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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vanas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어딘가로부터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흑우b
작품등록일 :
2019.04.01 23:20
최근연재일 :
2019.05.0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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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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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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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11

DUMMY

좀비가 된 드래곤이 내뿜는 피어로부터 가장 먼저 자유로워진 것은 스탄이었다. 스탄은 손에 쥔 검을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 눈앞의 거대하고 사악한 존재, 좀비에게 전광석화로 달려들었다. 좀비에게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주변의 괴물들조차 도망쳐버렸기 때문에 앞길을 막는 방해물 따위는 없었다.

좀비는 앞발을 휘둘러 자신에게 달려드는 벌레 같은 존재, 스탄을 인식했다. 그리고 간단히 앞발을 내려찍어 벌레처럼 스탄을 짓 밟으려했다. 그러나 좀비는 살아생전의 날렵한 움직임을 재현할 수 없었고 그 질풍과도 같은 스탄을 따라잡기엔 너무 느렸다.

가볍게 공격을 피한 스탄은 그대로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앞발에 올라탔다. 좀비는 몸을 비틀고 흔들며 스탄을 떼어내려고 하였으나 소용없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목 위에 당도한 레이지에게 무방비하게 자신의 머리를 내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다.

스탄은 마치 교범에 나올듯한 깔끔한 찌르기로 검을 좀비에 머리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쓰러지는 좀비를 뒤로 하고 바닥으로 안정적이게 착지했다. 찰나에 이루어진 신속하고 정확한 공격에 모두가 감탄했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상황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긴장을 풀지 않은 것은 오직 레이지 뿐이었고 그래서 이변을 알아챈 것도 그 뿐이었다.

“형 조심해! 아직 안 끝났어.”

좀비, 사후 편히 쉬어야만 할 죽은 자의 육신을 악의와 마력으로 일으켜 세워 사역하는 강령술, 네크로맨시(Necromancy)를 대표하는 사역마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령술로 사역하는 고위 개체들보다 제조가 단순하고 쉬워서 마력만 충분하다면 즉시 제조도 가능했지만 생전보다 강해지기는커녕 권능과 지능을 잃고 심지어 육체 또한 약해져 터무니없이 약해지는 단점이 존재하는 별 볼일 없는 하위 사역마였다.

그러나 고위 강령술로 사역하는 개체들과 공통적으로 가지는 장점이 존재했다. 이미 죽었으나 죽지 못한 자(Undead)인 그들은 육신이 완전히 멸하지 않고 마력이 계속 공급되는 한 죽지 않는다.

이 중요한 사실을 네크로맨시에 무지했던 스탄은 몰랐고, 이 무지와 해치웠다는 방심에 대한 대가는 치명적인 일격과 함께 커다랗게 환산되어 돌아왔다.


좀비가 된 용은 용이 아니었다. 용족이 자랑하는 권능들도, 뛰어난 지성과 초능력들도 사용하지 못한다. 그저 커다랗고 힘이 센 좀비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것은 용족 최고의 권능인 ‘용의 숨결’이 아니었다. 물리적인 파괴의 정점에 선, 모든 것을 분쇄하는 숨결, 드래곤 브레스가 아니었다. 그저 거대한 용의 폐에 공기를 가득 채웠다가 내뱉는 동작에 불과했다.

그러나 좀비가 되면서 빠르게 시작된 부패에 의해 생겨난 시독과 어딘가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악한 기운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것에 직격당한 스탄은 강력한 바람에 의해 날아가면서 발생한 데미지와 중독을 피할 수 없었다.

“크윽.”

스탄은 공중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검기를 이용해 방향을 정하고 몸을 회전시키며 속도를 줄여서 날아가던 기세에 비해서 안정적으로 착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뒤 따라와 다시 한 번 앞발로 자신을 짓밟으려고 하고 있는 좀비에게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스탄!”

피어에 압도되어 움직일 수 없어 그 광경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에밀리가 혀를 세게 깨물었다. 겨우 떨리는 몸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된 에밀리는 입에 뚝뚝 떨어지는 피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단검을 뽑아들고 허벅지를 긋고 팔을 여러차례 그어서 고통으로 마비된 몸을 억지로 각성시켰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땅에 떨어진 자신의 무기, 워해머를 쥐어 잡고 좀비를 향해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다행이도 늦지 않게 도착한 에밀리는 스탄을 향해 내려쳐지는 거대한 철퇴와도 같은 좀비의 앞발을 올려쳤다.

그러나 막아내기에는 힘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

-콰아아아앙

레일리의 혼신을 다한 일격은 좀비가 가볍게 가한 공격의 방향을 겨우 트는 정도였지만 그 덕분에 직격을 피한 에밀리와 스탄은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볼품없게 날라 가버렸다. 치명적인 일격은 피했지만 둘 다 도저히 전투를 이어갈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기는커녕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도망칠 기력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아빠! 엄마!”

“피하십시오! 가주님! 단장님!”

오라 유저였기에 그나마 정신이 깨어있었으나 피어에 압도되어 움직일 수 없었기에 이 모든 광경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던 에밀리와 커크가 절규하며 외쳤다. 혀를 깨물고 머리가 터질 듯이 힘을 줘 보아도 아무런 소용없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절망이 차오르기 시작할 때였다.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 레이지가 몸을 일으켰다.

“커크, 칼 좀 빌릴게.”

레이지는 커크가 뭐라 답할 세도 없이 그의 손에서 검을 뺏어 들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며 검을 바라봤다. 몸 상태는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너무 오만했다. 너무나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 너무나 힘들게 돌아온 고향에, 그리고 너무나 그리웠던 가족들의 모습에 레이지는 너무 흥분하였다. 그래서 신중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곳에 돌아오기 전부터 이미 엉망진창이었던 몸으로 무방비하게 던전을 탐사하고, 서브 어덜트급 개체라 하나 단신으로 용을 상대하고, 마법과 오라를 남용하며 무리를 해댔다.

초인의 육체라 할지라도 한계는 존재했다. 레이지가 무리하게 행했던 모든 행사들은 커다란 반동으로 변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해야만 했다. 던전 게이트를 통해 이 세계와 연결 된 빌어먹을 곳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무리하게 던전을 탐사했듯이. 그 전에 하나의 목적을 위해 억지로 길을 뚫고 무리하게 이 세계로 돌아왔듯이.

레이지의 인생은 무리의 연속이었으나 언제나, 만족할 만큼은 아니었을지언정 목적한 바를 이루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심을 마친 레이지는 몸 안에서 통제하여 갈무리하고 있던 모든 오라의 제어를 멈췄다. 도저히 지금의 약해진 육체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억지로 봉인해두고 있던 모든 힘들을 외부로 방출하였다.

그에 한 존재가 크게 반응했다. 자신을 귀찮게 하던 두 벌레를 밟아 죽이려던 존재가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어두운 던전 내부가 찬란하고 눈부신 황금색으로 물들이며 빛나고 있는 존재를 바라봤다. 이미 죽고 격 낮은 좀비로 화했기에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던 좀비가 생각을 시작했다. 좀비의 이미 텅 비어버린 심장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떠한 것들이 부글거리며 끓어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좀비는 저 빛을 알고 있다. 저 증오스러운 빛, 저 공포스러운 빛, 저 전율적이고 압도적인 황금색 빛을 자신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몸을 돌렸다. 자신의 내부에서 끈임 없이 속삭이는 ‘주변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무시했다. 그저 자신의 내부의 소리에 집중하고 눈앞의 빛에 집중했다.

그 집중의 결과 좀비는 떠올릴 수 있었다. 자신은 용이었다. 자신은 모든 세계, 모든 우주 걸쳐 가장 위대한 종족이었다.

좀비는 고개를 내려 자신을 보았다. 여기저기 깨진 비늘과 잘린 몸,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몸을 보았다. 비참한 꼴의 자신을 보았다. 그리고 분노했다. 희로애락 중 가장 강렬한 감정인 분노로 자신의 힘을 끌어냈다.

-눈앞의 빛을 보라. 위대한 종족의 일원인 자신을 이런 비참한 꼴로 만든 빛을 보라. 한없이 낮아진 격과 분노만을 남게 한 저 빛을 보라.

좀비는, 아니 용, 위대한 종족의 말예는 혼잣말을 되뇌이며 분노로 자신의 존재를 다잡았다. 그리고 숨을 들이 마시기 시작했다. 그것은 스탄에게 쏟아낸 것과는 달랐다. 좀비가 아닌 용이 내뿜는 숨결은 그런 격 낮은 것이 아니었다. 거대한 폐가 가득 차는 것을 넘어서 한계에 다다름에도 신경 쓰지 않고 용은 계속해서 숨을 들이마셨다.

-퍼버버버벅

결국 한계치가 넘어선 폐가 터지고 몸도 곳곳이 터져나갔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몸이 어떻게 되던지 일절 상관치 아니하였다. 이 일격이 끝난 후, 자신을 상상치 아니했다. 용은 그저 분노에 몸을 맡긴 채로 원래는 불가능해야할 일격을 준비했다. 용족들이 위대한 종족이라 불리게 한, 위대한 권능, ‘용의 숨결’을 준비했다.


레이지는 자신을 감싸는 휘황찬란한 금빛의 향연 속에서 그저 손에 쥔 검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균형이 잘 잡히고 튼튼한 검이었으나 특별할 것 없는 그저 장검일 뿐이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자신이 내뿜는 오라에 경악하고 전율하고 있는 레일리가 보였다. 그녀를 보고 상황에 맞지 않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지가 말했다.

“레일리, 잘 봐. 앞으로 몇 번이나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레온 녀석을 무리하게라도 데려왔어야 했는데.’

갓 받아들인 제자가 자리하지 않았음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해야할 일을 해야 할 때였다.

레이지는 검을 양손으로 쥐고 들어 올려서 몸과 검을 一 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하나의 검을 떠올렸다. 그 검의 궤적에 따라 세상을 가를 하나의 선을 떠올렸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며 주변으로 확장해 나가던 오라가 확장을 멈췄다. 그리고 한 곳으로, 레이지가 쥔 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레이지는 커다란 부피를 차지하고 있던 오라가 압축되고 압축되어 한계에 다다라 스파크를 튀길 때까지 모았다.

-치지지지직

여기까지는 흑룡을 끝낸 일격과 같았다. 차이가 있다면 완전 해방한 레이지의 오라의 총량의 차가 어마어마하게 컸다는 정도일 뿐이었다. 실제로 레이지에게는 아직 여유가 있었고 커다란 부담도 가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나 레이지는 이번에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미 한계치 이상으로 압축 된 오라를 검에 두르며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강하게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한 자루의 검이었다. 모든 것을 갈라내는 아름다운 순백의 검이었다.

-파지지직

스파크가 강렬해졌고,

-웅웅웅

검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레이지는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검이 부러지고 가루가 되어 그 형체조차 찾기 힘들어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한계를 뛰어넘었다.

레이지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백열하는 순백의 검을 바라봤다. 준비가 끝났음을 확인한 레이지는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려서 자신을 마주 바라보고 있는 좀비를, 아니 위대한 권능의 행사를 준비 중인 용과 시선을 맞췄고 그것이 신호였다.

레이지와 눈이 마주친 용은 숨결을 토해냈다. 강력하고 압도적인 물리적 파괴를 숨결에 실어 내뱉었다.

압도적인 광경에 모두가 절망을 떠올렸다. 레이지의 오라는 분명히 엄청났다. 그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강대한 힘이었다. 그러나 비교 대상이 좋지 않았다. 맞상대하고 있는 자가 좋지 않았다. 척 보기에도 10배 차이는 훌쩍넘길 압도적인 힘의 총량 차이에 모두가 절망했다. 실제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압도적인 폭력에 레이지조차 절망한 것인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직 레일리를 제외하고는.

그녀는 천재였다. 비록 아직 어리고 경험이 어서 경지가 낮았지만 그것은 불변의 사실이었다. 그녀의 아버지인 스탄이 평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힘으로 서른 전에 상위 기사가 된 천재였음을 감안하고, 그녀의 어머니인 에밀리가 유서 깊은 기사 가문에서 태어나 여자의 몸으로 가주가 되었을 정도로 뛰어난 천재였음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교육도 없이 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상위 기사의 증명인 오라의 외부 발현을 실현한 그녀는 돌연변이적인 경이로울 정도의 천재였다.

그렇기에 그녀만이 볼 수 있었다. 모두가 흉악하고 압도적인 용의 마력에 시선을 빼앗긴 이 상황에서 오직 그녀만이 레이지를 주시했다. 그리고 보았다. 아직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알 수 있었다. 저 순백의 검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한사람의 영혼의 역사였고 쌓아올린 격이었다. 인간이 기술로서 터득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무언가였다.

레이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있는 레일리를 바라보지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의 검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웃었다. 영혼이 뜯겨나가는듯한 고통에도, 몸을 쥐어짜는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웃어 보였다. 그리고 조용히 읊조리며 검을 내려 그었다.

“모든 것을 가르는 검 (All Divider)”

하나의 백색 선이 생겨났고,

그 선이 곧 모든 것을 갈라냈다.


모든 소리가 멎어버린 그 광경 속에 그어진 단 하나의 선에 레일리는 그대로 영혼을 빼앗겼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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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12 19.04.18 84 2 11쪽
» 1-11 19.04.18 84 0 14쪽
11 1-10 19.04.16 89 0 11쪽
10 1-9 19.04.15 89 0 10쪽
9 1-8 19.04.13 103 0 8쪽
8 그리고 레이지는 19.04.10 110 1 9쪽
7 남겨진 레온은 19.04.09 113 1 11쪽
6 마룡 등장! 19.04.08 136 1 12쪽
5 도망을 쳤다. 19.04.05 151 2 14쪽
4 던전으로 (190420 수정) 19.04.04 193 2 13쪽
3 돌아왔으나 19.04.02 221 2 11쪽
2 어딘가로부터 19.04.01 221 2 9쪽
1 프롤로그 - 어느 가출 소년 19.04.01 265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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