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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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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674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10.04 17:30
조회
46
추천
5
글자
12쪽

아녕의 과거

DUMMY

운우가 퉁명스럽게 물었지만. 찻잔을 입에 반쯤만 걸치고 있던 선풍이 대답대신 그녀를 향해 연신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게... 당신이 보여주더래. 당신도 모르게 바람 앞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는 게, 다 보여 지더래.

그래서 내게 당신의 기억을 맡기기로 계획을 세우긴 했는데, 문제는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을 모르니까... ”


운우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게... 당신을 생각하는 내 마음을 확신 할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서요?”


운우가 조바심을 내는 것이 분명한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았지만, 붉어진 얼굴로 선풍이 조그맣게 대답했다.


“그래서, 울었어... 그것도 펑펑... 그러니까, 전음부가 허락을 했는지, 내 눈앞에 펼쳐 지더라고.

나중에 아녕이 얘기해 주던데, 아무리 내게 보낸 전음부이긴 하지만 받는 이의 진실 된 마음이 필요했다나. 뭐라나...

미혼약 만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귀왕을 속이기 위해 당신이 마기에 물들어 가는 것처럼 보여야 하느라, 필요한 순간에 당신의 정신이 한번 만에 온전히 깨어나 줄지 확신이 없었대.

그리고 정말 엄청나고 위험한 비밀이잖아!

그래서 누구든지 운우 당신을 정말 사랑하는 진실된 마음이 있는지를 확인 하지 않고서는, 이 일을 믿고 맡길 수 가 없었다는 거지."


부운대 아래에서 부터 전해지는 붉은 저녁노을색이 반사된 운우의 얼굴빛이, 너무나 곱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그들이 잡은 찻잔에도 붉은 빛이 빠져들었고, 선풍의 볼과 입술도 저녁노을 빛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온통 따스하게 번지는 붉은 빛으로 머리가 아찔해진 선풍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운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운우도 내미는 그의 손을 마다하지 않고, 그가 이끄는 대로 부운대의 가장자리에까지 가서 사방에서 꿈틀거리는 붉은 운해를 함께 바라보았다.


미친듯이 꿈틀거리는 심장을 내리누르며 선풍이 운우를 향해 돌아섰다.

운우와 맞잡은 손을 그의 가슴 앞으로 살며시 잡아당기자, 당겨진 손의 간격만큼 몇 발자국 운우의 심장도 그의 가슴 앞으로 가까이 당겨졌다.


“운우, 지금이 아니더라도 ... 당신이 언제든 아이를 갖고 싶다면, 그게 다른 신선놈 말고 나와의 아이였으면 좋겠어.”


선풍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겁에 질려 보였다.

선풍의 지나치게 큰 심장소리가 측은했던지, 이번에는 운우가 다정하게 미소를 지을 뿐, 선풍을 향해 아무런 핀잔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바닥만 바라보고 있던 운우가 얼굴을 들자, 그녀의 볼 에도 저녁 놀 보다 더 붉은 홍조가 깃들어있었다.


선풍이 여전히 겁이 났지만, 그녀의 달콤한 홍조를 본 순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더 이상 망설임 같은 바보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선풍이 희열에 찬 커다란 미소를 한번 짓더니, 목마른 짐승처럼 거칠게 운우의 입술을 열고 그녀의 안으로 샘을 찾아 헤매이기 시작했다.


운우의 목마름도 다르진 않았다. 운우의 촉촉해진 두 눈 아래로 맑은 눈물방울이 흐르며, 맞닿은 선풍의 볼로 타고 내렸다.

운우의 아픈 시간을 달래려는 선풍의 손길은 더 따스하고 더 강하게 운우의 몸을 당기기 시작했다.


저녁 풍경처럼 아름다운 그들의 모습은 어둠속에 세상이 잠겨 들 때까지 그림자처럼 그대로 남아 있었다.



****



망천강지기를 몇 천 년 동안이나 이어오는 동안, 지금처럼 많은 혼이 밀려드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았다.


역겁을 겪어야 하는 선인들의 혼이 보명경으로 걸러내기에도 벅찬 수로, 한꺼번에 줄을 서서 밀어 닥치고 있었다.


" 이것 봐, 망천강지기 ! 자네 동생은 자네를 전혀 닮지 않은 것 같던데? 동생도 주워온 혼인 가봐? 자네가 가진 근육질 무게의 십분의 일도 담겨있지 않더구만. 불면 그냥 휭- 하니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날아가 버릴 것 같더라구..?

이거... 흥정이나 제대로 될 런지 모르겠네...!"



요즘 들어 망천강 입구쪽에 부쩍 많이 나타나서 행패를 부린 후 사라지는, 무고한 혼을 뒤집어쓰고 온 마귀떼들 이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이런 지저분한 것들이 분수도 모르고 끼어 들어와서 자꾸 시끄럽게 구는거야!

얼마나 모자라는 것들이면, 제 목숨 내놓는 것쯤은 아쉽게 느껴지지도 않는 것이냐?

내 잠깐 눈 감고 있어 줄 테니, 나갈 수 있을 때 왔던 길로 얼른 돌아가거라! 미천한 목숨이라도 살 수 있다면, 좀 더 아끼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미련한 녀석들 같으니 라구!"


무고한 혼들 속에 숨어서 망천강의 입구를 막아서듯이 둘러 선 마귀들이,

그들이 들어차 앉은 혼들의 눈빛을 비집고 자신의 모습을 넌지시 드러낸 채, 마귀의 음성으로 웅얼거리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이번에는 이 호리병 한 가득만 선기를 가진 혼령들을 좀 담아갈 수 있도록 해주지 않겠나? 섭섭지 않게 답례는 반드시 해 주겠네.!"


하지만 굵은 팔꿈치를 여유 있게 가슴팎으로 꼬아 접은 망천강지기가 그들을 향해 연신 콧방귀만 흘릴 뿐이었다.


계속해서 떼를 써대는 마귀들을 향해 살벌한 기운이 스물 스물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웬일인지 마귀들도 이번에는 물러 날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 자네 동생에게 곧 맛있는 간식이 도착할 거야. 형이 맛있는 간식을 보냈다는 전음을 다른 신선에게 맡겨 놓았거든.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네 아우가 호리병 안에 가득 들어있는 무고한 혼을 벌컥벌컥 마셔 버린다면, 아마도 천계에서는 몰래 무고한 혼을 섭취하고 내력을 키운 죄의 대가는 엄청나다고 하지?"


동생이라는 말에 분노한 망천강지기가 눈앞의 마귀 떼들을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물론 자네가 이 호리병 안에 신선한 선기를 가진 혼들을 가득 채워 주기만 한다면야, 자네 동생한테로 갈 아까운 혼도 낭비하지 않고 우리가 다시 가져 갈 수 있지.

사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겠나?

귀왕이 요즘 선기로 무기를 만들어야 해서, 요 마계도 좀 빠듯한 상황이거든!"


무고한 혼 안에 들어앉은 마귀들의 희번득거리는 눈빛은 역겨울 정도의 웃음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무슨 수로 천계의 신선들에게 귀신 따위들이 전음을 보낼 수 있단 말이야! 더 까불 생각하지 말고 썩 꺼지거라!"


"쯧쯧 덩치만 컸지. 너도 참... 세상 물정엔 젬병이구나! 그 정도 눈치로 여지껏 어떻게 살아왔데..?

살다보면 말이지, 원칙 이라는 게 있는 거야! 살아서 숨을 쉬는 것들은 죄다 제 욕심을 채우는 게 사는 낙이라고 생각 하거든."


신경이 거슬릴만큼 그들의 둔탁하게 웅얼거리는 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 인간들은 그놈의 사랑인지 뭔지에 목숨을 걸어대고, 신선들은 어디에다 써 먹겠다고 내공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하면 사족을 못 쓴단 말이지.

이미 선기가 없는 혼들을 좀 잡아다가, 내력을 키우려고 줄 선 신선들과 거래를 끝내 놓은 상황이니까, 문지기 네가 하는 결정에 따라 네 동생놈이 잡혀가느냐 아니냐도 결정이 날 테니, 잘 좀 생각 해 보라구!"


마귀의 이야기가 이쯤 되자, 좀 전과는 다르게 이제 동생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움찔 거리던 그가 이 상황을 다시 한 번 빠르게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 아녕에게 전음부와 혼이 담긴 호리병이 전달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놈의 신선인지는 몰라도, 마귀 놈의 소식을 지금 쯤 기다리고 있을 거란 말이지... 그럼, 소식을 전할 놈이 모두 없어져야지. '


부탁을 한 자의 소식이 끊어지면, 신선 놈이야. 전해 줘야할 혼까지 제가 다 먹고 치우면 될 일 같았다.


마귀들은 무고한 혼을 뒤집어 쓴 채, 망천강 문지기 앞에서 여전히 순박한 표정으로 늘어서 있는 나약한 혼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망천강 문지기가 살벌하게 내공을 한꺼번에 끌어 올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그의 앞에 서있던 무고한 혼들을 일제히 한꺼번에 잘라버리거나 터뜨리고 잡아 먹어버리기 까지 하고 있었다.


주변의 혼들이 모두 놀란 눈을 뜨고 바라보았지만, 망천강 문지기는 갑자기 미쳐 버렸는지 주변의 무고한 혼들을 계속해서 소멸시켜 버리고 있었고, 잠시 후 천계의 병사들이 급하게 이곳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선기를 이용해서 아무도 모르게, 그의 동생인 아녕에게 짧지만 평온함이 담긴 전음부를 몰래 보낼 수 있었다.


'... 형이 수련이 부족해서 마귀에 혹해서, 내력을 키우기 위해 무고한 혼을 섭취해 버렸으니, 무진해에서 당분간 갇혀 지내야 할 것 같다.

누구도 원망하지 말고, 죄인의 형제이니 주변에서 너를 힘들게 할지도 모르겠다. 이 길로 당장 인간계로 내려가서 이 보명경으로 마귀들을 피해가면서 지내도록 하거라. 형이 나중에 널 찾으러 갈 것이야...!'



그래서 아이는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형은 급하게 동생에게 전음을 보내느라, 보명경에 담겨있던 상황들을 미처 지우지 못한 채 보낼 수밖에 없었고, 아녕은 한참 이후에야 형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진실을 위해서, 모든 걸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세상에서 백해무익. 없어져야 이로운 것들이니,

사내라면, 그것들을 없애더라도 통 크게 제대로 한번에 다 죽여 보자고 다짐하였다.



****



끝도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넓은 바다는, 흐르지 않고 고인 탓에 한없이 무겁고 잔잔할 뿐이었다.


무진해에 떠있는 천계에 속한 지옥 같은 감옥 이었다.


허공에 매달린 것 같기도 하고, 물위에 떠 있는 것 같기도 한 새장처럼 생긴 감옥은 금빛으로 화려했다.


위에서부터 몇 가닥으로 갈라진 두툼한 금빛의 가지들로 엮어진 무진옥의 바닥은,

신경 써서 앉아있지 않으면 다리가 밑으로 빠져 버릴 만큼 엉성한 그물처럼 엮어져 있었고, 남은 가닥들은 실타래처럼 굵직하게 하나로 묶어져 아래로 처져있었다.


금빛 새장 안에서 지친 영혼들은 마음 편한 순간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발을 잘못디디면, 새장과 얼마나 가까이 닿아 있는 지도 모르는 무진해 속으로 발이 담기고, 여지없이 물결에 닿인 발은 살이 녹고 뼈가 드러나는 고통을 치러야 했다.


잠이라도 들어 그물 밑으로 발이 빠지지는 않을지, 새장에 갇힌 영혼은 언제나 긴장 속에 움츠려 든 몸으로, 나날이 지쳐가고 있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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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2.02 22:16
    No. 1

    그렇군요. 망천강의 선관이었던 아녕의 형은 결국 동생을 지키려고 그런 일을 벌인 거였군요. 다들 사연이 있는 모습이 인간과 다르지 않네요.
    특히 저 선풍과 운우는 그 긴 시간 함께하며 아가는커녕 바둑이나 두며 싸우다가 서로의 마음도 확인하지 못했던 거네요.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2.02 23:58
    No. 2

    별님~~
    오늘 별님의 한줄평이 너무 멋진것 같아요.
    선풍과 운우가 바둑만 두면서 싸운 시간을 저도 잊고 있었는데..
    그랬어요~~ㅋㅋ
    어떡해욤.. 만월검이 몇발자욱 남지 않아서요..ㅠ..
    별님 댓글을 못보게 되는게.. 벌써 너무 섭섭..
    방에 자주 찾아 갈께용~~^^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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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무진옥 22.10.05 5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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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마계로 향하는 청룡 +4 22.09.30 37 4 11쪽
85 천해문을 여는 운우 22.09.29 38 4 12쪽
84 선. 마의 기운 +2 22.09.28 34 4 12쪽
83 격전의 날 22.09.27 38 4 12쪽
82 마존이 선택한 여인 22.09.26 44 4 12쪽
81 보연의 거래 22.09.25 34 4 11쪽
80 회마곡에서 만난 자운과 운우 +2 22.09.24 42 4 13쪽
79 잃어버린 너 22.09.23 37 4 12쪽
78 슬픈 준비 +2 22.09.22 41 5 13쪽
77 셋이서 함께 +4 22.09.21 6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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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연적의 사내들 +2 22.09.19 33 4 11쪽
74 운우의 흔적 22.09.18 44 4 12쪽
73 기억 심기 +2 22.09.17 36 4 12쪽
72 현연의 탈출 22.09.16 34 6 12쪽
71 전신의 죽 +2 22.09.15 43 6 12쪽
70 다시 제자리로 +4 22.09.14 47 6 11쪽
69 기억 소환 22.09.13 33 6 12쪽
68 현연의 윤회점 22.09.12 37 6 12쪽
67 네가 꿈꾸는 사이 +2 22.09.11 4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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