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수정2)
-보글보글보글보글
뚝배기에 부었던 물이 팔팔 끓고 있었다.
뚝배기에 물을 붓고 팔팔 끓인 뒤엔 조미료 약간과 된장 두 큰 술을 넣고 국자로 휘휘 저어준다.
된장의 구수한 냄새가 주방을 가득 매웠다. 나는 그 구수한 내음을 맡으며 향수에 젖었다.
"음~. 역시 이 냄새야."
다시 생각해도 신기했다. 여기서 이 냄새를 다시 재현할 수 있다니.
된장이 잘 풀어졌으면, 버섯, 무, 애호박, 두부를 적당히 썰어 넣고 같이 끓여낸다.
적당히 먹기 좋게 익었을 때 쯤 칼칼한 맛을 내기 위해 썬 고추를 넣었다. 그래, 이래야 된장찌개지.
내가 먹을 거라면 이거의 두세배는 넣었겠지만, 아가씨들에겐 매울 테니 많이 넣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현미밥과 비슷한 무언가와 반찬 그릇에 직접 담근 김치, 나물무침 등을 담고 쟁반에 뚝배기를 올리면 완성이다.
"된장찌개 정식 나왔습니다."
"와아."
뾰족한 귀의 금발 아가씨는 감탄했다. 그 옆의 은발 친구가 뭔가 미심적은 듯 말했다.
"유명한 음식점 이랬더니 요리가 좀 신기하게 생겼네. 이거 정말 우리가 먹을 수 있어?"
"응. 전부 채소로 만든 거라 괜찮아."
이 세계 사람들은 엘프라 그런지 대부분 채식주의자였다. 고기는 일절 먹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요리에도 고기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생선도 마찬가지다)
아가씨들은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떠마셧다.
-호로록
"하아."
그녀들은 국물 맛을 느끼자 뭔가 개운하다는 듯 한숨을 들이켰다.
은발 친구가 맛을 평가했다.
"와, 구수한 맛이. 뭔가가 안에서부터 차올라 개운해지는 느낌이야. 이게 무슨 요리라고?"
"된장찌개."
"된장찌개구나."
금발의 아가씨는 숟가락을 들어 밥그릇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밥을 국물에 묻히고 건더기랑 이걸 올려 먹으면 정말 맛이 끝내줘."
그건 바로 김치였다. 금발 아가씨는 밥을 국물에 적셔 애호박과 김치를 올려 한 입에 쏙 담았다.
"역시 김치를 올려 먹는게 제맛이지."
아삭아삭,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 모습에 은발 친구도 똑같이 따라해서 먹었다.
-아삭!
"으흠?"
김치가 씹히자 은발의 엘프는 무언가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숟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뭐야 이거? 아삭아삭 씹히는 이 '김치'라는 거. 새빨개서 매울 줄 알았는데 맵지도 않고, 뭔가가 입안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야. 게다가 이것 때문에 오물오물한 식감이 아삭아삭 해져서 그냥 밥을 먹었을 때 보다 식감도 좋아졌어. 그리고 조금 짤 수도 있는 된장찌개를 밥하고 먹으니 조화가 이루어져 더 맛있어."
"그치? 그게 된장찌개를 먹는 이유라고."
은발의 엘프 아가씨는 김치 옆에 있던 나물무침에 포크를 옮겼다.
"이건 뭐지? 냠."
나물무침을 입에 넣자 그 달콤상큼한 향이 입안에 퍼졌다.
"으으으으음?!"
은발의 아가씨는 두 눈이 동그래졌다.
"이건, 평소에 먹는 샐러드는 과일 드레싱을 써서 달콤하거나 식초 기반의 시큼한 맛인데, 이건 그 두 개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같아. 달콤한 것도 아니고, 시큼한 것도 아냐. 달콤시큼해."
"맛있지? 시큼한 맛이 식욕을 돋아주고 달콤한 맛이 입안을 즐겁게 해."
금발의 엘프가 맛있는 식사를 계속하며 말했다.
"인간따위가 이런 걸 만들어 내다니..., 믿을 수 없어."
"요정황 '오베론'님께 인정받을만 하지?"
어느 새 식사를 마친 엘프들은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할께요."
"네. 1리프 50시드입니다."
이파리 모양의 지폐 한 장과 씨앗 모양의 동전 5개를 받고 계산을 마쳤다. 계산을 마치자 엘프 아가씨들은 가게문을 나섰다.
"다음에 또 오자."
"그래!"
손님 한 팀이 나가기도 무섭게 다음 팀이 들어온다.
"어서오세요! 총 몇 분이신가요?"
나는 오늘도 요정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준다.
"네, 세 분이요. 안쪽으로 모실게요."
릴리 누님이 손님들을 빈 테이블로 안내했다. 아마릴리스 누님은 된장찌개 그릇을 치우면서 옛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른 모양이었다.
"기억 나? 아까 나간 된장찌개, 저거 하나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이었는지. 옛날 생각 나네. 안 그래, 아저씨?"
아마릴리스 누님이 빈 그릇들을 치우며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랬죠. 근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습니까, 누님?"
"벌써 5년 전 이야기니까요."
손님을 자리에 안내한 릴리 누님이 돌아오며 나즈막히 대답했다.
"세월 참 빠르군요. 그럼, 제 나이가 68세? 아직 젊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내 이름은 류금수. 이세계 한식집, [한식정원]의 오너 셰프다.
엘프세계에 떨어진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참 많은 고생이 있었지.
처음 이세계에 떨어진 그 날이 다시금 떠오르는 구나.
- 작가의말
주인공은 류금수입니다!
+) 프롤로그 변경했습니다.(안성진의 서술 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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