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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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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664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9.27 17:30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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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격전의 날

DUMMY

만약 꽃잎을 받은 자운이 현빙화의 기운과 함께 그의 마음을 받아들인다면, 이들은 서로에게 더욱 강한 마계의 신이 될 힘이 되어 줄 것이었다.


하지만 자운이 그의 기운을 받기만 하고 그 마음을 원하지 않는다면, 마존은 한 여인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의 운명에 족쇄를 채웠으니,

그가 아닌 다른 이에게로 향한 여인의 마음을 바라보며, 상심한 마음은 나날이 시들어 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켜보던 진소와 당당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마존의 힘이 또다시 좀 더 약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그의 선택에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


제발, 자운이 그의 주군의 마음처럼 그의 마음을 받아들여 주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자운의 이마위에서 흡수되었던 꽃잎은 다시 서서히 그녀의 뽀얀 살결위로 발현되며, 그녀가 이미 가지고 있던 현빙화의 기운과 함께, 이마위로 선명한 모양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너무 아름답군!”


마존의 붉은 금빛과 다르게 자운의 현빙화는, 화사하고 여린 선홍색으로 맑게 빛나고 있었다.


지켜보던 보연이 찢어질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마존, 뭐하시는 거예요! 제 앞에서 이러시면 안 되잖아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마존이 한쪽 입술을 치켜 올리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네가 보여준 성의에 걸맞다고 생각하는데? 본존에게 무엇인가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 해온 게 이 정도 라면, 계산 따위는 하지도 못하는 네 몸의 피는 아마 썩은 오물로만 가득 차 흐르는가 보구나!”


“마존!”


보연의 눈에 핏기가 서리고 있었다.


“보연, 잘 들어라! 네 약속은 지켜준다. 하지만 고작 네가 원하는 걸 본존이 줬다고 해서, 너 따위가 본존의 선택에 간섭 하려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먹은 것이라면, 네 약속은 애초에 지킬 필요도 없이 넌, 이 자리에서 본존에게 먼저 찢겨지고, 자운의 혼은 세상을 다 태워 없애더라도 본존이 찾아온다.

그러면, 전쟁터는 마계가 아니고 너희 귀왕의 소굴이 될 것이다!”


더 이상의 말은 마존의 감정만 부추길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보연이 잠시 입을 다물기로 했다.


“자운에게 심어준 현빙화의 꽃잎이, 그녀가 얼마나 평안한지 본존이 항상 느끼도록 해 줄 것이다. 본존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을 바란다면, 알아서 처신하도록 해라!”


그리고는 다시 마기로 둘러진 자운의 몸을 가만히 허공으로 띄워 올려, 원래에 있던 귀신들의 틈 사이로 돌려 보내주었다.


허공으로 옮겨지는 자운의 몸의 움직임에 따라 그의 마기가 위험하게 들쑥거리는 기운을 느낀 귀신들이, 마존이 돌려준 자운의 몸이 도착하자마자 꽁무니를 빼듯 순식간에 그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울컥 차오르는 피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잠시 휘청이던 마존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번, 한번만...! 천하창생을 생각한다. 이건 자운 네 몫이야!

하지만, 이제 내 몫은... 네가 어디에 있든, 세상을 온통 부셔서라도 널 꼭. 찾아낸다!”



****



작은 번개에도 불씨가 일어나, 이 곳 저곳에서는 화마가 인간들의 터전을 집어삼키는 일이 숱해졌다.


어떤 날은, 밤사이 내린 비로 고인물이 불어나 몇몇의 마을들이 물에 잠겨 버리는 일도 예삿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인간들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세상이 제 마음 대로였다. 계절도 엉망이고 날씨도 엉망이었다.


조화로움을 위해 제각기 일들을 맡고 있는 신선들이 너무 바빴다. 이제 곧 자성의 별이 천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열을 서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이즈음, 인간들은 곳곳에서 부조화가 넘쳐나는 통에, 이제 곧 세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막연하게 안고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자성이 세상의 온전한 흐름을 멈춰버리자, 천계의 모든 조화도 잠시 끊어지고, 그사이에 넘쳐흐르는 기운은,

어느 곳이든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어둡고 음산한 본성의 모습들 뿐이었다.



그와 함께, 드디어 구중천에도 결전의 날이 시작되었다.




****



자신의 날 이기라도 한 것처럼 잔뜩 멋을 부린 귀왕이,

이날을 위해 준비하고 갈고 닦아놓은 창칼을 든 귀신들을 앞세우고, 위풍당당하게 회마곡 골짜기를 딛고 서 있었다.


“본 왕은 귀진검과 함께 마계로 향할 테니, 궁소검을 가지고 아녕과 나체귀는 천계로 가서 계획대로 움직여라 !

마계와 천계가 서로의 힘이 될 수 없도록 동시에 지체 없이 진행해야 하는 걸 잊지 말도록 하라!”


말처럼 요상하게 생긴 요괴에 올라 탄 귀왕이, 잠시 요괴의 머리를 돌려 마군들의 앞장에서 무표정하게 서 있는 우신을 그윽한 눈길로 내려 보았다.


“신이공주, 당신이 천계에서 맡은 일을 끝내고 모든 일이 정리되면 인간계쯤은 당신한테 맡기리라.

당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만들어 보구려!”


하지만 우신인 운우가 별 반응 없이 그의 말을 흘려듣기만 하자, 내심 서운한 표정을 짓던 귀왕이 다른 말이라도 하려는 듯이 또다시 운우의 앞에서 잠시 주춤 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에 그녀의 짧은 응원이라도 받으며 출발하기를 기대 했지만,

오히려 우신의 눈치를 살피더니 결국은 멋쩍은 웃음만 허허 지어보이며 돌아섰다.


“그럼 신이 공주, 나중에 마계로 본 왕을 찾아오시오!”


귀왕이 무수한 마군들과 함께 먼저 사라지고,

말 요괴에 올라탄 보연이 입을 삐죽이며 한 무더기씩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대열 속에 섞여, 귀왕의 뒤를 따라 마계 쪽으로 날아갔다.


궁소검은 모래알처럼 많은 인간계의 영혼들을 불러 모아, 바닷물처럼 넘쳐나는 마군들을 만들어 버렸다.

검을 잡은 이가 원하는 대로, 궁소검은 일사천리로 모든 혼들을 질서 있게 부리고 있었다.



****



끝없이 위로 날아올라도, 그와 함께 견주며 끝없이 위로 자라 오르는 천계의 담 어디쯤에도, 정말 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많은 마군들이 천계의 담 어귀를 모두 에워싸며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먼저 나와서 높은 곳에서 마중하고 있던 전신과 천계의 병사들이, 마군들과 맞서는 형상으로 천계의 담을 등지고 내려와 그들 앞으로 자리를 잡고 서기 시작했다.


전신의 하얀 갑옷을 둘러싼 금빛의 광채와 천계의 병사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선기의 위용은, 그들의 빛나는 광채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마군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어디로 들어가려고 하느냐! 천해문은 너희 같은 마족들에게는 그림자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니, 아무리 혼령들이어도 스스로를 아끼고 얌전히 물러가도록 하라!”


전신의 위엄과 단호함이 서린 음성은 하늘에서부터 울려 퍼지며 마귀들의 귀와 마음을 아프게 내리 찌르고 있었다.


“... 난 어때요? 이곳의 상신이라고 하던데...?”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무겁도록 조용한 마귀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소리는, 분명 우신인 운우의 목소리였다.


깊숙한 곳에서부터 조금씩 드러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흐르는 강물위로 꽃잎이 떠밀려 내려오듯이, 천천히 마군들 사이로 밀려 내려와 그들의 맨 앞으로 나와 섰다.


함께, 우신의 옆...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를 약하게 만드는 존재가 ... 우신을 따라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운...!"


말문이 막혔다. 이런 곳에서 그녀를 만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마귀들이 느낀 두려움 보다 몇 배나 더 큰 두려움이 그의 신경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각성을 했구나. 이곳에 이렇게 나타난걸 보니!’


그녀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와 어울리지 않는 안도감 이었다.


자운 또한 옆에서 운우의 모습을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이,

이렇게 생소한 운우상신의 모습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워 하는 모양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운은 이곳에서, 그동안 꿈에서 조차 그리워하며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전신의 모습을 바라본 후 부터 온통 그의 모습만 쫓고 있었지만,

전신은 그녀의 눈빛을 전혀 바라봐 주지 않고 있었다.


온통 이상해진 것 투성이였다.

전신에게 한달음에 달려 나가고 싶은데, 어쩌다가 전신과 자신이 서로 다른 쪽으로 나뉘어 서서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달라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신..."


자운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나지막이 불렀지만, 전신은 그녀를 보지 않기로 했다.

그냥 그녀를 너무 보호하고 싶어서, 다른 이들에게는 그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존재라고 믿게 하고 싶었다.


“... 상신이 나서면 문이 대답을 한다구요? 내가 정말, 나도 알지 못하는 상신이 맞는지 한번 확인을 해 봐야겠네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운우가 천계의 높은 벽 쪽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운우, 이러지 마시오. 더 이상의 일은 그만 두셔야 합니다!"


전신의 경고와 부탁이 섞여진 말이 그녀를 향해 이어졌다.


사실, 아직 자신이 우신인지 확신이 없는 운우는, 오히려 그녀의 본모습을 찾기 위해서라도 걸음을 멈추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저 남의 이야기를 듣듯이 태연하게 천계의 벽 쪽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운우의 걸음이 드디어 높다란 천계의 벽 아래쪽으로 다가가 멈춰 섰고, 운우의 걸음이 멈춰선 곳의 벽 위쪽으로 온통 금빛으로 둘러싸인 현판이 소박하지만 웅장한 자태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천해문’ 이었다.


동시에 마군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썩은 고기에 달라붙은 굵은 파리떼 무리처럼 이곳저곳에서 웅웅거리며 울려 나오기 시작했다.

창칼을 다시 한 번 다부지게 잡고 아우성치듯이 바닥을 두들겨 대는 소리는, 마치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듯이 무엇이라도 시작할 준비가 다된 것 같았다.


그들의 아우성은 이제, 운우가 천해문의 문을 빨리 활짝 열어 주기를 다그치고 있었고,

멈추지 않고 천천히 계속해서 천해문의 앞으로 다가서는 우신의 앞을, 늠름한 위용으로 정치마위에 올라탄 전신이 다가가 가로막고 섰다.


“운우상신,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더 이상의 걸음은 당신의 희생과 맞바꿀 뿐입니다.

이 전쟁이 끝나도, 세상이 원래의 자리로 온전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천계 안으로 마군들이 침입하는 혼란은 절대로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전신의 표정이 단호하게 굳어있는 것에 비해, 운우의 표정은 마치 자신의 집 대문이라도 열고 들어가려는 듯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여유 있게 보였다.


운우가 태연하게 정치마를 탄 전신을 지나쳐 계속 앞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전신이 맑은 물빛 광채위로 흑룡이 휘감긴 그의 검 ‘수심’을 꺼내어 그녀의 목전에 가져다 대었다.


그와 동시에 운우의 뒤를 지키던 나체귀와 아녕 자운이, 순식간에 대열에서 뛰어나와 운우와 전신을 둘러쌌다.


하지만 달려온 그들을 다시 겨누기 위해, 갑옷으로 무장한 천계의 병사들이 몇 겹으로 그들을 에워쌌고, 역시 그 뒤를 마군의 수장들이 또다시 에워싸는 형상으로 커져가고 있었다.


자운이 신경 쓰인 전신이 곁눈질로 자운을 쳐다보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가 망설이는 사이,

이러한 상황에서도 주저 없이 대차게 앞으로 밀고 나오려는 운우의 목을, 지금까지 조심스럽게 그녀의 목전을 겨누고 있던 ‘수심’이 반응하며 얕게 운우의 목을 그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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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아녕의 진실 +3 22.10.01 42 4 11쪽
86 마계로 향하는 청룡 +4 22.09.30 36 4 11쪽
85 천해문을 여는 운우 22.09.29 38 4 12쪽
84 선. 마의 기운 +2 22.09.28 33 4 12쪽
» 격전의 날 22.09.27 38 4 12쪽
82 마존이 선택한 여인 22.09.26 43 4 12쪽
81 보연의 거래 22.09.25 34 4 11쪽
80 회마곡에서 만난 자운과 운우 +2 22.09.24 41 4 13쪽
79 잃어버린 너 22.09.23 36 4 12쪽
78 슬픈 준비 +2 22.09.22 41 5 13쪽
77 셋이서 함께 +4 22.09.21 62 5 12쪽
76 세오의 계획 22.09.20 31 5 12쪽
75 연적의 사내들 +2 22.09.19 3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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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기억 심기 +2 22.09.17 35 4 12쪽
72 현연의 탈출 22.09.16 34 6 12쪽
71 전신의 죽 +2 22.09.15 43 6 12쪽
70 다시 제자리로 +4 22.09.14 47 6 11쪽
69 기억 소환 22.09.13 33 6 12쪽
68 현연의 윤회점 22.09.12 36 6 12쪽
67 네가 꿈꾸는 사이 +2 22.09.11 4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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