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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vanas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어딘가로부터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흑우b
작품등록일 :
2019.04.01 23:20
최근연재일 :
2019.05.02 21:47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263
추천수 :
16
글자수 :
83,580

작성
19.04.18 22:02
조회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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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12

DUMMY

레이지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무너지듯이 앞으로 쓰러졌다. 피어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데 성공한 레일리가 서둘러 달려들어 받아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체구 차이 때문에 레일리가 레이지를 제대로 받혀주기 힘들었다. 레일리는 뒤이어 다가온 커크가 구원해줄 때까지 울상만 짓고 이도저도 못한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기사들도 하나둘씩 피어에서 벗어났다. 좀처럼 정신을 못 차리는 기사들은 커크가 친절하게 엉덩이를 걷어차서 도와주었다. 어느새 독을 몰아내고 컨디션을 상당히 회복한 스탄이 아직 걸을 만한 상태가 아닌 에밀리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고 다가왔다. 에밀리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레이지가 깨어있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잘도 닭살 돋게 구는 한 쌍의 바퀴벌레라 평했으리라.)

-쿠구구구구궁

그때 불길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행들은 모두 서로의 시선을 맞추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의사소통을 행하였다. 다만 순간적으로 거대한 사체, 용의 사체에 눈길이 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용의 시체는 매우 귀했다. 즉, 매우 비싸고 값어치가 높다는 뜻이었다.

-쿠구구구궁

그러나 다시금 울려 퍼지는 불길한 소리에 일행은 용의 사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가문의 재정, 재무 또한 담당하고 있는 스탄은 용의 사체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데에 어마어마한 심력을 소비해야했다.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인가.’

물론 그렇게 속편한 방법이 존재할리 만무했다. 계속 이어지는 불길한 소리에 물욕을 탐할 때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 스탄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다들 뛰어!”

일행은 비록 게이트로 돌입할 때에 비하면 느리지만 매운 빠른 속도로 던전을 올라갔다. 중간 중간에 남아있는 헌터들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다들 무사히 빠져나갔는지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 어렵사리 던전을 빠져 나온 스탄은 한숨을 내쉬고는 등에 업었던 에밀리를 내려 주었다.

“후, 살았다.”

레이지가 아직까지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걱정이었지만 숨은 제대로 쉬고 있으니 생명에 지장은 없으리라 생각되었다. 마침내 최후미에서 기사가 나오자 검정색의 게이트가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라모에 던전’의 최초 사례로 이후로 수차례 목격된 적 있는 ‘던전 수복’이 일어날 때의 현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크게 놀라는 일은 없었다. 다만 던전 수복은 안에 사람이 없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안에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심이 될 뿐이었다.

스탄은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자신들에게 몰려드는 기사들에게 간단히 명령과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놀란 기사들이 그에게 모여 들었지만 너무나 편한 표정으로 잠든 그를 보고 허탈하게 웃은 뒤에 나란히 전부 지쳐서 쓰러지거나 기절한 던전 진입 부대원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그렇게 약 5년만에 발생한 던전 폭주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제압되었다.



보름 뒤


레이지는 사건으로부터 보름이 지난 아직까지도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드르렁 , 퓌유우, 드르르렁 , 퓌유우우.”

“삼촌!”

“드르렁 , 퓌유우, 드르르렁 , 퓌유우우.”

레일리는 그 모습을 걱정스러워 하며 지켜보고 있었고 에밀리는 레이지의 시끄럽기 짝이 없는 코고는 소리에 자증이 나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의사에게 물었다.

“이봐, 진짜로 저거 문제 없는 거 맞아? 왜 일어나지를 못해.”

일주일 째 반복되는 대답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에밀리는 저도 모르게 쏘는 듯한 말투로 말했고 그 때문에 겁먹은 의사는 반들반들한 그의 머리에서 나오는 땀을 손수건으로 열심히 닦으며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네. 레이지님은 보시다시피 외관상 보이는 큰 상처도 없으시고, 내부에 출혈이나 그런 것도 없으십니다. 단지, 많이 지치셔서 그런 것 같으니 너무 걱정 마시지요.”

“그 말 지금 일주일 째 계속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아무 문제없는 사람이 피곤하다고 보름 동안 계속 잔다는 게 말이 되나?”

에밀리는 마치 돌팔이를 보듯이 의심의 눈길로 의사를 째려봤다. 의사는 무섭기도 하고 솔직히 걱정도 되었기에 (멀쩡한 인간이 보름씩이나 일어나질 않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계속해서 땀을 뻘뻘 흘려댔다. 이번에도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려 했으나 이미 흠뻑 젖어버린 손수건으로 닦아도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레일리가 품에서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 레일리의 마치 천사 같은 모습에 감동한 의사는 속으로 소녀가 자기 엄마를 하나도 닮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레일리가 에밀리를 닮았다면 어땠을까. 악랄한 두 모녀가 자신을 닦달을 해대는 모습을 상상한 의사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상상하기를 그만뒀다.

“진짜입니다! 당장 일어나셔도 전혀 놀라지 않을 만큼 멀쩡한 상태이시라니까요 지금!”

“흠냐, 흐아아아암.”

“엄마야, 깜짝이야!”

때마침 레이지가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고 앞서 말한 것이 무색하게 놀란 의사는 의자에서 넘어져버렸다. 그러나 누구도 이 불쌍한 의사를 신경 써주지 않았다.

“삼촌!”

“레이지!”

“어어!”

레이지는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무섭게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녀 덕분에 다시 쓰러져야 했다.

의식이 돌아온 레이지가 가장 먼저 듣게 된 소식은 아무래도 지난 사건의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던전이 수복을 위해 닫혀있고 전례를 보았을 때, 앞으로 약 두, 세 달은 다시 열리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레이지가 걱정하며 물었다.

“큰일이네. 재정은 괜찮은 거야?”

그에 에밀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재정이 왜?”

“왜라니? 마정석을 몇 달이나 캐지 못하는데, 문제 생기는 거 아니야?”

이번에는 레일리도 고개를 갸우뚱해 하더니 이해가 안 간다며 물었다.

“삼촌, 마정석은 저장된 것도 많고 부족하면 다른데서 사오면 되는데 왜?”

그 질문에 이번에는 레이지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이 촌극은 레이지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해들고 스탄이 찾아올 때까지 이어졌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대충 알겠는데, 우리 주 수입은 땅이랑 광산에서 나오는 거라서 큰 상관없어.”

“땅이야 그렇다고 치는데, 광산?”

“응, 왜 우리 구리 광산 잔뜩 있었잖아.”

“그렇지 돈이 안돼서 버려두긴 했었지만.”

“하하하. 그땐 그랬지. 근데 지금은 구리 값이 그때보다 많이 올랐거든.”

요약하자면 이랬다. 레이지는 비정상적으로 발전한 도시와 부유해진 가문을 보며 생각했다. 아, 던전에서 나오는 마정석을 팔아서 부자가 됐구나! 그런데 마정석이 한 달이나 안 나온다니 큰일이야, 큰일! 그러나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였다.

구리는 과거에 장식으로나 쓰이는 그 조차도 많이 쓰이지 않는 광물이었다. 그러나 과거에 자연에서 극도로 적은 수만 채집되던 마정석이 던전에서 대량으로 쏟아지고, 그 마정석의 마나를 변환하기 가장 용이하고 또 매우 유용한 에너지인 전기가 대량으로 생산, 사용되면서 상황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 이유는 구리가 은에 비해서 전기 전도율이 낮기는 했지만 그 매장량이 적은 은 대신에 먼 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송하기 위해 필요한 전선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광물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래된 명문이었으나 가난 했던 크레이크 가문이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주변의 세력들로부터 광산을 두고 위협들이 있었으나, 크레이크 가문에 상위기사가 셋이나 있음을 알게 된 뒤로는 건들지 않았다.(당시에 상위기사는 레이지의 아버지, 스탄, 에일리 이렇게 셋이 있었다.) 이런 벽지에서 상위기사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존재다.

그에 둘러 싼 우여곡절을 듣던 레이지는 문뜩 자신이 무언가를 중요한 것을 까먹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중요한 일이었는데, 뭐지?’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생각에 잠겨 버린 레이지를 스탄과 에밀리가 어이없어 하며 쳐다봤다. 이어진 행동은 더 가관이었다.

“아, 맞다!”

그가 자신의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려치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 것이다.

“형, 칠흑의 날개단이라는 헌터팀 알아?”

“응? 무슨 날개?”

“아니, 칠흑의 날개단이라는 거시기한 이름 가진 헌터팀이 있는데 말이야. 왜 나 처음에 던전에서 빠져나올 때, 같이 있던 애들 있잖아.”

“흠, 얼굴은 기억나긴 하는데 왜?”

“거기 벨이라고 하는 남자가 하나 있었는데 혹시 여기로 데려올 수 있어?”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청을 받은 스탄의 표정이 의외로 어두웠다.

“음, 솔직히 어려울 것 같은데. 던전이 닫혀서 헌터들이 대부분 다른 도시로 이동했거든. 몇 달이 지나야 열릴지 모르는데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끙, 곤란하네.”

“무슨 일인데?”

“형 아니야. 뭐 어쩔 수 없지. 나랑은 인연이 아닌가보네.”

해결은 하지는 못했지만 잊고 있던 문제를 기억해낸 덕에 답답함을 푼 레이지가 개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것을 본 스탄도 마주 웃어보이고는 말했다.

“이제 막 일어났는데 피곤하겠다. 좀 자면서 휴식을 취하도록 해. 레일리 삼촌 쉬시게 따라 나오렴.”

“그치만!”

“아빠가 레일리랑 데이트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안될까?”

“음...... 좋아!”

레이지는 자연스럽게 레일리를 꼬셔내는 스탄을 보며 혀를 찼다. 곧 소란스러운 사람들이 전부 나가고 레이지의 병실에 평화가 찾아왔다. 레이지는 창밖의 떨어지는 낙엽들을 바라보다가 마음 편히 잠이 들었다.




그 시각 한 여관

갈색 머리의 한 소년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리고 소년은 원망이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사부니이이임! 설마 저를 잊은 건 아니시겠죠오오오오!”

-콩

“아얏.”

“레온 시끄럽다. 와서 서빙이나 돕거라.”

“힝. 알았어요.”

레온이 아버지에게 맞은 곳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작가의말

불쌍한 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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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9 19.04.15 89 0 10쪽
9 1-8 19.04.13 104 0 8쪽
8 그리고 레이지는 19.04.10 110 1 9쪽
7 남겨진 레온은 19.04.09 113 1 11쪽
6 마룡 등장! 19.04.08 136 1 12쪽
5 도망을 쳤다. 19.04.05 152 2 14쪽
4 던전으로 (190420 수정) 19.04.04 194 2 13쪽
3 돌아왔으나 19.04.02 22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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