이전처럼 씩씩하게 미운정과 파한정을 오가며 즐겁게 뛰어 다니고 있었다.


당당과 봉순이는 언제나 함께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예전처럼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 이들에게 한 번씩 심술이 난 자운은,

대신, 마존을 불러 그들처럼 마존의 손을 잡고 함께 수풀과 나무사이를 신나게 날아다니기도 하였다.


즐거운 일상은, 이제 이렇게 살면 될 것 같은 착각 속에 그들을 한없이 행복에 취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며칠이 지나는 동안,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다가오는 운명을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미운정의 가장자리에 두 발을 내리고 앉아, 떨어지는 폭포수의 소리를 듣고 보는 걸 자운은 참 좋아하였다.


햇살이 맑게 비치는 날, 절벽의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이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다.


크고 작은 폭포수가 아래의 수면과 맞닿을 때에, 수면에는 크고 작은 용의 형상이 만들어지며 물위를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함께 앉은 마존의 어깨에 머리를 맡겨보았다. 언제나 느껴지는 한결같은 편안한 기분은 그녀를 기분 좋게 웃게 만들고 있었다,


“마존.”


“응?”


“혹시...”


자운이 뜸을 들였다.


“왜 그러지?”


자운의 머리위로 마존이 얼굴을 돌리자, 그녀에게서 향긋한 꽃 내음이 섞인 풀냄새가 났다.


자운이 언제나 그에게는 이런 향기가 난다고 하던, 바로 그 냄새같았다.

같은 향이 묻었다고 생각하니, 그의 일부분이 된 것 같은 그녀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혹시... 정말, 정심검이 필요해서 제가 필요한건 아니죠?.”


마존이 웃고 있었다.


“맞으면...?”


“항상 궁금했는데, 당신의 대답보다도 제가 먼저 느낌으로 확인 해 보려고, 이제껏 궁금해도 꾹 참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직 확인이 안 된 거야?”


“아뇨, 얼추... 그런데, 이제 정말 시간이 없으니까 ... 당신 대답도 들어봐야 할 것 같아서요.

내가 한동안 없어질 텐데, 빈자리를 지키고 있으라는 것도 미안한 일이고. 무엇보다... 천계에 큰 죄를 지은 여인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 때문에, 당신과 마계가 이 구중천에서 난처해질지도 모를 것 같아서요. 그게 너무 마음에 걸려요. ”


마존의 눈썹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마계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아! 그리고 난 빈자리 같은 느낌 싫어해. 네가 어딜 가든 항상 네 옆에 있을 거니까, 네가 내 옆에서 없어질 일 같은 건 없어 !"


언제나 심술기가 가득 담긴 그의 말은, 단호하면서도 감미로웠다.


“자운, 내가 살 수 있도록 하는 걸 놓치면 안 되는걸 알아. 그게 너란 걸 모른다고? 네가 정심검의 검기를 타고난 것도, 우리가 함께해야 할 이유가 세상의 바람이기도 한 운명 때문이겠지!

달은 쪼개지지 않아. 우리의 만월검도 절대 나눠질 일이 없을 거야."


그와 이렇게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흐릿해 지는 느낌에 마음이 많이 무거워 지고 있었다.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내몰린 자신이 서러운 생각만 가득 들었다.


“고인눈물은 다시 스며들지 않아. 빨리 흘려버려야 돼. 그리고 다시 웃으면 돼!"


그는 돌아보지 않았지만, 자운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제 미운정도 깨끗이 청소하러 가자. 우리가 잠시 없을 동안은 방문을 닫아 둘 거야. 너와 함께만 들어갈 거거든.

우리가 다시 올 때까지는 정원의 생명들이 알아서 이곳을 잘 지켜 주겠지.”


눈물이 흘러내리자, 오히려 개운한 느낌이 올라왔다. 아직 붉어진 눈으로 그를 돌아보았지만, 오히려 그는 끝내 자운을 돌아 볼 수가 없는 것 같았다.


“마존, 내가 옆에 없다고 마계의 신이랍시고 심술부리지 말고, 구중천에서 너무 눈 밖에 나지 않도록 관리 잘 하고 계셔야 해요. 알았죠?”


무거운 목소리로 마존이 대답했다.


“ 그럴 자신 없어! 그러니까 나 혼자 둘 생각 같은 건 하지도 마. 그리고 내일 중천에 다녀오자.”



****



수면 밖으로는 피어나지 않는다는 해명연이 얼마 전부터 정영지 못 이곳저곳에서 신비한 자태로 피어나 있었다.


상제가 아이들을 위해 옮겨 놓은 바위는 이제 추억을 돌아보는 장소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모두가 이 바위 위에 앉기만 하면, 지금이 아닌 옛일을 이야기하고 기억을 되짚으며 멍한 표정만 짓다가 내려가곤 하였다.


맑고 푸른색이 짙은 연못 위로 연분홍빛 연꽃과 하얀 선학이 어우러진 곳에,

검은 옷의 마존이 옥석 바위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유난히 어색해 보인다며 , 자운이 아까부터 계속 놀려대고 있었다.


“중천에 온, 마계의 신이라... 선학들이 놀라지 않게, 도포자락 날리지 않도록 꼭 잡고 계세요 마존."


바위위에 앉은 채 자운을 돌아보던 마존이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에, 자원과 현연이 나타났다.


“마존을 뵙습니다1"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자원이 먼저 인사를 하자, 놀란 마존이 얼른 일어나 자원의 손을 잡으며 말렸다.


“자원 태자는 이제, 중천을 책임지고 다스리는 수장으로서, 마존과는 가벼운 목례의 예로 대하여야 할 것이오!”


마존의 위엄 있는 목소리에 자원이 존경을 담아 바라보았다.


“자원, 아버님은...?"


자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누님이 놀라실 것 같아서, 아직 말씀을 드리지 못했어요. 아버님께서는 한동안 수련에 전념하시기를 원하셔서, 눈의 정령으로 세상을 보살피는 일을 다녀오시기로 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 누님이 이곳에 들리시면 보시도록, 우리가 태어났던 해명연을 수면위로 띄워서 꽃을 피우셨어요.“


동시에 자원이 허공으로 손을 저어, 상제가 남긴 전음부를 펼쳐보였다.

상제의 모습과 음성이 담긴 전음부가 파란 하늘색 위에서 투명하게 겹쳐 보여 졌다. 전음부 속의 상제는 자운을 부르고 있었다.


“... 운아, 네 선택은 언제나 최선이었다는 것을 아비는 알고 있다. 뜻하지 않은 결과로 주변에서 질책도 받고 네 마음도 아프겠지만,

원치 않았어도 결국은 네가 저지른 잘못들이니,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희생된 이들을 생각하고 잘못한 마음을 뉘우쳐야 한다.

내 딸은 잘해 낼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해명연을 피웠다. 너희가 태어난 곳이지...

이 꽃을 보고, 너희가 얼마나 신비로운 기운 속에서 순수하고 귀한 존재로 태어났는지 잊지 말거라!

시간이 지나, 네 어머니와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만날 날을 위해 힘들어도 참고 잘 버텨내도록 하자.

사랑한다. 중천의 공주. 내 딸 자운아...”


한동안 먹먹함이 남았다.


또 한 번, 새삼 억울하고 기가 찼지만, 상제의 뜻을 위해 강인해 지기로 마음을 다잡은 자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원, 중천은 인간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곳이야! 작은 혼이라도 억울한 일을 겪거나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항상 신경 써야 한다.

우리에게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자운 공주님. 두모 선인께서도 이제 좀 쉬고 싶으시다고 상제께서 인간계로 내려가시고 얼마 후에 현령계로 가셨어요.

공주님께 원래 성품처럼 반듯하게 잘 버텨 내셔야 한다고... 꼭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옆에 있던 현연이 조심스럽게 나서며 자운에게 말을 전했다.


“고마워 현연 언니, 자원을 잘 부탁할게. 그리고 이제 몸도 완전히 나았고 모두와 작별 인사도 했으니, 난 천계로 갈 거야!

모두 걱정하지 말고 아버님의 말씀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잘 버텨내고 나중에 다시 만날 때에는 아무 걱정 없이 평안한 모습만 보여 줄 수 있도록 하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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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2.06 23:56
    No. 1

    전신을 앞에 두고
    자운의 마음을 알게 되어
    욕심스럽지만 행복한 미소를 짓는 마존^^
    덩달아 행복해지는 독자^^

    자운. 마치 천계로 놀러가는 듯한 말투네요.ㅠ 무사히 잘 마치고 오기를...

    (※자운의 머리위로 [전신]이 얼굴을 돌리자 → 마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2.07 03:58
    No. 2

    안녕하세요. 이웃별님~~
    아직도.. 오타가 있다니..
    참, 부끄러울 뿐입니다.
    더불어, 귀찮아여기지 않으시고. 하나하나 들추어 주시는 별님께
    얼마나 감사한지요..

    오타는 수정을 하였습니다~
    읽으실때, 고개를 갸웃갸웃 하셨을 별님을 생각하니..
    민망하기가..ㅋ
    마지막까지 더는 없어야 할 텐데..
    주의깊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ㅎ.
    오늘도 감사합니다~ 별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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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 +2 22.10.07 46 5 12쪽
92 미운정의 주인 +2 22.10.06 50 5 13쪽
91 무진옥 22.10.05 50 5 11쪽
90 아녕의 과거 +2 22.10.04 47 5 12쪽
89 만월검의 여인 +2 22.10.03 42 4 12쪽
88 보천귀장 +2 22.10.02 37 4 11쪽
87 아녕의 진실 +3 22.10.01 42 4 11쪽
86 마계로 향하는 청룡 +4 22.09.30 37 4 11쪽
85 천해문을 여는 운우 22.09.29 38 4 12쪽
84 선. 마의 기운 +2 22.09.28 34 4 12쪽
83 격전의 날 22.09.27 38 4 12쪽
82 마존이 선택한 여인 22.09.26 44 4 12쪽
81 보연의 거래 22.09.25 34 4 11쪽
80 회마곡에서 만난 자운과 운우 +2 22.09.24 42 4 13쪽
79 잃어버린 너 22.09.23 37 4 12쪽
78 슬픈 준비 +2 22.09.22 41 5 13쪽
77 셋이서 함께 +4 22.09.21 63 5 12쪽
76 세오의 계획 22.09.20 31 5 12쪽
75 연적의 사내들 +2 22.09.19 33 4 11쪽
74 운우의 흔적 22.09.18 44 4 12쪽
73 기억 심기 +2 22.09.17 36 4 12쪽
72 현연의 탈출 22.09.16 34 6 12쪽
71 전신의 죽 +2 22.09.15 44 6 12쪽
70 다시 제자리로 +4 22.09.14 47 6 11쪽
69 기억 소환 22.09.13 33 6 12쪽
68 현연의 윤회점 22.09.12 37 6 12쪽
67 네가 꿈꾸는 사이 +2 22.09.11 4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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