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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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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706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10.01 17:30
조회
42
추천
4
글자
11쪽

아녕의 진실

DUMMY

막바지에 이른 조바심으로 그의 얼굴이 붉게 타오를 때쯤,

전쟁의 아수라장을 용케 피해 달려온 아녕이, 선풍을 향해 작은 병을 던져 주었다.


자신의 손에 던져진 작은 약병을 확인한 선풍이, 그에게 약병을 던져준 이를 쳐다보았다.


‘아이 ...?’


어쨌든 시간이 없었다.

그가 이야기 한대로, 정말 운우가 마기가 아닌 그냥 미혼 약에 취해 있는 거라면...


아마도 지금껏 정말 운우에게 마기의 힘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천궁은 상신인 그녀에게 그렇게 쉽게 천해문을 열어 주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푸라기도 큰 힘이 될 수 있어. 뭐든 움켜 잡을 수라도 있다면, 마음에 위안은 될 테니!'


선풍이 다짜고짜 세오를 제치고 앞으로 뛰어나가 운우의 머리 위로 연한 분홍빛의 가루를 ‘훅’ 하고 뿌렸다.


당황한 세오가 곧바로 선풍을 다잡고 끌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세오의 힘에 끌려 나가면서도 선풍은 운우의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연신 그녀가 이 꿈에서 깨어나길, 바라고 또 바라고 있었다.


“운우, 내가 왔어!”


세상에 존재한 이래로 선풍은 가장 큰 목소리로, 쉬지 않고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가 한번이라도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다면 잠에서 깰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떼를 쓰는 아이처럼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 대고 있었다.


잠시후 자리에 선채 멈칫 거리던 운우가 조금 어지러운 듯이 궁소검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선풍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운우가 화를 내면 선풍은 습관처럼 움찔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녀의 정신을 깨우기 위해 무슨 말이라도 강단 있게 해야만 했다.


“운우...! 우리... 그러니까... 우리 ! "


이상한 가루를 그녀의 머리위로 뿌린 후, 우물쭈물 서서 말도 제대로 뱉을 줄 모르는 이 맹한 사내를 운우가 여전히 신경질 적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 운우... 우리도 아기 낳자...!”


" ... !! "


선풍의 말은 살육으로 모든 것들이 엉망이 된 이곳을 더욱 어지럽게 헤집어 놓은 듯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들려온 이런 생뚱맞은 소리가 과연 무슨 뜻인지 딱히 감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무시하기에는 좀 관심이 가는 이야기에, 적군의 손아귀에 목숨 줄을 내놓은 그들의 신경을 슬그머니 해제시키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일이 맞을까 잠시 생각이 흩어지는 사이, 여지없이 위험한 칼끝을 아슬하게 피하거나 아니면 아예 목숨 줄이 끊어지는 생명들이 드문드문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 아, 또 저 소리 !"


운우가 잔뜩 약이 오른 표정으로, 선풍을 향해 소리쳤다.


“선풍, 제발. 그 소리 이제 좀 그만해요!"


‘아...! 됐다...됐어! '


선풍이 운우와 함께 있을 때, 언제나 큰소리로 허공에다 외쳐대던 선풍의 진심 섞인 농담 이었다.



‘우리가 아기를 낳으면, 바람 따로 비 따로 신경 쓸 필요 없잖아... 풍신과 우신이 함께 만든 아이니까, 비바람을 함께 다스릴 수 있을 것 아니야? 그럼 천제도 좋아하실걸, 관리자가 좀 줄어드니 말이야!’


허드러지게 피어오르던 구름을 함께 바라보며 수줍게 속삭이던 선풍의 속삭임에 운우는 언제나 거칠게 눈알을 굴리며 그에게 핀잔을 주곤 하였다.



선풍을 향해 투정을 부리던 운우가 정신이 든듯 불안한 낯빛을 띠기 시작하였다.

이내 어지러운 소리로 가득한 주변의 상황과 함께 무겁게 느껴지는 그녀의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칼이 들려 있었다. 다급하게 그녀의 손아귀에 있던 칼을 내던지며 놀라움과 두려움이 가득한 눈길로 선풍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 한없이 나약해 보이는 작은 짐승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처럼 ...

적어도 선풍의 눈엔 그렇게 보여 지는 운우를 위해, 더 생각할 새도 없이 선풍이 또다시 세오를 제치고 운우를 향해 달려 나갔다.


그의 품안으로 운우를 구겨 넣듯이 꼬옥 껴안은 후, 아직도 멍해 있는 운우를 선풍이 괜찮다고... 보듬고 있었다.


하지만 원래 강인한 성품의 운우가, 그토록 마음 졸였던 선풍의 바람대로, 그의 품에서만 머물러주진 않았다.


“좀 비켜봐요. 선풍!"


이제 온전히 정신을 차린 운우가 주변을 바라보니, 상황이 말이 아니었다.


상황을 지켜본 세오와 나체귀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고, 운우를 포기한 채 그들은 또다시 다른 방법을 빨리 생각해 내어야만 했다.


별의 나열이 어긋나고 천상염환의 힘이 다시 살아나면, 선불을 파괴할 기회는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었다.


주변을 살펴보던 세오가, 재빨리 달려가 운우가 떨어뜨린 궁소검을 잡아들었다.

각오를 한 듯, 한 치 망설이는 표정 없이 선불위로 날아올라 궁소검을 들어 선불을 향해 내리치려고 할 때였다.


상공에서 천상염환을 주시하던 태자의 봉황원신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거대한 날갯짓을 펄럭이며 허공을 크게 한바퀴 돌고난 후 세오의 몸을 향해 봉황의 강력한 불기운을 날카롭게 쏘아 보냈다.


나체귀가 급하게 날아올랐지만, 봉황의 선기는 그의 힘만으로는 당연히 역부족일 뿐이었다.

세오를 향해 날아오르는 나체귀를 튕겨내면서, 세오의 몸 또한 작은 몸부림도 허락하지 않은 채 봉황의 불꽃 속으로 말려들며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세오의 타들어가는 몸에서도 금빛가루가 스물 스물 피어 올랐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얼굴로 나체귀를 향해 딱 한 번의 미소만 지어줄 뿐이었다.


“세오 !”


나체귀가 외치는 소리 속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친구였던 그가, 어느새 세상에서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변심도 충분히 놀라왔지만, 그의 소멸은 운우와 선풍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때, 바닥에 내팽개쳐져있던 궁소검의 검 날 위로 검은빛의 광채가 빠르게 반짝였다가 시들어 버리는 것이 운우의 눈에 비춰졌다.


이어, 꽃모양처럼 아름다운 진기가 칼끝에서 새어나오더니, 허공 속 어디 론가로 바삐 사라져 버렸다.


잠시 깊은 생각에 멈칫하던 운우가, 궁소검을 다시 잡았다. 선풍이 놀란 눈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키 작은 아이, 아녕의 입가에 처음으로 밝은 미소가 번지는 것 같았다.


궁소검을 치켜든 운우의 의지가 드세 보였다.


“검의 봉인이 풀렸어. 선불이 일어나기 전에, 빨리 인간의 혼들을 깨워야해!”


검을 든 운우의 강인하고도 아름다운모습은 전율이 흐를 만큼 선풍을 감격스럽게 만들었다.

그녀에게서 흘러든 감동은 선풍의 의지 또한 덩달아 부추기며, 그녀가 하려는 일을 끝낼 수 있도록 옆에서 선기를 휘날리며 마군들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운우가 내력을 끄집어내어 높이 치켜든 검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행이 상제가 귀왕에게 검을 건네기 전에 상제가 아닌 다른 이의 명령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봉인을 해제 해놓은 상태였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운이었지만, 파장은 순식간에 전장에서 싸우던 인간계의 혼들을 하나 둘 깨우기 시작했다.


마기가 약해진 상황에서 의식이 돌아온 혼들은 자신들이 찾아 나서지 않아도, 천지의 순리에 의해 빨려나가듯이 전장을 떠나서 인간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시 인간계로 내려가서, 혼들의 길인 호선로를 따라 중천으로 들어갈 것이었다.


마군에서 빠져버린 반 이상의 숫자는 치명적으로 군대를 약하게 만들었다.

남은 마군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오룡의 힘은 더욱 빠른 속도로 이들의 수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결계가 해제 된 채로 마기에 노출된 소선과 여린 생명체들은, 마군의 검에 살아남았다 해도 이제 천상염환이 깨어난다면, 그 노기에 의해 다시 위험에 처해질 것이었다.


이를 감지한 오룡의 기운이 , 재빨리 이들에게 결계를 다시 씌우기 시작했다.


드디어 별의 열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깨어난 선불의 노기는 천계를 이런 아수라장으로 만든 이들에 대해 한 치의 망설임도 두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움츠렸던 거대한 힘은 사나운 짐승이 포효하듯이 일어나, 순식간에 전장을 누비며 마기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서려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갈가리 찢어놓고 다녔다.


아녕은 원래부터 선인의 몸으로 자신의 목표를 위해 귀왕 옆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귀왕조차도 자신보다 더욱 마기스러운 이 아이의 모습 때문에 마성를 강요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렇기에 마기를 받아들인 적이 없는 아녕은 선불의 공격에 안전할 수 있었지만, 전쟁에서 살아남은 나체귀는 위험했다.


다행히 나체귀를 알아본 수신이 급하게 선기의 결계을 씌워 생명을 지켜 주기는 했지만, 이 못난 제자와 회포를 풀만큼 이 상황을 용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



만황지의 황량한 벌판위로 떠도는 공기 속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전쟁 속에 잠긴 혼들의 환호 소리가 깊숙이 고여 있었다.


작은 바람이라도 이곳을 스쳐 지날 때면, 잠시 잠들었던 혼들이 일제히 깨어나 질러대는 소리로, 더 이상 이곳은 바람소리가 아닌 혼음 소리만이 가득한 흉흉한 곳으로 남게 되었다.


마존과 귀왕이 헤어졌던 곳에서 또다시 시작되는 전쟁은 또 한 번 만황지에 갇혀질 새로운 혼령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마군의 조용한 군대가 마계의 병사들과 맞붙어 치르는 전쟁은 흡사, 한 폭의 그림처럼 이지러짐이 없이 한결같았다.


주저앉지도 지치는 기색도 없이, 그들의 목숨이 베어지면 쓰러지는 동료를 밟고 뒤의 병사가 또다시 밀려 나타나고, 또다시 쓰러지면 나타나고 하는 식이었다.


지루해 보이는 듯 했지만 혼들도 그들의 소리가 아닌 이미 죽은 혼들의 환호소리를 들으면서 싸우는 동안은,

승리에 대한 열정보다 앞서 죽는 이들을 대신해서 순차적으로 떠밀려 나갈 수밖에 없는 공포에 먼저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일념 속에 그저 표정 없이 걸음을 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죽고 산 혼들의 섞임은, 치우침 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 참으로 아름답지 않으냐. 미인! 내, 이날을 얼마나 고대 했는지 모른다!”


귀진검을 움켜잡고 잔뜩 흥분된 귀왕의 목소리였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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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1.26 22:33
    No. 1

    선풍 드디어 해냈군요. 운우가 깨어났어^^
    만황지의 전투 묘사도 짧지만 강렬하네요.
    하지만 귀왕님. 운우 정신 차렸어요.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1.27 03:01
    No. 2

    네~~ 이웃별님~
    이제, 서서히 귀왕의 전쟁이 지나가면,
    더 치열한 연인들의 전쟁이 시작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금일에도 이렇게 만월검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1.27 03:05
    No. 3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웃별님~~^^
    댓글 쓰다가, 잘못눌러서..
    일부가 먼저 올라가 버렸어요..ㅋ
    그래서 두 묶음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저는 참.. 실수가..ㅋ
    휴일, 신나게 잘 보내세요. 별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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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만월검의 여인 +2 22.10.03 42 4 12쪽
88 보천귀장 +2 22.10.02 38 4 11쪽
» 아녕의 진실 +3 22.10.01 43 4 11쪽
86 마계로 향하는 청룡 +4 22.09.30 37 4 11쪽
85 천해문을 여는 운우 22.09.29 38 4 12쪽
84 선. 마의 기운 +2 22.09.28 34 4 12쪽
83 격전의 날 22.09.27 38 4 12쪽
82 마존이 선택한 여인 22.09.26 44 4 12쪽
81 보연의 거래 22.09.25 34 4 11쪽
80 회마곡에서 만난 자운과 운우 +2 22.09.24 43 4 13쪽
79 잃어버린 너 22.09.23 37 4 12쪽
78 슬픈 준비 +2 22.09.22 42 5 13쪽
77 셋이서 함께 +4 22.09.21 64 5 12쪽
76 세오의 계획 22.09.20 31 5 12쪽
75 연적의 사내들 +2 22.09.19 33 4 11쪽
74 운우의 흔적 22.09.18 44 4 12쪽
73 기억 심기 +2 22.09.17 37 4 12쪽
72 현연의 탈출 22.09.16 34 6 12쪽
71 전신의 죽 +2 22.09.15 44 6 12쪽
70 다시 제자리로 +4 22.09.14 48 6 11쪽
69 기억 소환 22.09.13 33 6 12쪽
68 현연의 윤회점 22.09.12 37 6 12쪽
67 네가 꿈꾸는 사이 +2 22.09.11 4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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