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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vanas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어딘가로부터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흑우b
작품등록일 :
2019.04.01 23:20
최근연재일 :
2019.05.02 21:47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264
추천수 :
16
글자수 :
83,580

작성
19.04.10 22:00
조회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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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그리고 레이지는

DUMMY

사람들은 흔히들 고블린을 영악하다고 한다.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표현이다. 보통 개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의 일반적인 경우에 고블린은 절대 영리하다 할 만한 지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평균적으로 고작 어린 아이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이 생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악하다고 불리는 이유는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태어난 악의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강력한 악의 그것이 그들을 부족한 지능을 메워준다.


레온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는 고블린 또한 그랬다. 계속해서 울려퍼지는 굉음과 진동, 그리고 이어진 암흑 때문에 혼란에 빠져 무작정 달아난 결과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버린 고블린은 지금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곧 죽을 것 같은 인간과 무기도 없이 자신을 보고 벌벌 떨고 있는 인간의 새끼는 자신에게 아무런 위해도 끼칠 수 없을 것이다. 즉, 저들은 약자다. 자신에 의해 죽을 수도 살 수도 있는 장난감이다. 고블린은 상상했다. 저 작은 인간의 새끼를 단숨에 제압하고 혹시 모르니 커다란 인간의 다리를 벤 뒤에 무리로 가져가자. 그런 뒤에는 뻔한 일 아니겠는가.


저 장난감들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 벌써부터 여러 가지 방법이 생각난 고블린의 추악한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레온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녹슨 단검을 치켜들고 위협적으로 휘둘러 보이며 다가갔다. 겁먹은 사슴처럼 울먹이며 자신을 쳐다보는 레온의 시선이 고블린에게 환희를 가져다주었다.


레온은 공포에 압도되어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고블린과 맞서 싸우지도 하다못해 도망조차 치지 못했다.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그저 조금씩 뒷걸음을 치는 것뿐이었고 그러다가 무언가에 발이 걸린 레온은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키키키킥.”


고블린이 그 광경을 보고 비웃어 댔고 레온은 자신을 넘어트린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그것은 벨이었다. 그리고 떠올렸다. 자신을 발견하고 불안해하던 자신을 안심시켜주던 벨을. 처음 보는 생판 남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린 그를. 그 결과 크게 다친 채 지금 목숨을 잃을 위험에 빠진 바보 같은 남자를 바라봤다.


레온의 악문 입에서 피가 흘렀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려서 잘 되지 않았으나 억지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고블린을 응시했다. 아까 전과는 상황이 달랐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저 고블린은 다리를 다치지도 않았고 몽둥이가 아닌 단검을 들고 있었으며 지켜보다가 위험해 진다 싶으면 자신을 구해줄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상황이 달랐다. 만약에 아까처럼 이번에도 겁먹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만약에 나 혼자 살기위해 도망쳐버린다면. 남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위태롭게 한 바보 같은 남자가 죽으리라. 그래서 레온은 일어났다. 후들거리는 다리 손으로 내려치고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레온은 레이지를 떠올렸다. 압도적인 힘으로 고블린을 일격에 분쇄해버린 남자를 떠올렸다. 그가 한 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고블린을 바라봤다. 고블린은 레온 자신보다 엄청나게 크지 않았다. 고블린이 쥐고 있는 단검은 짧고 뭉툭하고 녹이 슬어서 제대로 된 무기가 아니었다. 레온은 고블린이 여전히 무서웠지만 더 이상 공포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주변을 살피던 레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레온의 갑작스런 변화에 고블린이 잠깐 당황했다. 그리고 그 틈을 레온은 놓치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레온의 갑작스런 변화에 고블린이 잠깐 당황했다. 그리고 그 틈을 레온은 놓치지 않았다. 고블린이 휘두르는 녹슨 단검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낮게 낮춘 레온은 그대로 고블린의 허리를 잡고 넘어트렸다.


운이 따라줬는지 순간적인 충격에 고블린이 단검을 놓쳐버렸다. 고블린을 목표한 곳에 넘어트린 레온은 고블린의 배 위로 올려탔다. 그것을 막기 위해 고블린이 발버둥 쳤기 때문에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유리한 포지션이었던 레온은 결국 올라타는 것에 성공했다.


“끼이이이익.”


고블린은 더 이상 레온을 비웃지 못했다. 소리를 지르면서 날카로운 손톱으로 레온을 할퀴며 레온에게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광했다. 레온은 고통스러웠지만 참아냈다. 그리고 일부러 이곳으로 고블린을 넘어트린 이유인 단검을 쥐었다.


고블린의 녹슨 단검이 아니라 레이지가 주었던 날이 잘 서 있는 단검이었다. 레온은 양손으로 단검을 강하게 모아쥐었다. 고블린의 얼굴이 공포에 물들었다. 그렇지만 자비는 없었다. 레온은 발버둥 치며 소리를 지르는 고블린을 단검으로 내려찍었다. 레온의 힘이 충분히 세지 못했고 날카롭다고 해도 짧은 단검에 불과 했기에 한 번에 고블린을 단명 시키지 못했다.


상관없었다. 한 번으로 되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계속 찌르면 될 뿐이다. 고블린이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을 때까지 레온은 셀 수 없을 정도로 고블린을 찔렀다. 그리고 이내 고블린의 비명 소리가 잦아들고 더 이상 고블린이 숨을 쉬지 않게 되었다. 레온은 고블린의 피와 자신의 피 그리고 땀에 젖어서 탈진하였기에 쓰러지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끼기기기.”


“끼끼끼이이이!”


고블린의 비명소리는 매우 컸고 레온과 고블린의 사투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울려 퍼진 소리를 듣고 레온을 찾아온 손님들은 유감스럽게도 선한 자들이 아니었다. 동료의 죽음에 거센 분노를 발하는 저 존재들은 한 무리의 고블린들이었다.


그들은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레온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레온은 죽음과 절망을 떠올렸지만 다시 한 번 일어섰다. 단 한 마리의 고블린을 상대하는 것도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그가 저 고블린 무리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너무 무서웠고 또 무서웠지만 이번에도 겁에 질렸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들에게 대항할 준비를 했다.


용기란 무엇일까? 단순히 강한 자가 자신 보다 약한 자에게 맞서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강자가 강자와 서로 맞서는 것 또한 용기가 아니다. 뇌에 문제가 있는 미친 사람이 앞뒤 생각하지 않고 달려는 것도 이성을 잃게 만들어주는 약을 먹고 전장을 헤집는 광전사, 버서커들도 용기의 상징이 아니다.


용기란 공포를 알고 느끼지만 그것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대적한다는 생각조차 두려운 거대한 악의에, 공포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렇기에 고결하고 높은 가치를 가진 것이다. 이것은 물론 매우 주관적인 생각이다. 정답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레이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콰과과과과광


굉음과 함께 나타난 넝마가 된 옷을 걸친 남자를 보고 레온이 전율을 느끼며 소리쳤다.


“사부님!”


“또 사부님이라고 부르네. 흠 뭐 이번엔 잘했으니까.”


고블린들을 순식간에 정리한 남자, 레이지는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정해주지. 내가 틀렸어. 넌 겁쟁이가 아니야. 미래에 멋진 기사가 될 수 있겠는걸?”


지금으로부터 약 30분 전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물들을 정리하던 레이지는 레온에게 걸어 주었던 결계가 사라졌음을 감지했고 기겁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괴물들을 한 번 힐끔 쳐다보며 잠시 고민 하던 레이지는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리고 레온에게 가기 위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먼저 레온을 두고 온 자리로 돌아가자 레온은 없고 아까 만났던 중2병 걸린 남자의 일행들만이 덩그러니 남아서 질질 짜고 있었다. 그들에게 대강의 사정을 들은 그대로 구멍으로 뛰어 들었고 그것을 본 여자들이 비명을 질러 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구멍을 타고 소리, 소문 없이 내려온 레이지가 보게 된 것은 피를 흘리며 기절한듯한 중2병 남자(레이지는 그의 이름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후였다.)와 아까와 마찬가지로 고블린에게 잔뜩 겁을 먹은 채로 덜덜 떨고 있는 레온이었다.


레이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리고 보았다. 자신이 겁쟁이라고 평했던 겁 많은 소년이 타인을 위해 공포를 이겨내는 모습을. 그 필사적인 사투를 보았다. 그 싸움의 수준은 낮았고 엉망이었다. 하지만 고결했다. 그렇기에 레이지는 눈앞의 소년에게 매료되었다.


“미래의 기사님 혹시 아직 내 제자가 될 생각이 있나요?”


레이지는 고블린 시체에 둘러 싸여서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엉망이었지만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소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소년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되고 싶어요!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어느 가을 날, 난장판이 된 던전에서

한 남자와 한 소년이 사제 관계를 맺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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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1 19.04.18 8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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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9 19.04.15 89 0 10쪽
9 1-8 19.04.13 104 0 8쪽
» 그리고 레이지는 19.04.10 111 1 9쪽
7 남겨진 레온은 19.04.09 113 1 11쪽
6 마룡 등장! 19.04.08 136 1 12쪽
5 도망을 쳤다. 19.04.05 152 2 14쪽
4 던전으로 (190420 수정) 19.04.04 194 2 13쪽
3 돌아왔으나 19.04.02 222 2 11쪽
2 어딘가로부터 19.04.01 221 2 9쪽
1 프롤로그 - 어느 가출 소년 19.04.01 266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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