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irvanas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어딘가로부터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흑우b
작품등록일 :
2019.04.01 23:20
최근연재일 :
2019.05.02 21:47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261
추천수 :
16
글자수 :
83,580

작성
19.04.25 22:21
조회
81
추천
0
글자
11쪽

2-3

DUMMY

오늘도 가주인 에밀리를 대신하여 가주 업무를 치른 스탄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실이 아닌 개인 연무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던전 사건이 대충 정리된 이후로 매일 같이 계속된 일과였다. 그가 지치고 피곤함에도 이런 일과를 매일같이 하게 된 것은 던전에서 겪은 일들 때문이었다.

평민출신, 그것도 부모를 알 수없는 고아출신인 스탄이 기사가 된 것은, 그것도 무려 한 가문의 최고 기사단의 단장의 자리에 까지 오른 것은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재능과 열정이 모두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스탄이었기에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은 존재에게 무력하게 당한 일과 집을 떠나기 전, 자신보다 약했던 레이지의 놀랍다 못해서 경악스러운 무력은 그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그렇기에 남들처럼 순수하게 감탄만 하고 넘어갈 수 없었다.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레일리에게 귀가 닳도록 듣고 있는 ‘백색 선’은 비록 기절하고 있어서 보지 못했다. 그러나 스탄은 보았다. 자신의 푸른 오라와는 전혀 다른 레이지의 찬란한 금빛 오라를 보았다.

머리가 깨이는 기분이었다. 마땅한 스승이 없어서 더 나아갈 방향을 잃어버려 방황하던 스탄에게 갑자기 나아가야할 길로 향하는 이정표가 생긴 기분이었다. 스탄은 그저 마나를 받아들이고 축적하는 것이 아닌 마치 살아서 숨 쉬는 듯한, 영혼을 가진 듯한 오라를 떠올리며 명상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의 명상은 한 귀여운 침입자에 의해 저지당하고 말았다.

“아빠! 아빠!”

스탄은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에 명상에서 빠져나왔다. 꼭 자기 엄마처럼 거칠게 문을 젖히며 들어오는 귀여운 침입자, 레일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품에 쏙하고 안겨오는 그녀를 마주 안아주었다.

“우리 공주님! 무슨 일로 아빠를 이렇게 애타게 찾으시나?”

레일리는 무엇이 그렇게 분한지 발을 동동 구르고는 재잘대듯이 말했다.

“내가 오늘 삼촌 방에 놀러 갔는데!”

“응, 응.”

“맨날 잠만 자던 삼촌이 글쎄 방에 없는 거야!”

“그랬는데?”

“그랬는데, 게으른 삼촌이 제자를 들였다고 해서, 그래서 내가 구경을 갔단 말이야.”

레일리는 숨이 차는지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삼촌이 막 나보고 돼지라고 놀렸어. 그러고 막, 막 바보 같은 삼촌 제자가 나중에 나보다 훨씬 세질 거라고 놀렸어.”

씩씩 거리며 분해하는 레일리가 두서없이 말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마침내 스탄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우씨, 아빠 웃지 마! 완전 심각한 일이란 말이야!”

“미안, 미안. 삼촌이 잘못했네. 아빠가 삼촌 혼내줄까?”

“웅 그렇게 까지는 안 해줘도 괜찮아.”

스탄에게 하소연을 하고는 기분이 좀 풀린 레일리는 스탄의 목을 팔로 꼭 껴안으며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빠가 엄청 강하다고 하던데...”

“그럼, 그럼.”

“삼촌보다 더?”

스탄은 갑작스런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아이 질문에 너무 예민했음을 깨닫고 자조하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아이처럼 장난스레 말했다.

“글쎄?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통산 전적은 내가 위란다!”

“우와! 아빠 그러면 있잖아요...”

갑자기 레일리가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몸을 배배 꼬았다.

“나 더 세지게 해줘. 삼촌 제자보다 훨씬 세져서 삼촌한테 놀림 당한 거 그대로 갚아줄래!”

스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녀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 꼭 레이지에게 갚아주도록 하자.

그것은 과연 레일리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낙엽이 지는 한가을 한 부녀가 사제지간을 맺었다.


레이지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레온이 자신을 깨우면 일어나서 같이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레온에게 오전 훈련을 시킨다. 점심을 먹는다. 오후 훈련을 시킨다. 씻고 저녁을 먹는다. 체력이 받쳐준다면 레온의 신체 개조시술!?을 하고 아니라면 잠을 잔다. 이 일련의 과정의 무한 반복이었다.

그리고 이 단조로운 레이지의 일과가 매우 못마땅한 사람이 존재했다.

에밀리는 전날 밤새 무리를 한 결과 녹초가 되어 침대와 하나가 된 레이지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째려봤다. 그리곤 그가 덮고 있는 이불을 두 손으로 강하게 당겨서 강제로 빼앗았다.

-쿵 쿵

이불로 몸을 돌돌 말고 있던 레이지가 그대로 날아가 천장에 부딪힌 다음 맨 바닥에 떨어졌다. 물론 반쯤 의도한 결과였으므로 에밀리는 미안해하기는커녕 방에 들어온 이래로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미소를 지으며 잠들어 있던 레이지의 얼굴은 흉악하게 찌푸려졌다.

”미쳤어? 이 멧돼지가 아침부터 뭐하는 거야?

“어머 어머 신기해라. 식충이가 말을 하네?”

“아니! 하나 뿐이 없는 귀여운 동생에게 식충이라니!? 이렇게 사랑스러운 식충이 본 적 있어?”

뻔뻔한 레이지의 말에 돌아온 것은 레이지의 혐오스럽다는 경멸의 표정과 독설뿐이었다.

“귀여운 게 다 얼어 죽었니? 헛소리 하지 말고 식충이 소리가 듣기 싫으면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집에 돌아와서 집안 살림을 거들지 못할망정 집에 돌아와서 네가 한 게, 쳐먹고 쳐잔거 말고 뭐가 있어!”

레이지는 곰곰히 자신의 과거 행적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머리에 번뜩이며 떠오른 것을 말해 보았다.

“그 제자 육성을 위해 훈련을...”

“그것도 처음에나 나가서 도와주고 요새는 해먹 설치해놓고 자빠져서 잠만 자더구만! 애초에 그리고 네 제자 키우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연무장 사용료나 내놔 이자식아.”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할 말이 없을 명명백백한 사실들의 폭격이었다.

“고거 참 돈도 많으면서 쪼잔하게 구네. 못된 멧돼지.”

그러나 애석하게도 레이지는 양심이 없었다. 그의 도발에 더더욱 분노한 에밀리가 그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소리 질렀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나가서 돈을 벌어 오든지 내 집에서 나가던지 하나 결정해!”

“에잇 더러워서!”

레이지는 바닥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서 나가기 시작했다.“어디가!”

“돈 벌어 오라며? 내가 더러워서 돈 벌어온다!”

“요게 누나한테 싸가지없이 말하는 뽄새 좀 봐!”

레이지는 자신의 도발에 열이 잔뜩 받아서 달려드는 에밀리를 피해 도망쳤다.


“매정하고 못된 멧돼지.”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밖으로 나온 레이지는 마차가 달리를 소리를 들으며 투덜거렸다.

“기차가 여기저기 다니는 세상에 마차라.”

짐칸에서 벽돌로 포장된 도로를 궁상맞은 자세로 내려다보고 있는 레이지가 보기에 이 동네는 참 언벨런스한 동네였다.

“저기 레이지님.”

그때 마차를 몰던 마부가 레이지의 궁상맞은 모습을 힐끔힐끔 훔쳐보다가 말을 걸어 왔다.

“왜.”

마부는 어쩐지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연신 사방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저기 말입니다. 왜 여기로 오신 겁니까?”

레이지는 대답 없이 태연하게 궁상맞은 자세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점점 더 불안해진 마부가 저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여기는 제국 변방이라서 이렇게 호위 병력도 없이 돌아다니면 십중팔구 도적이랑 마주칠 거라고요!”

마부, 아니 크레이크 가문의 경비병인 찰스는 천하태평한 레이지에게 닦달했다. 그것이 효과가 있던 것인지 레이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읏차!”

그러고는 말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레이지를 보며 찰스가 자신이 너무 건방져서 저 양반이 열받았나?라고 생각할 때쯤이었다.

“그럼 좋지. 애초에 그러려고 온 건데.”

“네?”

“결계 쳐줄 테니까 안에 들어가 숨어있어. 괜히 나와서 일 귀찮게 만들지 말고.”

어느새 마부석으로 나온 레이지가 찰스의 뒷덜미를 잡아채 텅 비어있는 마차의 짐칸으로 던졋다. 그리곤 말들을 멈춰 세웠다. 그 모습에 찰스가 식겁했지만 말릴 세도 없이 식속하게 이 모든 일들이 행해졌다. 찰스는 그저 자신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물론 그것은 헛된 기도였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일련의 말을 탄 무리들이 레이지가 탄 마차를 에워쌌다. 그리고 완전히 둘러싸자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마부석에 멀뚱하니 서서 자신을 쳐다보는 레이지를 마주 바라봤다.


제국은 비교적 치안이 잘 잡혀있다고 평가받는 나라였다. 다만 그것은 제국 중앙의 이야기였다. 제국의 영토는 너무 광활했고 그 드넓은 지역을 전부 통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제국도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었고 주기적으로 토벌대를 보냈으나,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었다.

어떻게 아는 것인지 도적들은 자신들을 토벌할 목적으로 대규모의 토벌대가 구성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그 지역으로부터 도망을 쳤다. 소규모라 할지라도 정규군이라면 건들지 않는 영악함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제국 외곽지역은 끊이지 않는 도적 떼들의 습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노르드 도적단도 이러한 도적떼들 중 하나였다.


노드르 도적단 단장은 마차를 훑어보았다. 마차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튼튼해보였고 깔끔하게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 마차를 끄는 두 말은 전형적인 짐말로 힘이 좋아보였다. 마차에는 호위는 보이지 않고 마부가 마편을 들고 겁에 질렸는지 멀뚱하니 서서 얼어붙어 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얼뜨기가 자신들의 영역인지 모르고 들어온 것으로 보였다. 큰소리로 겁을 주면 알아서 집과 말을 바치고 도망치리라. 그렇게 판단한 도적단장은 배에 힘을 주고 외치려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누군가 자신이 머릿속으로 준비한 대사를 먼저 외쳤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들! 가진 것을 다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도적단장은 고개를 홱 하고 돌려서 부하들을 째려봤다. 감히 자신의 대사를 가로 챈 녀석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도적단장의 개차반 같은 성격을 잘 아는 부하들이 그랬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고는 대사를 가로 챈 범인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신들이 억울함을 필사적으로 호소한 그들의 노력으로 오해를 푼 단장이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흐흐.”

잿빛 머리칼의 마부가 자신을 보고 하얀 이를 내보이며 음흉하게 웃는 모습을.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나니, 어딘가로부터 귀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2-5 19.05.02 68 0 12쪽
17 2-4 19.04.29 88 0 10쪽
» 2-3 19.04.25 82 0 11쪽
15 2-2 19.04.23 82 0 10쪽
14 2-1 19.04.19 79 1 11쪽
13 1-12 19.04.18 84 2 11쪽
12 1-11 19.04.18 84 0 14쪽
11 1-10 19.04.16 89 0 11쪽
10 1-9 19.04.15 89 0 10쪽
9 1-8 19.04.13 103 0 8쪽
8 그리고 레이지는 19.04.10 110 1 9쪽
7 남겨진 레온은 19.04.09 113 1 11쪽
6 마룡 등장! 19.04.08 136 1 12쪽
5 도망을 쳤다. 19.04.05 152 2 14쪽
4 던전으로 (190420 수정) 19.04.04 194 2 13쪽
3 돌아왔으나 19.04.02 222 2 11쪽
2 어딘가로부터 19.04.01 221 2 9쪽
1 프롤로그 - 어느 가출 소년 19.04.01 266 2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