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irvanas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어딘가로부터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흑우b
작품등록일 :
2019.04.01 23:20
최근연재일 :
2019.05.02 21:47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257
추천수 :
16
글자수 :
83,580

작성
19.04.04 00:16
조회
193
추천
2
글자
13쪽

던전으로 (190420 수정)

DUMMY

저택을 나오니 하늘이 어두컴컴했다. 들어갈 때 까지만 해도 분명 하늘 위에 떠있던 태양이 어느새 지고 어둠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레이지는 무작정 걸었다. 목적지는 없이 한참을 걸으며 생각했다.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일단은 던전에 들어가 봐야하나.”

-꼬르르륵

레이지는 요란한 소리를 내는 배를 한 번 쓰다듬으며 자신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한 게 언젠지 떠올려보니 기차를 탄 이후로 뭔가를 먹은 기억이 전혀 없었다. 배도 고프고 솔직히 너무 지쳐서 일단 좀 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야외에서 숙식을 해결한 경험이 많은 레이지는 딱히 자는 곳을 가리지는 않는 편이지만 오늘은 좀 편하게 쉬고 싶었기 때문에 가까운 여관을 찾아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성큼성큼 발검을 옮기다가 한 여관을 발견했다.

낡은 건물이었지만 외관도 깔끔하고 부서진 곳 없이 잘 관리되어 있었고 결정적으로 다른 곳을 찾아 나서기가 너무 귀찮았기 때문에 레이지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제일 먼저 레이지의 눈에 띈 것은 얼굴에 큰 흉터가 있는 거한이 근육을 꿈틀거리며 유리컵을 수건으로 닦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존재감에 압도당한 레이지가 그대로 슬금슬금 뒤로 걸어서 나가려고 했으나 슬프게도 저지당하고 말았다.

“어서오세요! 혼자신가요? 주문은요!”

갈색 머리의 한 조그만 소년이 레이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그를 낚아채듯이 잡고 테이블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어, 어 하는 사이에 어느새 테이블에 앉게 된 레이지는 소년에게서 받아든 메뉴판을 보는 척 하며 주변을 살폈다.

1층은 로비와 식당이 합쳐져 있고 2층은 숙박 시설로 보였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었다. 사람들은 테이블에 맛깔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을 잔뜩 올려 두고 있었는데 아마도 이 집 주방장의 솜씨가 나쁘지 않아 보였다. 레이지는 다만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주인장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부담스러웠다. 꽤 쌀쌀해진 초가을임에도 불구하고 계절을 모르는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주인장의 팔에는 여러 흉터들과 흉악한 근육들이 주인장의 과거가 절대로 평범치 않았을 거라는 추론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여기 주문이요!”

“네!”

레이지가 외치자. 방금 그를 강제로 테이블에 끌어다 앉힌 씩씩한 소년이 와서 주문을 받았다.

“이 바베큐 세트랑 맥주 한 잔 줘. 그리고 하루 묵을 건데 얼마야?”

“음 바베큐 세트 하나, 맥주 한 잔, 하루 숙박 합쳐서 6200실링입니다. 그리고 선불이에요.”

레이지는 생각보다 싼 가격에 만족해서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에 품에서 주머니늘 꺼냈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 본 레이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들으니 여전히 자신을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있는 주인장과 눈이 마주쳤다.

레이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계산했고 주인장은 그것을 보더니 닦던 컵을 내려놓고 뒤로 돌아 주방으로 향했다.

‘주인장이 하는 거였냐! 요리!’

잠시 후 레이지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혼잣말로 말했다.

“으아아아. 예상치 못한 일정변경으로 인한 파산이로구나.”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레이지를 파산으로 몰고 간 돼지고기 바베큐와 호밀 빵으로 이루어진 바베큐 세트와 맥주가 꽤나 일품 이었다는 것이다. 근래에 먹은 것들 중에서 최고였다.

‘저런 인상 더러운 주인장이 있는데도 장사가 잘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지.’

“다 드셨으면 방 안내해 드릴까요?”

“그래 고맙다. 꼬마야.”

꼬마, 레온은 툴툴거리며 대답했다.

“저 꼬맹이 아닌데, 아홉 살이나 먹었다고요.”

그러고는 삐쳤는지 고개를 휙 돌리고 앞장서서 걸었다. 그 모습이 꽤 귀여워서 레이지는 그를 골려주고 싶어졌다.

“저런 아홉 살이나 되신 신사 분이셨는데 제가 몰라 뵙고 말았군요! 너무 조그마셔서 5살 꼬마인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우씨! 놀리지 마요!”

“아니 정말인데... 제 올해 아홉 살 된 조카보다 훠얼씬 조그맣길래 그만 꼬만 줄 알았지 뭐에요! 정말 미안합니다!”

“됐어요!”

레온은 완전히 토라져서는 레이지가 잘 방문을 열고는 휙 돌아서 바닥을 쿵쿵 거리며 내려갔다.

“쿡쿡. 재밌다,”

여관방은 건물 외관처럼 낡기는 했지만 관리를 잘해서 깔끔한 편이었다. 침대에 그대로 몸을 던지니 약간 삐걱거리기는 해도 제대로 된 매트리스였기에 레이지는 감탄하며 포근한 이불을 덮고는 금새 잠들었다.


-짹짹짹

레이지는 다음날 시끄럽게 지저귀는 새들 덕분에 새벽 일찍 잠에서 깼다. 청력이 너무 좋은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할 일이라고 투덜거리며 기지개를 폈다. 창밖을 바라보니 아직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새벽 특유의 냄새가 아직 아침이 밝지는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짐을 챙기고 방 밖으로 나서서 1층 로비로 내려온 레이지는 로비를 쓸고 닦으며 청소하고 있는 주인장을 만날 수 있었다.

“아저씨 여기 아침도 해요?”

허기가 진 레이지의 질문에 여관 주인장은 말없이 손을 들고 손가락으로 한 쪽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 테이블에는 ‘투숙객 한정, 무료 제공.’이라는 팻말과 함께 딱딱해 보이는 빵들이 담겨져 있는 바구니가 보였다. 레이지는 제일 커다란 빵을 집어 들고 입안에 넣으며 말했다.

“우물우물, 아저씨 던전 위치 좀 알려주세요.”

“.......”

“우물우물, 아저씨 던전 위치 좀 알려줘요.”

“.......”

“우물우물, 아···.”

“내 이름은 한스요.”“네 한스 아저씨 던전 위치 좀 알려줘요.”

레이지를 무시하려던 한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청소를 중단하고는 레이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혹시 헌터요?”

“헌터요? 아닌데요!”

“그럼 뭣 때문에 던전 위치는 물어보는 거요?”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볼 게 있거든요.”

그 말에 한스가 혀를 쯧쯧하고 두 번 찼다. 그리고 안그래도 험상궂은 얼굴을 더욱 험상궂게 찡그리며 말했다.

“자살이 취미요? 좋은 장소기는 하지. 괴물들 덕분에 시체 걱정도 할 필요 없을 테니.”

“어우 이 아저씨 무슨 그런 농담을! 아저씨 얼굴 무섭게 생겨서 진담 같아서 재미없어요.”

“......”

주인장은 레이지의 장난스런 대답에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그의 눈을 빤하게 쳐다봤다. 레이지는 그런 그를 보고 씩 웃더니 오른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의문을 표하는 주인장에게 보였다.

“?”

“쉿!”

순간 레이지의 손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아지랑이는 어느새 색을 갖추고 빛이 되었다. 찬란한 황금색 빛, 그것은 명백한 초인의 증거, 오라였다. 한스는 한창 젊어 보이는 레이지가 초인임을 깨닫고 경악해서 입을 쩍하고 벌렸다.

“기사 양반이쇼?”

“정식 서훈을 받은 기사는 아니고 그럭저럭 힘 좀 쓰는 나부랭이입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아니 아예 데려다 드릴게요!”

어제의 소년이었다.

“나야 좋지.”

“레온!”

“아빠 부탁해요. 제발!”

한스는 평소에 자신에게 한 번도 떼를 쓴 적 없는 아들의 행동에 당황하며 끙끙 거리며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계속된 애원에 넘어가 버렸다. 레온은 한스의 마음이 바뀔세라 레이지를 서둘러 여관 밖으로 이끌고 나갔다. 레온은 레이지가 어제 자신을 유치하게 놀려먹던 인간이라는 것을 죄다 까먹었는지 상기된 얼굴로 동경과 선망의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을 본 레이지는 레온이 어째서 자신을 안내하겠다고 나섰는지 쉽게 짐작했다. 레이지의 짐작이 맞았는지 레온은 던전으로 향하는 내내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기사님은 정식기사에요? 아니면 자유기사에요?”

“우와, 엄청난 사람이시구나. 혹시 스탄님도 아세요? 우리 도시에서 제일 유명하신 분인데.”

“우와! 우와! 혹시 둘이 친구에요?”

질문은 점점 노골적여졌다.

“그렇구나. 저는 기사가 되고 싶은데 혹시 제자 안 받으세요?”

“아빠는 제가 검 휘두르는 모습도 한 번 안 봤으면서 저한테 재능 없다고 포기하래요.”

“진짜 열심히 잘 할 자신 있는데!”

“테스트라도 봐주시면 안돼요?”

처음에는 재밌어하며 장난스럽게 대답해주던 레이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공세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아니 사실 난 비밀 임무로 이곳을 찾아온 어떤 거대 세력의 고위 간부야.”

“알다마다!”

“친구는 아니지, 친구는.”

“그래?”

“그렇구나.”

“지금부터 내가 입 열라고 할 때까지 다물고 있으면 봐줄게.”

“읍읍.”

그 말을 듣고 레온은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겨우 평화를 되찾은 레이지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생각 외의 복병을 만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장이 안 된단 거예요?”

짜증이 차오른 레이지가 쏘아붙이는 말투로 말했다.

“네 정말 죄송합니다만 헌터 카드가 없으신 분은 입장이 불가능하세요.”“그럼 헌터 카드를 만들어 주시면 되잖아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갈색 머리의 여자, 헌터 길드의 접수원이 매우 곤란해 하며 말했다.

“그게 신분을 증명할 만한 서류나 보증인이 없으셔서 그것도 불가능하셔요. 범죄자나 범법자가 던전으로 도망치는 경우가 있어서요.”

“아니 안된다고만 말하지 말고 대안 없어요? 뭔가 어! 편법이나! 어! 꼼수 같은 거 있잖아요. 저한테만 살짝 말해줘요.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규정이라서요.”

레이지가 진상을 떨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헌터 길드 접수원 경력 3년을 자랑하는 베테랑 접수원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은 표정으로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말 하나도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는 표정이었다.

“곤란하구만.”

레이지는 주변을 살펴봤다. 그리고 그리 좋지도 않은 머리를 열심히 굴리며 뭔가 수가 없을까 고민했다. 그런 그의 눈에 멀뚱멀뚱 서 있는 레온이 눈에 띄었다. 머릿속에 좋은 생각(자기 딴에는)이 떠오른 레이지는 레온을 번쩍 들어서 접수원 여자에게 내밀었다.

“아줌마, 얘는 보증인으로 안돼요?”

“아...아줌마?”

“얘 아버지가 이 도시에 아주 건실한 사업체를 소유한 분이신데.”

“안됩니다! 뒤에 기다리시는 분들 많으니까 이제 비켜주시죠.”

접수원은 열 받은 것처럼 목소리 뾰족하게 높이며 말했다. 그러나 둔감한 레이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작전2를 실행했다.

“후, 내가 이 방법까지는 사용 안하려고 했건만.”

레이지는 그렇게 조용히 읊조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품에 손을 넣었다. 갑자기 바뀐 레이지의 분위기에 접수원은 당황했다.

“뭘 하시려는 거죠?”“쉿.”

그러고는 품에서 지갑을 꺼내 접수원에게 건냈다.

“후 정말 시간이 흘러도 장소가 바뀌어도 사람들은 항상 똑같구만! 자 이제 가도 되죠?”“지금 뭐하시는!”

화를 내며 지갑을 돌려주려던 접수원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 가벼워.’

그리고 그 순간 표정이 이상해진 접수원을 보며 레이지는 어제의 일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가 했던 대사가 갑자기 떠올랐다.

‘으아아아. 예상치 못한 일정변경으로 인한 파산이로구나.’

뭔가를 눈치 챈 레이지가 접수원 여자의 행동을 막으려했다. 그러나 너무 늦은 후였다.

접수원 여자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텅 비어있는 레이지의 지갑의 안을 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올려 레이지를 쳐다봤다. 레이지는 매우 당황해서 횡설수설 변명을 시작했고.

“아니 진정해봐요. 내가 미안해!”

“경...비...”

“아줌마 그러지 말아봐 다 오해라니깐?”

“경비병!”

“아니 이 아줌마가 사람 말을 안 듣네!”

“경비벼어어어엉!”

-위이이이잉!

그리고 그게 결정타였다. 신속하게 레온의 목덜미를 잡아채고 도망치면서 왜인지 친숙하고 또 익숙한 경고음 소리를 들으며 레이지는 생각했다.

“저 놈 잡아라!”

자신을 둘러싸려는 병사들을 따돌리고 게이트에 손을 뻗었다. 자신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는 접수원과 병사들을 한 번 돌아보고는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하하하, 이거 참 던전 들어가기 좋은 날이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나니, 어딘가로부터 귀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2-5 19.05.02 68 0 12쪽
17 2-4 19.04.29 88 0 10쪽
16 2-3 19.04.25 81 0 11쪽
15 2-2 19.04.23 82 0 10쪽
14 2-1 19.04.19 79 1 11쪽
13 1-12 19.04.18 84 2 11쪽
12 1-11 19.04.18 84 0 14쪽
11 1-10 19.04.16 89 0 11쪽
10 1-9 19.04.15 89 0 10쪽
9 1-8 19.04.13 103 0 8쪽
8 그리고 레이지는 19.04.10 110 1 9쪽
7 남겨진 레온은 19.04.09 113 1 11쪽
6 마룡 등장! 19.04.08 136 1 12쪽
5 도망을 쳤다. 19.04.05 151 2 14쪽
» 던전으로 (190420 수정) 19.04.04 194 2 13쪽
3 돌아왔으나 19.04.02 221 2 11쪽
2 어딘가로부터 19.04.01 221 2 9쪽
1 프롤로그 - 어느 가출 소년 19.04.01 265 2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