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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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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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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473

작성
19.10.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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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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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8쪽

48화. 실바디온에서 일어난 일(2)

DUMMY

“안녕. 우물우물. 만나서 반가워.”


옆에 오물거리며 먹던 라이트닝이 반갑게 인사했다.

이렇게 만나는 것도 악연인 것일까.

안성진이 말을 이었다.


“뭘 놀라고 그러시나? 목적지는 같으니 마주치는 것도 일이 아니지 않나. 여기 ‘알리오 올리오’는 꽤 맛있으니 그걸 먹는 걸 추천하지. 뭐, 파스타 가게인 만큼 그런 기본적인 요리가 맛대가리 없으면 웃기는 일이지.”


그 말을 끝으로 그 옆의 크림 파스타 면을 집어 먹었다.


“음. 그 반면에 이 신메뉴로 내놓은 크림 파스타. 정말 형편없어.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딴 걸 메뉴로 내놓을 생각을 하다니. 여기 주방장 낯짝을 보고 싶네. 보나마나 이 크림처럼 느끼한 쭈글이겠지만.”

“말 다 했습니까, 손님?”


금발 울프컷의 엘프 주방장이 홀로 나왔다.


“인간이라 그런 진 모르겠지만, 예의가 하나도 없군요, 손님. 그만 나가주겠습니까?”

“손님으로서 맛 평가를 한 것뿐인데 뭐가 맘에 안 드는 거죠? 아~, 인간 주제에 이렇게 입을 나불대서 심기가 불편하신가?”


안성진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장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쟤 진짜 성격 별로네요.”

“원래 저런 놈입니다, 릴리 누님. 전 진즉에 생각을 포기했습니다.”


류금수 일행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인간이면, 내쫓지도 않고 음식을 내놓은 것에 감사하며 식사나 할 것이지. 뭐가 그렇게 불만이길래 그럽니까?”


그러자 안성진은 주방장 면전에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그럼, 당신에게 보여줄게. 진짜 크림파스타가 무엇인지 말이야.”


그러자 식당 안 분위기가 갑자기 흥미진진해졌다.

대체 저 인간이 누구길래 주방장에게 저리 당당하게 외치는가.

저 인간이 대체 어떤 요리를 만들어낼 것인가.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다.


“심사는 네 놈의 혀로 하도록 해. 주방 빌려도 되지? 네, 주방모 빌려 쓴다.”

“아니, 무슨······!”


안성진은 후드를 벗어 의자에 걸쳐두고, 주방장의 주방모를 뺏어 자신의 머리에 씌웠다.

그리고 남은 앞치마를 앞에 둘러 식칼을 손에 쥐었다.


엘프 주방장은 분위기에 휩쓸려 그만 얼떨떨 멍하니 서있었다.


‘대회 연습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만들어 볼까?’


그는 먼저 캐슈넛 크림소스를 만들었다.


‘불린 캐슈넛에 적당량의 물, 간장, 케첩, 소금, 레몬즙을 넣어 믹서로 곱게 갈아준다. 크리미한 느낌이 날 때까지 곱게 갈아주는 것이 포인트.’


간장을 넣는 순간을 류금수가 잡아냈다.


‘저 녀석, 간장을 어디서 난거지?’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이어 도마를 꺼냈다.


‘이제 당근을 깎아 일자로 썰어주고, 파, 양송이버섯도 마찬가지로 썰어야지. 비건 요리라 재료가 한정되니 이건 어쩔 수 없네.’


그는 불 위에 프라이팬을 올려 올리브유를 둘렀다.


얇게 썬 양송이버섯을 넣고 후추 간을 해 볶다가 다진 마늘을 넣고 수분이 날아갈 때까지 볶아주었다.

여기에 간장을 넣고 양념이 밸 정도로 다시 볶아준다. 양송이 색이 간장에 물들어 어둡게 변한다.


‘그럼, 이제 다음은······.’


양송이를 다 볶았으니, 이제 이건 덜어내고 파와 당근을 올리브유에 볶아준다. 볶다가 매콤한 맛을 더하기 위해 다진 마른 고추도 조금 첨가했다.


당근이 어느 정도 익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캐슈넛 크림을 팬에 넣어 같이 졸여낸다.


이 사이에 파스타 면을 삶아준다.

끓고 있는 냄비 물에 넓적한 파스타, 페투치니를 넣어 주었다.


소스가 어느 정도 졸여지면 소금 간을 하고 아까 덜어냈던 양송이볶음을 소스에 추가해 같이 저어준다.


이걸로 비건 버섯 크림소스가 완성되었다.


소스는 완성되었으니, 이제 삶은 파스타 면을 넣을 차례다. 끓고 있는 냄비 물에 파스타를 건져 물기를 탁탁 털어낸다.


불을 끄고, 남은 열로 파스타 면과 소스를 휘휘 저어 양념이 잘 묻도록 한다. 소스의 묽기는 면수를 넣어 점성을 맞추도록 했다.


이걸 접시에 예쁘게 담아내면 비건 양송이크림 파스타 완성이다.


“다 됐으니 확인해 보시지, 주방장. 네 혀로 직접 확인해보라고. 엄청 맛있을 거니까. 아, 그리고 이건 돌려줄게.”


안성진은 요리가 끝나니 주방모를 돌려주었다.

주방장은 심기가 불편했다.


“크흠. 겉보기엔 향도 좋고, 먹음직스럽긴 한데 맛은 과연 어떨지······.”


그는 처음 본 인간 따위가 만든 음식이 그럴싸하다곤 생각했지만, 동시에 맛이 그렇게 있을 리가 없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증은 남아있는 법.

그는 인간의 요리가 어떤지 요리사로서 궁금했다.


그는 포크로 파스타를 돌돌 말아 한 입 먹어본다.


“이 맛은······!”


크림스럽게 부드럽고 고소한 소스. 거기에 간이 맞춰진 양송이버섯의 풍미. 케첩에서 오는 약한 단맛. 마른 고추의 매콤한 맛과 볶은 야채의 식감.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조화롭게 엮이며 하나의 맛으로 승화시켰다.


‘엄청 맛있잖아.’


맛을 보니 주방장 엘프의 두 눈이 번뜩 떠졌다.


“당신의 요리에 비하면 꽤 맛있다는 거 인정합니까?”


주방장은 입술을 깨물며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예. 인정합니다······.”


주방장은 고개를 숙이며 결과에 승복했다.


“잠깐, 나도 어디 맛 좀 보자.”


류금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안성진의 크림파스타를 먹어봤다.


“역시······.”

“맛있지? 맛있다고 말해, 늙은이.”

“너 간장 썼지? 이 간장 대체 어디서 난 겐가?”


안성진은 순간 뜨끔했지만, 기침을 한번 하더니 아무 문제도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아. 그야 떠나기 전 당신 집 앞 옹기에서 몇 국자 조금 슬쩍 했지.”


류금수는 발끈 화가 났다.

“뭐라고? 이게 어디서 도둑질이야?”

“서양의 간장이라고 하는 오리지널 우스터소스는 앤초비(* 서양의 생선절임)가 들어가서 비건 식품이 아니라서. 우스터소스를 대체하려면 간장이 필수인데, 난 간장을 만들 줄 모르거든. 양도 많길래 조금 슬쩍했지.”

“이, 이 고얀 놈을 봤나.”

“그러게 집밖에 그렇게 가져가기 쉽게 놔두래? 원래 높은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은 가리면 안 되는 법.”


완전 적반하장이었다.


“방귀뀐 놈이 성낸다더니. 쯧쯧. 잠깐, 근데 넌 무려 한식 미슐랭 3스타 셰프가 아닌가? 어떻게 간장 만드는 법을 모를 수 있는 겐가?”

“그런 건 밖에서 훨씬 좋은 식재료로 사올 수 있는데, 굳이 내가 일일이 만들어서 쓸 이유는 없잖아?”

“요리에 정성이 하나도 안 들어갔었군.”

“대신 다른 장인들이 정성스레 만들어 주잖나. 내가 만드는 것보다 더 좋은 재료가 밖에 널렸는데 왜 굳이 장을 담가야하지? 그게 더 효율적인 걸.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갈 이유는 없지.”

“뭬야?”


류금수는 그의 요리인으로서의 태도에 불만이었다.


“애당초 한식을 시작한 이유도 이슈를 몰아 스타가 되고 싶어서 그랬는걸. 희소성도 있고, 완전 애국 마케팅이 되잖아. 내가 해외 유학을 했던 이유도 양식을 공부하기 위해서였지, 한식을 위해서가 아니었어. 미슐랭은 서양 사람들이 평가하니, 그들의 입맛에 맞게 퓨전 음식으로 승부하려고 했지. 애당초 한식을 해외에서 배운다는 발상도 웃기지만 말이야.”

“눈곱만큼의 애국심도 없었구먼?”

“영감님은 모르겠는데, 솔직히 나라에서 해준 것도 없는데 충성을 바칠 이유가 어딨어? 내 금쪽같은 시간이나 빼앗았지. 영감은 그러니 신경이나 끄시죠. 전 그럼 계산하고 마저 가겠습니다. 내일 모래 대회에서 봬요.”


그렇게 안성진은 테이블 위에 돈을 올려두고 자리를 떠났다.


“죄송해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제가 나중에 따끔하게 혼낼게요.”


라이트닝은 그 말을 끝으로 같이 문밖으로 나갔다.


“실력은 있는데 성질이 더러운 인간이네.”


엘프 주방장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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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폴른 엘프의 난(3) +4 19.10.15 506 8 7쪽
61 60화. 폴른 엘프의 난(2) +3 19.10.14 495 14 8쪽
60 59화. 폴른 엘프의 난(1) +2 19.10.14 498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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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화. 황실요리경연대회 - 8강(3) +4 19.10.12 487 14 8쪽
56 55화. 황실요리경연대회 - 8강(2) +3 19.10.12 490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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