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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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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679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9.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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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다시 제자리로

DUMMY

마차 밖에서 요 마귀들과 마주 한 채 서있는 당당의 늠름한 모습이 그녀의 두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경련이 일어나듯이 욱진 거리던 두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당당... 항상 곁에 있었던 거야? 그날 네가 갑자기 나타나서 나대신 귀진검의 검기를 받을 때, 네가 많이 다치는 걸 보았어. 다 나은 거야?”


중천의 공주가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자, 옆에서 지켜보던 연수도 이 와중에 먹먹한 표정으로 눈물 콧물을 닦고 있었다.


당당의 주변으로 요 마귀와 귀신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었다.

당당의 바로 앞에는 이상하게도, 같은 식구에게 칼을 겨눈 보연까지 살벌한 모습으로 당당과 맞서 있었다.


초요가 다급하게 일어나려 하였다.


“당당 혼자는 너무 위험해. 나라도 가봐야 해!"


놀란 연수가 급한 나머지, 일어나려는 초요의 옷자락을 잡아 끌며 자리에 내리꽂듯이 앉히고 있었다.


“바보야 좀 가만히 있어봐, 우리가 모두 위험을 감수 하는 이유가 뭔데! 네가 온전해야 한다고!”


초요도 나름의 고집을 부리느라, 잡힌 옷자락을 떼려고 안간힘을 쓰려고 할 때였다.


마차 밖으로 서늘한 기운이 몰려드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큰 굉음과 함께 그들이 타고 있던 마차의 형체가 밖으로 터져 나가듯이 거세게 흩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타난 푸른 광채가 초요의 몸을 휘감더니 순식간에 숙이의 등위로 그녀를 올려 태우고 있었다.


어느 누가 그렇게 하라고 명령한 이는 없었지만, 정치마는 그의 역할을 잊지 않고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초요의 주변으로 몰려들던 귀신들은 모두 정치마의 푸른 광채에 튕기듯이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초요도 놀랐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흐르는 눈물만 남기며 숙이의 등위에 앉혀진 채, 혼자서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요 마귀들과 함께 맹렬하게 싸우는 당당의 모습이 또다시 가슴에 아프게 새겨지고 있었고, 언제 내려왔는지 진소가 보연과 함께 맞붙어 검광을 튀기고 있었다.


봉순이를 옷 안에 볼록하게 넣어 품은채로 자신이 사라지는 뒷모습에 안도의 웃음을 보내던 연수도, 이제 귀신들과 맞붙어 맹렬히 싸우기 시작했다.


숙이의 갈기를 꽉 잡은 두 손은 한 없이 떨고 있었다.

이제 겨우 기억 속에 되살아난 그들이 조금이라도 다치게 될까봐... 그리고 또다시 잊어버리거나 못 보게 될까봐, 너무 두렵고 겁이 나고 있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초요가 정신을 잃은 채, 숙이의 갈기에 묻혀 한참을 내달리고 있었다.


정신이 온전하다고 하여도, 시 공간을 헤치며 정치마가 내달리는 길목은 그녀가 어디로 가는 중인지 스스로도 전혀 알 수 없는, 고요하지만 아무런 형체도 존재하지 않는 막막한 공간이었다.


어느덧 숙이가 또각또각 천천히 숲길사이로 걸어 나가고 있었지만, 정신을 차릴 엄두가 나지 않아서인지 여전히 초요는 눈을 뜨지 않았다.


잠시 후 정치마가 멈춰서는 곳에서, 얕은 도랑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따스한 미풍 속에서는 향긋한 꽃내음도 간간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얀 옷자락을 미풍에 날리며 서 있는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선 정치마가 낮게 머리를 숙이며, 푸른 광채 속에 초요를 휘감아 천천히 사내의 품안으로 안겨주었다.


사내가 고개를 끄덕여 주자, 정치마는 조금 떨어진 풀밭 쪽으로 걸어가더니 풀 숱에 코를 부비며 간만의 여유를 찾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초요를 품에 받아 안은 사내가 그의 뒤쪽에 있는 죽향 가득한 초막 안으로 조심스럽게 초요를 안고 들어갔다.



****



“아수라장이네요!”


어느새 배가 볼록해진 연수가 주변을 둘러보며 진소에게 혀를 차고 있었다.


봉긋하게 튀어나온 그녀의 아랫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진소의 눈길을 느꼈는지,

연수가 품에 안고 싸우는 동안 배 아래쪽까지 내려온 강아지를 꺼낸 후 바닥으로 내려놓으며, 여전히 주변으로 널 부러진 귀신들의 시체를 둘러보고 있었다.


“삼두견이 귀신을 물어뜯을 땐 바로 소멸 시켜버리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번엔 왜 이렇게 귀신들의 시체를 쌓아놓은 거예요?”


연수가 다시 진소에게 주저리 말을 늘어놓는 동안, 바닥으로 내려온 강아지가 늘어진 귀신들을 피해 깡충깡충 뛰어가더니, 어깨를 낮추어 주는 삼두견의 목덜미 위로 폴짝 튀어 올랐다.


주변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한껏 신이 난 그 둘을 가만히 바라만 볼 뿐, 진소도 연수도 한참동안 둘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당당은 사소한 영혼들인 소귀들을 아끼죠. 구중천에서 해치우는 귀신들은 소귀가 올 수 없는 곳이니 바로 소멸시켜 버리지만, 인간계에서 귀신들을 잡을 땐 그들을 위해 양분으로 남겨 놓습니다.

먹이를 많이 먹는다는 건 소귀들이 세상을 위해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이고, 그러면 소귀들도 머지않아 작은 미물의 영혼으로라도 환생할 수 있기 때문 이죠”


진소가 삼두견의 이야기를 하면서 당당을 다시 돌아보자, 봉순이가 듬직한 당당의 목덜미 위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연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네... 저렇게 우직한 삼두견에게 이렇게 다정스러운 면모가 있었다니, 보기보다 참 따뜻한 친구네요."


한편 정치마가 요동을 치는 동안, 놀라서 기절한 마부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귀신들과 섞여서 한쪽에 고꾸라져 누워 있었다.


“마부는, 술김에 숲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가 정신이 들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걸로 하죠. 그리고 진짜 초요는 어차피 얼마 전 빗물에 빠져 죽은 목숨이니 ... 주선왕과 초요를 아는 사람에게는, 초요가 죽은 기억부터 다시 새겨 지도록 정리하고 가도록 할게요.”


연수가 한숨을 쉬며 진소에게 말을 하였지만, 생각은 온통 정치마가 데리고 간 초요를 염려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렇게 하세요. 마존께선 얼마 전에 내력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채로 내려오신 탓에, 다시 폐관수련에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보연의 일은, 일단 마계로 와서 기다리다가 마존과 함께 의논해 보도록 하시죠.”


“네. 그럴게요... 그리고, 진소... 감사합니다!"


연수가 머리를 낮추며 정중하게 감사를 표하자, 진소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연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어두운 안색을 띠며 그녀를 외면한 채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진소, 알고 있습니다. 보연이 이번에도 목숨을 부지하고 당신보다 내력이 부족하면서도 이곳을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당신이 또 한 번 그 아이를 살펴준 덕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진소는 연수의 말에 화 까지도 조금 난 것처럼, 냉랭하게 대꾸 하였다.


“무슨 말씀을 합니까!! 지금 이 모든 상황들이 바로 보연이 자초한 일들인데, 이 상황에서 제가 마음대로 보연을 보호한다고 하면 마존과 자운공주에게는 얼마나 불충하고 도의에 맞지 않는 행동을 저지른 결과가 되겠습니까! 그런 말은, 다시는 듣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네...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당신의 깊은 생각을 헤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연수가 얼른 어색하게 대꾸하였지만, 돌아서는 진소를 향해 다소곳이 두 손을 들어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있었다.



저 만큼 돌아서 걸어가던 진소가 주변을 둘러보며, 흩어진 마차의 잔해들을 향해 운기한 손을 흔들자 밀려오는 햇살에 그림자가 사라지듯이 주변에 흩어져 있던 잔해물들이 그의 손끝의 움직임을 따라 흔적도 없이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함께 연수도 쓰러져 누운 마부에게 다가가, 한손으로 수인을 맺고 다른 한손으로는 그의 얼굴위로 손바닥을 펴서 연수가 생각한 대로 남자의 기억이 될 수 있도록 기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초요는... 아니 자운 공주는 무사하겠죠?”


연수가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소에게 물었다.


진소가 낮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역시 개운치는 못한 안색이었다.


“전신이 나선 일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요와 봉순이와 함께 하던 시간이, 이제는 세상에 존재한 적도 없는 사실이 되어서 갑자기 모두 사라진다고 하니, 많이 허전하네요.

윤회 속에서 인연을 찾아 헤매는 것이 인간들의 숙원이 되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진소는 연수의 감정적인 말에는 별로 반응을 하지 않았다.


“참, 봉순이도 천년간 뱀의 모습으로 인간계에서 수련한 현령계의 영물이에요.

현령계로 돌아와서 신물로 등급하려고 하니, 딱 십년의 수련이 부족해서 강아지의 모습으로 다시 환생한 것인데,

이제 그 십년을 다 채웠으니 신물로 등급 할 때까지 삼두견이 옆에서 잘 보살펴 주면 고맙겠어요.

그리고 봉순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하는 게 개구리예요. 아마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미안해서 그러는 걸 수도 있겠죠.

그것만 신경 써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조금전, 삼두견의 목덜미에 올라앉은 채, 자신을 바라보던 봉순이의 마음을 어느 정도 느낀 연수가, 삼두견과 봉순이의 시간을 헤아려 주기로 하였다.


그 사이, 삼두견과 봉순이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처럼 서로 떨어질 줄 모르고 연수의 이야기를 흐뭇하게 듣고 있었다.


“그러죠. 그럼 저희는 먼저 돌아갈 테니, 초요와 연관된 인간계를 정리하는 일은 소선께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나중에 뵙도록 하죠. 진소"


진소와 당당과 봉순이, 한순간의 허상처럼 순식간에 공간에서 사라져 버렸다.


“역시, 허전해...! 초요, 아니 자운을 만나면 덜 하려나...”



****



연수가 선왕부의 문을 들어서려 하자, 문지기 병사가 연수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군주는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는데, 함께 오지 않으십니까? 퇴궐 하셨다는데 연락이 없으셔서, 주선왕께서 직접 나와서 한참을 기다리셨습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연수가 병사들의 어깨를 밀치며 안으로 들어섰다.


“군주는 아직 왕궁에 계셔서 저녁때나 되어야 오실 겁니다. 겉옷이 필요 할 것 같아서 잠시 가지러 왔습니다.”


연수가 들어선 왕부는 불과 아침만 하여도 언제나 지속 될 것 같은 평범한 일상의 하루였을 뿐인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전의 모습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허상들이 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니, 서글픔에 앞서 찡하게 아픈 감정이 온몸을 자극하고 있었다.


'인연의 기억이라... 잔인하군...'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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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1.18 21:27
    No. 1

    연수도 진소도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데 보연은 왜 보지를 못하니ㅠ
    봉순이도 영물이었군요. 당당이와 딱 어울려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1.19 04:27
    No. 2

    안녕하세요. 별님~~
    오늘은 일이 많아서, 이제서야 하루일을 마쳤어요.
    강아지 두녀석 털깍기를 직접 하느라..ㅋ
    그리고 제일 먼저 하는일은..
    별님 댓글을 열어보는 재미이지요~~^^
    오늘도 잊지않고, 만월검을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웃별님~~^^
    편한밤 되시기를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1.19 22:50
    No. 3

    강아지들 털깎기! 행복한 시간 보내셨군요^-^*
    저도.. 지금은 하늘나라 간 우리 강아지, 첫 털갈이를 하필 2월에 해서, 그때 처음으로 털을 깎아줬거든요.
    깎을 땐 비교적 얌전하게 잘 있었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막 울더라고요.
    내 털 어디갔어 하면서 엉엉 우는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지더라고요. 추울까 봐 옷 입혀 이불 속에서 재웠는데 허전했나 봐요. ^^ 보고 싶네요.
    해품글님 글을 보면, 또 어딘가에서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고마워요. 이런 글을 읽게 해주셔서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1.20 01:54
    No. 4

    이웃별님 글을 보고나니..
    너무 짠하고, 감사하기도 해서..
    초겨울밤 맑은 별빛을 바라보는 느낌이.. 이랬지..
    한동안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지개다리 건너고, 좋은 곳에서 뛰어다니고 있을
    별님의 강아지는, 별님과의 예쁜 기억으로
    지금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것 같아요.
    저도 지금의 아이들을 더 사랑해줘야겠다는 생각이..
    귀한 마음을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웃별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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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무진옥 22.10.05 50 5 11쪽
90 아녕의 과거 +2 22.10.04 47 5 12쪽
89 만월검의 여인 +2 22.10.03 42 4 12쪽
88 보천귀장 +2 22.10.02 37 4 11쪽
87 아녕의 진실 +3 22.10.01 42 4 11쪽
86 마계로 향하는 청룡 +4 22.09.30 37 4 11쪽
85 천해문을 여는 운우 22.09.29 38 4 12쪽
84 선. 마의 기운 +2 22.09.28 34 4 12쪽
83 격전의 날 22.09.27 38 4 12쪽
82 마존이 선택한 여인 22.09.26 44 4 12쪽
81 보연의 거래 22.09.25 34 4 11쪽
80 회마곡에서 만난 자운과 운우 +2 22.09.24 42 4 13쪽
79 잃어버린 너 22.09.23 37 4 12쪽
78 슬픈 준비 +2 22.09.22 41 5 13쪽
77 셋이서 함께 +4 22.09.21 63 5 12쪽
76 세오의 계획 22.09.20 31 5 12쪽
75 연적의 사내들 +2 22.09.19 33 4 11쪽
74 운우의 흔적 22.09.18 44 4 12쪽
73 기억 심기 +2 22.09.17 36 4 12쪽
72 현연의 탈출 22.09.16 34 6 12쪽
71 전신의 죽 +2 22.09.15 44 6 12쪽
» 다시 제자리로 +4 22.09.14 48 6 11쪽
69 기억 소환 22.09.13 33 6 12쪽
68 현연의 윤회점 22.09.12 37 6 12쪽
67 네가 꿈꾸는 사이 +2 22.09.11 4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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