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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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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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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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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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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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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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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0쪽

44화. 징조(5)

DUMMY

“폴른 엘프?”


엘프 자매는 깜짝 놀랐다. 그들도 ‘폴른 엘프’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폴른 엘프라면, 릴리 누님이 말해줬던 거 같은데. 고대부터 고기를 계속 먹어온 엘프가 있다고······.’


거목 뒤에서 류금수는 기억을 더듬었다.


“진짜 폴른 엘프야?”

“왜? 폴른 엘프 처음 봐? 내 이름은 드로세라야.”


후드가 벗겨지자, 말투도 목소리도 완전히 딴 엘프가 되었다.


“그럼, 역시 너 인간을 사냥하려는 이유가······.”

“그래, 맞아.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서지. 후후후.”


폴른 엘프가 꺼림칙하게 웃었다.


‘인간을······, 잡아먹는다고?’


그 말에 모두 충격에 빠졌다.

릴리는 동공이 흔들렸다.


“사, 사람을 잡아먹는다고요? 미쳤어요?”

“더러운 족속을 정화하는 건데 뭐 어때?”

“정화······라고?”


아마릴리스의 표정이 굳었다.

드로세라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 폴른 엘프는 《그림자》에서 은둔하며 살아온 족속이야. 고대부터 고기를 먹어왔지만, 이제 고기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 기껏 잡은 고기는 전부 드워프 시장에 내다 팔리고, 잡을 수 있는 것도 민간에 피해를 끼쳤을 때뿐이니까. 우리에게 고기는 그림의 떡이었지.”

“그래서 대안으로 인간을 잡아먹어왔다?”


아마릴리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드로세라는 가볍게 대답했다.


“그래. 그러다가 〈백년전쟁〉이 일어났고, 우리는 인간의 잔혹한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지.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어. 정의의 이름으로 저 더러운 족속들을 없애고 싶다고. 그들의 더러운 영혼을 우리 몸 안에서 정화시키겠노라고!”


폴론 엘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말 맛있어. 인간고기란 건. 〈백년전쟁〉에서 낙오된 병사들, 포로들을 잡아 하나하나 손질해 먹는 게 얼마나 쾌감이 있던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 그 누구도 인간이 사라졌다고 신경 쓰지 않아.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대체 누가 싫어하겠어?”


그 말을 끝으로 엘프 자매와 류금수는 온 몸이 떨렸다.


“미쳤어.”


아마릴리스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응?”

“넌 그냥 미쳤어! 네가 하는 짓은 용납될 수 있는 짓이 아냐!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격양된 아마릴리스의 목소리가 드로세라의 귓가에 꽂혔다.

그러자 그는 의아했다.


“밥을 먹는 게 그렇게 이상해?”

“이상하고 자시고······!”

“너희들도 그러지 않아?”

“네?”


릴리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했다.


“식물들을 먹는 거 말이야. 뿌리까지 먹던데, 그건 괜찮은가봐?”

“뭐라고?”


아마릴리스는 발끈했다.

드로세라는 말을 이어갔다.


“본질적으론 다르지 않잖아. 토막 내서 조리하고 섭취한다. 결국 다른 생명을 죽여서 양분으로 삼는 건 똑같은데?”

“그게 어떻게 같아?”

“같지. 그저 감정이 표현되는 놈이냐 아니냐 차이일 뿐. 생명을 빼앗고 취한다는 건 매한가지니까. 아냐?”

“친구를, 친구를 어떻게 잡아먹을 수 있어?”

“우린 너희와 달리 자연을 사랑해. 나무는 우리의 친구지. 그래서 채식이 아니라 육식을 하는 거야. 우린 숲을 너무나도 사랑하니까.”


-팟!


드로세라의 말끝에 화살 한 발이 그녀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아까 나무에 상처를 낸 주제에 궤변 좀 작작 하시지?”


아마릴리스가 활을 겨누며 말했다.


“하.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인 줄 알아?”


폴른 엘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주변에 아우라가 일었다.

그 강대한 마력의 분출에 엘프 자매는 본능적으로 도망쳤다.


“아저씨, 어서 뛰어!”

“예?”

“어서 뛰라고요!”


그들은 빠르게 숲속으로 도망쳤다.

드로세라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고대의 힘. 북풍의 정령이여. 나의 부름에 응해 이곳에 응답하라. 나, 너와의 언약으로 그 운명이 맺어졌으니. 저 어리석은 적들을 매몰차게 쓸어버려라. 나오너라, 《보레아스》!”


그의 발아래에 보랏빛 마법진이 그려지고 검은 바람의 정령이 소환되었다.


“보레아스? 설마 고대 정령이야?”

“고대 정령이라고요?”

“사라진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엘프 자매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레아스》! 저 인간과 엘프들을 쓸어버려!”

“나의 오랜 친구여, 알겠다.”


보레아스는 그대로 거대한 토네이도를 만들어 냈다.


“뭐, 뭡니까. 저게?”


류금수는 뒤에 다가오는 거대한 토네이도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이러다간 휩쓸리겠어요!”

“안 되겠어. 릴리, 우리 그거 하자.”


릴리는 다급해진 언니의 말이 무슨 의민지 알아차리곤 도망치는 걸 멈추곤 바닥에 씨앗을 뿌렸다.


“아저씨는 계속 도망쳐요!”

“누님들,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엘프 자매는 마주보고 섰다.


“《홀딩 스프라우트》!”


씨앗에 마법의 기운이 스며들자 발아하며 엘프 자매의 발목을 세게 감쌌다. 씨앗의 뿌리는 땅 속 깊이 퍼져 제대로 고정되었다.


엘프 자매의 발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둘은 장갑 낀 손으로 마주잡아 깍지 꼈다.


두 장갑의 마법의 활을 하나로 합쳐 좀 커다란 활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둘은 같이 시위를 당겼다.


“우리의 모든 마력을――”

“――이 한방에······!”


그들의 화살이 평소보단 몇 배는 더 굵어졌다.


토네이도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관통 속성 추가. 회전 속성 추가. 바람 속성 추가!”


토네이도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바람에 활을 제대로 고정하기 힘들어졌다.


그러자 씨앗이 계속 자라나 엘프 자매의 몸을 감싸고 자세를 고정시켜주었다.


“고작 화살로 보레아스의 토네이도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습기 짝이 없네. 아하하하하!”


드로세라는 그들을 비웃었다.

그녀는 고기를 먹을 생각에 점점 미쳐갔다.


“없어져, 없어져버려! 다 죽어서 우리의 일용한 고기가 되란 말이다! 아하하하하하!”


하지만 자매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부족해. 더 많은 마력을 쏟아 넣어야해! 없으면 내일분의 마력을 끌어와!”

“으아아아······!”


그들의 화살은 점점 강하게 회전했고, 위력은 커져갔다.


“릴리, 보여?”

“응. 보여, 이 마법의 〈핵〉이······!”


엘프 자매는 《마력 탐지》로 토네이도에서 마력이 시작되는 한 점을 보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마법은 그 효력을 작용할 때 어떤 구심점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바로 〈핵〉.

이 한 점의 핵이 부셔지면, 그 어떤 마법이든 효력을 잃고 파훼가 된다.

엘프 자매는 여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핵의 크기는 좁쌀 크기만큼이나 작다.

그들의 화살이, 강력한 바람을 뚫고 이 핵을 파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머니, 아버지. 부디 저희를 도와주세요.’

‘저흰 이제 더 이상 가족은 잃고 싶지 않아요······.’


엘프 아가씨들의 기도는 간절했다.

그만큼 그들에겐 이제 류금수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러자, 무언가 그들의 어께에 손을 얹은 감촉이 들었다.

따뜻한 손길이었다.


‘고마워요.’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그들의 화살의 위력이 몇 배는 더 올라간 것이었다.


“이야아아아아아압―――――――!”


-팡!


엘프 자매는 씨앗 줄기로 고정된 상태에서 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날아갔다.


“가라아아아아앗―――――――!”


두 엘프는 입을 모아 간절히 소리쳤다.


꿰뚫었다.

그들의 열망이 간절했는지, 화살은 기대에 응했다.

화살은 올곧게 나아가 토네이도를 비집고 마법의 핵을 꿰뚫었다.


-콰직!


〈핵〉이 파괴되자 토네이도는 힘을 잃고 사라졌다.


“쿨럭!”


관통력이 부여된 화살이 너무 강했는지, 저 뒤에 있던 드로세라의 옆구리도 꿰뚫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내가······?”


그녀는 각혈을 토하고, 류금수 일행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풀썩.


엘프 자매가 마력을 모두 소진했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특히 아마릴리스는 이제 더 이상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안 움직여···. 마비인가.”


아마릴리스는 방금 마력을 다 쓴 탓에 마법저항력이 없어졌다.


“하아. 하아. 이게 손 까딱할 힘도 없어요.”

“누님. 어서 도망쳐야합니다!”


뒤에 있던 류금수가 뛰쳐나와 엘프 자매를 부축했다.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나아갔다.


“어딜 도망가는 거니?”


순간 류금수 일행의 온몸이 오싹해졌다.

폴른 엘프에게 상처를 줬음에도 금세 류금수 일행을 따라온 것이었다.


“하아, 하아. 나를 이 꼴로 만들다니. 칭찬하겠지만, 너희들을 이제 고기로 만들어야겠어! 인간들을 도와주는 엘프를 포함해서 말이야.”

‘이제 끝인가······!’


류금수는 절망 앞에 놓였다.


“오랜만에 포식하겠는······, 어?”


-촤라락!


바닥에 설치된 함정이 드로세라를 덮쳤다.

그녀는 사지가 묶여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힘도 빠져 어떤 마법도 할 수 없었다.


“이건 대체 언제?”


엘프 자매는 뭔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이 상황을 바라보았다.


“정말 시끄럽게 날뛰어주었네요, 폴른 엘프 씨. 아, 반가운 얼굴도 있네요. 제 위대한 정보수집 시스템 체계가 없었음 어쩔 뻔했어요, 인간 요리사 씨와 아가씨들?”


달빛 아래 한 사내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짜증나는 얼굴이었었다.

그 동안은 정말 짜증나는 얼굴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류금수 일행에게 너무 반가운 얼굴이었다.

살았다는 생각에 그들 모두 눈물을 글썽였다.


“나, 나르시스 씨!”


작가의말

이제 이 에피소드도 끝나갑니다.


아, 엘프자매가 쓴 기술의 이름은 《스파이럴 피어스》예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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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화. 금의환향 +4 19.10.18 557 14 9쪽
69 68화. 콩나물국밥(4) +2 19.10.18 500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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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화. 콩으로 고기를 만들자(2) +2 19.10.15 496 15 7쪽
63 62화. 콩으로 고기를 만들자(1) +2 19.10.15 536 11 7쪽
62 61화. 폴른 엘프의 난(3) +4 19.10.15 505 8 7쪽
61 60화. 폴른 엘프의 난(2) +3 19.10.14 495 14 8쪽
60 59화. 폴른 엘프의 난(1) +2 19.10.14 498 14 9쪽
59 58화. 황실요리경연대회 - 4강(2) +3 19.10.14 518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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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화. 황실요리경연대회 - 8강(3) +4 19.10.12 487 14 8쪽
56 55화. 황실요리경연대회 - 8강(2) +3 19.10.12 490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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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7화. 실바디온에서 일어난 일(1) +4 19.10.08 574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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