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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vanas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어딘가로부터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흑우b
작품등록일 :
2019.04.01 23:20
최근연재일 :
2019.05.02 21:47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251
추천수 :
16
글자수 :
83,580

작성
19.04.1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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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1

DUMMY

레이지가 까맣게 잊고 있던 레온을 떠올린 것은 깨어나고도 5일이 지난 후였다.

“헹!”

“거참 미안하다니깐.”

레온은 레이지가 자신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단단히 삐쳐있었다. 마치 시위하듯이 같이 걸어가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레이지 쪽으로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헹! 헹!”

“아, 바빠서 못 오고 있었다니까. 내가 설마 널 잊었을까봐.”

레이지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시전 했으나 전혀 소용없었다.

“거짓말하지 마요! 사부님 방에 틀어박혀서 잠만 잔다는 거 소문이 파다하거든요!”

양심에 털이 난 레이지도 명백한 사실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물론 반성은 하지 않았고 속으로 감히 고용주의 중요한 비밀을 외부로 퍼트리고 다니는 괘씸한 작자를 꼭 잡아서 족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눈앞의 문제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레온에게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부상 때문에 그랬던 거야. 콜록콜록,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 무리하게 나왔더니 기침이! 콜로옥!”

물론 애쓴 연기에도 돌아온 것은 레온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뿐이었다. 아픈 척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을 깨달은 레이지는 그냥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도착했네. 저기가 우리 집이야.”

“와! 사부님 부자에요?”

레온은 화려한 저택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하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존경과 선망의 시선을 보냈다.

레이지는 그 모습을 보고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아니, 정확히는 누나 집이라서 누나가 부자라고 해야 맞는 말이지. 훈련할 장소도 있고 밥도 주고 누나가 잔소리만 안하면 완벽한 곳이야.”

“그거 완전 빈대...”

레온의 시선이 순식간에 다시 차가워졌지만 레이지는 당당하게 그를 이끌고 에밀리를 만나기 위해 집무실로 향했다.

“누나 나왔어! 어라?”

그러나 하인이 문을 열어 주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발로 차서 거칠게 문을 연 레이지가 만난 것은 에밀리가 아니라 다크 서클이 진하게 내려온 스탄이었다.

“형이 왜 여기서 나와?”

스탄은 레이지가 거칠게 문을 연 바람에 날린 서류들을 보고 허탈해서 쓰게 웃었다.

“허허허, 에밀리를 만나러 온 거라면 에밀리는 답답하다고 훈련하러 갔어. 기사들 훈련장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에잉, 가주라는 양반이 무책임하구만. 막장이야, 막장!”

스탄은 가문을 이어받았어야 할 적통 후계자인 주제에 가출했다가 15년 만에 돌아온 레이지가 하는 말을 들으며 웃었다. 물론 좋아서 웃은 것이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웃은 것이었다. 그 안쓰러운 모습을 지켜보던 집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한 번 훔치고는 스탄에게 피로와 스트레스에 좋은 꿀 차라도 구해서 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허허 웃던 스탄은 레이지의 옆에 잔뜩 얼어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그런데 옆의 꼬마 신사는 누구야?”

“아, 이번에 받은 제자야. 여기에 묵게 하면서 가르칠 생각이라서 누나한테 허락맡으려고 왔는데 마침 잘 됐다. 형이 전달 좀 해줘.”

그 말에 스탄은 이채를 띄우고 소년을 살펴봤다. 갈색 머리의 작은 체구의 소년은 일견 평범해보였으나 레이지가 제자로 받아들일 정도라면 뛰어난 인재가 분명했다. 척 보기에 근골도 별로고 오성도 그리 좋지 않아 보였지만 아마 눈에 잘 띄지 않는 종류의 재능을 소유한 자이리라고 생각했다.

‘마침 나이도 비슷하니 레일리에게 좋은 자극이 되겠어.’

물론 터무니없는 오해였다.

“네 제자라니 기대되네. 에밀리에게는 내가 잘 말하도록 할게. 안녕 꼬마야. 나는 스탄 크레이크라고 한단다.”

“안, 안녕하세요. 저는 레온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편하게 해. 레이지의 제자라면 내 제자나 다름없는 관계니까. 무언가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하고.”

“네, 네 감사합니다!”

레이지가 감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레온을 뱀눈을 하고 째려봤다.

“너 어째 나를 대할 때랑 태도가 다르다?”

“아, 아닌데요.”

사실 화사한 금색 장발에 잘생기고 귀족적으로 생긴 스탄과 부스스한 회색 더벅머리에 지저분한 차림을 한 레이지를 똑같게 대우하리라 생각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팍 상해버린 레이지에게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지금 당장 훈련하러 가자. 형 나 가볼게.”

“그래 잘 가,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하고.”

레이지는 스탄에게 알았다고 말하고는 눈을 찡긋하고 윙크를 보내고 얼 타고 있는 레온을 강제로 이끌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던 스탄은 그저 얼굴로 허허 한 번 웃고는 바닥에 떨어진 서류들을 정리했다.


레이지가 연무장으로 온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에밀리가 기사들의 훈련장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레온에게 시키려는 훈련의 장소로서 아주 제격이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아주 유명한 기사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던 스탄 크레이크도 실제로 만났고 드디어 지금부터 기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꿈에서도 그리고 또 그리던 상황이었다. 무기는 검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검은 가장 멋있기도 했고, 기사하면 떠오르는 상징과도 같은 무기가 아닌가! 검을 멋지게 휘두르며 커다란 몬스터를 가뿐하게 제압하는 자신을 상상하니 너무 설레였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상상과 달리 시궁창인 법이었다. 연무장에 도착한 레이지는 레온에게 검을 주지 않았다. 하다못해 목검이라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레온은 크게 실망했다.

“네가 뭘 기대하는지는 알겠는데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단 말 혹시 알아?”

“예?”

물론 이 말은 바다 건너 동방 대륙의 속담이었기 때문에 레온이 알아들을 리가 만무했다.

“가진 것도 없으면서 나대지 말란 뜻이야. 헛생각하지 말고 뛰기나 해. 진짜 죽을 것 같이 힘들면 천천히 걸어서 나한테 오고.”

레이지는 그렇게 말하곤 하인을 시켜서 설치한 해먹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레온은 할 수없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가을이라 날씨가 선선하고 햇빛이 강하지 않아서 달리기에 나쁘지 않은 날씨였다.

레이지는 제자를 키워 본 경험이 많았지만 전 제자들은 레온과는 다르게 하나 같이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이라서 하나를 가르쳐주면 지들이 알아서 자라서 크게 신경써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고민했다. 부족한 재능을 메꿔줄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고 장고 끝에 나온 해답은 별다를 것이 없었다. 어찌됐든 간에 체력은 무조건 키워야하는 필수 사항이었다. 그래서 체력 단련을 시키기 위해 훈련 장소로 연무장을 선택한 것이다. 감았던 눈을 뜨고 시선을 돌리니 레온이 헐떡이면서 연무장을 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어린 아이인 그에게 너무 과하고 무리한, 제대로 된 훈련이 아님을 레이지도 충분히, 아니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러했을 것이다.

한참을 달리던 레온은 숨이 차서 머리가 새하얘짐을 느꼈다. 그래서 달리기를 멈추고 숨을 헐떡이며, 천천히 걸어서 레이지에게 걸어갔다.

“사부님, 헉헉, 이제 더 이상 못 뛰겠어요.”

그러자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레온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흠, 대충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겠네. 가까이 와봐.”

레이지는 레온을 뒤로 돌게 한 뒤 등에 손을 댔다. 그리고 오라를 끌어올렸다. 금빛 오라가 레이지와 레온을 감쌌다. 레온은 따스한 기운이 자신의 내부에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레온은 깜짝 놀랐다. 방금 전까지 지쳐서 헐떡이고 있었던 것이 꿈인가 싶었을 정도로 몸이 멀쩡, 아니 그걸 넘어서 최고의 컨디션이었기 때문이다.

“어라? 이제 하나도 안 힘들어요. 고마워요, 사부님!”

그 모습을 보던 레이지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 졌으면 다시 뛰어야지?”

레온은 사부의 자상한 미소가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졌다.


일과를 전부 마치고 레이지의 방을 찾은 레일리는 믿기지 않는 소식을 접하였다.

“삼촌이 밖에 나갔다고!?”

의식이 없던 보름을 포함해 무려 19일 동안 방 안에서 꼼짝도 안하던 레이지의 외출 소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네. 레이지님은 오늘 외부에서 데려오신 제자분과 같이 연무장에 계십니다.”

“제자라고!?”

‘제자, 삼촌 그런 얘기 안 해줬는데.’

또 다른 소식에 다시 한 번 놀란 레일리는 어쩐지 서운해졌다. 그러다가 양 손바닥으로 두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생각했다.

‘삼촌의 제자는 어떤 사람일까?’

레일리는 호기심을 참기 힘들었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손쉽게 레이지와 레온을 찾을 수 있었다. 병사들이 잔뜩 모여서 구경하고 있어서 매우 눈에 띄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레이지가 큰 목소리로 무언가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순간 레온은 자기가 아까 왜 사부의 미소를 보고 소름이 돋았는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멈추지 마. 계속 달려!”

“사부님 살려줘요. 벌써 세 시간 째에요.”

“내가 널 왜 죽이겠니? 이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짓이란다.”

원래 훈련에 있어서 휴식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무리한 훈련은 몸에 부담을 주고 오히려 몸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만약에 휴식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

“헛소리하지 말고 계속 뛰어.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회복시켜줄게. 너는 이 사부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따를 필요가 있어!”

-찰싹

레이지는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채찍으로 바닥을 때렸다. 레온은 채찍의 위협에 까짝 놀라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서 달렸다.

“으아아아아. 이건 아동 학대야.”

“아니 아동 학대라니 무슨 그런 끔찍한 말을! 빨리 정정해라. 따라 외쳐 나는 아동이 아니다!”

“......”

레일리는 떨리는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녀는 레이지가 던전에서 보여준 백색 검과 선에 마음을 빼앗겼다. 도무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감도 잡을 수 없었기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레이지에게 가르쳐 달라하려고 마음먹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찰싹 찰싹

그러나 눈앞의 참혹한 현장을 통해 레이지의 한참이나 비틀린 교육 방법을 두 눈으로 확인한 레일리의 결심이 크게 흔들렸다.


작가의말

봐주시는 분들 모두 너무 감사드립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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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리고 레이지는 19.04.10 110 1 9쪽
7 남겨진 레온은 19.04.09 113 1 11쪽
6 마룡 등장! 19.04.08 136 1 12쪽
5 도망을 쳤다. 19.04.05 151 2 14쪽
4 던전으로 (190420 수정) 19.04.04 193 2 13쪽
3 돌아왔으나 19.04.02 221 2 11쪽
2 어딘가로부터 19.04.01 220 2 9쪽
1 프롤로그 - 어느 가출 소년 19.04.01 264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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