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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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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689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10.06 17:30
조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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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미운정의 주인

DUMMY

또 한 번의 아침이 찾아오고, 미운정의 생명들도 분주한 하루를 시작할 즈음.

큰 나무들 사이로 일렁이는 신선한 잎 새 소리와 함께, 오늘따라 한껏 흥이 나서 울어대는 새소리가 마계의 하늘위로 가득 퍼지고 있었다.


얼굴이 기분 좋게 간지럽혀지고 있었다.

너무 보드랍고 자잘한 손끝의 느낌에, 소름이 돋도록 행복한 기분이 가득히 차오른 마존이 성급하게 두 눈을 번쩍 떴다.


자운이 먼저 눈을 떠서 힘이 빠진 손으로, 그녀의 곁에 엎드려 잠든 마존의 머리칼과 얼굴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자운...”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 이름을 한번 부르고 나자, 마존의 입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얼마나 잔 거에요?”


먼저 입을 연건 자운이었다.


“많이 잔 것 같아. 이제 그만 일어나서 나와 좀 걸을까?”


창백한 그녀의 볼에 옅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많이 보고 싶었어요. 마존... 당당도. 진소도, 모두가요...”


마존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자운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너무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보고 싶으면 힘들어. 지금은 나만 보고 싶었다고 좀 해줘.”


자운이 익숙한 그의 말투에 웃음이 나오자, 쿨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육체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마침 방의 한쪽 구석에서 잠들어 있던, 당당과 봉순이와 연수가 쿨럭 거리는 소리에 놀라 눈을 부비 뜨며 급하게 자운에게로 다가왔다.


“아...! 당당, 연수언니, 봉순이도...”


자운이 행복한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쏟아내고 있었다.



****



이제 미운정 마당 앞은 더 이상, 이전처럼 슬프고 우울하지 않았다.

기분이 좋아진 당당은 여전히 봉순이를 등에 태우고, 이곳저곳에서 날아오르는 풀벌레와 나비들을 따라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마당의 한쪽에서는 심각한 기류가 흐르고,

마존과 전신과 태자가 심기가 잔뜩 뒤틀린 모양으로 언성을 낮춘채 기 싸움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따르라는 건가 ! 어차피 마계의 일은 천계에서도 간섭할 권리가 없는 걸 알 텐데. 자운을 마계의 식구로 받아들일 테니, 천계의 늙은이들은 더 이상 마계의 일로 떠들썩거리지 않았으면 좋겠군!”


입을 꽉 다문채로 전신이 마존을 쏘아보았다.


“자네만 마음이 아픈 줄 아는가 보지! 그녀의 가족들과 그녀의 앞날을 봐서라도, 이정도 선으로 낮춘 결과는 다행이라고 여겨야 한네.

지금 피한다고 없어질 일도 아닌 것을...! 마계의 식구가 되어서 이 일을 피한다 치면, 앞으로 살아갈 동안 자운은 결국 이 넓은 구중천에서 이곳에만 갇혀서 지내야 할 텐데, 그러면 자운의 앞날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무엇보다 그런 식은, 자운이 바라는 방법이 절대 아니란 것을 모르진 않을 거잖아!"



하지만, 마존도 물러설 기색은 전혀 없어 보였다.


“마계에 갇혀 지낸다고? 최소한 천계보다는 더 자유롭고 마음 편안한 곳이지.

이 곳이 내 집이 되면, 그쪽으로 나가볼 마음 따위는 생기도 않을 테니, 걱정 같은 건 할 필요도 없을 거야!

몸이 찢어졌다가 이제 막 회복이 되어 가는데, 이 연약한 몸으로 어떻게 그 지독한 천계의 지옥 속에서 버텨내라는 거야!

전신, 지금 자운이 내 곁에 있으니, 역겁 속으로 내몰려고 하는 치졸한 방법을 생각하는 건 아닌가?!”


“뭐라고?!"


자운에게 혹시 들리지나 않을지... 이를 악문 둘의 언성이 힘들게 낮아졌다 올라갔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불꽃이라도 튈 것 같은 기운을 앞세웠던 그들이 잠시 말문을 닫은채 흘깃 눈치를 살피는 듯 하였다.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듣고만 있던 성운제군이, 한없이 슬픈 표정으로 얼굴을 들고 둘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자운에게 이 벌은... 너무 가혹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한 것 같아요. 시간이 조금은 남아 있으니, 자운의 뜻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할 것 같습니다.

피하고 숨으라고만 하는 건 자운의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자운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녀가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힘이 되어주세요."


태자의 말에, 다른 말은 더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심기가 한없이 뒤틀린 마존과 전신은, 이제 입은 다물었지만 서로를 향한 노기는 여전히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마치 서로를 잡아먹는 상상이라도 하는 듯이 한동안 살벌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방에서 낮잠에 빠져 들었던 자운이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갑작스럽게 잠이 깬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녀를 먼저 알아본 연수가 얼른 가까이 다가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언니?”


언성을 낮춘다고 하고는 있었지만, 문밖에서 기 싸움을 벌이는 그들의 소리는 작은 병아리 들이 한꺼번에 재잘거리는 것처럼, 미운정 안을 어수선하게 들쑤시고 있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저 둘은 만났다 하면, 싸우더라니까!"


결국은 자운의 잠을 깨워버린 그들을 향해서 연수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누구 말이야?”


“누군 누구겠니? 마존과 전신이지,”


자운의 얼굴에 반가운 기색과 함께, 다시 얼굴에 생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넌, 정심검의 주인인데 왜 이렇게 여파가 심했던 거야? 그래서 네가 누워있는 동안 줄곧 생각을 해봤는데, 네가 문제였던 것 같아!"


자운이 의아한 표정으로 연수를 바라보았다.


“이전에 현령계에 있을 때, 어른들이 하는 얘길 들었어.

현령계에는 워낙 오래 사신 분들이 많으니까, 그만큼 세상일에 능통하신 분들이 많으시거든. 그분들도 내가 정심검의 검기를 타고난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어.”


현령계에서 자란 탓인지 연수는 흰 수염만 없을 뿐이지. 언제나 모르는 것이 없는 믿음직스럽고 세상일에 빠삭한 도사 같다는 생각이 스쳐들었다


“원래는 어른들이 하도 바람을 넣어서, 마존과 내가 어떻게 잘 되어보려나... 하는 꿈같은 생각도 해봤었지.

정심검의 주인이 된다는 건, 마존의 선택을 받을 자격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과 같은 거라고 하더라구. 서로가 정말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면, 그 힘의 크기가 끝이 없다고 했었거든.

물론 사랑하는 사이까지 되지 않으면, 그냥 기본적인 힘 정도는 쓸 수가 있을 테고 ... 그래서 지난 번 네가 마귀들한테 당할 때, 아마도 내가 기본은 해낸 것 같단 말이야...”


“그래서...? 그런데 뭐가 내 탓이라는 거야?"


자운이 연수의 말에 관심을 드러냈다.


“어, 그래... 마존의 마음은 내가 잘 알지. 그런데 내가 알면 뭐하니. 진작 알아야 될 여인은 사랑에 대해선 완전 까막눈인걸, 네가 마존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거지."


아직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운이 멀뚱멀뚱 맑은 눈만 연신 굴려가며 연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마존의 그 큰 힘을 멈추는 게, 아무리 정심검의 검기를 타고 났다고 해도 가능이나 했겠니! 그나마 너니까, 네 목숨보다 마존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니까 이런 일도 할 수 있었지. 자기 몸을 칼날 속으로 막 던지고... 나도 그렇게는 절대 못하지. 아유..."


연수가 생각만 해도 무섭다는 듯이 두 팔을 모아잡고 부르르 떠는 시늉까지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정심검의 검기를 가졌다는 것은 마존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일 텐데도, 내가 그 말을 입술 끝에도 올리지 못하는 이유가 뭐겠니? 네 자리 넘보지 말라는 거지.

다른 하나는 필요도 없으니, 까불면 없애 버릴지도 모르니까 말도 안하는 게 현명한 거라고...

그러니, 그만큼 마존에게는 너 밖에 없다는 거야.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너를 구하려고 한 게, 몇 번이나 되니...?! "


연수가 말을 하다 말고 속상한 듯,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나는 그 귀한 정심검의 검기를 타고 났는데도, 목숨을 걱정하는 신세라니...”


“미안해. 언니.”


자운이 연수를 향해 미안함을 가득 담아 바라보던 눈길을 힘없이 내리깔고 있었다.


“네가 왜 미안해 ! 어쨌든, 이번엔... 너도 네 마음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마존과 마음을 제대로 합치지도 못한 채로, 너무 깊이 틀려버린 시간을 돌려내야 해서 그랬던 것 같아.

마존이 네가 이렇게 다치고 나서 얼마나 자책했는지 몰라...!

겨우 네 덕에 주화입마를 면했는데, 네가 많이 다치는 바람에 너 때문에 다시 흑화 할 뻔 했다니까! "


자운이 말없이 가만히 연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 그를 어떻게 보아야할지.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마존께서는, 너를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아. 구중천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울 만큼 잘 생긴 분이신데... 그건 두고라도, 물론 네 마음도 중요하지.

하지만 말이야... 만약 네가 마존의 마음을 받아주고 네 마음 또한 그와 같다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오면, 마계는 어떤 강적이 몰려와도 더이상 걱정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을 거야.

마존이 뒤엎어서 없애더라도 네가 다시 가뿐히 돌려놓으면 되니 말이야!”


“으흠...!”


연수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이에, 전신이 어느새 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연수가 깜짝 놀란 눈을 뜨고 급하게 자신의 입을 막는 시늉을 하며, 밖에서 하던 일을 깜빡 했다는 말과 함께 얼른 자리를 피해 나가버렸다.


자운은 밝은 표정으로 그를 향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전신, 몸은 괜찮으신 거예요? 제가 전신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나요?”


전신이 머리를 저으며 가만히 자운의 곁으로 다가 앉았다.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창백한 이마에 손을 얹어 그녀의 기를 살펴보았다.


“다행이군, 거의 다 회복이 된 것 같아.”


“네. 전신. 마존이 정말 신경을 많이 써 주셨어요. 몇 날 며칠 잠도 못 주무신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이 탐탁지는 않았지만, 내색 없이 웃음만 지어보이고 있었다.


“성운제군은요... ? 함께 오셨다고 하던데.”


“아까, 네가 잠이든 동안 본군과 함께 한참 네 곁에 머물러 있었는데. 천계에 돌봐야 할 일이 많아서 먼저 출발해야 했다.”


자운의 운명을 결정지은 천계의 태자로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마, 자운의 곁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네...”


자운도 어두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녀 또한, 앞으로 그녀에게 닥칠 운명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가 있었다.


“회복이 다 되는대로, 나와 함께 돌아가자! "


“어디로요?”


“중천이든, 천계든...네가 편하고 원하는 곳으로.”


“... 여기도 엄청 편해요. 제가 좋아하는 정영지처럼 마음 편하고 아름다운 곳이에요.”


전신이 말문이 막혔다.


방의 창이 열려 있었고, 마침 마존이 자운의 약물을 가지고 창가를 지나려는 순간이었다.

그의 발이 창문 앞에서 멈춰졌다.


“네가 사라졌던 순간부터,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내가 널 지켜주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 자운...”


갈라지듯이 메마른 전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널 내가 꼭 지켜줄게. 끝까지...”


마존의 손위에 들린 약물이 거칠게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자운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왕 멈춰선 김에 비굴했지만,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전신... 당신은 정말... 저에게는 버겁고 자랑스러울 만큼, 멋진 친구이고 스승님이세요.”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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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2.05 23:55
    No. 1

    와! 당당이 봉순이, 연수까지! 하며 흥분했는데
    자운이 저의 기분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네요:D
    이제 겨우 다 모이고 몸도 회복되어 가는데 벌써 지옥 벌을 준비해야 하니 저도 속상해요.
    이제 끝이 보여서 아쉬운 마음에 천천히 읽고 있어요. 오늘도 즐겁게 새단장한 미운정 식구들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2.06 01:18
    No. 2

    안녕하세요. 별님~~
    별님덕에, 저도 만월검을 함께 읽으며 저글이 탄생되던 순간의 감정을 되새겨보았던것 같아요.
    글솜씨는 미약하지만, 나름 진심으로 온통 만월검만 생각하면서 지냈던 시간 이었을거예요..ㅋ
    그리고 이렇게 진심으로 공감해주시는 분을 만나니..
    그동안 참 행복한 순간들도 많이 느꼈어요.
    귀한 만남에 감사드립니다. 이웃별님.
    편한밤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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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선택 +2 22.10.07 47 5 12쪽
» 미운정의 주인 +2 22.10.06 51 5 13쪽
91 무진옥 22.10.05 50 5 11쪽
90 아녕의 과거 +2 22.10.04 47 5 12쪽
89 만월검의 여인 +2 22.10.03 42 4 12쪽
88 보천귀장 +2 22.10.02 37 4 11쪽
87 아녕의 진실 +3 22.10.01 42 4 11쪽
86 마계로 향하는 청룡 +4 22.09.30 37 4 11쪽
85 천해문을 여는 운우 22.09.29 38 4 12쪽
84 선. 마의 기운 +2 22.09.28 34 4 12쪽
83 격전의 날 22.09.27 38 4 12쪽
82 마존이 선택한 여인 22.09.26 44 4 12쪽
81 보연의 거래 22.09.25 34 4 11쪽
80 회마곡에서 만난 자운과 운우 +2 22.09.24 43 4 13쪽
79 잃어버린 너 22.09.23 37 4 12쪽
78 슬픈 준비 +2 22.09.22 41 5 13쪽
77 셋이서 함께 +4 22.09.21 64 5 12쪽
76 세오의 계획 22.09.20 31 5 12쪽
75 연적의 사내들 +2 22.09.19 33 4 11쪽
74 운우의 흔적 22.09.18 44 4 12쪽
73 기억 심기 +2 22.09.17 37 4 12쪽
72 현연의 탈출 22.09.16 34 6 12쪽
71 전신의 죽 +2 22.09.15 44 6 12쪽
70 다시 제자리로 +4 22.09.14 48 6 11쪽
69 기억 소환 22.09.13 33 6 12쪽
68 현연의 윤회점 22.09.12 37 6 12쪽
67 네가 꿈꾸는 사이 +2 22.09.11 4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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