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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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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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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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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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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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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7화. 콩나물국밥(3)

DUMMY

다른 요정들도 류금수의 콩나물국밥을 먹자 그 특유의 추임새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흐어······.”

“하아. 시원하다.”

“끄어허.”


모두 국밥의 특유한 맛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 국밥이란 거 정말 맛있군.”

“밥과 국물에 콩나물까지 얹어 먹으니 식감이 좋고 얼큰해서 맛있어.”

“이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땀을 빼주는 게 뭔가 몸과 마음도 털털 풀어내는 기분이야.”

“아까 누룽열매 수프는 뭔가 따뜻한 느낌이었다면 이건 따뜻하게 감싸주는 느낌이야. 뭔가 포근하고 위로가 되는 것 같아.”

“그치? 누룽열매 수프는 향도 맛도 식감도 좋았지만 뭔가가 부족했어. 하지만 이 국밥은 그 뭔가를 채워주고 있는 듯해.”

“응어리가 풀린다는 느낌이랄까.”

“맞다, 맞어! 딱 그 느낌이야.”


요정들은 그렇게 테러로 인한 상처를 조금씩 위로받으며 치유해갔다.


『다 드셨으면, 투표해주세요. 공지 드린 바와 같이 황실요리경연대회 최종 결승전 결과를 이 투표로 결정하겠습니다. 1인당 1투표권 행사할 수 있으니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오고 요정들은 한 명씩 투표권을 행사했다.


류금수 일행과 안성진은 스텝들의 도움을 받으며 잔반 처리하며 설거지에 한창이었다.


“피난민들이 많으니 설거지거리도 많네요.”

“대충 천 명은 되던 거 같기도 하던데 말이야.”

“그래도 스텝 분들이 도와줘서 다행이군요. 설거지는 요리과정이 아니니 도와줘도 되는 모양입니다.”


데스페라디오스도 같이 설거지를 거들었다.


「이게 설거지란 건가. 저쪽에선 그냥 먹고 해치워서 할 필요가 없었는데.」


“음식을 먹고 나면 설거지는 필수입니다. 그릇을 깨끗이 닦아야 다음 요리할 때 쓰죠.”


「듣고 보니 그렇구나.」


음식을 다 먹은 요정들이 하나 둘 설거지거리를 건네주며 인사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정말 개운하고 맛있었어요.”

“파이팅이에요.”


「다들 좋아하는 것 같군. 너도 그렇고.」


“이 말들이 전부 요리사로서의 보람이니까요. 기분이 안 좋을 수 없죠.”


데스페라디오스는 그런 류금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설거지가 마무리되어가던 쯤에 요정황이 두 인간을 불렀다.


“무슨 일입니까, 폐하?”


안성진은 공손히 황제께 인사를 올렸다.


“곧 결과가 나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게.”


이윽고 안내 방송이 나왔다.


『자, 이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이번 황실요리경연대회 최종 우승자는 요정황 오베론님께서 발표하겠습니다.』


황제는 책사로부터 결과표를 넘겨받았다.


“이거 참 재밌는 결과구나.”


황제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최종 결과를 발표하지. 마지막 우승자는······.”


꿀꺽.

두 사람 모두 긴장에 침을 삼켰다.


수백 명의 사람들의 식사를 담당하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제발 아저씨가 우승하게 해주세요······!’

‘제발 저 싸가지가 이기는 일을 없게 해주세요!’


두 엘프 자매는 그렇게 하늘에 소원을 빌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

이윽고 황제가 우승자를 발표했다.


“류금수, 축하하네.”


순간 류금수는 얼굴이 벙쪘다.


“예?”

“······자네의 우승일세.”


류금수는 상황 파악을 못하다가 잘 못 들었는지 귀를 후벼 팠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류금수, 자네가 최종 우승자란 말 일세.”


그제야 상황 파악한 류금수는 기쁨의 함성을 외쳤다.


“와아아아아아아악!”

“아저씨, 해냈어!”

“상금, 상금!”


「뭔 진 모르겠지만 축하해, 인간 요리사.」


류금수 일행 모두가 그의 우승을 축하해 주었다.

부둥켜안고 폴짝폴짝 뛰며 난리 났다.


“어, 어째서······?”


안성진은 두 눈이 덜덜 떨리며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했다.


“대체 왜 제가 졌단 소리입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폐하.”


그러자 오베론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쉿’ 외쳤다.


“언성이 높구나. 조용히 하게.”

“죄, 죄송합니다.”


안성진은 바로 허리 숙여 사과했다.


“납득을 못하는 것 같으니 결과를 화면에 보여주도록 하지. 플라타너스?”

“예, 폐하.”

“어서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폐하.”


플라타너스는 크리스털을 통해 홀로그램 화면을 띄웠고, 거기엔 투표수가 공개되었다.


“이건······!”


화면엔 양 측의 투표수가 공개되었다.


【류금수(콩나물국밥) 927 : 안성진(치즈감자수프) 186】


“뭐야, 이 압도적인 차이는······!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안성진은 부정했다.


“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실력자. 저런 늙다리 노인에게 내가 졌다고? 웃기지 마! 이곳 요정들의 입맛이 쓰레기인거야. 저런 서민 요리 따위에 내 요리가 질 리가 없어!”


그는 점점 동요했다.


“어디가 문제였던 거지? 서민들의 입맛을 고려해 수프를 선택했던 게 패인이었나? 좀 더 럭셔리한 내 스페셜리티를 선보이는 게 나았나? 아냐, 이 수프는 서민 수준에서도 최고였어. 레시피에 오차는 없다. 근데 왜!”

“정말 시끄럽구나.”


오베론이 그를 제지했다.


“아······!”

“그 이유를 짐의 입장에서 설명해도 되겠나?”

“아니오.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류금수가 그의 앞에 걸어왔다.


“그래. 이유나 들어보자, 늙은이. 이 압도적인 차이는 대체 뭐야? 뭐냐고!”


잠깐의 정적. 류금수가 입을 열었다.


“바로 우리 국밥의 위대함이지.”

“뭐?”


안성진의 동공이 흔들렸다.


“나 때는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하고 나면 온 몸과 마음이 지쳐서 피곤해지는 게 일상이었단다. 집안 가장이 되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기댈 곳은 딱히 없었거든. 나는 집안의 기둥이 되어야하는 사람이니까.”


류금수의 목소리는 회상에 잠겨 점점 적셔져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퇴근하고 밤늦게 24시간 여는 국밥집에 갔다. 주인아주머니의 살랑살랑 녹여주는 사투리와 함께 시원한 국밥 한 그릇과 소주 한 병을 시켜서 먹으면 그것만큼 치유되는 건 없었지. 혼자서 적적하게 그것들을 즐기면 뭔가 위로 받는 기분이었거든. 시원한 국물이 내 응어리진 마음을 녹여주고, 술 한 잔이 내 걱정을 덜어주는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힐링」이었지.”


안성진은 말없이 그의 말에 빠져들었다.


“자네는 치즈감자수프를 만들었지. 전쟁터나 피난할 때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 서민에게 딱 이겠다 싶어서 고른 음식이겠지만. 그건 영혼까지 든든히 채워주진 못한다. 스프는 죽처럼 간편식 같은 개념이니까 지친 마음을 풀어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 간병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고.”


류금수는 말을 이어갔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태평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은 넌 절대 이해할 수 없지. 이 국밥의 위대함을. 진정한 서민의 애환을! 그 애환을 어떻게 풀어갔는지 조차. 넌 그 마음까지 훔쳐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네. 이 철없는 애송아.”


털썩.

안성진은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짐이 더 첨언해도 되겠나?”

“상관없습니다.”


오베론은 자신의 평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 요리도 훌륭하긴 했다오. 누룽열매를 기반으로 녹말가루와 함께 수프를 만들어 빠른 시간에 많은 양을 만들어내고 피난민들에게 음식을 배급했지. 그 맛도 나쁘지 않았고, 건더기를 넣어 씹는 느낌과 포만감을 생각한 동시에 허브를 넣어 그 향으로 식욕도 돋우는 요리였네.”


요정황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단순히 그뿐인 요리였다고 말하면 이해되겠나?”

“그뿐인 요리······?”

“요리사의 정성이 느껴지지 않은 요리였네.”

“······정성?”

“반면에 류금수의 요리는 먹는 사람들을 생각한 마음이 듬뿍 담긴 요리였네. 밥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 육수를 내는 것 까지 전부 자네보다 오랜 시간 정성을 담아 만들어냈으니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르지. 류금수는 대용량 음식조차 하나하나 일정하게 맛이 나도록 심열을 기울였고, 짐도 이 음식을 먹자 그 요리사의 손님을 향한 마음이 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오. 그 마음과 정성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위로받고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고, 그에 〈치유의 식사〉란 주제에 맞게 류금수에게 각자 한 표를 던져준 것이겠지.”

“······.”


황제의 말을 듣자 안성진은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실소가 터져 나왔다.


“아하하하하······. 결국 이런 늙은이에게도 져버린 건가. 내가······.”


뭔가 다 끝난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류금수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안성진.”

“?”

“중요한 건 승패가 아닐세. 아까 손님들의 모습을 보았나?”

“그게 무슨?”

“주변을 둘러보게.”


어느 새 요정들이 안성진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인간 형의 수프, 맛있었어요.”

“정말 향이 좋아서 없던 입맛이 돌아왔어요. 맛있는 요리 해줘서 감사해요.”

“다음에도 좋은 요리 또 해주시면 안 되나요?”

“레시피 좀 알려주세요. 나중에 집에 가서 먹어보게요.”


안성진은 어안이 벙벙했다.


“다들 누구신지?”

“아마 자네에게 투표한 요정들일 테지. 자네의 요리가 맛있어서 투표해준 사람들 말일세.”

“······.”


류금수가 입을 열었다.


“손님들의 이 말들이 우리 요리사에게 있어서 최고의 보상이란 것을. 자네도 요리인이라면 알 테지. 자네는 어째서 요리를 시작했나?”

“나, 나는······.”


안성진은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요리 프로를 보고 부모에게 맛있는 요리는 해서 먹여줬을 때의 기억. 그때의 어머니의 미소. 그것 때문에 요리를 하는 게 즐거웠다는 것을 떠올려냈다.


‘그래, 난 그래서 요리를 시작했지. 근데, 지금의 난······.’


자신이 잊고 살았던 것을 다시 되찾았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였다.


“그러니 이제 그만 일어나게. 사내답지 않게 눈물은 좀 닦아 내고.”


류금수는 안성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안성진은 그의 손을 잡고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누가 울었다는 겁니까.”

“자네를 말하는 거지, 울보 애새끼.”


그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이건 그냥 콧물이 역류한 것뿐이라고요!”

“참 표현이 더럽구먼, 그래. 허허허.”


서로 만담을 하고 있던 차에 오베론이 모두에게 일렀다.


“자, 그럼. 모두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든 두 요리사에게 박수!”


짝짝짝짝짝.

점점 커지는 박수갈채 소리.

두 사람은 그 환호 속에서 훌륭한 요리사로서 요정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류금수······라고 했나?”

“예.”

“상금은 내일 준비해서 주도록 하겠네. 그리고 자네 궁중요리사가 될 생각은 없나? 여기서 우승하면 그 기회가 주어지니 말 일세.”

“정말 몇 없는 기회입니다, 류금수 씨. 평생 요정황제 오베론님께 요리를 해줄 수 있습니다.”


옆에서 책사도 거들었다.


“와~. 좋겠다, 아저씨.”

“궁중요리사라니 요리인으로서 거의 최고의 자리 아니야?”


두 엘프 자매는 그를 축하했다.

잠깐의 생각 시간을 가지고 류금수는 결정을 내렸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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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화. 콩나물국밥(4) +2 19.10.18 499 15 7쪽
» 67화. 콩나물국밥(3) +2 19.10.17 470 10 11쪽
67 66화. 콩나물국밥(2) +5 19.10.17 480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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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 콩으로 고기를 만들자(3) +5 19.10.16 522 13 7쪽
64 63화. 콩으로 고기를 만들자(2) +2 19.10.15 496 15 7쪽
63 62화. 콩으로 고기를 만들자(1) +2 19.10.15 536 11 7쪽
62 61화. 폴른 엘프의 난(3) +4 19.10.15 505 8 7쪽
61 60화. 폴른 엘프의 난(2) +3 19.10.14 495 14 8쪽
60 59화. 폴른 엘프의 난(1) +2 19.10.14 498 14 9쪽
59 58화. 황실요리경연대회 - 4강(2) +3 19.10.14 518 12 8쪽
58 57화. 황실요리경연대회 - 4강(1) +4 19.10.13 502 12 7쪽
57 56화. 황실요리경연대회 - 8강(3) +4 19.10.12 487 14 8쪽
56 55화. 황실요리경연대회 - 8강(2) +3 19.10.12 490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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