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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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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671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9.12 17:30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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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현연의 윤회점

DUMMY

마존이 이마위로 현빙화를 발현하자, 주변의 기운이 어두워지며 마존과 자운의 주변으로 마기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자운, 내게 남은 기운으로 당신을 안전하게 데려갈 자신이 없군. 전신의 신세를 좀 져야할 것 같아...

그자의 말이니, 내가 부른다고 오지는 않을 것이고. 당신주변에 마기를 뿌렸으니 당신을 데려가기 위해 알아서 곧 달려 올 거야 !”


멀리서 정치마의 거센 울부짖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마귀들을 위협하는 날카롭고 무서운 울림이었다.


“정말 빠르군 ... 자운 잘 지내야 해. 난 다시 폐관 수련에 들어가야 할 거야. 그리고... 아까 입맞춤은 그, 그냥 한 거 아냐!

당신의 기억을 돌려주기 위해서였다고... 듣고 있지?

입으로 ... 어쨌든, 도하 노인이 기억을 되새겨주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거든."


마존이 자운의 옆에 앉아 그녀를 향해 더듬거리며 이야기 하는 사이, 어느새 정치마가 그들의 앞에 도착해 앞발을 구르고 있었다.


“그래, 정치마. 본존이 불렀다. 너무 무섭게 그러지 마라 달리 방법이 없었느니라! 방금 자운의 내력을 보기 하느라 지쳤을 테니, 조심스럽게 집까지 잘 태워서 가야한다."


마존의 말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이 정치마가 푸른빛을 자운을 향해 퍼뜨린 후, 자운의 몸을 가볍게 허공으로 띄워 그의 풍성하고 매끈한 갈기 위로 편안히 엎드린 자세로 태웠다.


‘주인을 닮아, 참 까칠하네!'


인간계에서 시간과 공간을 뚫고 지나가는 정치마에게, 거리라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시간과 공간속에 존재하는 귀신들도 정치마가 시공간을 뚫고 지나가는 길에는 감히 막을 수도 가까이 갈 수도 없다는 걸 알기에,

마존도 그들이 사라진 허상 같은 공간을 한동안 바라보며 평안하게, 보내줄 수가 있었다.



****



“초요 그만자고 일어나봐!”


초요가 누운 이불을 걷어내며 연수가 아침 내내 수선을 떨고 있었다.


“어제 언제 들어온 거야? 선왕께서 네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얼마나 난처했었는지 모른다구! ”


‘다행히 눈빛을 맞추어서 그의 마음을 바꿀 수는 있었지만... 그래, 내게 그건 별일은 아니지. 하지만 자꾸 기억을 바꾸면 그 사람의 건강이 안 좋아진다구!’


연수가 속으로 투덜거리는 사이, 초요가 여전히 피곤한 듯이 걷어낸 이불아래에서 계속 뒤척이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눈을 부릅뜬 초요가 엉켜진 생각들을 정리하느라,

오히려 기척도 없이 죽은 듯이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사람 난처하게 만들어 놓고, 한참 있다가 방에 들어와 보니 그새 이불까지 펴고 잠들어 있는 건 뭐야?”


그녀의 잔소리 탓인지, 초요가 머리를 험하게 헝클인 채로 자리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너 세수도 안하고 잤구나! 검댕이 자국에다가... 또, 입술은 왜 그렇게 탱탱 부풀어 올랐어? 독풀이라도 먹은 거야? 어디 보자, 약이라도 좀 바르게.”


끊어질 줄 모르고 이어지는 연수의 잔소리에, 초요가 가만히 일어나서 문밖에 서있는 정치마에게로 다가갔다.


“숙아, 어제는... 그분이었니? 그런데 넌 다시 안 데리고 간 거야?”


험한 몰골로 일어나 말에게 다가가더니, 알 수 없는 말만 중얼거리는 초요를 연수도 봉순이도 걱정스러운 듯이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였다.


눈을 뜬 후부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에게 이런 가슴 떨리는 기억을 만들어준 사람은 숙이를 잠시 맡기고 가겠다는 그 사람 뿐 인 것 같았다.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건, 그의 유독 차가운 체온과 뜨거운 입술의 감촉을 둘러싸고 흩어져 내리던 그의 풍성하고 매끄러운 머릿결이었다.


시큰시큰한 입술을 가만히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그의 옷자락과 매끄러운 머릿결이 그녀의 위로 흘러내릴 때 그녀의 코끝으로 느껴지던 향기가 참 익숙하고 편안했던 것 같았다.


겨울 들판의 차가운 풀잎 향과 봄꽃보다 달콤한 꽃향기 같은 것이, 어렴풋하게 기억을 타고 들어와 지금은 심장을 웅웅거리며 괴롭히고 있었다.


‘지난 번 함께 탄 말 위에서 느껴지던 그의 심장은 참 따뜻했는데, 어제 밤 그의 체온은 왜 그렇게 차가웠을까...?’


“군주, 주선왕 전하께서 부르세요. 지금 전하의 방으로 건너오라고 하십니다.”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연수와 초요가 눈가를 찡그리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래 알았어. 곧 건너갈게!"


급하게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초요가 신발에 발을 대충 찔러 넣고 급하게 주선왕의 처소로 달려갔다.



“아버님 초요입니다. 어제 밤에는...”


“아 그래. 초요 왔느냐? 어제 밤 체증으로 밥도 먹지 못하고 잠 들었다고 하던데, 오늘은 몸이 좀 괜찮으냐?”


뜬금없는 소리에 찔끔 놀란 초요가, 이 정도까지 일을 덮어줄 수 있는 연수의 능력에 새삼 놀라고 있었다.


“아... 네, 아버님. 오늘은 완전히 나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다름이 아니고... 어제 네가 없는 사이에 선왕부를 다녀갔던 해윤 공주가, 건강이 악화 되어서 황궁으로 돌아간 후부터 다시 몸 져 누웠다고 하는구나.”


어제 일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에는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가 정겹게 느끼던 공주가 다시 몸 져 누웠다고 하니, 놀랍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 들고 있었다.


“원래가 약해서 병치레를 달고 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많이 좋지 않다고 하는구나.

혼이 없는 사람처럼 전혀 의식을 차리지 못한다고 하니, 태의의 말로는 공주를 알던 사람들이 와서 말을 걸어주면 어쩌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도 한다지.

너와는 한때 많이 각별한 사이였고 하니, 너도 내일 입궁해서 공주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네 알겠습니다 아버님.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



모든 것이 난해한 이 상황에서 잔뜩 겁을 먹은 여인이, 귀왕 앞에서 잔뜩 움츠린 채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네가 중천의 공주가 맞더냐?”


“네? 무, 무슨 말씀이신지!”


“그래, 그럴 테지. 아무도 얘기를 안 해주면, 그 안에서 네가 어떻게 알겠느냐.”


한심한 표정으로 여인을 내려다보던 귀왕이 한손을 들어 여인에게 마기를 뿜어 보내자,

검은 마기에 둘러싸인 여인이 의식을 잃고 목이 옆으로 젖혀진 채로, 두발은 바닥에서 떨어져 공간에 매달린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귀왕이 한 번 더 수인의 모양을 바꾸자, 의식을 잃은 여인의 몸 구석구석에서 몇 개의 점의 형상이 검은빛과 파란빛으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보아라!”


귀왕의 굵고 거친 목소리를 따라, 주변의 요 마귀들이 귀왕이 발현시킨 빛의 모양을 일제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인간의 몸 이곳저곳에 숨겨진 윤회점 이었다.


“검은빛이 여섯 개에, 푸른빛이 한 개입니다. 귀왕.”


귀왕의 옆에 서있던 나체귀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다.


“그래, 저 아이는 여섯 번의 윤회를 반복하고, 지금 일곱 번째의 윤회를 거치는 중이지. 그것도 아주 온전히.”


“그렇다면... 아직 죽지 않은 채로 처음 태어날 때의 혼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말인데, 중천의 공주가 저 몸에 함께 존재하기에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귀왕!"


“미인 그녀석이 미치지 않고서야,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제 여인의 혼을 넣어 원래 몸의 주인인 혼에 잠식당할 위험까지 감수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느냐?”


“아닙니다! 절대 그럴 수...”


나체귀의 대답이 잠시 끊어지더니, 여인을 데려왔던 귀신의 수장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아, 아닙니다. 귀왕! 저 여인이 상심석을 품은 강아지와 계속해서 함께 있었고, 팔뚝에 중천의 인장까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귀신의 수장이 형체도 흐릿한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웅얼거리고 있었다.


"중천의 인장이라고?"


귀왕이 호기심을 보이며 마기를 부려, 여인의 두 쪽 팔을 늘어진 귀신모양처럼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의 손가락을 살짝 튕기자, 여인의 소맷자락이 살짝 걷히며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한쪽 팔의 하얗고 뽀얀 피부사이로, 옥빛의 바퀴모양의 인장이 드러나며 그녀의 팔뚝 위에서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이런, 이건 또 뭔가!”


귀왕이 재미있다는 듯이 무릎을 툭 치며, 중천의 인장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뭐야? 상제에게 딸이 또 있었던 거야? 아이가 왜 그렇게 많아. 장가도 한번 안 간 노장이.”


“중천의 공주와 함께 태어난 이는 쌍둥이 남자, 자원 태자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상제 옆에서 중천을 관리하느라, 중천을 떠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귀왕의 또 다른 옆에 서 있던 아녕이, 또박또박 그의 말에 답을 하였다.


“그럼, 저 아인 뭐야?”


“아마도 공주와 태자는 아니지만, 중천에서 아끼고 보호해주고 싶은 이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음...”


귀왕이 허공 앞에 매달린 여인을 한참동안 바라보더니, 이윽고 두 눈을 번득이며 귀신들에게 명령 하였다.


“ 상제의 궁소검까지 우리 손에 있는데, 진짜 그놈의 딸년이 아닐바에야, 작은 문제라도 일으켜 상제를 기분 나쁘게 하는 건 괜히 성가신 일만 만들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인간계에서 죽은 듯이 죽여라. 그 딸년까지 잡아서 죽여야 하는데, 미리 신경을 자극할 필요는 없겠지."


귀왕의 옆에서 조용하게 앉아 구경만 하던 운우가 허공에 매달린 여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그들의 앞에 정렬해 있는 귀신들에게 날카롭게 소리쳤다.


“보연, 그년을 보내라. 이번엔 직접 잡아오라고 하고, 이번에도 못 잡아오면 그년을 먼저 죽여라!”


일제히 모든 귀신이 우신을 바라보았다.

귀왕의 옆에서 저렇게 호기롭게 명령을 하는 여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영부영 대답을 피하고 있었다.


“신이공주의 말이 맞는 것 같소. 이번엔 보연을 직접 보내고,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냥 모두 죽으라고 해!”


귀왕의 목소리가 동굴안을 거칠게 흔들며 울려 퍼지자 주눅이 든 귀신들이 모두 허리를 굽히며 미끄러지듯이 지하궁 대전 밖으로 사라져갔다.


“저 여인이 인간계에서 병으로 죽은 것처럼 보이려면, 혼을 이곳에 가두어 두고 몸의 숨이 끊어질 때 까지 기다린 후에 혼을 제거 하면 될 것입니다.”


아녕이 귀왕을 향해 단아한 어조로 이야기 하였지만, 심기가 불편한 귀왕이 굵은 손을 내저으며 고개만 한 번 끄덕일 뿐 이었다.


귀왕이 내저은 손길에 허공에서 떨어지며 바닥으로 아무렇게나 꼬꾸라진 여인을, 우신이 한동안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이미 마기의 기운에 잠식되어 귀왕이 허락한 기억만 품고 있는 운우에게는 해윤공주가 한때 그녀의 동생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는 사실이 된 것 같았다.


“그래도 공주였다니, 깨끗한 방으로 안내해 주거라.”


뜬금없는 운우의 말에 모두 귀왕을 바라보았으나, 여전히 귀왕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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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보천귀장 +2 22.10.02 36 4 11쪽
87 아녕의 진실 +3 22.10.01 42 4 11쪽
86 마계로 향하는 청룡 +4 22.09.30 36 4 11쪽
85 천해문을 여는 운우 22.09.29 38 4 12쪽
84 선. 마의 기운 +2 22.09.28 34 4 12쪽
83 격전의 날 22.09.27 38 4 12쪽
82 마존이 선택한 여인 22.09.26 44 4 12쪽
81 보연의 거래 22.09.25 34 4 11쪽
80 회마곡에서 만난 자운과 운우 +2 22.09.24 42 4 13쪽
79 잃어버린 너 22.09.23 36 4 12쪽
78 슬픈 준비 +2 22.09.22 41 5 13쪽
77 셋이서 함께 +4 22.09.21 63 5 12쪽
76 세오의 계획 22.09.20 31 5 12쪽
75 연적의 사내들 +2 22.09.19 33 4 11쪽
74 운우의 흔적 22.09.18 44 4 12쪽
73 기억 심기 +2 22.09.17 36 4 12쪽
72 현연의 탈출 22.09.16 34 6 12쪽
71 전신의 죽 +2 22.09.15 43 6 12쪽
70 다시 제자리로 +4 22.09.14 47 6 11쪽
69 기억 소환 22.09.13 33 6 12쪽
» 현연의 윤회점 22.09.12 37 6 12쪽
67 네가 꿈꾸는 사이 +2 22.09.11 4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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