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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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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676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10.02 17:30
조회
36
추천
4
글자
11쪽

보천귀장

DUMMY

“ 이번에 만나게 되면, 더 이상 우리가 세상에 함께 존재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형님!”


마존의 이마위로 발현된 현빙화의 기운이 붉은 금빛으로 깊게 타오르고, 짙게 서린 마기의 기운으로 온통 어둡고 그늘진 모습이었다.


자성의 별은 귀왕뿐만 아니라 마계의 병사들에게도 힘을 가득 실어주고 있었다.


귀왕의 곁에 선 보연이 힐끔 힐끔 마존과 연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둘은 반드시 살려달라고 귀왕에게 약속을 받았지만, 저 밖에 모르는 저 속을 완전히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운만 이곳에 나타나서 깨끗이 해치울 수만 있다면, 적어도 자신만의 일은 순조롭고 깔끔하게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고 있었다.


자운을 해치우고 저 어리석은 언니라는 여자가 적어도 오늘 만큼은 정심검을 다스릴 수 없도록, 불쌍한 동생의 눈빛으로 붙들기만 한다면...

마존은 머릿수로도 이길 수 없는 귀왕에게 반드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저 음흉한 귀왕과의 약속대로, 마존을 돌려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보연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주화입마에 들 수 있는 ‘보천귀장’을 정심검의 보장이 없는 한, 마존은 함부로 펼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귀왕이 여유 있게 지켜보는 눈길아래에서 마존을 비롯한 수많은 마계의 병사들과 진소와 당당이 함께 마군들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모래알 같은 이들의 수를 어떻게 감당할지, 그들로서도 암담한 생각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게 길지는 않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허공에서 찢어지듯이 들리는 정치마의 소리에 모든 마귀들의 신경이 잔뜩 예민해지고,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빠지며 점점 움츠려 들고 있었다.

소리를 견디기 힘든 몇몇의 요귀들은 아예 검을 내팽개친 채 귀를 틀어막고 몸부림까지 치고 있었다.


자운이 나타났다.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마존의 세상 속에는, 자운의 모습과 그녀가 바라보는 자신만이 전부였다.


멀리서 반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은, 보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눈빛도 어둡게 빛나는 별처럼 음산한 빛을 발하며 생뚱맞게 반짝이고 있었다.


전장에 나타난 자운이 마존이 있는 근처까지 오더니, 숙이의 등에서 사뿐히 뛰어올라 허공으로 가볍게 휘감아 돌며 마존의 곁으로 다가섰다.


숙이에게는 전신에게로 돌아가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곳은 정치마에게 너무 위험한 곳이었다. 허공 속에서 앞발을 높이 치켜들고 마지막 울음소리를 거세게 내지른 후, 숙이가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토록 염려하고 그리워하던 여인이, 꿈처럼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나 이렇게 마주 하고 서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말보다는 그녀의 모습만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던 마존이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운, 왜 이곳으로 온 거야! 여긴 너무 위험해!"


반가운 표정으로 옆에서 지켜보던 연수가,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하는 마존을 향해 싱거운 웃음만 연신 흘리고 있었다..


“천계는 제가 필요 없어요. 얼마나 훌륭한 신선들이 많은 데요! 그리고 친구가 위험에 처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마존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자운의 진심어린 말이었다.


‘친구라... 그래, 그것도 나쁘진 않지. 하지만... '


" ... 보고 싶어서, 걱정이 되어서 왔다고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얼마나 낭만 적이야?! "


뾰로통한 표정으로 마존이 불쑥 내뱉는 소리에 자운의 두 볼이 속절없이 붉어지고 있었다.




마존과 자운이 짧은 인사를 나누는 사이, 뜻하지 않게 보연이 가까이 날아왔다.


깜짝 놀란 마존이 생각할 틈도 없이, 곧바로 마기로 가득 차오른 손을 휘저어 보연을 내리치려 할 때였다.

다급하게 마존을 만류하며 자운과 연수가 동시에 보연을 막아서고 있었다.


“마존, 이 아이를 내리치시기 전에 먼저, 죽을 자리를 알면서도 마존에게로 이렇게 온 이유를 잠시만 물어 보시면 안 될까요?”


연수가 보연의 앞에 서서 마존에게 애원을 하고 있었다.


“마존, 이렇게 위험한 가운데 이곳으로 왔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 먼저 대답부터 듣고 벌은 그 이후에도 늦지 않아요!”


자운 까지도 보연을 위해 나서고 있었다.


‘자운, 속도 없이...’


마존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마존, 정말 죄송해요! 귀왕이 언니를 두고 협박을 하는 바람에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제껏 한 식구였던 이들이 이곳에 이렇게 모여 있는 게 보이는데, 저도 모르게 이곳으로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그만..."


보연이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자운을 향해 비는 시늉까지 하며 간절하게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측은한 마음이 든 자운이 허리를 굽혀 보연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를 본 마존이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눈길을 돌리며 그들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너무나 짧은 순간이어서, 마존 조차 돌아서면서 손을 쓸 사이도 없이 얼굴색만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자운이 일으켜주는 한손에 의지하며 보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른 한손으로 단검을 불러내어 재빠르게 자운의 가슴을 향해 내리 꽂기 직전 이었다.


‘푹-' 하고 깊은 곳을 휘저어 터트리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먼저 들렸다.


마존의 질린 안색과 함께 힘을 잃고 쓰러진 건 ... 보연이었다.


쓰러진 보연의 뒤로 드러난 자리에는 연수가 단검을 들고, 어느새 촉촉해진 두 눈썹과 입술을 들썩거리며 굳은 듯이 서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미련한 것, 모자란 것! 적어도 양심은 있어야지. 어떻게 끝까지 이래!"


연수가 울먹이며, 자신을 원망하듯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는 보연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쓰러진 게 보연인 것을 안 마존이 연수를 향해 덤덤하게 말을 건넸다.


“결국은 네가 보연을 살렸구나! 내가 죽여서 소멸시킬 아이를 네가 먼저 죽였으니, 소멸은 면하게 하고 싶은 마음 이었던가 보구나!"


“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마존!”




연수가 마존을 향해 울먹이면서 머리를 조아리는 동안, 쓰러진 보연의 모습이 점점 투명하게 사라지며 작은 혼령구가 된 모습으로 가볍게 둥둥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하늘의 어디쯤으로 가볍게 떠오르더니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 언니가 기다려 줄게 ... 넌 원래 착한아이였어. 네 마음을 바르게 가르쳐줄 가족이 없어서 힘들었던 거야. 역겁을 거치는 동안 너의 본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 연아!”


보연이 사라진 곳을 향해 한동안 연수가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주변에서 진소와 당당이 그들을 지켜주고는 있었지만 거친 마기의 기운은 이곳저곳에서 불쑥불쑥 일어나, 그들을 향해서도 예리한 칼날을 날리며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자운을 향해 날아든 마기를 한손으로 툭하고 쳐내던 마존이, 자운을 향해 돌아서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당긴 후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운아 나 좀 도와줘야겠어. 너한테 맡길게. 너만 날 살릴 수 있을 거야!"


코끝이 거의 닿을 듯, 자운에게 가까이 다가온 마존이 아주 감미롭게 그녀에게 속삭이듯 천천히 말을 잇고 있었다.


마계의 신답게 아직 얼굴에는 현빙화의 불꽃과 검붉은 마기의 기운이 가득했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적어도 자운은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 무슨... 말이에요. 마존?”


기다릴 새도 없이, 마존의 몸이 자운에게서 떨어져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동안에도 잊지 않고 그녀를 향해 내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마존. 미인...!”


아직 그녀의 눈앞에 그가 보이고 있었지만, 그녀에게서 멀어지는 모습이 이처럼 불안해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마존...”


그의 이름을 안으로 삼키며 그가 무엇을 할 것인지, 그가 원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연수언니!”


아직 감정에 잠긴 연수를 다급하게 불렀다. 퀭해진 눈길아래 콧물까지 조금 매달린 채로 연수가 자운을 돌아보았다.


“응...? 왜 그래?”


여전히 훌쩍거림이 멈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할 말은 다해 주었다.


“마존이, 마존이... 저기!”


연수가 부푼 눈을 잠시 부비고 난 후, 자운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 눈을 들어 바라보았다.


전장의 한 중간의 허공위로, 붉은 금빛의 꽃 한 송이가 투명하게 피어있었다.

현빙화의 원신이 마존을 안은 채로 회검빛으로 짙은 하늘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천귀장 이야! 제대로 펼칠 것 같은데... ”


지옥의 신처럼 무시무시하게 변하는 마존의 머리위로 반월형의 이명검이 나타나 거칠게 돌기 시작했다.


“조심해, 바람이 많이 거세질 거야!"


연수가 눈물을 뚝 그친 채, 어느새 긴장한 눈빛이 역력했다.


“ 우린 바람이지만, 저들에겐 칼날 이라구! 하지만, 마존이 위험 할 텐데...”


연수가 말을 하다말고, 자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 그렇군요 ... 마존!"


자운을 바라보던 연수가, 역시 알아듣지 못할 말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전에 보았던 힘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거대한 힘이, 소름끼치도록 축축하고 무거운 바람의 모습으로 지옥의 깊은 심연에서부터 기어 올라오는 것 같았다.


터질 듯이 휘몰아치는 마존의 머리칼과 옷자락은, 이미 지옥의 모습 그 자체가 되어 무시무시한 형상으로 아래의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을 놓치지 않은 귀왕이 그의 형상 앞으로 날아올라, 귀진검의 모든 기운을 끌어올려 현빙화를 향해 최후의 일 검을 내리 치기 시작했다.


“보천귀장을 받았다고, 마계의 주인인양 행세 하시겠다 ?! 흥 그래, 이제서야 진정한 마계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겠다!"


귀진검이 음산한 살기를 잔뜩 머금은 채로 수천 수억의 원혼의 힘을 풀어놓았다.


검광을 타고 쏟아진 원혼의 힘은, 현빙화의 원신을 향해 수백 수천개의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내리 꽂히기 시작했다.


귀진검에 베인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붉은 금빛으로 일렁이던 현빙화의 꽃잎이 비수에 찢어지면서, 회검빛 하늘색이 꽃잎 사이사이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꽃잎에 싸인 마존의 입안에서 울컥하고 터져 나온 선홍빛의 피가 그의 검은 옷자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래에서 더 이상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자운이 그를 향해 다급하게 날아 올랐지만, 한발 빠른 연수의 손에 의해 곧바로 바닥으로 다시 끌어당겨 졌다.


“아직 아냐!”


“언니, 마존이 다쳤어. 원신이 찢어지고 있다고!”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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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1.31 21:18
    No. 1

    연수가 최선의 선택을 했군요.
    보천귀장을 펼치는 마존의 모습도 실제로 보고 싶을 만큼 멋집니다.

    며칠 편두통으로 시체놀이 했어요.ㅎㅎ
    가끔 이렇게 컨디션이 떨어질 때가 있는데
    아프고 나면 몸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아픈 건 싫지만요.
    해품글님도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작업하시기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2.01 02:30
    No. 2

    아이코.. 별님.. 이제 다 나으셨나요..
    며칠 별님이 보이지 않으셔서, 저두 많이 보구 싶었어용~
    감기철이라.. 조금만 소홀히하면, 아파져요.
    좋은거 많이 드시고, 잠도 많이 챙기시구요~
    항상 건강하셔서,, 만월검에서도, 별빛처럼 밝게 비춰주세용~~
    좋은꿈 꾸시길요.. 별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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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무진옥 22.10.05 50 5 11쪽
90 아녕의 과거 +2 22.10.04 47 5 12쪽
89 만월검의 여인 +2 22.10.03 42 4 12쪽
» 보천귀장 +2 22.10.02 37 4 11쪽
87 아녕의 진실 +3 22.10.01 42 4 11쪽
86 마계로 향하는 청룡 +4 22.09.30 37 4 11쪽
85 천해문을 여는 운우 22.09.29 38 4 12쪽
84 선. 마의 기운 +2 22.09.28 34 4 12쪽
83 격전의 날 22.09.27 38 4 12쪽
82 마존이 선택한 여인 22.09.26 44 4 12쪽
81 보연의 거래 22.09.25 34 4 11쪽
80 회마곡에서 만난 자운과 운우 +2 22.09.24 42 4 13쪽
79 잃어버린 너 22.09.23 37 4 12쪽
78 슬픈 준비 +2 22.09.22 41 5 13쪽
77 셋이서 함께 +4 22.09.21 63 5 12쪽
76 세오의 계획 22.09.20 31 5 12쪽
75 연적의 사내들 +2 22.09.19 33 4 11쪽
74 운우의 흔적 22.09.18 44 4 12쪽
73 기억 심기 +2 22.09.17 36 4 12쪽
72 현연의 탈출 22.09.16 34 6 12쪽
71 전신의 죽 +2 22.09.15 44 6 12쪽
70 다시 제자리로 +4 22.09.14 47 6 11쪽
69 기억 소환 22.09.13 33 6 12쪽
68 현연의 윤회점 22.09.12 37 6 12쪽
67 네가 꿈꾸는 사이 +2 22.09.11 4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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